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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게 나를 묻다]는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하지만 나무라는 공통된 매개체를 통해 묵묵히 자신의 인생을 걸어가고 있는 다섯 사람을 만나 자연 그대로의 나무, 인간과 분리할 수 없는 나무, 침묵으로 이야기하는 나무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이다. 저자는 이들과 가진 짧은 여행에서 갈등, 외로움, 쓸쓸함, 용기, 소통이라는 감정에 어울리는 나무들의 일생을 읽어내는 한편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욕망에 허우적대는 현대인들에게 발밑과 등 뒤를 뒤돌아볼 것을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정상희
목차
- 첫 번째 이야기_갈등
어제 충분히 치열했다면 오늘 슬프지 않다 [제주 환상숲 곶자왈공원]
우연과 인연 사이… 숨소리까지 움켜쥔 이야기꾼
삶이 치열해야 가려진 것이 보인다
나무의 진짜 나이는 아무도 볼 수 없다
삶이 그대로 기록되는 숲
숲을 알아봐 주는 사람
두 번째 이야기_외로움
쓸쓸한가요? 나를 만날 시간이군요 [횡성 미술관 자작나무숲]
‘겨울나무’가 전하는 이야기
나무도 줄 세우는 불편한 풍경과 작별하다
예술은 먼 곳에 있지 않다 겨울이 여름과 멀지 않듯
흔들림 없이 한 길로
세 번째 이야기_기다림
세월을 다듬어 소리를 찾다 [괴산 알마기타공방]
감동이 되려는 몸부림
서로 다른 쓰임새가 모여 좋은 악기가 된다
기다림이 나를 완성하다
욕심과 회의 사이…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
네 번째 이야기_용기
이제 ‘미스김’에게 이별을 고하세요 [단양 정향나무농장]
내게 싫은 소리 하지 않아 좋다
우리가 놓친 것에 대한 반성
멸종위기 토종 라일락에 곁을 내줄 때
나무와 나는 게으름이 닮았다
다섯 번째 이야기_교감
나무가 말했다, 힘이 아니라 시간이라고 [우드카빙공방 어제의 나무]
덜어내야 형체가 나온다
목수의 아들, 나무로 돌아가다
나무를 이기려하지 마라
우리 모두 빚을 지고 산다
에필로그 나무에게 덜 미안한 일상을 위해
책 속으로
-----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닌, 내가 원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꿈꾸는 일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마주하는 삶이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나무가 나무를 비교하지 않듯 오로지 나만의 의도대로 사는 삶. 겨울이 와도, 외롭고 쓸쓸해도, 슬프지 않은 시간이다.
----- 튕기는 직접적인 행위보다 최초의 소리를 받아 감동의 음으로 완성시키는 것은 나무가 담당한다. 그래서 좋은 기타를 만드는 일도 좋은 나무를 고르는 것에서 출발한다. 고민도 깊을 수밖에 없다. 잘 만들기 이전에 잘 갖춘 재료를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재주 이전에 재료, 사람 이전에 자연이 있어야 한다.
----- 잘 울려야 하는 앞판은 스프루스Spruce, Picea abies가 주로 쓰인다. 이 나무의 특징은 가볍고 진동이 잘되는 성질을 가졌다는 것이다. 기타는 극과 극을 가진 두 나무가 만들어 내는 소리다. 그 중 특히 스프루스는 진동 전달 속도가 최상위권에 속한다고 한다. 활엽수는 탄성이 더 강하지만 밀도가 높아 이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다. 그래서 스프루스가 음향적으로는 가장 우수한 나무로 선택된다.
----- 자연에서 얻은 나무를 또 다시 햇볕과 바람이라는 자연에 맡겨 시간을 더한다. 그 기다림이 길고, 인내가 오래될수록 소리는 깊어진다. 나무에게는 우선 잘 자라야 하지만, 다 자란 뒤에도 견뎌야 하는 시간이 있다. 살아서 충분히 제 몫을 한 나무는 죽어서 더 큰 쓰임으로 살아남는다.
----- 나무는 게으르다. 그 게으름이 자신과 같다고 했다. 어째서 게으를까. 나무는 햇볕이 허락하는 만큼, 비가 허락하는 만큼만 자란다고 했다. 인위적으로 바꿀 수도 없고 바꿔서도 안 되는 원칙. 하지만 나무는 게으르게 꾸준히 자란다. 그런가. 그러고 보니 인간의 욕망은 자신을 썩게도 만드는구나.
----- 토종 라일락 중 가장 대표적인 종은 정향나무Syringa velutina var. kamibayashii다. 지리산에서 백두산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해발 1300m 이상에 주로 분포한다. 북방계 아고산식물의 특성상 남한보다는 북한에 개체수가 더 많다.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이 최대 자생지다. 남한에서는 주로 지리산, 덕유산, 오대산, 설악산, 향로봉 등의 고지대 능선에 분포한다.
