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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의 풍토와 관습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박하고도 흥미로운 열다섯 편의 이야기들은 비록 짤막한 것들이지만 외부인들의 눈에 스친 겉 모습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가장 프로방스적인 것의 깊숙한 부분들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자기들만의 아주 독특한 자의식을 가진 프루벤소 토박이들이 펼치는 어리숙하고 혹은 약삭빠르고, 경건하고 혹은 속되고, 용감하고 혹은 비겁하고, 인정스럽고 혹은 냉혹하고, 담담하고 혹은 격렬하고, 순리적이고 혹은 억지스러운 삶의 단면들 말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폴 아렌
(Paul Arene)은 1843년 프로방스 시스터롱(Sisteron)에서 태어나 1896년 앙티브에서 죽은 시인이자 작가로서 프로방스 문학을 대표하는 사람들 중 하나이다. 23세에 발표한 희곡이 파리 오데옹 극장에서 상연되어 성공을 거두면서 작가로서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대표작 Jean-des-Figues 외 다수의 프랑스어 작품과 프로방스어 시를 남기는 등의 독자적인 창작 활동과 함께 옥타브 미라보, 알퐁스 도데 등과 교유하고 협력하였다. 특히 조제프 루마니, 프레데릭 미스트랄, 테오도르 오바넬 등 프로방스 작가들과 지속적으로 연대하면서 프로방스 문학의 보존과 발전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였다.
번역 강연준
경상북도 금릉군에서 태어났다. 공부와 일 때문에 고향을 떠나 삼십 년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서울 및 해외에서 생활한 뒤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책으로 혹은 인터넷으로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및 서양 고전어로 된 문서들을 번역해왔다.
목차
- 프로방스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 (옮긴이의 말)
빨간 적수
황금 못
피탈뤼그의 아리코
미친 사람의 밭
매미들의 죽음
로크베르의 고수
눈 먼 여우
행복한 사나이
내 친구 나즈
국고금 탈취 사건
쿠로-비아소
성인의 속임수
썽잠의 모자
사제의 양봉
세네 씨의 버드나무
책 속으로
... 그러나 모든 것이 끝장 났습니다. 밀납 먹인 그 예쁜 호두나무 빵 바구니조차 팔아야 했습니다. 아이들은 그날 수프를 먹지 못한 보상으로 베니스탕이 알고 있는 유일한 이야기인 곰 사나이 장과 마왕의 싸움 이야기를 스무 차례나 듣고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불행의 절정은 그토록 충직하던 고양이 가나고비가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이따금 타르디브는 일어나서 마을을 향하여 “가나고비! 가나고비!”하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불운의 냄새에 쫓겨나간 가나고비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타르디브의 마음을 비참하게 찢어놓았습니다. 팔 년 만에 처음으로 그녀의 입에서 슬픔에 찬 원망이 나왔습니다.
“아, 변변치 못한 사람 같으니... 차라리 당신이 팔 다리 없이 태어났더라면 우린 황금 못들이 박힌 대문 안에 살고 있었을 거예요.” ... (황금 못)
... 라 중이 거들면서 말했습니다.
“이거 잘 가져가서 심으세요. 우리가 가진 마지막 아리코란 거 알죠?”
“여보, 이번에도 만약 당신을 실망시킨다면 악마가 나를 지옥불에 태울 거요. 저녁에 봐. 이랴! 나귀야, 가자.”
피탈뤼그는 출발했습니다. 나귀 뒤에서 의연한 자세로. 그런데 불행히도 성 길목에서 그는 시뻘건 눈을 한 이발쟁이 겸 가발쟁이인 프라를 만났습니다. 그는 어느 농막에서 밤새도록 카드를 치고서 돌아오는 길입니다.
“이제사 돌아오나, 프라?” ... (피탈뤼그의 아리코)
... “부사관, 들어와서 새 포도주 한 잔 하쇼.”
