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있어 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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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기다리는 세상을 펼쳐 보인다!
시를 다 읽은 느낌이 꼭 그러하다. 위험하고 비밀스런 숲을 지나자마자 눈앞에 장대하게 펼쳐지는 시원의 대평원을 마주하는 그런…… 김인태가 기다리는 세상이 바로 그것이며, 나는 이 길의 존재를 틀림없이 믿는다. 이는 곧 김인태가 스스로 인정하듯 저 19세기 독일 시인이었던 횔더린의 시 그림자에서 벗어나 장차 열어 보일 시 세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이병천(소설가)
작가정보
군산제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북대 행정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지방행정고시(5급)에 합격한 이후, 군산시청 세무과장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하여 외교통상부 1등서기관과 주 뉴욕총영사관 동포영사를 역임 하였으며, 전북도청에서 정책기획관과 문화체육관광국장을 거쳐 현재 정읍시청 부시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평소 철학 관련 책을 즐겨 읽었다. 특히, 플라톤에서부터 현대 철학에 이르는 서양철학 2000년 역사와 치열한 논쟁을 전개하였던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를 연구하면서 알게 된 시인 횔더린의 영향을 받아 우리 민족의 역사와 사상에 뿌리를 두고 시를 쓰기 시작했다.
목차
- 시인의 말 ― 4
1부 ― 봄
팔십억 개의 세계 ― 12
희망꽃 ― 14
새싹의 말 ― 16
할미꽃 ― 18
또 하루 ― 20
연기緣起 ― 23
무거운 봄 내음 ― 24
새싹 기르기 ― 26
봄바람 ― 28
목동 1 ― 30
무지개 ― 32
구름아 구름아 ― 34
5월 ― 36
정읍천井邑川 ― 38
사랑으로 ― 40
2부 ― 여름
가려진 하늘을 보며 ― 44
개미자리 ― 46
가위눌린 잠 ― 48
길고 긴 밤 ― 49
소리 탐구 ― 50
마음을 긷다 ― 52
성장통 ― 54
그리움 전할 자리 ― 56
어떤 잉어 한 마리 ― 58
고통스런 기도 ― 60
해를 우러르며 ― 62
불가마 속에서 ― 64
님과 함께 ― 66
천둥소리 ― 68
미스터리 ― 70
심술가 ― 72
영원의 노래 ― 74
단심가 ― 76
홀로 외로운 님아 ― 78
벌레 ― 80
사부곡 ― 82
메아리 ― 84
3부 ― 가을
황금빛 꿈 ― 86
숲길 ― 88
구름에게 전하는 말 ― 90
추수를 기다리며 ― 92
민들레 홀씨 ― 94
목동 2 ― 96
지중해 ― 97
두보초당에서 ― 98
축제의 날 ― 100
가을 나무에게 ― 102
담쟁이 품속 ― 104
퇴근길 단상 ― 106
빈 의자 ― 108
만추 ― 110
그대여 ― 112
우화를 꿈꾸며 ― 114
세월아 세월아 ― 116
오색 감나무 ― 118
청개구리 ― 120
낮달과 술 한 병 ― 122
동행 ― 124
단풍비엔 꿈이 흐른다 ― 126
구절초 눈물 ― 128
4부 ― 겨울
눈꽃 ― 132
12월 ― 133
윤회 소고小考 ― 134
첫눈 첫 눈송이 ― 136
커다란 숲 작은 별빛 ― 138
비밀의 문 ― 140
만경강 철교 ― 142
희망의 노래 ― 144
레테의 강 ― 146
길 ― 148
까마귀 ― 150
추억돌 ― 152
사이, 사이로 ― 154
주름 ― 156
다시 폭풍 속으로 ― 158
자경문自警文 ― 160
살아 있는 것들에게 ― 162
해설 ― 164
한민족 근원사상의 뿌리로부터 추구되는 천지인 합일에의 꿈과 실현에의 지난한 여정 (김익두)
출판사 서평
민족 근원사상의 뿌리로부터 추구되는 천지인 합일에의 꿈과 실현에의 지난한 여정
1
김인태 시인은 천성적으로 참 맑은 영혼을 지녔다. 그의 시를 읽고 있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시인의 맑은 영혼에 빠져든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들게 하는 순수한 정화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시가 지향하는 것은 언제나 맑게 갠 푸른 ‘하늘’이다. 그 하늘은 그저 물리적으로 푸른 하늘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근원신화에 깊이 뿌리 내리고자 하는 방향에서의 ‘신성한 하늘’이다. 이 점이 시인의 시 세계를 이루는 원형적 동기이다.
