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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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물
섬사람들
그대는 진실로 아는가
전야前夜
낙선동
조천 할망
풀빛
차르륵! 차르륵! 상군?수 그 할머니
갈치
물에서 온 편지
제2부 불
휴화산
사월의 바람은
억새
입산入山
끊어진 대代
아버지의 그림
잔칫날
국밥 할머니
사진 넉 장
백조일손百祖一孫 ?래 ?는 소리
제3부 흙
꽃 진 자리
복수초의 노래
송산동 먼나무
서우봉 쑥밭
이장移葬
벌초
신촌 가는 옛길
꿩 사냥
죽은 병아리를 위하여
몰라 구장
학생이공종성추모비學生李公鍾宬追慕碑
거친오름 가는 길
정뜨르 비행장
판결
제4부 넋
경계의 사람
몰명沒名
한 아름 들꽃으로 살아
터진목의 눈물
귀양풀이
이승 저승
사혼
정심방
이제는 함께해야지요
휘여 4·3넋살림
후기
추천사
-
“김수열은 자신의 문학적 생애의 큰 부분을 4·3항쟁에 바쳐온 시인이다. 섬 토박이인 그는 그 섬이 겪은 항쟁의 기억을 자신만의 언어, 즉 질박한 그 섬의 언어로 표현한다. 그 섬의 무가처럼 혹은 민요처럼 그 땅의 언어로 노래하기 때문에 그의 시들은 우리에게 특별히 큰 감동의 울림을 준다. 삼광작전에 의해, 일망무제로 모두 죽고, 모두 불타고, 모두 빼앗겼던 4·3의 폐허, 그래서 김수열의 시는 그 검은 초토의 땅에서 솟아난 새 생명의 푸른 나무처럼 느껴진다. 4·3의 폐허에 뿌리를 내린 그 나무는 그 땅에 묻혀 있고 스며 있는 피와 통곡과 분노를 뿌리로 끌어올려 세상을 향하여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
“살아남은 자가 ‘증인’이 되는 세상은 슬픈 세상이다. 시인이 증인이 되는 세상은 더 슬프다. 김수열 시인은 그 슬픔을 육지의 언어인 수직적 관점으로 보지 않고 제주 바다와 같은 수평적 관점으로 본다. 그의 말처럼 섬사람들은 섬의 언어로 울고 분노하고 하소연한다. 그런 언어로 할머니가 거품이 게워질 때까지 보말을 삶듯 70년의 상처를 우려내 마침내 시라는 대바늘로 보말똥을 돌돌 파내듯 4.3의 진실을 증언한다. 이 서럽도록 아프고 뛰어난 시집에 경의를 표하며, 살아 있는 섬에게 두 무릎 꿇어 잔을 올린다.”
출판사 서평
“고운 사람들 그때 다 죽고, 나같이 몰명헌 것들만 더러 남안…….”
- 4.3의 기억을 품은 섬사람들에게 바치는 아픈 찬가
“그날의 고운 섬과 차마 죽지 못해 오늘이 된 이름 없는 섬사람들에게 삼가 이 시집을 바친다.”고 밝힌 김수열 시인은 이번 시선집에 총 47편의 작품을 담았다. 1982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래 36년간 펴낸 6권의 시집에서 ‘항쟁의 노래’만을 가려 뽑아 한 권으로 엮었다. 김수열 시인은 “1983년 「이장」을 발표하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낮은 목소리로 항쟁의 노래를 불러왔으나 돌아보면 부끄럽기 그지없다. 4?3항쟁 70년을 맞아 주변 문우들의 부추김에 기대어 그 부끄러움을 한데 모아 다시 세상에 내놓는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그는 후기를 통해 “이 시집이 그저 아름답고 청정하다는 내가 사는 섬, 그 그늘엔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피와 눈물이 면면히 흐르고 있음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그대 발 딛고 서 있는 땅 밑에서
분노로 일렁이는 항쟁의 핏줄기를 보았는가
늘상 지나치는 바람길 속에서
목 놓아 외쳐 부르던 항쟁의 노래를 들었는가
해방조국 통일조국의 한길에
자랑스레 떨쳐 일어섰다가
이슬처럼 스러져간 그리운 얼굴들을
그대는 기억하는가
인적 끊긴 두메에서
육신은 까마귀밥이 되고
그래도 넋만은 오지게 살아
이대도록 그대의 숨결 속에서
