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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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자식들이 도대체 몇 명인데요? 최근에 하나 더 늘었다고 하던데...”
“그러게요. 집에 가보면 다 보이지도 않아요. 여하튼 부모들이 고생이죠.”
“근데 애들이 많이 아픈가봐요. 애들 건사 하느라 명절엔 부모님도 못 찾아뵌다고 하더라고요.”
“부모들이 뭐라고 안 하나요?”
“아이고. 뭐라 하시죠! ‘남들은 다 애 낳고 잘 사는데, 너희는 왜 그렇게 사니... 그래 인생 뭐 있냐. 이제 더 이상 뭐라고 안 할 테니, 그만 좀 입양하고 너희들이나 잘 챙겨라’, 뭐 답답하시겠죠.”
강원도 바닷가의 작은 마을. 김은선씨 부부가 이 곳에 정착한 후로, 동네사람들의 입방아 찧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는 상상을 해본다). 여덟 남매와 두 집사, 10식구가 지지고 볶고 사랑하는 이 집안은, 의외로 평화롭다. 둘째 밤비와 여섯째 단풍을 먼저 보낸 슬픔에도, 집사 부부와 남매들은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한다. 〈가족의 탄생〉은 은선과 희철 부부, 초롬부터 밍키까지, 10식구의 촘촘한 일상을 세밀하게 기록한 에세이이자 한 가족의 서사다. 고양이 여덟 남매에 대한 작가의 놀라운 관찰력과 살가운 애정이 아니었다면, 〈가족의 탄생〉은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작가가 첫째 초롬을 입양한 건 16년 전. 남편은 부부의 관계를 걸고 입양에 반대했지만 초롬을 본 지 이틀만에 온 마음을 빼앗긴 후, 얼마 뒤 스스로 태양을 입양했다. 고양이는 고양이를 부른다고 했던가. 그 후로 집사 부부가 거둔 아이들은 모두 여덟. 작가는 16년간 10식구가 겪은 일상을 끊임없이 풀어놓는다. 어느날 갑자기 단풍이를 떠나 보내고 태양이까지 당뇨병에 걸리자 사료를 쓰레기통에 처박고 생식을 만들기 시작한다. 인터넷을 뒤져 해외의 자료들을 모아 엑셀파일로 생식 레시피를 만든다. 건강하게 자란 닭과 토끼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발라내 아이들의 생식을 만들어 먹이고 있다. 〈가족의 탄생〉은 고양이 여덟 남매와 함께 사는 집사 부부의 리얼 다큐다.
작가 부부에겐 (사람) 자식이 없다. 간단치 않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다. 가족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도대체 왜 그러고 사냐.” 특히 부모와의 갈등은 심각한 지경에 이른다. 이 갈등 속에서 작가는 묻는다. 가족은 누구인가?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가? 질문은 더 깊어진다. 인간과 동물은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가? 작가는 세상에 되묻는다. “사람만이 우선일 순 없지 않은가?” 집사 부부와 길고양이들, 이 소수민족의 연대는 과연 안녕할까? 〈가족의 탄생〉은 이 문제에 유쾌하고 발랄하게 답한다. 우리는 더 씩씩해 질 것이라고.
“나는 고양이와 고양이 덕분에 맺어진 이 소수민족의 안녕을 빈다. 우리는 작고 약해도 씩씩할 것이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더욱 빛날 것이다.”
