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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3호 엄청나게 큰 것의 반대는 현실의 우리를 가로막는 ‘엄청나게 큰 것’의 ‘반대’를 이야기하는 영화에 대하여 탐구합니다.
씨네 페미니즘 매거진 〈세컨드〉 3호는 성과주의가 만연한 도시의 삶에서 안으로 풍성한 삶으로의 전환을, 타인의 고통을 스크린에 담는 이에게 필요한 실험적 사고와 혁명을, 역사 영화가 여성의 존재를 지우고 있는 현상에 대한 문제 제기를, 사운드와 같은 기술 영역에도 페미니즘이 필요한 이유를, '땐뽀' 대회를 준비하는 소녀들의 땀방울과 피 흘리는 여성들의 연대를 담은 다큐가 어떻게 나의 삶에서 재생되기 시작했는지를 〈세컨드〉만의 시각으로 풀어냈습니다.
이번 호는 우리가 여전히 영화를 필요로 하는 이유에 대한 나름의 답변입니다. 미투 운동이 이어지며 마음을 둘 작품이 사라지는 상황에서도 영화는 새로운 상상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믿습니다. 영화 안에서만은 중심이 주변이 되고, 주변이 중심이 되는 일이 가능하기를 바랍니다. 영화를 통해 현실에 있는 ‘엄청나게 큰’ 무언가를 넘어설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며, 사소한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작가정보
저자(글) 세컨드 편집부
시네 페미니즘 매거진 〈세컨드〉는 영화적 상상력의 빈곤을 지적하고 더 나은 영화를 위한 대안을 이야기하는 영화 잡지입니다. 여성 영화와 여성 캐릭터, 여성 영화인과 소외된 장르 등 영화계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세컨드'에 지속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탐구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가 성별, 장애, 인종,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누군가를 차별하지 않는 세계가 되기를 바랍니다.
목차
- 006 _ 에디토리얼
SECOND 03 엄청나게 큰 것의 반대
010 _ 리뷰01 특별한 미소를 만드는 사소한 이유들 〈소공녀〉
016 _ 리뷰02 불투명한 사랑의 욕망 〈셰이프 오브 워터〉
022 _ 리뷰03 흔들리는 걸음으로 변화는 온다 〈더 포스트〉
028 _ 리뷰04 가장 보통의 존재에 대하여 〈레이디 버드〉
032 _ 리뷰05 숨쉬는 그들이 맞출 퍼즐은 없다, 그저 톱니가 맞으며 나아갈 뿐 〈쓰리 빌보드〉
036 _ 리뷰06 그녀는 오늘도 달린다 〈여배우는 오늘도〉
042 _ 리뷰07 이름 없이 사라져 가는 개개(個個)의 역사 〈개의 역사〉
046 _ 리뷰08 생이라는 균형의 감각 〈플로리다 프로젝트〉
050 _ 리뷰09 멀고도 가까운 이름, 우리 〈한낮의 우리〉
054 _ 세컨드 인터뷰 01 있는 그대로의 단단함으로 2017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 문혜인 배우
072 _ 기획 01 고통에 다가서는 혁명적 실험들 〈아이 캔 스피크〉, 〈파란입이 달린 얼굴〉, 〈누에치던 방〉이 타인의 고통을 재현하는 방식
084 _ 일러스트 에세이 ‘OLD’ #GIRLS_CAN_DO_ANYTHING!
086 _ 기획 02 겉뜨기의 시간에서 풍성한 삶의 체감으로 일상성의 회복 그린 〈야근 대신 뜨개질〉, 〈리틀 포레스트〉
096 _ 세컨드 인터뷰 02 영화의 미래는 결국 관객에게 있다 〈여배우는 오늘도〉, 〈리틀 포레스트〉 구정아 프로듀서
106 _ 비평 현상(現狀) 그 너머, 사유의 세계 〈스푸어〉
122 _ 편집진 대담 History 속 숨겨진 Her Story에 대하여 역사 영화 속 여성 캐릭터
136 _ 기획 03 삶이 되는 영화, 영화가 되는 삶 우리는 왜 〈땐뽀걸즈〉와 〈피의 연대기〉에 공감하는가
144 _ 스페셜 - 사운드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
156 _ 세컨드 추천선 - 편집진의 추천 단편 〈가까이〉, 〈잘돼가? 무엇이든〉, 〈야간근무〉
책 속으로
취향을 파악하는 것은 한 사람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그간 많은 영화는 여성 캐릭터의 기호와 취향을 쉽게 생략했다. 우리는 영화가 끝난 뒤 그녀가 자식, 남편 혹은 애인 외에 무엇을 좋아했는지 기억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미소의 취향을 설명하는 〈소공녀〉의 섬세한 설정들은 이례적이다. 집 밖으로 나온 미소의 취향은 그녀를 살아 움직이는 인물로 느껴지게 한다. 13p
변화는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 낸다. 결점이 없이 정의롭고 완벽한 히어로가 아니라 반성하고 성찰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변화는 단숨에 확신에 찬 걸음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는 걸음으로, 고민하고 의심하며 찾아오는 것이다. 완벽하지 않을지언정, 과거를 인정하고 변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시대를 만들 수 있다는 스필버그의 완벽한 선언문이다. 27p
