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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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옥성호는 출판사 은보를 경영하는 동시에 소설가로서의 길을 걷는다. 지금까지 다수의 전작을 발표했다. 그중 대표적인 장편소설로는 인간의 삐뚤어진 욕망을 꼬집은 종교 풍자 「서초교회 잔혹사」와 믿음과 삶의 가치가 붕괴되어 가는 한 목사의 하루를 담담하게 묘사한 「낯선 하루」가 박하에서, 그리고 종교적 가치로 위장한 인간들이 추구하는 욕망을 한층 깊어진 스토리와 인물들의 밀도를 바탕으로 숨 막히게 전개한 블랙 코미디 「영적 대통령」이 테리토스에서 출간되었다. 2007년 「부족한 기독교」 3부작(부흥과 개혁사)으로 한국 기독교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며 출판계에 입문한 저자는 그 후 「갑각류 크리스천」(테리스토)시리즈를 비롯해 기독교의 현실을 비판하는 다수의 저작을 발표했다. 현재 특정 종교의 바운더리를 넘어 소설가로 제2막 인생을 살고 있는 저자는 이미 다양한 인간의 삶을 통찰하는 다수의 장,단편 소설들의 탈고를 끝내고 현재 장편소설「(가제)유령」과 「(가제)케이크 상자」를 마무리 중이다. 그 외 몇 권의 에세이집 외에도 아버지와의 개인적 회고를 담은 「아버지 옥한흠」과 자전적 성장소설 「아빠는 유학중」등을 출간했다. 한국외국어대학 노어과를 졸업한 후 미국 University of Notre Dame, Mendoza Business School에서 MBA를 취득했다.
목차
- 그날 아침의 전화
검붉은 새벽 바다 위의 불빛들
우리들의 새벽
에필로그
「숨 쉬는 망각」을 읽고
추천사
-
인간의 가치는 어디서 나오는가?
옥성호는 이러한 질문에 쫓기며 칠흑 같은 새벽의 끝에 걸린 인간의 실존을 담담하고도 긴박한 호흡으로 풀어나간다. 30여 년 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현실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는 것은 이 사회가 여전히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스러운 새벽을 소유한 모두에게 사공민이 맞은 새벽이 여전히 낯설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책 속으로
“까불지들 말고. 본인이 원해야 읽는 거지. 왜 너네들이 난리야? 이 반에 누구 자신 있게 읽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어? ”
이 한 마디였으면 모든 상황은 바로 종료되었을 것이다. 그랬어야 했다. 왜냐하면 그는 우리들의 ‘선생’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만큼 철없이 착할 수도 있지만 또 동시에 그 천진함으로 인해 얼마든지 개구리에게 짱돌을 던져대는 우리들과는 달라도 한참 달라야만 했다. 그런데 짧게나마 스쳤던 곤혹감 대신 야릇한 미소가 영어 선생의 얼굴에 떠올랐다. 그가 아이들이 내민 손을 잡는 순간 하나의 인격이 비웃음으로 모욕당하는 현장, 마침내 그 더러운 음모가 가능하게 되었다.
“사공민? 공민이? 사 씨가 흔치 않은데. 혹시 사미자 아들은 아니지? ”
아이들은 ‘사미자 아들’이라는 말에 미친 듯 소리 내며 웃기 시작했다.
- 본문 78페이지 중에서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린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너무 아프다. 나는, 나는 그때 무엇인가 했었어야 했다. 작게는 학교의 억압과 크게는 군사 독재로 대표되는 미쳐버린 암울한 사회 속에서 하루하루를 사는 고작해야 17, 18살의, 그것도 다 자라기도 전에 쪼그라질 대로 쪼그라져버린 용기를 가진 나였다고 해도 그 순간만은 무엇인가 했어야 했다. 교련 선생이 아무리 무서웠더라도, 설혹 그로부터 민이보다 더 모진 고통을 당한다고 해도 가만있어서는 안 되었다.
“선생님, 그러시면 안 됩니다! ”
그때 그렇게 말했어야 했다. 그러나 나도, 동현이도 또 분명 그 순간을 고통스럽게 느꼈을 상당수의 아이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 했다. 그냥, 그냥 고무 소총을 손에 든 고무 인간이었다. 우리들 속에서도 분명 꿈틀거렸을 용기는 철저히 밀봉되어 있었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는 열망만이 살아 숨 쉬던 우리는 그날 그 자리에 말 한 마디 못하는 고무 인간으로 무력하게, 그렇게 서있었다.
- 본문 112페이지 중에서
출판사 서평
사랑받는 것은 인권인가?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대상만을 사랑하는 게 맞을까?
사랑받는 데에도 자격이 필요할까?
그 자격이 없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말은 오히려 위선이 아닐까?
「숨 쉬는 망각」은 인간에 대한 소설이고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인간성의 본질에 대한 탐구이다. 사람에게 받을 수 없었던 사랑을 신을 통해 받을 수 있다는 허망한 희망을 잡았던 한 인간의 짧은 삶에 대한 고찰이다. ‘숨 쉬는 망각’은 강렬하게 말한다. 사람은 보이는 사랑을 통해서만 구원받을 수 있다. 내 손에 잡히는 사랑을 통해서 숨 쉴 수 있다. 사랑에 대한 장구하고 허망한 담론보다 소주 한 잔을 내미는 행동이 사랑이다.
편집자의 한마디
편집 작업의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이 나라 오천 년 역사 이래 최초로 멍한 리더, 소신 없는 간신·관료, 측근 내시 그룹, 그리고 사이비 냄새 완연한 비선 실세(한겨레 기사), 이 네 가지 요소를 완벽하게 갖춘 채 국민에게 한없는 수치감을 안기는 사건이 터졌다.
편집 내내 주인공의 삶 속 곳곳에서 느껴지는 울분을 담담히 마주하려 했다. 그러나 작금의 권력의 추태를 마주하고 보니 슬픔을 누르고 고통을 참으며 ‘두루두루 좋은 게 좋은 것이니 덮자’라는 식의 아량이 오늘의 수치를 가져다 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가끔 크게 착각한다. 정의가 바닥에 깔려있지 않은 긍정적 이해는 긍정이라는 단어가 주는 달콤함으로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까칠해 봐야 나만 힘들고 피곤하다고 그러니 좋은 게 좋은 거고, 심지어는 정의는 알아서 승리하겠거니 자연의 법칙이 알아서 순리적으로 돌려놓을 거라는 허망한 희망마저 품으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든 영역에서 공평한 잣대를 정의롭게 적용해야하는데 자신의 평안 (골치 아픈 일에 말려들기 싫은 평범한 우리들)이 개입하는 순간 정의가 결여된 긍정적인 차원으로만 이해하려는 비겁함이 작게는 내 주변의, 크게는 나라 전체의 악의 번식을 막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희망을 말하려면 먼저 절망을 알아야한다.
절망을 부정하는 대신 마주볼 수 있어야 한다.
합리적 의심과 회의가 손가락질 당해 음지로 숨는 대신 양지에서 건강하게 자라는 우리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기본정보
ISBN | 9791195799756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11월 07일 |
쪽수 | 216쪽 |
크기 |
140 * 190
* 20
mm
/ 325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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