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자의 말

“문화가 쓰레기 소각장과 함께 기이한 방식으로 동거한다는 감각으로 설계했다. 문화와 쓰레기의 관계는 참으로 상호 역설적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쓰레기뿐만 아니라 음울한 모든 것들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도록 사회설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사실 그 쓰레기와 음울한 이면의 일상이 우리의 도시이고 문화이고 우리의 현실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 어느 누구도 쓰레기와 자신의 생활이 함께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쓰레기라는 존재 자체가 부인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쓰레기가 우리의 안중에서 사라지면 사라질수록 우리는 편안하고 부담 없이 더욱 많은 쓰레기를 생산하게 될 것이다. B39의 공간이 다소 초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스케일도 스케일이지만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없어서는 안 되는 사회의 치부를 문화라는 반전된 이름으로 드러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김광수)

수상자 김광수는... studio_K_works 대표이자 커튼홀 공동대표이다. 뉴미디어로 인한 사회성 및 도시건축 환경의 변화에 주목하며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와 예일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하였다. ‘방들의 가출’이라는 주제로 한국 사회의 아파트와 방 문화 현상을 조사 전시한 바 있으며(2004 베니스건축비엔날레), 핀란드 국립미술관(2007), 오스트리아 국립미술관(2013), 독일 에데스 건축갤러리(2014), 문화역서울284(2012, 2016) 등에도 초대되어 건축 전시를 한 바 있다. 주요 설계 작업으로는 부천아트벙커 B39를 비롯하여 백사마을 주거지 보전사업, 철원 DMZ 철새평화타운, 순천 문화도시 기본계획, 광주시민회관 재조성사업, ㈜삼덕사옥, 합천 영상테마파크 휴게소, 판교 케이브하우스 등이 있다.

4인의 건축학자, B39의 의미를 탐구하다

“부천아트벙커가 보여주는 - 레비스트로스를 전유한 - ‘날것’과 ‘익힌 것’의 공존은 우리의 도시 현실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긍정에 다름 아니다. 여의도를 지탱하기 위해 난지도가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 더 거슬러 오른다면 계몽의 이성이 비이성의 결과 또한 가져올 수밖에 없었던 현실 말이다.”
_ 본문 ‘부천아트벙커의 시간 켜와 건축가 김광수의 음울한 낙천성’ 中, 김현섭(고려대 교수)

“새로운 생명을 얻은 이 건물은 김광수가 천착해온 도시현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듯하다. 폐기된 쓰레기 소각장에 최소한의 틈을 내어 ‘건축적’ 요소를 덧붙이고, 단절되었던 실들을 연결시키고, 감추어진 곳을 드러내어 문화적 활동의 무대로 변신시키는 그의 수법은 난지도가 공원으로 변하듯, 고가하부가 공동체의 쉼터로 쓰이듯, 도시기반시설이 본래의 계획 의도에서 벗어나 일상의 장소가 되어온 한국 도시의 특성을 드러내는 듯하다.”
_ 본문 ‘중간지대의 건축 : 건축가 김광수와 도시 연구’ 中, 이종우(명지대 교수)

“반면 B39에 스며든 새로운 요소의 언어는, 건축유형에 대한 일반적 인식으로 보자면 쓰레기 소각장의 정반대에 위치한 고전의 기념비에서 영감을 얻고 있다. 열주와 배럴볼트는 여러 문화권의 옛 기념비에서 공히 드러나는 요소로, 이를 추상화한 백색의 언어는 기존의 즉물적인 공장 환경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영화에 비유한다면 에이젠슈테인이 이야기한 충돌의 몽타주로, ‘옛것과 새것’은 서로 다른 고유한 속성을 기반으로 만남의 순간마다 긴장을 통해 새로운 경험과 의미를 제공한다.”
_ 본문 ‘몽타주: 충돌의 형식에 관하여’ 中, 최원준(숭실대 교수)

”B39의 중정 한쪽 벽면에는 검은색 철골로 아상블라주 되어 있는 거대한 넝마주이 하나가 서 있다. 알 수 없는 넝마주이의 투명한 표정은 B39 너머의 파란 하늘을 꿈꾸는 듯하다. 파란색은 가장 멀게 느껴지게 하는 색이면서 가장 뜨거운 불의 색이기도 하다. 파사쥬 한 가운데에서 상처로 숨을 쉬며 뜨거운 가슴으로 불과 공기를 노래하는 B39는 들리지 않는 음악 그 자체로 파랑새를 꿈꾸는 넝마주이의 리토르넬로다.“
_ 본문 ‘파랑새를 꿈꾸는 넝마주이의 리토르넬로(Ritornello); 넝마주이의 건축’ 中, 박영태(동양미래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