모나미 153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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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미 153 연대기〉는 2010년 미디어버스에서 1쇄 발행 후 몇 달 만에 품절되었다가, 9년 만에 개정판으로 다시 선보이게 되었다. 이번 개정판은 디자인과 본문 레이아웃을 다듬고, 부분적으로 이야기를 늘려 쓰고 보강했다. 책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고 단단한 만듦새를 가졌고, 책등이 모나미 153 볼펜의 실물과 같은 사이즈로 디자인되어 위트 있는 옆모습을 지녔다.
〈모나미 153 연대기〉는 텀블벅 펀딩으로 후원금 100%를 성공적으로 달성한 후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열린 언리미티드 에디션 11회에서 첫 선을 보였다.
작가정보
목차
- 볼펜을 돌리며(서문)
I. 3월의 별들(프롤로그)
II. 거래
III. 이름의 법칙
IV. 볼펜을 이루고 있는 것들
V. 어휘들
VI. 모나미 153 볼펜은 왜 단종되었나?
VII. 영원에 대하여(에필로그)
책 속으로
p01. 나는 사물에 대해 얘기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긴 수다가 끝나고 나면 그것이 전혀 사물에 대한 얘기가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사물은 결코 사물로서 온전히 머무르는 법이 없다.
p09. 그는 알고 있었다. 역사적 약자에게 최후의 무기는 기억이라는 사실을.
p67. 낡은 나무책상을 갑자기 긴장 감도는 적막의 섬, 가파르고 애틋한 소인국의 영토로 만드는 게임에는 세 종류가 있다. 지우개 따먹기. 알까기. 그리고 볼펜 밀어내기. 볼펜 밀어내기는 지우개 따먹기보다는 경쾌하고 알까기보다는 우아하다.
p95. 모나미 볼펜의 입장에서는 그럴 법도 한 것이, 제 몸으로 한 번 써낸 끔찍한 이야기를 수십 년 동안 반복해서 다시 쓰는 환각에 사로잡히는 것이야말로 거부하고 싶은 고통 중의 고통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한낱 문구용품에게 감당을 요구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일이 아닐까?
p108. 한 가지만 두고두고 기억하자. 지워지지 않는다고 해서 잉크가 언제나 진실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진실인 한, 우리는 늘 그것을 믿을 수 없는 허공 위에다 쓰고 있는 것이다.
p141. 이윽고 볼펜 같은 사물을 곁에 두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모나미 153 볼펜이야말로 도청장치를 숨길 수 있는 최고의 공간으로 판명되었다. 그것은 어느 집, 어느 기관에나 한 두 자루씩 있고, 늘 우리 주변에서 아무렇지 않게 굴러다니는 물건이면서, 우리가 밤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무엇을 받아쓰는지, 소설의 어느 구절에 밑줄을 긋는지, 누구의 이름을 그토록 잊지 못해 메모지에 수십 전 되풀이해 적고 있는지, 모든 것을 알려주는 스파이적 사물이 아닌가?
출판사 서평
● 리뷰 소개
1) 〈모나미 153 연대기〉가 처음 나왔을 당시 프레시안북스에 게재되었던 리뷰(발췌)
리아 코헨은 일요일 아침 카페에 앉아 있다가 자신의 앞에 놓인 커피 잔, 자신이 읽고 있던 신문 용지를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해 하며 그 결과물로 〈탁자 위의 세계〉(하유진 옮김, 지호 펴냄)라는 사랑스런 책을 썼다. 그리고 한국에도 〈모나미153연대기〉를 통해 비로소 이런 사물의 미시사를 추적하는 역작이 등장했다.
(김용언 기자)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66049
2) 초판이 절판된 후 SNS 독자 리뷰
“구라도 이 정도면 믿어줘야 한다.”고 〈모나미 153 연대기〉를 읽은 어떤 이가 글을 남겼다. 그럼에도 나는 이 글이 거짓말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모든 소설은 허구에 기반을 둔다. 하지만 어떤 인생도 소설과 견줄 수 없다. 허구라고 생각했던 소설 속의 일들은 우리가 매일같이 마주하는 인생의 단면이다. 심지어는 SF 소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어떤 세상의 단면을 살펴보는 일에, 타인의 심정을 이해하는 일에 소설은 어떤 현실보다 더 진실에 가깝다.
조세희는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쓸 때, 모나미 153 볼펜을 들었다. 하지만 소설이 교과서에도 오르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음에도, 도시의 틈바구니에 숨겨진 철거 지역에서는 울음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2009년 1월, 용산에서의 일이 그렇다.
모나미 볼펜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몸을 분질러 버리고 싶은 충동이 있었을 거라고, 작가는 말한다. 제 몸으로 한 번 써낸 끔찍한 이야기를 수십 년 동안 반복해서 다시 쓰는 환각에 사로잡히는 것이야말로 거부하고 싶은 고통일 거라며 말이다.
153페이지에 이르는 모나미 볼펜의 연대기는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진실에 대해 적은 역사책이다. 거짓말이 아니라 믿어주어야 하는 진실이기에, 작은 책의 울림은 쉽게 멈추질 않는다.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책을 중고 책방에서 웃돈을 얹어 샀다. 생각보다 작은 몸집의 책에 실망하기에 잠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그 순간에도 나는 모나미의 일생에 눈물을 머금지 않을 수 없었다.
(인스타그램 @cafebeirut)
https://www.instagram.com/p/BbCP56EA_gB/?igshid=12egw8pphmkg7
3) 개정판이 나온 후 SNS 독자 리뷰
모나미 153 볼펜과 한국 현대사의 컬라버레이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필기구인 만큼 그 성장의 기록과 함께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이 얽혀 나온다. 중요한 건, 어디까지가 정사(正史)고 어디까지가 야사(野史)인지, 심지어는 어디까지가 저자의 상상인지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마치 보드리야르가 말한 하이퍼리얼의 리얼리티를 실물로 보는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부정할 수 없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초등학생의 받아쓰기부터 사무실의 메모까지, 어린아이의 낙서부터 존경받는 문인의 원고지까지,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일기장부터 훗날 역사에 길이 남을 선언문까지, 모나미 153 볼펜은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함께할 우리의 가장 좋은 친구라는 점이다.
(인스타그램 @jolly_sea_anemone)
https://www.instagram.com/p/B5vWJ5ClHG_/?igshid=1l060njbjbzqs
4) 2019년 12월 27일 한겨레 리뷰(발췌)
김영글의 반(半)소설 〈모나미 153 연대기〉는 ‘국민볼펜’ 모나미를 뼈대로 ‘칼의 시간’(1960~80년대)이 빚어낸 ‘웃픈’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팩트’와 ‘허구’를 절묘하게 뒤섞어 경계를 허물고,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독자들을 무장해제시킨다. 낄낄거리며 경계심을 푼 순간, 모나미 153이 ‘관여’했던 시대의 위선을 찌르는 예리한 문장이 훅 들어온다.
(이주현 기자)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922282.html
기본정보
ISBN | 9791196850104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11월 14일 |
쪽수 | 153쪽 |
크기 |
119 * 148
* 10
mm
/ 128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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