다음 시를 보자.
구름 한 점 까지 지워버린
5월의 하늘을 바라보자
자세히 보면
어머니 얼굴이 보이고
삼칠일 참아 낸 곰이
천신을 품에 안고 있구나
수억 년 신화를 숨겨두고
간절히 기도하는 이에게
비밀의 열쇠를 은밀하게
내어주는 청아한 하늘
소중하게 간직한 꿈을
머나 먼 창공에 던져보자
은폐 되어 있던 길은
벼락처럼 찾아오고
불안 속에서도
님은 폭풍같이
그 얼굴을 내밀 것이니
― 「5월」
전문 1연에서 시적 자아는 “구름 한 점 없는 5월의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그런데 2연에서는 하늘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하늘 속에서 어머니 얼굴이 보이고, 그 어머니는 자신의 친모일 뿐만 아니라 “쑥 마늘을 먹으며 어두운 굴속에서 삼칠일을 참아내어 마침내 천신 / 하느님을 몸 안에 품게 된” 우리 민족의 신모인 ‘웅녀熊女’임이 드러난다!
시적 자아가 보고자 하는 하늘은 우리 민족 신화의 근원이자 원형인 ‘단군신화’의 하늘이며, 그가 추구하는 ‘하늘’은 바로 우리 민족의 원형적 하늘임을 알게 한다. 그의 시는 처음부터 간단치가 않다.
3연에 이르면 “그 하늘에 간절히 기도하는 이에게, 수억 년 동안 숨겨둔 신화의 비밀을 푸는 열쇠를 내어준다” 여기서 시인이 추구하는 ‘하늘’에의 지난한 여정의 ‘열쇠’를 발견하게 된다. 시인은 이처럼 “민족의 하늘에의 간절한 기도”를 통해서 그 하늘이 간직하고 있는 신화적 비밀을 풀어가는 지난하고도 기나긴 탐구의 여정에 오른다.
4연에 이르면 그 꿈을 찾아 머나먼 ‘하늘’에로의 탐사 여행을 시작하여 “소중하게 간직한 꿈을 / 머나 먼 창공에 던져보자”고 노래한다. 이렇게 시작된 그의 탐구 여정은 이제 확신에 찬 심정이 되어 이렇게 토로한다. “은폐 되어 있던 길은 / 벼락처럼 찾아오고 / 불안 속에서도 / 님은 폭풍같이 / 그 얼굴을 내밀 것이니”라고.
그의 시가 꿈꾸고 추구하는 ‘하늘’은 우리 민족 궁극의 ‘하늘’이며, 그러기에 그 하늘은 우리 민족이 수천 년 동안 살아오면서 역사 속에서 실현하고자 한 참되고도 간절한 진실의 하늘이다. 그런 ‘하늘/진실/진리’에로의 길은 오랜 동안 지난한 역사 속에서 ‘은폐되어’ 있었고, 그 길은 지난하고 불안한 고난 속에서도 마침내 ‘벼락처럼’ 혹은 “폭풍같이 그 얼굴을 내밀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처럼 도저하고 단호한 신념으로 충만된 맑은 영혼이라는 점이 우선 그의 시를 보는 우리의 눈을 놀라게 한다.
2
이런 ‘하늘’을 찾아 떠나는 그의 시적 탐구 여정은 먼저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세계’의 다양성 탐구에서부터 시작한다.
다음 시는 그런 그의 출발을 알리는 시다.
태초에 둘이 있었다
아담의 세계
하와의 세계
둘의 세계 서로 연결되어
또 다른 세계가 열리고
무수한 시간 속에서
헤아릴 수 없는 세계들이
대지 위에 자리 잡았다
신비로운 세계들은
존재의 빛을 만방에 퍼트려
조화로움 속에서
하늘을 숭배하며 살았도다
왜 하나의 세계를 만들려
그리 애쓰는가
얼마나 지루하고 삭막한
세상인지 정녕 모르는가
다른 것은 다르게 놔두자
하나의 세계가 아닌
팔십억 개의 세계가 있다면
신성이 임재한 세상은
스스로 열릴 것이니
― 「팔십억 개의 세계」 전문
이 시는 ‘태초에는 둘뿐이었던’ 인간이 팔십억 명의 인구로 불어나, 오늘날의 세계가 “팔십억 개의 다양한 세계”로 바뀌었다고 노래하고 있다.
