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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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한국 근현대 마을 공간의 변천상을 기록하는 이영섭?이경민의 포토에세이를 비롯해서, 농촌 사람들의 흥미롭고 수준 높은 에세이와 마을 기록물, 건축가이자 시인 함성호의 비보풍수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 시인 장정일과 건축가 정기황의 서평, 한국 농촌운동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주자 구자인?김정섭?정민철의 진지하고도 역동적인 좌담을 담았다.
작가정보
저자(글) 마을학회 일소공도
근대 국민국가체제와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 농촌의 삶에 바탕한 21세기 마을문명을 상상하고 실험하기 위해 농민, 시민, 활동가, 학자,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새로운 형식의 학회다. 멸실되어 가는 농경 공동체의 기억을 다각적인 맥락에서 재구성하고 현장화함으로써, 극심한 경쟁에 내몰리며 파편화되는 도시문명의 위기를 완화할 또 다른 삶의 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실천 형식과 내용을 생생한 농촌 마을 속에서 초학제적으로 실험하고 있다. 반년간지 『마을』외에 월간 웹진 『일소공도』를 발행하고 있다.
홈페이지 https://cafe.naver.com/oolocalsociety
마을만들기 방법론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생태학, 환경정책, 도시계획 등을 공부하고 서울의 실천 현장도 돌아다녔다. ‘농촌이 살아야 도시 문제도 해결된다’는 것을 깨닫고, 일본 유학을 거쳐 2004년 12월부터 전북 진안군청 계약직 공무원으로 만 8년간 근무했다. 민관협치의 정책 시스템에서 중간지원조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진안군마을만들기지원센터를 설립하고 2년간 센터장을 맡은 후 2015년 3월부터 충남으로 넘어와 광역 단위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며 학업을 마치고 스스로 ‘농촌DNA’가 있음을 알게 되어, 농촌에서의 삶을 꿈꾸며 홍성YMCA 간사 자리를 통해 홍성에 정착했다. 이후 홍성풀무생협 판매부장과 홍성여성농업인센터 대표로 일했으며, 현재 농식품부 산하 공공기관인 농정원 귀농귀촌종합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농촌 현장이 요구하는 바를 행정의 언어로 풀어내기를 바라면서 일하고 있다. 퇴직 후에는 농업 기반 창업을 하는 것이 꿈이다.
1999년 자매학교 프로그램으로 일본으로 넘어가 동경농업대학을 졸업하고 동경대학대학원 농업자원경제학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기농업의 역할과 과제: 일본과 한국 비교연구’라는 제목으로 박사논문을 썼으며 일본과 한국, 태국, 베트남의 유기농업을 연구해왔다. 일본학술진흥재단 외국인특별연구원과 동경대학 동양문화연구소 특임연구원을 거쳐 2014년 3월부터 충남연구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최근에는 귀농귀촌, 청년농업인 등을 연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지역사회개발Community Development을 공부하고 「고추 재배 농가들의 영농양식」이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부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지역농업, 농촌관광, 가족농, 귀농, 사회적 경제, 사회적 농업 등 여러 분야의 정책 연구를 수행했다. 통틀어서, ‘농촌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화두 삼아 연구하고 있다. 한국농촌사회학회에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 근년에는 농촌 주민, 전문 연구자, 활동가 등이 전문성이라는 경계를 넘어 더불어 모여 공부하고 토론하자는 취지로 설립한 “마을학회 일소공도”에도 참여해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서로 『어메니티와 지역개발』, 『농민과 농업』이 있다.
마을학회 일소공도 공동운영위원장 및 편집위원장. 《또 다른 시간》, 《인왕산과인왕산과》 등의 개인전, 『지역아카이브, 민중 스스로의 기억과 삶을 말한다』, 『풍경 너머 풍경』, 『체계와 예술』, 『연결합도시』 등의 공저, 「예술적 실천으로서의 디지털 아카이빙과 사진의 상호관계」, 「아카이브 다시 그리기」 등의 연구논문이 있다. 사진아카이브연구소 책임연구원과 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원을 지냈다.
