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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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까.
일어난다면 그것은 정말로 어떤 모습일까. 장면일까.
이것은 불과 몇 달 전 여행에서 일어난 나의 이야기일까
아니면... 소설일까.
작가정보
모두의 삶이 차별 없이 작품이 될 방법을 찾아 이것저것 다 해보는 사람이다. 몇 년 전부터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진 것들에 주목하며 혼자만의 실험을 하고 있다. 죽음, 하루의 시간, 예측 불가능한 내일, 그리고 생명이다. 최근에는 생명력을 색으로 표현하여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일에 꽂혀있다. 홍익대학교 회화과 석사과정에 있다.
목차
- 1. 여행 첫 날. 인천, 로마, 아테네 7
2. 여행 둘째 날. 아테네 22
3. 여행 셋째 날. 아테네 41
4. 여행 넷째 날. 아테네 108
5. 여행 다섯째 날. 아테네, 아라호바, 델포이, 칼람바카 126
6. 여행 여섯째 날. 칼람바카, 파트라스 151
7. 여행 일곱째 날. 파트라스, 나프폴리오 177
8. 여행 여덟째 날. 나프폴리오, 코린트, 아테네, 이스탄불 191
9. 여행 아홉째 날. 이스탄불 214
책 속으로
아테네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였다. 서유럽의 다른 도시들이 웜그레이 색이라면 아테네는 옐로우오커 색 같았다. 신기하게도 아테네의 건물들은 대부분 밝은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대리석 느낌과 그리 다르지 않은 밝은 노란색에 따사로운 햇살까지 더해지니 도시 전체가 봄날 같았다. 거기에 모든 건물의 일층 벽에는 익살스러운 그림과 낙서들이 그려져 있었다. 이 도시는 건물에 낙서하는 것을 장려하는 문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낙서와 그림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때문에 거리 곳곳이 마치 아름다운 벽화마을 같았다. 유럽 어느 집들처럼 그리스 거리의 집들도 창틀에는 대부분 꽃 화분을 놓았다. 나는 예전부터 서양의 그런 문화가 부러웠다.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꽃을 두는 것들. 꽃과 같이 햇빛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들.
따뜻한 노란색 건물에 빨간색 꽃들이 살랑거리는 모습은 정말 낭만적이었다. 우리는 정처 없이 이 아름다운 아테네의 구석구석을 밟았다. 갈림길이 나오면 너는 이렇게 말했다.
“어느 쪽?”
그럼 나는 곧 왼쪽이나, 오른쪽을 즉흥적으로 정했다. 그렇게 정한 길은 우리에게 정말 다양한 모습의 아테네를 보여주었다. 조용하다가 북적거리고, 현대적이었다가 시골 같으며, 관광지였다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되었다. 길이 좁아서 나란히 걷지 못하면, 네가 먼저 앞으로 가거나 자연스럽게 내 뒤로 왔다. 위험하거나 거친 길이 나오면 어느새 내가 안쪽으로 걷고 있었고, 차가 와 피해야 할 때면, 너는 내 팔 아래를 세 손가락 정도로 살짝 잡아당겼다. 자세히 보면 이 모든 동선을 네가 만들어가고 있었다. 네가 리드한 이 모든 게 느끼하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우리는 조용하다가 떠들었다. 웃다가 생각했고, 눈을 마주치다가 다른 것들을 봤다. 함께 걷는 내내 어색하거나 불편하거나 낯설지 않았다. 우린 어제 처음 만났는데도 그런 것 같지 않았다. 나는 비포 선라이즈 같은 영화를 꿈꿔왔지만 그것이 현실에서 일어나기를 기대 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어제 처음 만난 너와 이렇게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영화 같은 순간이라 생각했다. - <아테네 1권_여행 셋째 날:아테네> p54
______
♪ 오웬_Wonder Hole
좋다. 눈을 감고 있어도 좋고, 눈을 뜨고 있어도 좋았다. 이 모든 순간들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아름다운 것을 함께 보고 있다는 것이 좋았다. 이어폰을 나눠 끼고 같은 노래를 듣고 있는 것이 좋고, 지금 이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음색과 멜로디가 좋았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공기가 좋고, 앞으로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할 수 있게 될 것이 좋았다. 떠나올 땐 전혀 상상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 한 곡이 끝나자 네가 다음 곡을 찾기 위해 핸드폰 화면을 위아래로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또 좋았다.