이처럼 시인이 추구하는 ‘푸른 하늘’, 푸른 진리의 하늘은 ‘지루하고 삭막한’ 기성논리나 낡은 이데올로기의 ‘하나의 세계’가 아닌, 모든 인류 각자가 하나의 세계인 “팔십억 개의 다양한 세계”에 “신성이 임재”하도록 하는 신령스러운 하늘이다. 그리고 그런 하늘은 “다른 것은 다르게 놓아둠”으로써 가능하며, “지루하고 삭막한 하나의 세계”를 강요하여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다양성의 세계’임을 확신에 찬 단호한 어조로 노래하고 있다.
3
그러면 이 시인의 시적 진실 탐구의 여정은 어떻게 다양하게 추구되고 있을까? 구체적인 실천 방법은 다음 네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첫째, 역사의 인식을 통한 실천, 둘째, 하늘을 향한 실천적 상승의 방법, 셋째, 사계절의 순환에 의지하는 방법, 넷째, 숲/자연을 통한 방법 등이 그것이다.
첫 번째 방법은 다음과 같은 정읍지역 역사를 노래한 시에서 분명하게 표현되고 있다.
아득한 시간을 품고
쉼 없이 흐르는
생명의 물줄기
행상 나간 남편
기다리던 여인의
눈물은 샘이 되어
물결을 이루니
어찌 그곳에
발을 담그랴
최치원의 학덕과
정극인의 절의가
나누었던 대화는
정읍 현감 이순신
녹두 장군 전봉준
기개 속으로
큰 내川를 이루었네
여보게나 잊지 마소
그대 또한
샘고을의 물방울
묵직한 걸음 남겨보세
― 「정읍천井邑川」 전문
김인태의 이 시는 그가 그저 한낱 추상적인 꿈을 꾸는 시인이 아님을 말해준다. 역사라는 큰 물줄기를 놓고, 그 속에서 정읍이 이루어온 여러 대표적인 역사적 인물과 사건들을 인식한다. 백제 유일의 현전 가요 「정읍사」, 남북국시대 말기에 우리 민족의 근원사상인 풍류도風流道를 정읍에 전해준 고운 최치원, 또 그의 풍류사상을 이어받아 「상춘곡賞春曲」이란 우리나라 최초의 가사 작품을 지어 몸소 풍류를 실천한 조선 초기 불우헌 정극인, 그리고 정읍 선비들의 충의정신을 모아 마침내 임진왜란을 물리친 충무공 이순신, 구국의 정신을 우리나라 최대의 혁명으로 불타오르게 한 동학혁명가 전봉준 등으로 이어지는 정읍사井邑史의 위대한 흐름을 그는 찬찬히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또한 시인은 이런 역사를 그저 들여다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여보게나 잊지 마소 // 그대 또한 / 샘고을의 물방울 / 묵직한 걸음 남겨보세”라고 다짐한다.
이런 시적 표현은 시인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하늘’에의 꿈이 결코 추상이나 상상의 차원이 아니라, 분명한 역사적 인식과 실천의 지평에서 나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음은 두 번째 방법 곧 ‘하늘’을 향한 실천적 상승의 방법이 구체화된 시 하나를 보자.
정해진 길로만 걸었네
한눈팔지 않고 걸었네
목적지는 없었지만
이 길이 갈 길이라 믿고
우직하게 걸었네
어느 비 오는 날
다른 길을 걸을 수도 있다고
누군가 계속 속삭여오네
갈 길이 아니라고 외쳐도
그리 갈거라 그러네
정해진 길은 없다지만
속삭임은 귓전을 맴돌며
심연 속의 새싹에
쉬지 않고 물을 주네
― 「새싹 기르기」일부
시인은 ‘하늘’을 향한 길을 가기 위해 마음속 깊은 ‘심연’에 ‘새싹’을 심어놓고, ‘쉬지 않고 물을 주고 있다. “정해진 길은 없지만 / 속삭임은 귓전에 맴돌며 / 심연 속의 새싹에 / 쉬지 않고 물을 주네”라는 표현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그가 마음속 깊은 곳에 심어 쉬지 않고 물을 주는 ‘새싹’은 그의 부단한 물 주기 노력으로, 시골 마을 동구에 서 있는 수백 년 묵은 당산나무와 같이 신성한 우주목宇宙木이 되어, 마침내 그가 도달하고자 하는 그 ‘하늘’에 닿게 될 것임을 우리는 눈치 채게 된다!