부사관은 사람들과 물건들을 살펴보려고 들어갔습니다. 농막은 등과 북만 제외한다면, 물뿌리개나 바구니가 있다고 해서 특이하다 할 것은 아니어서 여느 오두막들과 다름이 없었고, 진짜배기 프로방스 남자들이 친구들과 함께 야외로 나와서, 그 무엇보다 마나님으로부터 벗어나서 달콤한 일요일 하루를 지내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주방 기구들이 걸려 있는 흰 석회벽 위에는 “마시자! 노래하자! 즐기자!” 따위의 유쾌한 글귀들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또한 역대 참석자 명단들이 기록되어 있었고 죽은 이들의 이름 옆에는 연필로 십자가 표시가 그려져 있어서 바로 이 오두막에서 이루어졌던 모임의 날짜와 추억을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 (로크베르의 고수)
... 학교를 마치고 마을 아래쪽을 뛰어갈 때 우리는 옛날 하수관이 입을 벌리고 있는 거무스름한 아치 아래로 지나 다녔습니다. 우리는 거기로 무리 지어 달려가면서 소리쳤습니다.
“빨간 모자 경찰관, 꼴찌를 체포하랏!”
나는 돔니느의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가 더 앞에 달릴 수 있게 해주려고 조금 뒤에서 달리곤 했습니다. 빨간 모자 경찰관에게 잡히는 것을 정말 싫어했음에도 말이지요. ... (매미들의 죽음)
... 에스테브 옹은 양들이 길을 잘못 들어서 푸른 밀밭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길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 팔십 세의 손으로 돌 덩이 하나를 들고 되풀이해서 말했습니다.
“두 팔을 십자가 모양으로 벌리고 코를 땅에 대고 쓰러졌지. 두 팔을 벌리고...”
그리고 한 동안 침묵하더니 말했습니다.
“혁명, 그건 끔찍했다네. 두려움이 사람들을 늑대로 만들어버렸어!” (국고금 탈취 사건)
출판사 서평
프로방스의 속 모습을 보여주는 작은 프로방스 문학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한국에 프로방스 문학이 소개되는 일은 그리 흔치 않은 경우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폴 아렌은 이 책을 통해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가입니다.
님므 출신으로서 프로방스를 너무나 사랑한 작가 알퐁스 도데가 노스탈직한 아름다움으로 그린 곳, 체코 출신 릴케가 늘 동경하여 마지않았을 뿐 아니라 여행 중에 각별한 감흥을 편지에 담은 곳, 그리고 오늘날 수많은 여행작가들이 들뜬 문장들과 채도 높은 고해상도 놓은 사진들로 가득 채운 여행서에 앞다투어 그리는 곳이 프로방스입니다. 하지만 알퐁스 도데처럼 프로방스를 사랑한 옆 동네 출신도 아니고, 릴케처럼 프로방스를 동경한 외국 사람도 아니며, 잠깐 스쳐가는 관광객도 아닌, 그 자신 프로방스 토박이이자 대표적 작가인 폴 아렌은 막연한 동경이나 상기된 과장이나 눈을 끄는 천연색 그림 한 장 보여주는 일 없이 프로방스와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간결하고 소박하게 전합니다. 자극적이고도 기발한 오늘날의 읽을거리, 볼거리들에 익숙한 미각으로는 밋밋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넘쳐나는 작위적 표현과 기법에 미각과 정서가 얼얼하게 마비 되어 버린 독자들은 오히려 수수하면서도 다채로운 맛의 진짜 프로방스 이야기에 매료될 것이며, 더러는 이 짧고 간결한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가 오래 동안 한 구석으로 밀쳐두고 있었던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 한 조각을 다시 꺼내보게 될 것이며, 더러는 오래 전 고향에서의 여름날 따가운 햇살과 파란 하늘에 드높이 피어오르던 흰 구름과 햇볕에 튀겨지듯 울어대던 매미소리 그리고 그곳에서의 아름답고 천진했던 시절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미 오래된 책이지만 프랑스에서는 지금도 바캉스용 독서 추천 목록에 선정되고 있습니다.
기본정보
ISBN | 9791196330934 |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6월 20일 | ||
쪽수 | 186쪽 | ||
크기 |
128 * 188
* 16
mm
/ 233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Contes de Provence/Arene, Paul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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