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 윤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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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자기 모습을 찾아 나가는 세 여성의 지난한 여정
『프롬 윤영옥』에는 딸을 대신해 아이를 돌보는 영옥 여사, 이혼 후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영, 어머니의 도움을 받으며 출산 후에도 직장생활을 해나가는 워킹맘 서진까지 세 여성이 등장한다. 각자 상황은 다르지만 육아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세 여성에게 현실은 버겁기만 하고 그런 쉽지 않은 조건 위에서 그들은 ‘육아’를 매개로 서로 연결된다.『프롬 윤영옥』 에 등장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는 모성애로 포장돼 낭만적으로만 바라보는 육아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개인과 ‘엄마’라는 정체성 사이의 혼란과 거기에서 비롯되는 고민을 내밀한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작가정보
목차
- 프롬 윤영옥
epilogue
책 속으로
영옥 여사는 중학교 국어교사인 딸을 대신해 손주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딸과 같은 아파트 옆 동에 살며 살림을 함께 봐준다고 했다. 남편분은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계시다가 몇 년 전에 사별했다 했고 아들이 하나 있는데 가톨릭 사제의 길로 들어서 로마 유학길에 올랐다고 했다. 무엇 하나 흠잡을 곳 없는 배경이었다. 저 같은 배경의 결과가 얼굴에서, 몸짓에서, 말투에서, 좋은 기운으로 뿜어져 나오는 것일까. - 12p
이 순간의 모성애란 것은 처참하게 징그럽다. 이 저질스러운 발언 앞에서 나는 할 말을 잃을 뿐이다. 때론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과 걱정으로 포장된 그릇된 욕망이고 교양으로 치장한 곪아 썩어나는 결핍일 뿐이다. 저 징그러운 모성애 앞에서 그저 무기력한 나는, 나는 또한 저질스럽지 않은가. - 19p
잠시의 침묵을 뒤로하고 나의 이야기를 열었다. 지후가 태어나기 전부터 전남편이 바람을 피웠던 이야기. 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따져 묻는 나에게 오히려 손찌검을 일삼았던 이야기. 가정이고 뭐고 이건 아니다 싶어서 헤어지기로 마음먹었던 순간들. 내가 살면서 그만큼 불행했으면 됐지 결혼해서 배우자까지 나를 그렇게 만든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다는 이야기까지. - 28p
어젯밤 열이 올랐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아들 곁을 지킬 때, 반장 아이는 혼자 어떤 생각들을 감당하고 있었을까. 어떤 생각이기에 자신의 생을 던져서 감당하려고 했던 것일까. 어제 그 시각 그 아이가 면담을 요청했을 순간에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줬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좀 더 면밀하게 아이들을 관찰하고 그사이에 흐르는 기류를 파악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그러나 억울하다. 아이가 생을 등지려 했던 것이 단 한 번 면담을 거절한 것이 이유가 되었을까. 집, 학교 어디에도 마음과 열정을 두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결코 불량한 교사, 근무 태만한 교사가 아니다. 반 아이들과 동료 교사들은 나를 향해 얼마나 손가락질해 댈까.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다. - 34p
첫사랑처럼 앓았던 신임교사 시절이 지나갈 때쯤 엄마가 선 자리를 마련했다. 집안, 외모, 직업, 어디 하나 빠질 것 없는 남자였다. 나쁘지 않았다. 그 남자와 짧은 연애 끝에 결혼을 했고 곧바로 아기가 생겼다. 입덧으로 고생을 하긴 했지만 무난한 결혼생활과 학교생활이 이어졌다. 엄마는 손주를 만날 생각에 하나부터 열까지 세심하게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속싸개, 배냇저고리와 이불을 준비해다가 미리 삶아 세탁해 두었다. 건어물 가게에다 최상급의 산모용 미역을 주문해 두고 나의 산모복과 수유복이며 아기 띠, 바운서, 신생아 모빌 등 아기용품을 혼자 다 준비해 두셨다. 만삭까지 학교에 근무했기 때문에 엄마가 혼자 준비하시는 것을 그저 감사하게 생각하며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 44p
끝이 보이지 않던 고통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요양원을 탈출하여 집에서 숨을 거두신 거다. 아빠가 그토록 거부했던 요양원이 아니라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신 게 그나마 아빠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빠에게도 그의 비루한 삶을 낳은 과거의 아픈 역사가 있었을 것이다. 감당해 낼 수 없는 운명에 휩쓸려, 술에 떠밀려 둥둥, 거기까지 간 것일 테다. 그래서 말인데, 불행은 불행을 낳아 기르는 것인가 보다. - 58p
겉으로 드러나는 어려움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어려움도 있다. 그렇다고 일일이 어려움을 토로할 수도 없는 일이다. 어릴 때부터 온실 속의 화초 같이 자랐다는 말을 듣고는 했다. 맞는 말이면서 정확히 틀린 말이다. 글쎄, 사람들은 나의 몇 가지 단편들을 가지고 쉽게 온실 속의 화초라고 함부로 재단한다. 온실 속의 화초는 화초가 아닌가. 뿌리 내리고, 물을 당겨 올리고, 화학작용하고, 열매를 맺고, 병충해와 싸워야 한다. 바쁘고 처절하게 생을 연명한다. 사람들의 편견은 쉬이 던져지고 그것은 때로 잔인하게 꽂힌다. 갑자기 억울한 마음이 치밀어 오른다. 나라는 인간은 언제나 반발하는 법이 없었다. 그 때문에 은세를 잃은 것인지도 모른다. 주영의 오해에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나의 상처를 낱낱이 드러내며 나도 당신 못지않게 괴로워하며 살았답니다. 하고 보여주고 싶은 충동이 인다. - 95p