작가정보
캐나다에 사는 친구에게 갔다가 ‘초롬’이라는 고양이를 만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고양이를 집에 들일 수 없다고 반항하던 남편마저 초롬을 보자마자 마음을 빼앗기면서, 부부 집사 인생이 시작됐다. 고양이는 고양이를 부른다고 했던가. 길에서 만나는 고양이들을 차례차례 입양해 여덟 남매. 그 사이 작가 부부는 서울에서 강원도의 바닷가 마을로 터전을 옮겼다. 지금도 집사 부부의 집 근처엔 냥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겨울, 지은이가 힘들 때마다 곁에서 위로하던 둘째 ‘밤비’가 세상을 떠났다. 견딜 수 없이 무겁고 무거웠던 시간들, 지은이는 밤비를 마음 깊숙이 차곡차곡 기억하며 이 책을 썼다. 먼저 떠난 단풍과 밤비, 남은 초롬, 태양, 샤샤, 놀, 초달, 밍키, 그리고 집사 김은선, 채희철. 〈가족의 탄생〉은 고양이와 사람이 공존하는 이 식구의 재밌고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목차
- Prologue _ 고양이와 춤추며 지나가리라
1장 : 나는 어떻게 여덟 남매의 엄마가 되었나
솜털의 무게, 밤비야 안녕
도자기 고양이 ‘초롬’이 첫째가 된 사연
늠름한 자존감 ‘태양’
정의롭고 이타적인 ‘놀’
‘밤비’체제 ‘샤샤’ 평천하
태양을 알현한 ‘단풍’과 ‘초달’
단풍의 죽음이 가져온 변화
당돌한 막내 ‘밍키’
길냥이들의 세상 _ ‘달’이라 불렀던 고양이
2장 : 동물과 함께 하는 마음
육식의 모순
사랑하기에도 너무 부족한 시간
나는 너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고양이는 조건없이 우리를 위로한다
오늘도 너희들에게 연대를 배운다
고양이는 내 새끼
과연 우리는 연결되어 있는가?
소수민족은 더 씩씩해질 것이다.
길냥이들의 세상 _ Ruby Ruby Ruby… 루비가 보석인 까닭
3장 : 냐용??갸르릉하악
“내일은 사자를 뽑아야겠어”
“내가 다 보고 있었옹”
“도대체 뭣 때문에 히스테를 부리는 거냥?”
“옛다 돈이다, 어떠냐? 더 주랴?”
“지금 널 안지 않으면 죽을 거 같아”
“결코 널 버리지 않을 거야”
“집사야, 제정신인게냥?”
태양이와 단풍이의 유전묘생
남집사 육묘일기 _ 너와 난 다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
4장 : 여덟 남매 병원 일지
건강 복불복
초롬아 괜찮다, 이젠 괜찮다
골골백세 샤샤, 나 안 죽었어
간호사 쌤, 나 이쁘냥?
난 시방 한 마리의 사나운 짐승이여
궁디팡팡, 부끄럽다, 놀
제가 보이시나요? 유령입니다만
진작에 중성화 시켜달랑께
남집사 육묘일기 _ 고양이 왕
5장 : 여섯 남매 인터뷰
놀 _ “아름다움만이 세상을 구원할 거야”
초달 _ “나 좀 흠모하지 말라고 전해줘”
태양 _ “집사야, 좀 조용히 해줄래!”
샤샤 _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
초롬 _ “내 코드가 좀 복잡하지. 난 충분히 행복해”
밍키 _ “난 놀고 싶단 말이야아아아앙”
Epilogue _ 사람만이 우선일 순 없지 않은가
책 속으로
장례는 집 근처에 있는 동물화장터에서 치렀다. 우선은 밤비를 안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남은 여섯 고양이에게 밤비의 시신을 보여주는 ‘의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른 고양이들이 느낄 밤비의 부재는 도저히 말로는 전달할 수 없는 것이니까. 병원에서 데려온 밤비는 살아 있을 때처럼 예쁜 모습 그대로였다. 너무나 공주 같아서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밤뱌, 빰삐, 바밤비, 밤비노, 밤비궝주, 밤아. 불러도 에옹거리며 눈 맞춰주는 밤비가 없다니. _ 18P
‘샤샤’는 샴과 버만이 섞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외모상으로는 발리니즈(롱헤어 샴)와 가장 닮았다.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길고 풍성한 털을 자랑하는 파란 눈의 샤샤를 본 사람들은 대개 이렇게 말한다. “어머, 얘는 비싼 애인가 봐요?” 나는 이렇게 답한다. “캐내디언 시고르자브종(시골잡종)이에요. 오호호?호.” 이에 맞춰 샤샤는 “야오오옹~~~오옹” 하며 종아리 사이를 살랑살랑 치대준다. 잘했어, 샤샤. _ 37P
나는 패스트푸드가 고양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정할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추측할 뿐이다. 그렇지만 당뇨에 걸린 고양이에게는 생식이 낫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물론 생식을 할 경우 고양이에게 필요한 필수영양소가 부족할 수 있으므로 치밀한 공부가 필요하다. 그 후 나는 생닭을 사서 토막을 내고 민서기에 가는 일을 반복하며 고양이들 음식을 준비한다. 때로는 토끼를 토막 내기도 했고, 꿩을 토막 낼 때도 있었다. 얼마나 많이 했는지 닭과 토끼의 골격과 뼈, 관절, 내장의 종류와 위치를 그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을 정도다. _ 59P
태양이가 당뇨에 걸리고 난 후 하루에 두 번 주사를 맞으면서, 명절이 되면 나는 우울해졌다. 시댁과 친정을 가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이었다. 특히 시댁은 명절이 되면 무조건 가야 하는 곳 아닌가? 하지만 가기 싫었다. 태양이에게 시간 맞춰 주사하고, 밥을 먹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게 없었기 때문이다. 시댁이 나의 그런 사정을 알아줄 리 만무했다. “병에 걸렸으면 갖다 버리는 게 낫지”라는 말을 내게 한 적도 있다. 모진 말을 들은 나는 냉소적으로 대꾸했다. “그러게요. 늙고 병들면 갖다 버려야 하는데 왜 이렇게 매달리는지 저도 모르겠네요.” _ 91P
그러던 남편이 몇 년 후 인형뽑기 기계를 보고 다시 눈을 반짝였다. “밤비가 좋아하지 않을까?”