치떨리는 고동 소리가 되어
불쑥불쑥 살아나고 있음을 그대는 아는가
(…)
그대 내딛는 발길에도
마주보는 눈길에서도 살아 오르는
아, 항쟁의 넋을 그대는 보았는가
피로 얼룩진 우리들의 사월이
끝내 내릴 수 없는 깃발임을
그대는 진실로 아는가
- 「그대는 진실로 아는가」 부분
『꽃 진 자리』에서 시인은 “모두 죽고, 모두 불타고, 모두 빼앗겼던 4·3의 폐허”를, 불행한 역사의 그늘진 한 자리를 그 누구보다 찬찬하고 세밀하게 그려낸다. 이로써 한때의 역사가 자행한 비인간성과 잔악성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것은 물론 4.3을 겪은 섬사람들의 한스러운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무자년 4?3시절/ 입산하려다 붙잡힌 국방경비대 소속 탈영병 세 명/ 옴짝달싹 못하게 오랏줄에 묶여 있다/ 헬멧 아래 눈빛이 겁에 질려 있다/ 무성한 잡풀도 겁에 질려 흔들린다”(사진 넉 장」)고 애타는 목소리로 서술하는가 하면 “4?3시절에 집 나간/ 연락 끊긴 사름네 처가속덜/ 다시 싸그리 잡아들연/ 그때 고구마 창고에 가두어놨단/ 첨, 그날은 잊어불 수가 없주”(「백조일손」)고 서늘한 기억을 되짚기도 한다. 나아가 “그러나 아들아/ 나보다 훨씬 굽어버린 네 아들아/ 젊은 아비 그리는 눈물일랑 그만 접어라/ 네 가슴 억누르는 천만근 돌덩이/ 이제 그만 내려놓아라”(「물에서 온 편지」)라며 오랜 상처를 조심스런 손길로 위무하기도 한다.
이번 시선집에는 그간 김수열 시인이 구축해온 언어적 특장이라 할 만한 토속 제주 방언이 다수 포함돼 있다. 섬사람들의 구술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한 매 시편은 사실성과 현장성을 한층 배가한다.
눈이 오나 ?름이 부나 죽어라고 물질허멍 돈을 모안 밧돌레길 샀주 그 중 얼마는 ?태 때 잡혀간 큰아덜 빼 내젠 허멍 ?고 ?시 얼마는 전쟁 나난 ?은아덜 군대 가는 거 빼내젠 허멍 ?고 마지막 남은 건 ?태 때 결국 죽어분 큰아덜 대신 큰손지 대학 공부 시키저 장개 보내 저 허멍 몬 ?고 이젠 매기독닥 펀찍
살아 있는 섬에게 무릎 꿇어 잔 올리고 싶다
-「상군?수」 전문
지금껏 이곳 “살아 있는 섬”에서 자신의 삶을 성실히 일구어온 시인은 이렇듯 이야기 형식으로 그 상처의 세목을 구체화하기도, 생동감 있는 방언으로 육성이 지닌 울림을 전하기도 한다. 이로써 시편들은 그 자체로 구슬픈 진혼곡이 된다. 그런 한편, 시인은 농밀한 아픔을 말하면서도 지나친 개입이나 단정이 아닌 사람과 풍경을 있는 그 자체로 감각화하려는 태도를 고수한다. 이는 시인 스스로가 이 역사의 현장에서 보는 자, 듣는 자, 말하는 자로서의 엄격한 역할을 자임하고 있음에 대한 증표일 것이다.
『꽃 진 자리』에 담긴 시들을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섬사람들의 신산한 삶과 그 속 슬픔과 고통, 나아가 그것을 견뎌내고자 하는 숭고한 역동성을 엿볼 수 있다. 아울러 4?3이 먼 과거가 아니라 여전한 현재임을, 지금 이 순간의 절통한 통증임을 자연히 느낄 수 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이 나라 가장 아름다운 땅에서 일어난 가장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다시금 공감하며,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깊이 전율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96008185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04월 03일 |
쪽수 | 112쪽 |
크기 |
131 * 208
* 12
mm
/ 171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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