중앙대학교에서 한국 근대 사진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2년 현재 사진아카이브연구소 대표로 있다. 그동안 사진 평론과 전시 및 출판 기획 등의 일을 해왔으며, 한국 사진사 연구와 근대 사진 아카이브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념사진전〉(문예진흥원미술관, 1999), 〈유리판에 갇힌 물고기〉(대안공간 풀, 2004), 〈벽의 예찬, 근대인 정해창을 말하다〉(일민미술관, 2007), 〈오월의 사진첩〉(광주시립미술관, 2008), 〈임응식-기록의 예술, 예술의 기록〉(덕수궁미술관, 2011) 등의 사진전을 기획했으며, 계간 『사진비평』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전시기획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동석 전시기획상’을 첫 회(2008)에 수상했으며, 『경성, 사진에 박히다』로 2009년 월간미술대상(학술평론 부문)을 수상하였다. 지은 책으로 『기생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2005), 『구보씨, 사진 구경가다』(2007), 『경성, 사진에 박히다』(2008), 『제국의 렌즈』(2010), 『카메라당과 예술사진 시대』(2010) 등이 있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버님께서 선물로 주신 플라스틱 카메라와 서점에서 구입한 문고판 사진입문서로 사진을 독학으로 배웠다. 대학에서는 전자통신공학을 전공했고 관련 회사에서 20년 근무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사진을 보고 감명 받아 사내 사진클럽에서 열심히 풍경사진을 촬영하러 다녔으나, 내 것, 나의 사진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했다. 회사를 그만둔 후, 사진작가의 제자가 되어 사진을 다시 배우기 시작했고, 대학원 사진과에 입학했다. 이후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만 8년 동안 사진만 공부했다. 박사학위 논문 「2번 국도 마을 풍경」 작업 이후 계속해서 대한민국 농어촌 마을 주민들의 소박한 삶의 아름다움을 찾아다니고 있다.
1962년 경북 달성 출생. 1984년 무크지 『언어의 세계』에 시를 처음 발표한 이래 여러 장르의 글을 써왔다. 대표작으로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1987), 『길안에서의 택시잡기』(1988) 등이 있다.
건축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사단법인 문화도시연구소 상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한남대 건축학과와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등에 출강했다.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관심으로 독거노인을 위한 집짓기, 농촌건축·근대건축 등의 지역조사 연구를 수행 중이다. 2002년 K12 건축학교에 참여한 뒤부터 지금까지 13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그리고 만드는 수업과정을 즐기고 있다.
협동조합젊은협업농장 이사. 풀무학교 전공부에서 근무하던 중 2012년 전공부를 졸업하는 청년 두 명과 함께 장곡에서 ‘협동조합젊은협업농장’을 시작했다. 이런 일이 필요하다는 제안은 많이 하면서 본인이 직접 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듣고 객기로 10년 동안 일한 학교를 그만두고, 배운 것과 무관한 농장을 만드는 일에 덜컥 참여했다. 농장 일 시작하면서 얼굴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전직의 특성을 버리지 못해 농장이 교육적 성격을 강하게 띠면서 특색이 생기고 여러 층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이런 관심은 젊은협업농장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한국 농업의 상상력과 전망의 부재를 반증한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
농민이며 월천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월천농장은 농사로 한 달에 천만 원을 벌자는 원대한 뜻을 품고 있으나 현실은 월천달러농장과 월천농장 사이 어디쯤에서 방황하고 있다.
1990년 『문학과 사회』 여름호에 시를 발표했으며, 1991년 『공간』 건축평론 신인상을 받았다. 시집으로 『56억 7천만 년의 고독』, 『성타즈마할』, 『너무 아름다운 병』, 『기르티무카』가 있으며, 티베트 기행 산문집 『허무의 기록』, 만화 비평집 『만화당 인생』, 건축 평론집 『건축의 스트레스』, 『당신을 위해 지은 집』, 『철학으로 읽는 옛집』, 『반하는 건축』,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을 썼다. 현재 건축 실험 집단 ‘EON’의 대표로 있다.
전 밝맑도서관 대표, 전 풀무학교 교장. ‘더불어 사는 평민’을 목표로 설립된 충남 홍성의 풀무학교에서 교장과 마을 교사, 홍동밝맑도서관 대표를 지냈다. 『풀무학교 이야기』 등을 쓰고 『개혁자들』, 『논과 마을을 살리는 오리 농업』, 『우애의 경제학』, 『생물 다양성을 살리는 유기논농사』, 『잘 먹겠습니다』 등을 번역했다.