나도 궁금했다. 밤비는 인형을 어떻게 대할까? 실력이 녹슬지 않았던지, 기계가 관대했던지 남편은 5000원을 투자해 작은 곰 인형을 뽑은 뒤 의기양양 집으로 향했다. 남편은 밤비 앞에 곰돌이를 짠 하고 내놓았다. 밤비는 처음엔 움찔하더니 곧 냉랭하게 곰돌이의 뺨을 냅다 쳐서는 구석으로 날려버렸다. 남편은 무너졌다. 싱글벙글 하던 눈매는 삽시간에 처지고 흥으로 꿈틀했던 무릎은 단번에 꺾였다. 잠이 들기 전 남편은 이렇게 중얼거렸다. “밤비가 곰을 싫어하는구나. 내일은 사자를 뽑아야겠어. 밤비가 사자를 좋아할까? 원숭이가 나을까? 이봐, 자? 자냐고? 왜 대답이 없어, 응?” 나는 자는 척을 해야 했다. _ 117P
초롬이는 간 크기가 다른 고양이들에 비해 작고, 치주염으로 인해 윗어금니 두 대를 발치했고, 우측 아래 송곳니는 신경치료를 했다. 그밖에는 항문낭이 터진 것을 빼고는 잔병치레를 하지 않았는데, 작년에 신우신염을 크게 앓고 나서 급격히 쇠약해졌다. 한창 때는 7.6kg까지 나갔는데 다이어트 후 6kg대를 쭉 유지하다가 지금은 4kg 남짓 나간다. _ 169P
출판사 서평
지금, 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족의 탄생〉은 묻는다. ’당신에게 가족은 누구인가?’ ‘당신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 가족은 혈연공동체다.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사랑과 신뢰, 존중과 헌신을 얘기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얘기한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무조건적 사랑, 그리고 부모에 대한 존경을 인간이 지켜야 할 보편적인 가치라고 얘기한다.
과연 그럴까? 내 자식의 행복을 위해 다른 자식을 희생시키고, 우리 가족의 이익을 위해 다른 가족을 배척한다. 가족 끼리는 어떤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한 폭력은 어떤가? 부모와 자식이라는 허울 뒤엔 앙상한 이기심이 가득하다. 누가 가족관계를 헌신적이라고 하는가? 더 이상 가족은 신성하지 않다.
작가는 우리 사회가 만든 구조적 질서, ‘가족’에 대해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 대신 아무런 연고도 없이 만나 사랑으로 지탱하는 관계, 같이 밥을 먹는 존재, 생존을 같이 하는 ‘식구'를 끌어안는다. 사람 자식 대신 고양이 자식을 끌어안기까지, 작가가 묻고 또 물었을 질문이 〈가족의 탄생〉에 있다.
“설에는 ‘사람 가족’이 모이는데, 사람이 모이는 명절이 점점 공허하다. 그들과 나 사이에는 고양이에 대한 공감대가 전혀 없다. 괴리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시댁 식구 중에는 고양이의 죽음에 공감하는 사람이 없다. 나에게 고양이의 죽음은 목숨과 같은 ‘식구’의 죽음이지만 그 죽음을 가족과 공유할 수 없다. 이 사실은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었다.”
