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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2호 여성의 힘은 피해자에서 벗어난 힘있는 여성 캐릭터에 대하여 탐구합니다.
이렇듯 몇 가지 유형으로 전형화 되어 별다른 고민 없이 만들어지고 익숙하게 소비되는 여성 캐릭터들을 ‘납작한 여자’라 명명하고 문제제기를 하려 합니다. 영화 속 여성 캐릭터들이 신체적으로는 볼륨감이 있으나 다양한 삶의 모습을 갖고 있지 못한 채 배경이 되고 있으며, 항상 거대 서사에 짓눌려 있는 모습이 납작하게 보인다는 의미에서 착안한 것입니다. 〈세컨드〉 창간호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기사들은 기존 영화 현상의 의미를 파헤쳐 ‘납작한 여자’라는 화두를 세상에 던지고, 그렇다면 과연 그와 반대로 ‘깊이’가 있는, 소위 ‘입체적’인 캐릭터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하여 지난 1년간 고민한 결과물들입니다. 영화 속 여성 캐릭터들이 존재하는 모습 그대로 새로운 관계들 속에서 마음 놓고 엮일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탐구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다음 호 부터는 본격적으로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을 발굴해 나가는, 보다 다채롭고 구체적인 페이지들이 이어질 것입니다. 또한 여성 캐릭터들을 중점적으로 다루되, 이러한 문제의식을 확장시켜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스크린 속에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모든 캐릭터들에 대해 주목하고, 영화와 캐릭터의 관계를 고찰할 것입니다. 이는 창간호에서의 문제제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실제 영화계의 현실을 바꾸는 데 어떤 식의 답을 할 수 있을지를 고심하기 위함입니다.
〈세컨드〉는 던져진 작은 돌들이 모여 파문을 일으키고, 그것이 자정(自淨)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작가정보
저자(글) 세컨드 편집부
씨네 페미니즘 매거진 〈세컨드〉는 영화적 상상력의 빈곤을 지적하고 더 나은 영화를 위한 대안을 이야기하는 영화 잡지입니다. 여성 영화와 여성 캐릭터, 여성 영화인과 소외된 장르 등 영화계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세컨드'에 지속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탐구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가 성별, 장애, 인종,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누군가를 차별하지 않는 세계가 되기를 바랍니다.
목차
- 006 _ 에디토리얼
008 _ 기획영상전 여성 영화를 말하다 세컨드 기획상영전 '여자 사람'
SECOND 02 여성의 힘
018 _ 리뷰 01 빅 픽쳐의 부품이 아닌 , 저마다의 강렬한 서사로 〈비밀은 없다〉
022 _ 리뷰 02 한국 청년 여성 잔혹사 〈오피스〉
026 _ 리뷰 03 이타적인 힘의 연설 〈죽여주는 여자〉
030 _ 리뷰 04 관계의 파국을 막는 용기 〈우리들〉
034 _ 리뷰 05 한국 영화에 '레즈비언'을 허하라 〈아가씨〉, 〈연애담〉
038 _ 리뷰 06 분노해야 할 것에 분노하는 힘 〈백엔의 사랑〉, 〈노후대책 없다〉
042 _ 일러스트 에세이 01 I'M A "BIG" GIRL NOW 〈헤어스프레이〉
044 _ 기획 01 악녀가 아니라 악당이다 영화 속 여성 악당들을 논하다
056 _ 편집진 대담 불편한 서바이벌 가이드 재난 영화 속 여성 캐릭터
072 _ 배우론 공블리라 부르지 마오 배우 공효진
082 _ 기획 02 고요한, 그러나 장엄한 세 여자의 '자존'그린 〈스틸 엘리스〉, 〈내일을 위한 시간〉, 〈라우더 댄 밤즈〉
094 _ 세컨드 인터뷰 01 마음이 통한다면 그 어떤 캐릭터라도 다양성 외화 수입 배급사 '그린나래미디어' 유현택 대표 인터뷰
104 _ 스페셜 제39회 프랑스 크레테유 국제 여성 영화제에 가다
114 _ 일러스트 에세이 02 Thank you very good night 〈백엔의 사랑〉
118 _ 기획 03 어느날 두개의 선이 나타났다 임신.출산 다룬 자전 다큐 〈소꼽놀이〉,〈두 개의 선〉
130 _ 세컨드 인터뷰 02 우리 모두 가현이다 〈가현이들〉 윤가현 감독과의 인터뷰
142 _ 비평 고요히 돌을 깍아 물길을 바꾸다 〈자객 섭은냥〉
152 _ 세컨드 추천선 작지만 큰 힘 편집진의 추천 단편
책 속으로
석현이 경험했던 이 모든 것은 사실 많은 여성 캐릭터들이 당해왔던 과정이었다. 지금까지 남성 캐릭터에 살해, 납치당하거나 그들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는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울거나 비명을 지를 힘으로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하지 못한 채 다른 캐릭터에 자신의 운명을 떠넘기는 그들의 속내는 감히 이해하기 어렵다. 26p
