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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삼은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종삼종삼 걸으며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을 시인이라 불렀습니다.
그를 매혹시킨 사람들이 거주하는 김종삼의 시선집!
김종삼 시의 에센스(essence)
이 시선집에 실린 마흔 두 편의 시는 그야말로 김종삼 시의 에센스(essence)다. 그의 시 정신에서 추출한 순수물질로서 우리 마음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향료이며 향기와 같다. 이 질료들을 3개의 범주로 묶었다. 삶을 치르노라고 외면했던 지난 일들과 물 몇 통 길어다 준 일과 세상엔 나오지 않은 악기로 크게 묶었다. 다시 풀면 현실적 상상력이 담긴 시와 문학과 현실이 조화를 이룬 시와 예술적 상상력이 지배하는 시로 나누었다. 첫 번째는 시의 대상이며 두 번째는 시와 현실로 꾸민 새로운 세계이며 세 번째는 그의 시론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종삼
김종삼(1921~1984)
1921년 4월 25일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남. 평양 광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평양 숭실중학교를 거쳐 일본 동경 도요시마(豊島) 상업학교에 편입, 졸업하고 동경문화학원 문학과에 입학함. 해방이 되자 귀국 극예술협회 연출부에서 음악을 담당함. 1954년 『현대예술』 6월호에 시 「돌」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함. 『현대시회』 회원으로 시를 쓰며 『시극』 동인으로 각종 시극의 음악을 연출함. 1967년 동아방송 제작부에서 음악 연출을 담당하다 정년을 맞음. 1984년 12월 8일 간경화로 생을 마감. 경기도 송추 울대리 길음성당 묘역에 영면함. 제2회 현대시학 작품상(1971), 한국시인협회상(1978)을 수상함. 개인시집 『십이음계』, 『시인학교』, 『누군가나에물었다』, 시선집 『북치는 소년』, 『평화롭게』, 연대시집 『전쟁과 음악과 희망과』, 공동시집 『본적지』 등을 상재함.
엮음 이민호
1994년 문화일보에 시로 등단. 대학 강단(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작가 모임(한국작가회의, 리얼리스트100)에서, 출판 마당(도서출판 북치는 소년)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김종삼 시를 향유하는 모임 『종삼포럼』을 맡고 있음. 김종삼을 사사하여 스스로 종삼주의를 선언하고 아름다운 시의 길을 열려고 함. 시집으로 『참빗 하나』, 『피의 고현학』, 평론집으로 『한국문학 첫 새벽에 민중은 죽음의 강을 건넜다』, 『도둑맞은 슬픈 편지』, 연구서로 『김종삼의 시적 상상력과 텍스트성』, 『흉포와 와전의 상상력』, 『낯설음의 시학』 등이 있음.
목차
- 지난 일들은 삶을 치르노라고
1. 여성…교감
엄마/묵화墨畵/5학년 1반
2. 아이…희생
민간인民間人/장편掌篇·2/아우슈비츠 라게르
3. 죽음…애도
두꺼비의 역사轢死/장편掌篇·1/서시序詩
4. 가난…연민
소리/기동차가 다니던 철뚝길/소공동 지하 상가
5. 불우…위로
유성기留聲機/따뜻한 곳/장편掌篇
물 몇 통桶 길어다 준 일
6. 절망…희망
어부漁夫/새/평화롭게
7. 시련…영광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평범한 이야기/라산스카
8. 결핍…구원
스와니강江이랑 요단강江이랑/북치는 소년/소곰 바다
9. 소외…소명
물통桶/미사에 참석參席한 이중섭씨李重燮氏/올페
10. 의문…침묵
나의 본적本籍/내가 죽던 날/어머니
세상엔 나오지 않은 악기
11. 아름다움…여백
풍경/돌각담
12. 평화…충만
앤니 로리/대화對話
13. 시간…열림
최후最後의 음악音樂/음악音樂?마라의 ?죽은 아이를 추모追慕하는 노래?에 부쳐서?
14. 공간…주변
시인학교詩人學校/드빗시 산장 부근
15. 시…미완
시작詩作 노우트/앙포르멜/제작制作/원정園丁
수록작품출전
해설
출판사 서평
매혹당한 사람들
1
매혹(魅惑)은 끌림이다. 깊이 숨어 있는 무엇인가를 흔들어 깨우는 당김이기도 하다. 김종삼 시를 맛본 사람들은 이 끌어당김에서 헤어날 수 없다. 누군가는 고혹적인 예술의 황홀경 속으로 빠져들 것이며, 또 누군가는 더할 수 없는 삶의 고통과 마주하여 심한 내상을 입을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굴욕적인 현실을 뚫고 의연하게 자기 길을 헤쳐나가리라.