해가 조금씩 모습을 감추자 아테네의 거리들에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마치 아래가 하늘인 듯 여기저기 별처럼 반짝이는 것들이 생겨나 말로 표현하기 어렵도록 아름다워졌다.
“정말 좋다.”
네가 말했다.
“뭐가 좋은지 알아요?”
네가 다시 물었고 나는 네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좋은 걸 좋다고 말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건 굳이 내가 아니어도, 아까 그 고양이랑 와도 얻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나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오늘은 마지막 날이니까.
“나는 뭐가 좋았냐면, 대화가 좋았어요.”
“아. 나의 수준 높은 대화가 좋으셨구나.”
“아뇨. 제가 하는 얘기를 제 귀로 듣는 게 좋았어요.”
우리는 웃었고 잠시 또 말없이 야경을 바라보다 내가 말했다.
“나는 이게 여행의 첫 시작이잖아요. 혼자 하는 여행의 시작을 이렇게 해 버렸어요. 아마 남은 여행이 상대적으로 더 외롭고 쓸쓸하겠죠. 생각보다 오래 갈지도 몰라요. 그래서 만약 시간을 되돌린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 그게 무섭다고 이걸 버리는 건 바보 같은 선택이겠죠? 그럼 이런 최고의 순간들은 오지 않을 테니까...”
나는 여행을 말하는 건지, 너를 말하는 건지 모르는 말을 했다. 내가 말해 놓고도 주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같은 말이었다. 지금 내 여행은 너였다. - <아테네 1권_여행 셋째 날:아테네>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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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아예 팔을 베고 누웠다. 우리는 거의 마지막 벌룬이 내려올 때까지 그렇게 말없이 한동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우리가 나눈 대화는 거의 이런 것들이었다. “꿈 같다” “어떻게 이런 곳이 있을까” “시간이 멈춘 것 같다” “내려온다” “올라간다”
그리고 내 마음속으로 한 말은 이런 것들이었다.
‘나는 너와 이것을 함께 보고 있는 걸 후회하지 않는다. 너는 그 의미를 모르겠지만.’ - <아테네 2권_여행 열두째 날:카파도키아>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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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별을 보기 가장 완벽한 곳을 찾아 침낭을 깔았다. 그리고 배낭에 오롯이 들어있던 이불을 꺼내 덮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골짜기에 딱 별만 반짝이고 있었다. 네가 이불 속으로 들어오기 전 나는 잠깐 긴장했다. 네가 들어왔고 내 바로 옆에 누웠다. 팔과 무릎이 닿아 있었는데, 그 온기 만으로도 체온이 유지되는 것 같았다.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아무도 없는 골짜기 아래 이불을 덮고 누운 너와 내가 있었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별빛들이 함께 모여 이 순간을 비추고 있었다. 나는 별이 수놓아진 하늘을 바라보며 평상시 좋아하던 노래들을 불렀다. 네가 옆에서 잠잠히 들었다.
“비길 수 없네. 하늘에 별을 놓은 분……”
그리고 문득 너에게 물었다.
“심장이 뛰어서 호흡이 이어지면 그 하루를 잘 견뎌야겠지?”
“응. 그것도 묵묵하게.”
“그래. 그냥 살아가는 거야, 묵묵하게. 나태한 게 아니야. 부정적이고 게으른 것도 아니야. 그냥 그 일상을 버텨 내는 거야. 지독하게 평범하고 매일이 똑같은 그 지루함을 또 하루 버텨 내는 거야. 그냥 오늘도 내 심장이 아직 뛰고 있고 호흡이 이어지고 있으니까.”- <아테네 2권_여행 열두째 날:카파도키아> p69
출판사 서평
“이런 형식의 소설은 처음이에요” “정말로 아테네와 터키에 함께 있는 것 같았어요. 너무 생생해요.” “여행지에 대한 묘사와 사랑하는 감정을 동시에 느끼니까 정말 다채로워요.” “이번엔 음악을 재생하며 한 번 더 읽어보려고요.” - 독자 인터뷰 중 (실제 책 뒷 표지에는 10대, 20대, 30대, 40대 독자의 서평을 담았다)
여행장면소설
<여행장면소설>이라는 장르로 처음 소개되는 책 ?아테네 1,2권? (에노스, 2018)을 읽은 독자들이 눈을 반짝이며 공통으로 하는 말이다. 그들은 이 책의 어떤 부분이 기존의 소설과 다르다고 느꼈고 어떤 부분에 매료되어 눈을 반짝이는 걸까.