세 번째 방법, 곧 사계절의 순환에 의지하는 그의 시의 시적 방법은 이 시집 전체의 배열 방법에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즉, 이번 시집의 시편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 순환 순서에 따라 정리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1부?―?봄> 편에는 「팔십억 개의 세계」를 비롯한 15편의 시, <제2부?―?여름> 편에는 「가려진 하늘을 보며」 등 총 22편의 시, <제3부?―?가을> 편에는 「황금빛 꿈」 등 총 23편의 시가 실려 있고, 마지막 <제4부?―?겨울> 편에는 「눈꽃」을 비롯한 총 17편의 시가 놓여 있다.
이런 배치 방법은 그의 시적 탐구와 표현의 방향이 불변하는 자연 순환의 이치에 토대를 두고 있음을 알게 한다. 즉, 그의 시들은 궁극의 ‘하늘’에 도달하기 위해 마치 사계절의 순환 속에서 작은 ‘새싹’ 하나가 수백 년 동안의 거센 비바람과 한서의 고통을 이기고 마침내 그 끝이 아득한 ‘하늘’에 닿듯이, 이윽고 그가 추구하는 지고의 ‘하늘’에 닿게 되리라!
마지막으로, 그의 시가 추구하는 숲 곧 자연을 통한 ‘하늘’에의 실천 방법이 어떻게 시화되고 있는가를 보자.
한 잎 두 잎
바람결에 떨어지는
샛노란 은행잎처럼
온몸에 쌓여 있던
세월의 때도
조각조각 흩어져
바람결에 날아간다
풍요의 어머니께서
다 주신 줄 알았는데
세월만 아니 주셨구나
시간이 흐른다는 건
익어간다는 의미이니
슬퍼하지 말자
저 높은 곳
비밀의 계단을
차근차근 올라보면
멀지 않은 곳에서
구원의 손길과
마주하리라
― 「세월아 세월아」 전문
이 시는 ‘은행나무’를 노래하고 있다. 여기에서 ‘은행나무’는 유한한 세월/시간 속에서 해마다 ‘세월의 때’를 벗겨내듯이 가을이 되면 수많은 은행잎을 바람결에 흩날리고 서 있다. 그러나 그런 유한한 시간 속에서의 은행나무의 삶은 무의미한 것이 결코 아니며, 시인이 마침내 도달하고자 하는 하늘의 ‘구원의 손길’과 마주하게 되는 지난한 성장의 과정으로 표현되어 있다. “저 높은 곳 / 비밀의 계단을 / 차근차근 올라보면 / 멀지 않은 곳에서 / 구원의 손길과 마주하리라”라는 마지막 구절이 그것을 말해준다.
4
이제, 김인태 시의 탁월한 ‘눈대목’ 몇 편을 보고 우리의 얘기를 마치기로 하자.
온 천지 우윳빛 눈꽃들이
하늘 끝에 매달려
몸을 부르르 떤다
온갖 것들이 가까이 하려 하지만
단호하게 저리 가라 호통치고,
한 걸음 한 걸음 다가 갈수록
하얀 꿈들은 점점 더 멀어져간다
모든 빛들을 튕겨낸 눈꽃들은
어둑한 손길을 뒤로하고
대지의 품으로 안긴다
희망은 위험 속에서 꽃이 피고
두려움이 없는 자들에겐
그 얼굴을 생생히 보여준다
― 「눈꽃」 전문
순수의 절정인 ‘눈꽃들’이 하늘 끝에 매달려 몸을 부르르 떤다. 이 시의 시적 자아는 ‘순수’의 절정에 다가가려 애를 쓰지만, 순수의 꽃들은 ‘하늘’이 우리에게 늘 그런 것처럼,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더 멀어져간다. 그리고 그 눈꽃들은 시적 자아에게 ‘모든 빛들’을 보여주고는 마침내 대지의 품에 안긴다.
이 대목에서 천상의 순수인 ‘눈꽃’이 지상 대지의 품으로 안기는 모습을 바라보는 시적 자아는 마침내 그 순수의 비밀을 본다. 즉, 하늘의 순수 절정인 ‘눈꽃’은 하늘로 날아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마침내 대지의 품에 안기는 것이다. 시인은 천상의 순수 절정이 사실은 지상을 향하고 있음을 본다!