김종삼의 시 중 몇 편만 고르라는 주문은 위험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편편이 강력한 매력을 뿜어내기 때문이다. 자짓하면 영원히 놓쳐버릴 운명일지도 모르기에 그저 바라보며 소박하게 지켜볼 수만은 없다. 그동안 주저하며 다가갔던 태도는 중지해야 한다. 홀린 듯 시의 본질 에 다가가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매혹당했다.”고.
이 시선집에 실린 마흔 두 편의 시는 그야말로 김종삼 시의 에센스(essence)다. 그의 시 정신에서 추출한 순수물질로서 우리 마음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향료이며 향기와 같다. 이 질료들을 3개의 범주로 묶었다. 삶을 치르노라고 외면했던 지난 일들과 물 몇 통 길어다 준 일과 세상엔 나오지 않은 악기로 크게 묶었다. 다시 풀면 현실적 상상력이 담긴 시와 문학과 현실이 조화를 이룬 시와 예술적 상상력이 지배하는 시로 나누었다. 첫 번째는 시의 대상이며 두 번째는 시와 현실로 꾸민 새로운 세계이며 세 번째는 그의 시론이다.
2
김종삼이 치렀던 지난 일을 또 다시 다섯 개의 주제로 쪼개보았다. 가르고 갈라 드러난 세상은 참혹했다. 거기에 김종삼의 인간됨이 깊게 침윤돼 있다. 시 「엄마」, 「묵화」, 「5학년1반」은 이 땅의 여성들이 어떻게 세상과 교감하며 살았는지 보여준다. 그것은 불멸의 존재성, 더불어 나누는 소통, 모든 결핍과 이웃하는 숭고함으로 드러난다.
시 「민간인」, 「장편2」, 「아우슈비츠 라게르」 에는 역사의 악몽 속에 희생당한 아이들이 남긴 여백이 있다. 분단과 식민지와 살육의 비극은 어느 한 공간에 치우친 사건이 아니라 지구상 어디에나 곳곳에서 벌여졌던 속죄양의 참극이다. 김종삼은 시 속에 빈 공간을 마련하여 이들을 기억고자 한다. 더 이상 반복되지 않는 깊이로.
시 「두꺼비의 역사」, 「장편1」, 「서시」는 흉포한 자본과 비인간적인 현대문명의 폭력과 전쟁에 저항하는 애도의 선언이다. 이 세상에 아무렇게나 생겨난 목숨은 없다. 그러기에 함부로 존재를 훼손하거나 생명을 앗아갈 수는 없다. 이 모든 폭력의 말단이 전쟁이니 김종삼은 그 참혹한 현장의 증인이다.
시 「소리」, 「기동차가 다니던 철뚝길」, 「소공동 지하 상가」에서 김종삼의 시선은 가난한 공간으로 가 있다. 초가집 몇 채가 내는 가는 연기의 궁핍과 할아버지와 손자들만 사는 결손과 가질 수 없는 것들 앞에 서성이는 욕망을 보며 연민의 눈길을 보낸다. 그리고 희망도 같이.
시 「유성기」, 「따뜻한 곳」, 「장편」은 저물어가는 노년의 적막함, 남루를 입고 살아가는 인생의 무료함, 생계를 잇지 못하는 작가의 삶을 통해 딱하고 어려운 처지를 위로하고자 한다. 거기에 늘 따뜻한 햇살이 드리우고 있다. 시인의 시심이리라.
3
김종삼이 시와 현실로 꾸민 새로운 세계를 다섯 개의 주제에 올렸다. 그의 시가 현실에서 어떤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는지 보게 된다. 그가 살았던 세상은 절망과 시련과 결핍과 소외와 의문으로 점철돼 있다.
시 「어부」, 「새」, 「평화롭게」는 절망의 기록이다. 그러나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는 기묘한 삶의 이치를 담아 이 세상에선 들을 수 없는 소리로서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모두 평화의 전언이다.