저자(글) 얀 다우 판 더르 플루흐
Jan Douwe van der Ploeg
네덜란드 북부의 프리슬란드Friesland 지방에서 나고 자랐다. 바헤닝엔농업대학교Wageningen Agricultural University에 입학해 농업공학 분야 엔지니어로 경력을 쌓았다. 남미, 아프리카, 유럽 여러 나라의 농촌 현장에서 컨설턴트로서 혹은 연구자로서 활동하다가 바헤닝엔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유럽 농촌사회학 연구자 그룹의 중심이 되어 영농 스타일farming style, 내생적 발전endogenous development 등의 중요한 연구 프로그램을 형성하고 실행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농촌 문제에 관한 다학제 연구의 중심에 있었으며, ‘규모 확대’ 및 ‘농업의 산업화’로 표상되는 20세기 후반의 농업 변동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풀뿌리 실천 운동에 긴밀하게 참여한 학자다. 2003년 바헤닝엔대학교를 퇴직한 후 석좌연구교수로 있으면서, 중국농업대학 사회과학부(베이징)의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가상의 농민The Virtual Farmer』 (1999), 『새로운 농민층: 지구화와 제국의 시대, 자율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쟁The New Peasantries: Struggles for Autonomy and Sustainability in an Era of Empire and Globalization』 (2008) 등이 있다.
목차
- 열며
005·국가와 법의 호명 너머 | 박영선
트임 | 농민과 주민은 누구인가
013·농업인인가, 농민인가 | 김정섭
023·농민 농업, 자율과 협동 | 얀 다우 판 더르 플루흐
042·여성 농업인의 자리는 어디인가 | 김귀영
052·청년 농민을 키우는 지역의 실천농장 | 김기흥
057·누가 마을의 주인인가, 주민은 누구인가: 변화하는 농촌 사회, ‘마을 주민이 될 자격’을 다시 묻다
포토 에세이 | 한국 근현대 마을 공간 변천기
072·[사진] 2번 국도 마을 풍경 | 이영섭
083·[글] 2번 국도 마을 풍경의 조건 | 이경민
스밈 | 농촌으로부터
097·윤재영 씨 | 홍순명
100·Beyond 소농 | 조대성
106·협동조합젊은협업농장 실험보고서 2: 젊은협업농장과 마을 | 정민철
일하는 노자 4
123·풍류에서 살기: 비보풍수와 도시재생 | 함성호
벼림 | 농업·농촌·농민 연속좌담 3
145·지역농업 조직화와 마을만들기 | 구자인, 김정섭, 정민철
서평 | 책 너머 삶을 읽다
181·촘스키가 없는 미국은 얼마나 끔찍할까 | 장정일
186·새로운 지역공동체를 위한 마을 속의 집 | 정기황
책 속으로
첫문장
최근의 한일사태는 국가가 국익의 이름으로 개인들의 이익을 담보잡고 어떻게 그들을 국민으로 집결시키는지를 잘 보여준다.
22p
제도 차원 못지않게, 사회 차원에서 ‘농민’은 이미 정의된 것이 아니라 새로이 정의해야 할 대상이다. 누가 정의하는가? 농민 자신들이다. 농민 스스로 ‘새로운 농민’을 정의하면서, 농민들 스스로 ‘새로운 농민층’을 구성해야 한다. 그 새로움은 무엇을 지향해야 할까? ‘자율성’, ‘협동’, ‘지속가능성’이라고 단언한다. 전 세계의 농업이 현대화와 산업화의 길을 걸어오면서, 현재와 같은 지구적 차원의 먹거리 체계global food system가 형성되었다. 농민이 농사짓고 살아가는 방식에 큰 변화가 생겼고,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위기가 도래했고, 농민의 자율성은 크게 위협받고 있다.
- 「농업인인가, 농민인가」, 김정섭
25p
농민 농업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경영자 농업과는 무엇이 다를까? 농민 농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생태자본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경작지의 비옥한 토양과 수자원, 동식물, 가축, 종자 등 모든 자원을 자연에 기초해서 자체적으로 갖추고 있다. 반면 경영자 농업은 금융자본을 기반으로 한다. 각종 비료와 사료뿐 아니라 가축이나 종자 등 원자재도 구매하기 때문에 산업의 사슬 고리에 포함되고 금융자본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 생태자본을 동원하는 농민 농업에서는 농민의 노동이 중요하다. ‘자연과의 공동생산’에 필요한 농민의 지혜와 지식, 토착 기예, 의지가 주요 동력이다. 경영자 농업에서는 기계물리학적 테크놀로지가 중심이 되고 농민의 노동은 변방에 놓이게 된다.