이 ‘비밀’ 곧 천상적 절대 순수의 표상인 ‘눈꽃들’이 비순수의 지상 대지의 품에 안긴다는 것은 ‘눈꽃’으로서는 매우 ‘위험한’ 실행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기 자신의 속성과 반대되는 더러운 지상 대지의 품에 자신이 안기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시인은 곧 ‘위험하고 위대한 비밀’을 이 대목에서 보고 있다. 마침내 시인은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희망은 위험 속에서 꽃이 피고 / 두려움이 없는 자들에겐 / 그 얼굴을 생생히 보여준다” 이 시인의 ‘희망’은 ‘하늘’의 순수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순수 절정의 표상인 ‘눈꽃’이 그와는 반대되는 비순수의 대지 품에 안기는 모습을 보며, 시인은 마침내 그런 ‘위험’ 속에서만이 자신의 순수 궁극에의 추구가 ‘꽃 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위험 곧 ‘눈꽃/순수/자아’가 ‘대지/비순수/타자’를 포용하고자 하는 지극히 위험한 실천을 감행하는 자, 곧 ‘두려움이 없는 자들’에게만, 진리/진심은 “그 얼굴을 생생히 보여준다”는 것을 시인은 이 ’눈대목‘에서 분명히 깨닫고 있다!
5
여기까지가 ‘눈꽃’의 시인 김인태가 도달한 중간 절정이다. 앞으로 이 ‘위험한 시인’이 다시 어떤 더더욱 ‘위험한 모험’을 감행할지는 우리가 함께 따뜻한 눈과 마음으로 지켜볼 일이다. 이 위험한 모험 여행은 우리가 함께 더불어 살고 있는 이 땅의 신화·역사·문화를, 이런 드높은 창조의 비밀스런 지평에서 어떻게 새롭게 융합하고 실천하는 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런 ‘위험한 시인’이 우리 곁에 살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앞으로, 우리도 함께 이 위험한 시인의 행로를 따라 더욱 더 위험해지기로 하자.
― 김익두(시인, 전북대학교 국문과 교수)
한 시인의 말 “너, 인생이 뭔지 아니? 그냥 목적지 없이 걷는 거야. 물론 걷다 보면 길을 잘못 들 수도 있고, 때론 물가에 빠져 허우적댈 수도 있지. 하지만 계속 가다 보면 그곳에 웃고 서 있는 네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야. 누가 아무리 네 다리를 걸어도 그냥 걷다 보면 목적지가 나와. 때론 너에게 달려들어 우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그러면 덜컥 안아줘 봐. 그게 인생이야.”
대학교 일학년 신입생 시절에 대학 선배가 했던 말입니다.
“그냥 걷다 보면 안아 줄 사람이 있다고? 그냥 안아 주라고? 내 가슴속에 폭탄이 있는 거 같아. 언제 터질지 몰라. 그래서 잠도 오지 않고 안아 줄 수도 없어”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선배의 철학적 멘트에 감히 답변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삼켰던 기억이 있습니다.
선배의 화두가 살아오는 내내 제 가슴을 지배하여 왔고, 아직도 그 답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어렴풋하게나마 보이는 실오라기 한 점 한 점을 엮다 보니 한 권의 시집이 되었습니다.
우리 앞에는 수만 년 동안 온 우주가 기지개를 켜 왔지만 그 생동하는 힘에 대하여 한결같은 감동을 느끼지 못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설렘과 떨림의 감정들이 메말라 가고 있는 것은 왜일까요?
세상에 존재하는 흙과 먼지, 하늘, 바람, 산과 바다, 심지어 우리가 사용하는 도구에 이르기까지 이유 없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속도와 개발 만능의 시대에 살면서 이들을 공존의 대상이 아닌 지배의 대상으로만 보아 왔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이제는 존재의 빛에 말을 걸어 볼 때가 아닌가 합니다. 그러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존재의 빛이 항상 우리 곁에 있어 왔음을 느끼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부족한 이 책을 통하여 하늘과 땅 그리고 자연이 품고 있는 우리 한민족의 근원적 힘과 존재의 비밀을 조금이라도 느끼실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 시인의 말 중에서
기본정보
ISBN | 9791196270650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4월 25일 |
쪽수 | 180쪽 |
크기 |
133 * 205
* 17
mm
/ 214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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