여행장면소설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여행에세이에 + 소설을 합친 형식이라 말할 수 있다. 소설<아테네>는 아테네를 시작으로 하는 그리스 여행, 이스탄불을 시작으로 하는 터키 여행의 에세이면서, 동시에 여행지에서 만난 한 남자에게 사랑에 빠진 여자의 시점으로 기록 된 소설이다.
책의 제목인 ?아테네?는 주인공 ‘세지’가 처음 여행을 시작하는 장소이자, 사랑에 빠진 대상을 처음 만난 장소이기도 하다.
보통의 여행 에세이가 여행을 떠난 저자 한 명의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두 사람, 또는 그 이상과의 ‘대화’로 묘사된다. “무슨 놀이동산에 온 것 같지 않아?” “정말 딱 적절한 표현인 것 같아. 이스탄불은 테마파크 같아.”- <아테네 1권> 본문 중
독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소개되는 여행 에세이 형식에서 첫 번째 새로움을 느낀다. 미지의 장소에 대한 머릿속 그림을 그리기에 훨씬 더 부드럽고 생동감 넘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일기 형식으로 그려진 28일간의 촘촘한 기록
여행장면소설 <아테네>는 /여행 첫날. 인천, 로마, 아테네/를 시작으로 ... /여행 스물 여덟째 날. 로마, 인천/ 으로 끝나는 ‘28일간의 여행’과 /여행 그 후/ /에필로그/가 더해진 총 30개의 소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행의 시작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까지의 기록이, 시간과 공간의 흐름에 따라 굉장히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 부분에서 독자들은 기존의 소설과는 다른 두 번째 새로움을 느낀다.
첫 작품으로 여행장면소설이라는 장르를 소개한 작가는, 실제로 읽는 이들이 그 장면에 완전히 빠져들 수 있도록 가장 고민한 것이 소설의 ‘시점’과 ‘시제’라고 말했다. 그 순간의 감정을 가장 선명하게 묘사하고, 글이 한 호흡으로 읽히게 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는 작가의 말대로 이 두 권의 장편 소설은 놀라울 정도로 순식간에 읽힌다. 작가의 의지와 고민이 담긴 그녀만의 문체가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음악과 그림으로 끌어가는 풍성한 감성
여행장면소설 <아테네>는 작가가 직접 그린 14장의 삽화와 주요 장면에 등장하는 7곡의 음악이 실려있다. 그때그때의 음악을 함께 들으며 글을 읽은 독자라면 모두 이 책의 타이틀 곡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의 주된 감정과 메시지가 되는 하나의 곡과 장면의 분위기를 돕는 6곡의 음악이 글을 읽으며 만들어진 감성을 몇 배로 확장시킨다. 때에 맞게 시각과 청각을 사용하여 감성을 연출해내는 작가의 감각이 정말 놀랍다. 이 책을 손에 쥔 독자라면 그림과 음악이 안내하는 대로 풍성한 감성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 행복 그리고 위로.
여행장면소설 <아테네>를 로맨스 소설 장르에 넣고 싶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삶이다. 오늘 하루, 사랑을 느낀 하루, 맛있는 것을 먹은 하루, 비가 오는 하루, 새로운 사람을 만난 하루???. 겉으로는 여행을 하고 있지만 실은 너무도 평범한 우리의 일상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일상의 소중함을 말한다. 두 사람이 행복한 이유는 여행을 하고 있어서가 아닌, 서로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2~30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세상을 보는 시선을 대화로 풀어냈다.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우리는 함께 고민하고 함께 웃는다. 그리고 결국 함께 행복해질 것이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좋다.’ 출판사의 입장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 민망하고 쑥스럽지만, 정말 복합적이어서 이렇게 말하는 게 낫다. ‘새로워서 좋고, 에세이 같아서 좋고, 소설 같아서 좋고, 잘 읽혀서 좋고, 웃겨서 좋고, 진지해서 좋고, 그림이 있어서 좋고, 음악이 있어서 좋고...’이렇게 말하는 게 더 팔불출 같지 않은가?
자칫하면 중구난방이 될 수도 있었던 것이 고맙게도 한 마리의 공작처럼 아름답고 자연스럽게 품어졌다.
여행장면소설 <아테네 1, 2>를 직접 열어 꼭 이 풍성함을 누려보길 추천한다.
기본정보
ISBN | 9791196444419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09월 30일 |
쪽수 | 262쪽 |
크기 |
136 * 206
* 23
mm
/ 386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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