- 「농민 농업, 자율과 협동」, 얀 다우 판 더르 플루흐
44p
여성은 대부분 남성을 보조하는 사람이거나 무급 가족봉사자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산업화와 이농,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노동력이 부족해지면서, 농촌에서 여성의 농업생산 활동 참여도가 증가했다. 여성 농업인의 농업생산 참여와 역할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여성 농업인이 그동안 농업과 농촌을 지켜온 오래된 뿌리와도 같은 존재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 「여성 농업인의 자리는 어디인가」, 김귀영
53p
실천농장은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첫째, 청년 농민을 육성한다. 지역의 환경을 고려하여 작물을 선택하고 그에 맞는 다양한 농법들을 실천농장에서 배워가면서 보다 체계적인 과정을 통해 청년들은 지역농업을 이해한 농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둘째, 실천농장 과정을 거친 청년 중 일부는 농사가 쉽지 않음을 깨닫고 농사짓기를 포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농사를 짓지 않게 되더라도, 일련의 농사 과정을 이해한 가운데 지역에 정착하는 지역 공동체 일원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실천농장이 할 수 있다. 농사의 과정을 이해하고 있느냐 아니냐는 청년이 지역에서 다른 재능을 살려 농촌살이를 해나가고 지역 농민들과 소통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청년 농민을 키우는 지역의 실천농장」, 김기흥
61p
‘지향점으로서의 시민’ 개념은 농촌 사회에도 유효하다. 지역 주민들은 봉건적 잔재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는 노력 속에서 시민으로 등장하고 성장한다. 시민은 저절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목적의식을 가지고 스스로의 생활세계를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집단적 실천(마을만들기)을 통해 형성되는 개념이다.
- 「누가 마을의 주인인가, 주민은 누구인가: 변화하는 농촌 사회, ‘마을 주민이 될 자격’을 다시 묻다」, 구자인
91p
풍경사진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풍경사진의 기원을 밝히고 그것이 식민화된 풍경일지라도 그러한 풍경이 만들어진 조건을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다. 또 풍경사진의 기원을 밝히는 것은 ‘풍경 이전의 풍경’과 ‘풍경 이후의 풍경’이 갈라지는 단절 지점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 「2번 국도 마을 풍경의 조건」, 이경민
98p
지역에 그만한 자유인은 드물 것이다. 온 동네가 자기 카페다. 목공소건 도서관이건 내가 커피 있는 데를 알고 그들이 주어서 마시는데 말할 사람 있으면 나와봐라. 공공장소에서 회의 중이건, 강사가 열강 중이건, 그런 자리에 으레 그렇듯 손전화를 진동으로 해놓건, 그건 당신들 사정이다. 에헴, 큰 소리로 사또가 나가시는 등장을 알리곤, 비어있는 귀빈석 자리에 털썩 앉는다. 그리고 존다.
「윤재영 씨」, 홍순명
102p
나는 소농이나 자연농 이전에 농부가 되려는 자가 갖추어야 하는 자질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책임농’이라 할 수 있겠다. 농사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가능하다. 그러나 자신의 농사에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지지 않는 농부는 자신이 선택한 농법의 명예를 더럽힌다. 유기농을 하는 농부가 자신의 농사를 책임지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유기농을 비웃을 것이다. 자연농이나 관행농도 마찬가지다. 소농이나 대농도 피해갈 수 없다.
- 「Beyond 소농」, 조대성
112p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농업과 농촌을 접촉하고 싶어하지만, 개인 농가에서 생활하면서 농사일을 배우는 것은 농가와 배우는 사람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반해 협업농장은 처음부터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는 체계로 운영되었기 때문에 그들을 받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협업농장과 연결되는 통로 역시 다양했다.