〈레이디 버드〉에 쏟아진 찬사들을 기억한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100%’, ‘전대미문의 여성 캐릭터’를 비롯해 신선함을 강조하는 표현들이었다. 그 사이에서 느꼈던 괴리감을 기억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레이디 버드(시얼샤 로넌)는 사실 우리의 모습을 닮은 가장 ‘평범한’ 여학생이기 때문이다. 〈레이디 버드〉는 특별해지고 싶은 ‘가장 보통의 존재’들이 공감할 수 있는 로맨스 코미디 영화다. 28p
〈한낮의 우리〉는 땅으로 떨어지는 비행기로 시작해 하늘로 떠오르는 풍선으로 끝나는 영화다. 너무 밝아서 숨을 곳 없는 한낮의 시간. 햇살이 가득 차오르는 노래방 안에서 같은 노래에 맞춰 함께 춤추는 두 사람은, 각자의 세상에서 도망칠 수 있는 심리적 공간을 아주 잠깐, 서로에게 내어준다. 노래방 시간이 다 끝나면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겠지만, ‘우리’라는 이름이 진짜 이름을 되찾았던 짧은 순간은 쉽게 잊히는 게 아닐 테다. 53p
타인의 고통을 전시하는 것이 영화의 본질적 속성이라면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무마해도 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단지 우리에게는 다른 요구가,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타인의 고통을 전시했는가의 여부가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보여주었는가로 질문을 바꿔야 한다. 타인의 고통을 재현한 방식이 그 고?이 실재하는 사회적 맥락과 만날 때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지, 어느 맥락에 위치해 무슨 논리에 가담하게 될지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보여주는 방식에 대해 보다 깊은 정치적, 윤리적 고찰을 시도해야 한다. 75p
현재 우리가 사는 세계는 전 세계적으로 차별과 혐오의 물결이 거세어 모더니즘 시기 반지성주의로 회귀하는 추세다. 영화 〈스푸어〉는 자기 눈앞의 현상에 머무르고 마는 사고의 한계에 갇힌 이들에 경종을 울리는 스토리와 시점의 교란, 상징적 의미화에 의거한 편집, 환성성의 묘사라는 영화적 시도를 통해 세계의 규칙성과 그것에 대한 통찰이 다른 단계에 대한 통찰로 이어지는 사유의 확장을 영화적으로 실천한다. 기존 질서가 무너지는 구시대의 마지막 순간을 통과하고 있는 우리에게 〈스푸어〉는 장엄한 풍경 속에 담긴 깊은 성찰을 통해 우주적 차원의 삶을 제시하며 소외된 모든 생명을 위로하는 풍성한 텍스트로 남을 것이다. 119p
〈땐뽀걸즈〉와 〈피의 연대기〉 두 영화가 담아낸 일상은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가정의 기반과 일상을 흔드는 사건은 비단 거제에만 있지 않고, 오늘도 누군가는 피를 흘릴 것이기에. 가장 사적인 동시에 정치적인 두 편의 다큐는 엔딩 크레딧이 오르는 순간, 다시 삶 속에서 재생된다. 143p
대부분 영화는 이처럼 적나라한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사운드를 통해 은밀하게 관객들에게 ‘시선’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소리를 부여하거나 빼앗으며, 시선과 재현의 권력을 만들어갑니다. 영화 안에서 여성들은 언어를 발화하기 보다는 몸으로 말하기를 강요당합니다.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로 넘어오면서, 언어(대사)는 영화가 들려주고 싶어하는 가장 직설적인 소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영화들은 여성에게서 언어를 빼앗아 왔고, 그 역사는 어떤 방식으로든 관객들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147p
출판사 서평
현실의 우리는 종종 커다란 벽에 부딪히곤 합니다. 모두가 중요한 것이라 말하는 가치 앞에서 우리의 삶은 사소하고 때때로 모자란 것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다수를 이루는 주류에 속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가 믿는 가치를 사소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주변부의 것으로 치부해도 괜찮은 걸까요? 〈세컨드〉가 조금 다른 길을 가기로 한 영화들을 찾은 것은 바로 이런 의문 때문입니다. 〈세컨드〉 1,2호에 이어 3호에서도 주류에 속하지 못한 상황에 주눅 들지 않고, 스스로를 위한 대안을 만들어 나가는 인물들을 조명했습니다.
한 철학자의 말처럼 ‘실존’은 ‘본질’에 앞섭니다. 주어진 본질에 따라 결정되는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의 가능성을 만들어 나가는 존재이기에 모든 개인의 삶은 가치 있는 것입니다. 소외되어도 괜찮은, 그래야 마땅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거대한 혁명은 때때로 그 반대에 있는, 아주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되며, 우리는 작은 개인이 모여 하나의 역사를 이끌고 굵직한 변화를 만들어 내는 풍경을 지금도 보고 있습니다.
기본정보
발행(출시)일자 | 2018년 07월 13일 |
---|---|
쪽수 | 160쪽 |
크기 |
183 * 258
* 10
mm
/ 401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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