----- 나무를 깎는 동안 칼은 직선운동을 하지 않는다. 주먹을 쥐었다 펴는 과정에 따라 반원 모양으로 움직인다. 작업자는 살짝살짝 그 각도를 돌려가면서 나무를 깎아 나간다. 처음에는 얕게 조금만 깎아야 한다. 주먹을 쥐었다 펴면서 깎는지 의식적으로 확인도 해야 한다. 이렇게 돌면서 나무를 깎고 있는 게 스스로 확인되면 그 과정을 계속하면 된다.
----- 자원이라고는 대부분 부족해 사람마저 자원이 되는 나라에서 ‘인적 자원’으로 길러진 우리는 목표중심적 사고에 너무 익숙하다. 그걸 버려야 나무 조각의 진짜 즐거움을 알 수 있다. 나무 도마나 나무 숟가락이란 나무를 깎는 행위의 핑계일 뿐이다. 그 행위 자체가 즐거우면 우드 카빙은 우리 생활로 끌어올 수 있다. 취미가 되고 놀이가 되고 그렇게 내 안에 자리 잡다 보면 문화가 된다. 그 문화는 확장할 수 있고 주위를 감염시킬 수도 있다
----- 곶자왈에는 사람 손이 타지 않아야 수십 년을 주기로 번성과 쇠퇴를 주고받으며, 다음 생을 위한 토양이 만들어진다. 자작나무도 자연스럽게 둘 때, 처연하지만 고고한 자작나무만의 아름다움이 극대화된다. 기타를 만드는 여러 가지 나무는 베어 둔 채로 세월을 입혀야 소리가 스며든다. 아고산지대에서 자라던 정향나무도 낮은 해발 고도로 끌어내려와 적응시키는 작업에 자연만 있을 뿐 사람이 끼어들 틈은 없다. 나무를 깎아 무엇을 만드는 과정에서조차 나뭇결을 이해하고, 결을 따라 손이 움직이는 대로 흘러가야 한다.
출판사 서평
곶자왈공원에서는 숲은 고요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갈등이 반복되며 삶을 완성해나가는 장소임을 알 수 있다. 흙이 아니라 용암이 흘러 쌓여 생겨난 특이한 생태환경에서 이뤄지는 사계절이 식물에게 어떤 삶을 요구하는지, 우리는 얼마나 한 곳만 고집하며 살고 있는지 일깨워준다.
자작나무숲에서는 정형화되지 않은 나무와 오직 침묵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쓸쓸함을 직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알마 기타공방에서는 오랜 시간을 살아낸 나무가 아름다운 소리를 울리는 악기가 되기 위해 다시 숱한 기다림을 견뎌야 함을 보여준다. 거기에 여러 종류의 나무가 어떻게 조화를 이뤄 최고의 소리에 다가가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단양 정향나무농장에서는 십여 년간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걸으며 토종 정향나무 복원에 힘쓴 남자의 고집에서 경제적 풍요를 위해 놓치고 살아온 작은 역사를 되돌아본다. 낮은 곳으로 내려와 부끄러워하며 슬며시 자라는 토종 라일락들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얻을 수 있다. 공방 어제의 나무에서는 쉼 속에서도 목적과 노동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에게 소통과 제대로 쉬는 것이 무엇인지 나누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하루하루 ‘버틴다’는 말이 더 어울릴 팍팍한 일상 속에서 이 글을 펼쳐든 누군가 숲의 치열함이 갖는 생명력에 조금 감동할 수 있다면, 평생을 행복하기 위해 나무를 심는다는 말에 잠시 고개 끄덕일 수 있다면, 좋은 소리를 위해 수백 년을 기다린 나무에 슬며시 경외심이 든다면, 올 봄 길가에 핀 라일락을 보고 토종 라일락 한 그루 심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언뜻 든다면, 나뭇결을 조금씩 덜어내다 나중에는 숟가락이든 도마든 손에 쥐어지는 경험이 슬쩍 궁금해진다면… 나무에게 조금은 덜 미안해도 될 것 같다고 고백한다.
■ 저자 소개
정상희
: 서강대학교 국문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경제일간지 파이낸셜뉴스 건설부동산부 담당기자로 일한다.
국문학을 전공했지만 단 한 번도 신춘문예를 꿈꾼 적은 없다. 문학을 공부할 때는 숫자로 돌아가는 세상, 돈이 되는 무언가가 궁금했고, 대학원에서 고전 산문을 공부할 때는 언론고시를 더 열심히 준비했다. 박사과정을 중도에 접고 기자가 되어 매일 활자화되는 기사를 쓰면서야 진짜 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그리고 이제 세상의 판단이나 눈앞의 이익보다 내가 더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며 살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확신을 한 장 한 장 엮어가고 있다.
기본정보
ISBN | 9791196215316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04월 02일 |
쪽수 | 246쪽 |
크기 |
129 * 187
* 18
mm
/ 319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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