- 「협동조합젊은협업농장 실험보고서 2: 젊은협업농장과 마을」, 정민철
141~142p
그 이야기들은 한 마을이 백두대간에서 어떤 정맥에 의해 뻗어나왔고, 어떤 물줄기를 타고 형성되었는지 설명하는 지리에 대한 이야기와 그 산과 강들이 마을로 들어와 어떤 이야기를 만들었는지를 알려주는 신화와 전설에 대한 이야기, 그 전설과 지리가 합해져 빚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이야기에서 너무 멀리 떠나 있다. 이 이야기를 상실하며 모국어를 잃었으므로 우리가 이 이야기들을 독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도시재생의 방법들도 서구의 방법과 우리의 그것이 같을 리가 없다. 중요한 것은 철학이든, 예술이든, 사회사상이든, 우리는 모국어 없는 번역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 인식을 깔고 지금, 여기의 이야기를 발견해내야 한다.
- 「풍류에서 살기: 비보풍수와 도시재생」, 함성호
185p
촘스키는 “인간성human qualities의 내부에 뭔가 절대적인 기반이 있다”(80~81쪽)면서, 보편적인 정의를 제시하고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블록을 가지고 놀려는 것이 어린아이의 본성인 것처럼, 어른들도 본성적으로 정의를 추구한다는 말이다. 이는 인간의 언어 능력은 타고난 것이라고 말하는 자신의 언어이론(변형생성문법)을 정의에도 적용한 것이다.
- 「촘스키가 없는 미국은 얼마나 끔찍할까」, 장정일
189p
근대화와 자본주의화에 따라 ‘조영’은 ‘건축’으로 의미가 축소(전문화)되었고, ‘주거’의 사용가치는 ‘주택’이라는 교환가치로 전락했다 이외에도 ‘공동체’의 기본적 덕목인 ‘공동자원commons’은 ‘공유share’로, ‘공동사회Gemeinschaft’는 ‘이익사회Gesellschaft’로 변화되었다. 간단히 정리하면, 공동체의 해체는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이 ‘경제적 합리성’에만 맞춰지면서 각각의 가치가 개별화되고 파편화되어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 「새로운 지역공동체를 위한 마을 속의 집」, 정기황
출판사 서평
2017년 충남 홍성군의 농촌 마을에서 창간된 반연간지 『마을』.
21세기가 요청하는 마을공동체에 바탕한 지속가능한 문명을 농촌의 구체적인 삶과 앎을 통해 상상하고 실험하는 담론을 발신한다.
1
최근의 한일사태는 국가가 국익의 이름으로 개인들의 이익을 담보 잡고 어떻게 그들을 국민으로 집결시키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현상은 개인이 자율적 관점을 가지기보다는 국가가 그들에게 요청(주입)하는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기 쉽다는 씁쓸한 인식을 환기해준다. 국가는 인간뿐 아니라 시공간을 비롯한 모든 영역의 대상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계산가능하고 관찰가능한 것으로 바꾸어놓는다. 이러한 국가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받쳐주는 것이 법이다. 이번 호에는 농사짓는 사람을 자본주의적 경영주체인 농업인으로 호명하는 것을 비롯하여 농촌 현실에서 작동하는 국가와 법의 프레임이 불러일으키는 혼란과 착시 현상을 재조명하고, 농민과 주민에서부터 풍경과 주거 공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실천적 재정의를 시도하는 원고들을 실었다.
2
‘트임: 농민과 주민은 누구인가’의 첫 번째 글인 김정섭의 「농업인인가, 농민인가」는 법이 정한 ‘농업인’ 개념과 법제 외부의 사회적 차원에서 통용되는 ‘농민’이라는 개념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생겨나는 문제를 다룬다. 필자는 농민과 농업인의 개념상 격차 때문에 공적 자금 지원 정책이 농촌 현실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농촌 문제를 심화하는 데 일조하는 구체적 사례들과 농업인·농민 개념에 관계된 현금보조 정책의 가능한 논리의 세부를 다룬다. 그리고 정부가 개별 농업인의 생산성, 즉 계산가능한 경제적 가치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수치로 환산될 수 없는 사회적 환경적 가치인 지역성과 커먼즈를 생산하는 농민들의 집합적 실천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농민들 스스로 자율성과 협동과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새로운 농민층을 구성함으로써 농민의 새로운 정의를 실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지난 5월에 한국을 방문한 농촌사회학자 얀 다우 판 더르 플루흐의 세 개의 강연 내용들을 정리한 글 「농민 농업, 자율과 협동」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만든 경영자 농업의 위기를 해결할 대안인 농민 농업의 의미와 구체적 실천 사례 및 농촌사회학자들이 가져야 할 통찰의 원칙