나는 어떻게 여덟 남매의 엄마가 되었나?
16년 전, 캐나다의 친구 집에서 ‘초롬’이를 처음 만나기 전까지, 작가는 단 한 번도 동물과 같이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초롬은 (고양이) 오빠가 베란다에서 추락사 한 장면을 우연히 지켜본 후, 혼자만의 공간으로 은둔한 고양이였다. 작가는 말을 잃은 초롬과 함께 둘만의 언어와 신호를 만들었다. 초롬이 좋아하는 것을 살뜰하게 챙기고 싫어하는 것은 기억에 꼭꼭 저장했다. 결국 초롬은 작가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고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무엇이 이들을 연결시킨 것일까? 작가는 그 후 16년간 여덟 고양이와의 삶을 공유하면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
초롬을 식구로 맞이한 후, 작가 부부의 삶엔 길고양이라는 존재가 자리를 잡는다. 예전엔 보이지 않던 길고양이들이 눈에 들어오고, 들리지 않던 아깽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위험에 빠진 고양이들이 한 식구가 되고, 굶주림과 질병에 노출된 아깽이들이 이들의 손길을 거쳐 다른 곳에 입양된다. 그렇게 작가는 고양이들로부터 사랑과 헌신, 연대와 배려에 대해 배워간다.
“인간의 눈에 가족은 혼인이나 혈연으로 만들어진 관계다. 그래서 고양이 가족도 어미와 자식 간의 관계만으로 한정해 보게 된다. 그러나 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길고양이에게 가족은 보다 폭넓고 확대된 개념이다. 새끼들을 보살피고 젖을 먹이는 생물학적 친모는 있지만 양육은 고양이 공동체의 몫이다.”
고양이 여덟 남매에 대한 세밀화
처음에 고양이 입양을 결사 반대하던 남집사의 요즘 취미 중 하나는 인형 뽑기다. 철없을 때 하던 버릇이 다시 도진 것이다. 인형은 순전히 밤비를 위한 세리머니다. 하지만 웬걸. 밤비는 남집사가 갖다 바친 곰과 사자를 이단옆차기로 구석에 처박는다. 절망한 남집사는 다시 다짐한다. “내일은 사자를 뽑아야겠어!” 작가는 여덟 남매가 벌이는 버라이어티한 ‘연예’를 세밀하게 묘사한다. 남편이란 작자는 이 상황극에 없어서는 안될 훌륭한 조연이다.
작가는 여덟 남매의 바람 잘 날 없는 병치레를 한 챕터를 할애해 자세히 기록했다. 당뇨병, 뇌전증, 선천성 백혈병, 양성종양, 심근비대증, 방광염에 췌장염까지, 대부분 길에서 구조된 아이들의 건강이 좋을 리 없다. 건강이 좋지 않은 자식을 여럿 둔 부모의 심정을 상상해보자. 고양이 자식이라고 다를까? 작가는 말한다. “고양이는 내 새끼”라고.
“병원 진료 기록은 아이들 고유의 아픔과 괴로움에 대한 서사를 구축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각각의 개성을 드러내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사람만이 우선일 순 없지 않은가?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반려동물과 공존한다는 건, 인간들의 세계와 불화하는 걸 각오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공감하고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 책엔 여덟 고양이를 집에 들이고 함께 하면서 겪었을 다양한 고민들의 흔적이 담겨 있다. 때론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이웃들의 눈총을 받았을 것이다. 과연 온당한 일인가 다시 생각했을 것이다. 고양이와 작가 자신의 배타적인 연대를 생각도 했을 것이다. 결국 답은 쉽지 않다. 작가는 뼛속 깊이 체험한 동물과의 공존 경험을 통해 말한다.
“우리는 상대적 관점에 대한 인정을 외국인,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 그리고 여성, 동성애자 등으로 확대해왔다. 이제는 같은 사안이라도 여자는, 장애인은, 동성애자는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한 상대적 관점에 대한 인정을 동물에게까지 확대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기본정보
ISBN | 9791196601959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10월 27일 |
쪽수 | 224쪽 |
크기 |
140 * 210
* 20
mm
/ 352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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