시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평범한 이야기」, 「라산스카」에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자체가 시련이며 굴욕이 되는 현실을 담고 있다. 이 욕됨의 평범함이 부지런하게 그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한다. 시련의 당사자들이 곧 시인이기에 그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시가 된다.
시 「스와니강이랑 요단강이랑」, 「북치는 소년」, 「소곰 바다」는 오랜 기억 속 유년시절에 내장된 결핍의 흔적들이다. 거기에 알 수 없는 슬픔이 오히려 아름답게 채색되어 있어 서늘하다. 김종삼 시의 아름다움이 주는 색감이라 할 수 있다. 내용 없는 아름다움과 형식 없는 평화의 구원.
시 「물통」, 「미사에 참석한 이중섭씨」, 「올페」 속 세상은 소외된 사람들의 공간이다. 김종삼은 이들을 시로 형상화해야한다는 소명을 품고 있다. 그 시는 재생의 물과 같으며 천사가 들려주는 자비스런 음악일 수도 있다. 뮤즈의 신 올페처럼 직업이 시라 말할 수는 없지만 불행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면서 시인되기를 꿈꾸는 것이다.
시 「나의 본적」, 「내가 죽던 날」, 「어머니」 속 삶은 불가사의하며 의문의 연속이다. 아무리 되물어도 답이 없다. 이 존재론적 침묵 속에서 그가 지향하는 공간은 차원을 달리하면서 변주되고 있다. 병마와 죽음의 경계 또한 넘나들고 있다.
4
김종삼이 시를 쓰는 원리는 ‘세상엔 나오지 않은 악기’를 다루는 것과 같다. 초현실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다섯 개의 주제 속에서 다시 현실과 만나고 있다. 시 「풍경」, 「돌각담」 속 김종삼의 시적 풍경은 이 세상에 없는 세계인 것 같다. 아마도 내면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한 연유는 돌무덤에 싸인 죽음 때문이다. 그는 이처럼 고요한 풍경을 내용 없는 아름다움이라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내용 없음의 여백을 아름답게 감상할 따름이다.
시 「앤니 로리」, 「대화」에는 어렸을 적 들었던 노래가 그리움 속에 환청처럼 들린다. 이 시공간을 초월한 접촉은 죽은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삶과 죽음의 경계, 현재와 과거의 문턱이 무너지고 넘나들 때만이 비로소 평화가 충만하다.
시 「최후의 음악」, 「음악-마라의 「죽은 아이를 추모하는 노래」에 부쳐서」 에는 음악이 시간의 예술임을 말한다. 어쩌면 음악처럼 인생도 한번 연주하고 끝을 맺는 시간의 한 축인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이 단속적 시간의 흐름을 끊어내는 열림으로서 김종삼은 시를 쓰고자 한다.
시 「시인학교」, 「드빗시 산장 부근」 속 공간은 주변적이다. 시인학교에는 꽤 저명한 시인과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김종삼은 그들과 더불어 시를 쓰고자 하는 의도를 담는다. 그런데 그 시적 공간은 ‘레바논’이라는 전쟁의 참화 속이다. 그가 가게를 연 공간 역시 한적한 곳이다. 시 「시작 노우트」, 「앙포르멜」, 「제작」, 「원정」에서 김종삼의 시론을 읽을 수 있다. 그의 시 쓰기는 멀리는 실낙원 이전으로 거슬러 간다. 또한 수많은 예술가와 철학자들이 표명했던 현실 부정의 실존을 추구한다. 그래서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깊은 심연에서 시를 발견하려 한다. 이는 원죄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라도 쉽게 타협하지 않는 시 정신의 발현이다. 궁극적으로 그의 시는 완결된 상태라기보다 미완의 차원에 자리하며 늘 읽히길 기다리고 있다.
5
이 『매혹시편』에는 김종삼이 매혹당한 사람들의 흔적이 있다. 김종삼은 ‘엄청난 고생 되어도/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시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에서)에게 매혹당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그러한 사람들이 시인이고 세상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거듭 고백한다. 『매혹시편』 시들을 읽는 순간 우리 또한 김종삼에게 매혹당한 사람들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매혹당하고 매혹당한 사람들 끼리 서로 어울리는 기적을 이루게 되리라.
기본정보
ISBN | 9791196521219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11월 10일 |
쪽수 | 112쪽 |
크기 |
131 * 224
* 12
mm
/ 173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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