등을 제안한다. 첨단 기술과 자본주의적 시장 위주의 경영방식을 채용하는 경영자 농업은, 지구를 먹거리 제국으로 재편하고 궁극적으로는 농업의 붕괴를 초래한다. 이러한 절망적 사태를 막기 위해, 플루흐는 새로운 시장 즉 농민시장을 확대하고 농생태학과 농업의 다기능성을 강화하고 협동과 사회운동 및 현장맞춤형 기술을 결합하는 ‘새로운 농민들’의 농업 즉 농민 농업이 필요하며, 비아캄페시나와 네덜란드 북프리지아숲 지역협동조합 등의 사례는 이러한 주장의 현실성을 입증한다고 역설한다. 특히 그는 현실 문제를 논의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농민의 학습과 실천적 사유가 새로운 농민의 농업이 발견할 희망의 동력이 된다고 본다. 그리고 농민 농업을 받치는 기본축이 되는 사태의 역동성, 뿌리내림, 이질적인 것의 포용과 연결, 스스로 만들어내는 능력, 행위주체로서의 농민이라는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김귀영의 글 「여성 농업인의 자리는 어디인가」는 오랫동안 농업과 농촌공동체를 지탱해온 뿌리이자 축이었음에도 가부장중심주의와 농촌의 보수성으로 인해 독자적 행위주체로서 인정받고 합당한 법제적 사회적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여성 농업인의 현실적 위상을 진단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한다. 필자는 농림사업 시행주체 자격을 남성 농업인이 독점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공동경영주 등록정책을 펼치는데도 성과가 없는 이유를 분석하면서, 가부장적 관점을 내면화한 여성들의 자각과 적극적 참여를 자극·지원할 중간조직을 비롯한 다양한 정책적 모색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외국인 이주와 도시인의 농촌 유입으로 과거와 달리 구성이 매우 복잡해진 여성 농업인의 새로운 문화적 지형을 읽고 이들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다양한 정책적 장치들도 제안한다.
김기흥의 글 「청년 농민을 키우는 지역의 실천농장」은, 장기적인 청년실업과 지자체의 지원정책으로 유발된 도시 청년들의 농촌 유입을농촌 지역에서 어떤 준비와 태도로 대처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근래 청년들의 농촌 정착을 돕기 위해 늘어나는 실천적 농장의 사례 조사에서
추출한 ‘실천농장’의 운영 원칙들을 정리하면서, 필자는 청년들을 지역에 ‘뿌리내린’ 농민이자 마을공동체의 주민으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육적 경제적 지역적 실천을 통해 지역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착하게 할 보다 체계적 프로그램을 갖춘 실천농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구자인의 글 「누가 마을의 주인인가, 주민은 누구인가: 변화하는 농촌 사회, ‘마을 주민이 될 자격’을 다시 묻다」는 농촌 마을 주민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조건들을 자율적인 마을규약의 맥락에서 세부적으로 다룬다. 이러한 시도가 필요한 이유는, 농촌사회가 시민혁명을 거치지 않은 (지역사회의 주체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시 인구가 대거 유입되고 주민 생활에 시장경제가 강력하게 침투하는 등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첨단기술이 농업에 적용되고 이질적인 이주민이 늘어나는 등 여러 요인들로 과도하게 개별화되면서 농촌공동체가 해체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농업과 강력하게 연계되어 있고, 대면적 관계가 중시되고, 일정한 합리성이 적용된 마을의 작동 원리에 따라 농촌 마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마을 주민을 ‘회원’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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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 마을 공간의 변천상을 탐색하는 포토에세이’에서는, 이영섭의 옛 2번 국도변 마을 풍경을 기록한 사진들과 그 풍경의 사회역사적 조건을 분석하는 이경민의 글을 실었다. 풍경은 늘 거기에 존재하는 물리적 대상이 아니라, 특정한 시대의 특정한 사회역사적 변동을 통해 감지되는 역사적 구성물이다. 이영섭은 이 같은 풍경의 역사성에 주목하면서 옛 2번 국도변 마을 주거지 풍경과 마을표지석·마을회관 등을 기록했다. 이경민에 따르면, 한국 근현대 농촌 마을 풍경의 구조를 결정한 박정희 정권의 새마을운동은 2016년 현재 이영섭이 기록한 옛 2번 국도변 마을 풍경의 법제도적 기원으로서 여전히 작동한다. 