〈퍼시픽 림〉은 남녀 주인공을 거의 비슷한 비중과 무게감으로 다루며 신뢰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동료 관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존의 히어로물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기존의 히어로 영화들이 남녀 주인공의 관계를 어떻게 그려냈는지 한 번 떠올려보자. 일단 남녀 주인공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남성 히어로 원탑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그와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는 동료조차 남성이다. 여성 인물의 비중은 적으며 개중 가장 비중이 큰 인물조차 남성 히어로와 연인 관계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4p
스크린에는 세상을 구축하는 ‘시각의 힘’이 있다. 그 힘은 우리의 세계를 상상하지 못할 만큼 확장하기도 하지만, 때론 지나치게 협소할 정도로 축소하기도 한다. 영화는 분명, 현실을 재해석하여 넓은 스크린 속에 자신의 세계를 구현할 특권을 부여받았다. 이토록 큰 힘을 품고 있는 영화가 자신의 가능성에 대해서 오래도록 무지했던 것이 아닐까. 예리한 통찰로 현실을 바라보려는 의지를 상실한 채 안일한 답습에 기대온 영화는, ‘권리남용’에서 벗어나 자신이 왜 그 관점의 힘을 부여받았는지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 44p
장르의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더 폭넓은 문제를 야기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다르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배우가 발굴되지 않으면 새로운 시도도 없다. 우리에겐 다양한 이야기를 소화할 더 많은 얼굴들이 필요하다. 단순히 여성 캐릭터의 부재를 논하기 전에, 장르 다양화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9p
캐릭터는 어느 순간 아는 체하는 작가의 손을 떠나야 한다. 그는 자신만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에 스스로의 방식으로 길을 갈 뿐이다. 그 길은 열려있다. 영화는 그저 묵묵히 저 열려있는 지평선을 향해 걷는 캐릭터들의 뒷모습을 좇아갈 뿐이다. 89p
사람들은 영화 속 인물을 통해 인간만이 서로에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연대’를 느끼고 싶어 합니다. 그 연대감이야 말로, 외롭고 고독한 사람들이 인간을 만나고 싶어 하는 진짜 이유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의 눈에 보여 지는 모습이 얼마나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는가 보다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그 감정의 깊이가 맞닿아 살아있는 유기체로서의 연대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겠지요. 138p
출판사 서평
“끓어오르기 직전의 화산과도 같은 시기였습니다. 아니, 양적 팽창의 황금기를 맞이한 2016년의 한국 영화는 고인 못과 같았다고 말하는 게 더 적절하겠습니다. 봉인된 세계는 절망과 괴리의 무게에 짓눌리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생채기 하나 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세계에는 우리의 모습이 없었습니다.
흐르지 않아 늪이 되어버릴 것만 같은 못에 돌이라도 던지는 심정으로, 그간 이류로 분류됐던 것들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별다른 고민 없이 만들어지고 익숙하게 왜곡되어 온 여성, 나아가 소외된 캐릭터를 존중하는 방식에 대한 성찰을 담아 2016년 봄 〈세컨드〉 창간호 ‘납작한 여자’를 발행했습니다.”
창간호를 출간한지 3년이 지난 지금, 〈세컨드〉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변화를 향한 움직임을 멈출 수 없었기에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서 그때의 논의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있습니다. 당시의 치열한 고민들을 현재로 끌어와 다시 생각해보며 그 충돌과 융합에서 느껴지는 희망의 가능성을 독자와 함께 도모하고 있으며, 지금의 영화가 성취해야할 것은 무엇인지 묻습니다.
기본정보
발행(출시)일자 | 2017년 05월 13일 |
---|---|
쪽수 | 160쪽 |
크기 |
182 * 257
mm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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