예술을 소비하는 것은 되고 예술에 몸담고 생산하는 것은 안 된다는 엄마다. 엄마 기준에 창작은 고통을 기반해야만 탄생한다. 가르치는 일은 출산하고, 아이 키우고, 가정 생활하기에 적당한 여성의 직업이라 판단되었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엄마가 원한 것은 내게 남편에게 사랑받는 여자의 조건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엄마는 전제부터가 틀렸다. 사는 게 다 고통이 기반인 것을. - 109p
그동안 샵에서 삶의 무게에 눌린 수많은 몸을 만나왔다. 모두 제 각각의 역사와 사연을 살갗에, 근막에, 근육에, 신경에 켜켜이 쌓으며 살고 있음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서진의 역사는 함부로 판단했던 것일까. 살은 그이의 역사이고 마음이다. 마음이 살에 반영되고 살이 마음에 작용한다. 한 사람의 수십 년의 세월 앞에서 경건함을 잃지 말아야 할 이유를 다시 한번 새기는 밤이다. 서진이 나간 자리를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간만에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 116p
사랑하는 딸아. 나를 증명해내느라 지난 세월 나로 살지 못했다. 그것은 오롯하게 과오로 남았다. 지금 나는, 병마와 싸우면서 나로 살기 위해 싸워 본 적이 있는가를 생각하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성숙하고 아름다운 여유란 게 무엇인지 찾지 않으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다. 시간이 없다. 쇠퇴하여 종말에 이르기 전에 말이다. 썩어난 나의 몸과 마음을 펼쳐놓고 제주의 바람과 볕을 쏘이며 말리고 돌보는 중이다. - 137p
출판사 서평
- 주영 씨, 나 떠난다. 그동안 고마웠어.
- 서진아, 좀 다녀와야겠다. 기다리지 마라. 민성이 잘 챙기거라.
『프롬 윤영옥』은 윤영옥 여사가 갑자기 제주도로 떠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후 그녀가 보내는 편지를 매개로 주영과 서진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진행된다. 두 여성은 또래의 아이를 각각 키우고 있었지만 살아온 날도, 주어진 조건과 환경도 사뭇 달랐다. 상반된 서로의 모습에 둘은 서로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질투하기도 한다.『프롬 윤영옥』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세 여성이 서로를 이해하고, 모성애와 개인의 결핍 사이에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ㆍ 결핍에서 비롯한 지난한 부대낌 속
실낱같은 희망에 관해 이야기하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평범한 엄마인 저자는, 전작『딸, 엄마도 자라고 있어』에서 아이를 키우며 느꼈던 단상과 감정을 통해 ‘엄마’라는 역할과 개인 사이에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나가는 여정을 진솔하게 그려냈다면 이번 소설에서는 그러한 문제의식들을 보다 깊게 밀고 나아가며 여성에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과 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사회적, 구조적 존재로서의 여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하나의 개인이자 존재로서 느끼는 일상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앞으로도 계속 써나가려 한다.
“나의 내부에서 득실거리던 이야기는 결국 무엇이었을까. 고된 지난날을 버텨내고 단단하게 자기의 길을 내딛는 주영과, 잃었던 자기표현을 찾아 나서기 위해 선택하고 결정하는 서진, 자신의 상처를 자식에게 투영하며 삐뚤어진 욕망을 비추던 영옥 여사의 자각과 반성을 통해 개인의 결핍과 희망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싶었다. 결핍에서 비롯된 지난한 부대낌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실낱같은 희망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싶었다. 영옥 여사는 마지막 편지에서 최선을 다해 치열했음을 이렇게 고백한다.” - 에필로그 中
ㆍ 문학과 예술을 통해 우여곡절의 세계를 탐구하는
두두 소설선 ‘알레아 Alㆍa’를 시작하며
‘알레아 Alㆍa’ 는 우연이며 운, 삶의 부침이며 우여곡절이다. 알레아는 삶의 고비마다 문득 나타나 우리를 예기치 않은 세계로 데려가는데, 그 세계는 공평하지 않고 자주 막막하다. 두두 소설선 ‘알레아 Alㆍa’는 문학과 예술을 통해 이 우여곡절의 세계를 다시 탐구한다. 새로운 감수성으로 우리 주변과 일상을 다시 느끼고 누구에게 닿을지 전혀 모른 채로 또 하나의 유리병 편지를 띄워 보낸다.
기본정보
ISBN | 9791196456245 |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10월 13일 | ||
쪽수 | 148쪽 | ||
크기 |
148 * 210
* 18
mm
/ 235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두두 소설선 알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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