따라서 한국적 풍경사진 담론의 가능성은, 정치권력 시스템과 제도 및 공간의 정치학이 어떻게 현재의 풍경을 만들어왔는지를 규명하는 작업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스밈: 농촌으로부터’에 실린 홍순명의 「윤재영 씨」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피폐해진 한 시골마을의 생태적 윤리적 재생과 탈자본주의적 자치를 위해 평생을 바친 노실천가가 제도적 의사소통 방식을 갖지 않은 사람 윤재영 씨와 어떻게 만나고 교감하는지를 발랄한 문체로 묘파한 생생한 글이다. 조대성의 「Beyond 소농」은, 귀농한 4인가족의 가장이 농업만으로 생계를 해결하자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생태와 생계 사이를 오가며 행하는 고민과 성찰을 흥미진진하게 담았다. 고민의 한 자락 끝에서 필자는, 이른바 피상적인 녹색담론에서 파생된 소농小農주의의 비현실성을 넘어서는 ‘책임농’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주창한다. 정민철의 「젊은협업농장과 마을」은 충남 홍성군 장곡면에 젊은협업농장이 창설되고 다양한 실험들이 이뤄지는 과정을 공유하는 연재의 두 번째 글이다. 이 농장은 트임에서 김기흥이 다룬 실천 농장의 가장 도전적인 국내 모델로 평가된다. 필자는 충실한 기록들을 바탕으로, 청년들을 받아들이는 지역농장을 ‘마을과의 연결’라는 기본 가치를 지키면서 만들어가기 위해 어떤 구체적 고민과 결정들을 해 나갔는지를 세밀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 글은 보다 진화된 실천농장을 모색하는 이들에게 유익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일하는 노자’는 서유럽과 일본·미국 등에서 수입된 근대성의 한계를 내파하고 동아시아적 세계관을 검토하며 무위지위無爲之爲의 마을을 창조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해, 문명사적 상상력과 통합적 사유의 최대치를 실험해보는 연재다. 그 네 번째 글 「풍류에서 살기: 비보풍수와 도시재생」에서 함성호는, 서유럽의 근대적 세계관과 국가중심주의에 포획되지 않는, 마을에 사는 사람(주민)들 스스로에 의한 그들을 위한 도시재생(마을만들기)을 위해서는 잃어버린 ‘이야기 공동체’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 단초로서 중국 풍수사상에 관한 문헌들을 더듬으며 ‘바람과 물에 대한 동아시아적 사유’가 성립되는 과정을 추적·상상한다. 나아가 자연의 불인不仁함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도선의 비보풍수의 의의를 재사유하면서 21세기 한국의 도시재생과 마을만들기의 가능한 향방을 제시한다.
‘벼림’의 세 번째 좌담에서는 구자인, 김정섭, 정민철이 ‘지역농업 조직화와 마을만들기’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국가가 주도한 농업의 산업화가 낳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농업을 다시 지역 중심으로 가져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서 농민조직화운동과 마을만들기운동을 점검하고, 생산성 중심으로 편향된 지역농업의 개념적 혼란에 대해 짚어본다. 좌담 과정에서,경제성과 공동체성(사회성)의 상충으로 인한 마을단체 간의 분열을 해결하고 지역농민과 주민이 정책결정자들과 협상하여 자신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조직하는, 지역연합조직의 필요성이 부각된다. 한편 홍성·완주·상주에서의 지역조직화의 성패와 구체적 맥락을 점검하고, 주민자치회가 지역농업 조직화에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해 개진되는 세 좌담자의 흥미로운 분석과 의견은, 독자들의 문제의식을 활발하게 자극할 것이다.
‘서평: 책 너머 삶을 읽다’에서 장정일의 「촘스키가 없는 미국은 얼마나 끔찍할까」는 놈 촘스키가 세계를 자국의 이익에 맞게 지배하는 미국과 이에 협력하는 지식인들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세부를 다룬다. 정기황의 「새로운 지역공동체를 위한 마을 속의 집」은 용어의 오남용으로 인한 국내 공동체 담론과 실천의 난맥상을 지적하고, 도시와 농촌을 과도하게 구분짓는 이분법보다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공동선을 회복하기 위한 공유화의 과정commoning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기본정보
ISBN | 9791196779016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8월 30일 |
쪽수 | 208쪽 |
크기 |
141 * 207
* 13
mm
/ 315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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