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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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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1978년생. 평론가. 비평지 ‘PLANETS’ 편집장.
주요 저서로는 ‘제로년대의 상상력’ ‘리틀피플의 시대’ ‘모성의 디스토피아’ 등이 있다.
교토세이카대 대중문화학부 비상근 강사, 릿쿄대 겸임 강사.
‘기동전사 건담’의 첫 방영 5개월 전 서울에서 태어났다. 중학생 때부터 명동 형 음악실, 고속터미널 코코를 들락거리던 옛덕. 1997년 월간지 ‘게임라인’에 글을 기고한 걸 계기로 출판계와 인연을 맺었고 이후 게이머즈, 글로벌콘텐츠, 토네이도 등의 출판사에서 일했다.
‘기동전사 Z건담’의 첫 방영 2개월 전 제주에서 태어났다. 제주대학교 일어일문과를 졸업하고 짧은 일본 생활을 마친 뒤, 2008년에 처음 발을 들인 출판계에서 현재까지 헤매고 있다.
목차
- 머리말
1강 서브컬처의 계절과 그 마지막
오타쿠를 통해 고찰하는 일본 사회
서브컬처와 전후 사회
서브컬처 시대의 도래
캘리포니안 이데올로기의 등장
서브컬처 시대의 종언
지금 서브컬처적인 사고를 경유하는 의미
‘오타쿠’와 ‘가와이이’의 전후 일본
20세기 사회를 만든 자동차와 영상
전후 일본의 유형성숙성이 투영된 오타쿠 문화
2강 ‘주간 소년 점프’의 끝나지 않는 일상
전후 일본과 남성성의 문제
아톰의 명제
무늬만 성장, 토너먼트 배틀 형식
1990년대 중반에 터져 나온 토너먼트 배틀 형식에 대한 의구심
3강 ‘점프’의 재생과 소년 만화의 끝
키바야시 신과 ‘매거진’의 역습
지하철 선반 위의 ‘점프’, 라면 가게의 ‘매거진’, 만화연구부의 ‘선데이’
‘바람의 검심’과 역사의 끝
‘은혼’과 전후 일본
‘원피스’, 세로 성장 대신 가로 확장
‘유희왕’, 카드 게임적 가치관의 도입
‘죠죠의 기묘한 모험’ ‘데스 노트’, ‘힘겨루기’에서 ‘지혜 겨루기’로
‘헌터×헌터’, 제로년대 ‘점프’의 총결산
4강 보론: 소년 만화의 여러 문제
‘바쿠만.’의 나나미네 군은 정말로 ‘악’인가?
다카하시 루미코와 방황하는 남성성
5강 보우야 하루미치는 어째서 졸업할 수 없나---최고의 남자와 새로운 멋의 미래
‘크로우즈’와 양키 만화의 멋
보우야 하루미치는 졸업할 수 없다
‘이니셜D’, 성장에서 모라토리엄의 즐거움으로
소년 만화는 비전을 제시할 수 없다
6강 ‘철인 28호’에서 ‘마징가Z’로---전후 로봇 애니메이션은 무엇을 그려 왔나
전후 일본에서 기형적인 진화를 이룬 탈것으로서의 로봇
‘철인 28호’, 남자아이가 밀리터리에서 본 꿈
‘마징가Z’, 탈것으로서의 로봇과 성장 욕구
장난감과 로봇 애니메이션의 밀월 관계
7강 토미노 요시유키와 리얼로봇 애니메이션의 시대
로봇 애니메이션에 리얼리즘을 도입한 ‘무적초인 잠보트3’
로봇의 의미를 바꾼 ‘기동전사 건담’
‘삼각관계의 BGM’으로서의 최종 전쟁,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건담’ 이후의 로봇 애니메이션, ‘장갑기병 보톰즈’ ‘성전사 단바인’
8강 우주세기와 어른이 되지 못한 뉴타입
‘격분한 젊은이’ 카미유가 맞이한 충격적인 결말, ‘기동전사 Z건담’
성장 이야기를 굳이 드러내놓고 부정한 ‘기동전사 건담 샤아의 역습’
9강 전후 로봇 애니메이션의 ‘마지막’의 시작
로봇의 의미가 탈취된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전후 로봇 애니메이션의 총결산 ‘신세기 에반게리온’
1990년대 중반, 임계점에 도달한 로봇 애니메이션
10강 이카리 신지와 히이로 유이의 1995년
로봇 애니메이션을 새로 쓴 1995년의 ‘신기동전기 건담W’
‘세인트 세이야’에서 ‘사무라이 트루퍼’, 그리고 ‘건담W’로
11강 ‘세계의 마지막’은 얼마나 소비되었나---‘우주전함 야마토’와 오컬트 붐
냉전하의 리얼리티와 ‘우주전함 야마토’가 그린 것
‘SF의 의미’가 빠져 버린 마츠모토 레이지의 애니메이션과 1차 애니메이션 붐
SF 대신 부상한 오컬트라는 모티프
12강 교실에 ‘전생 전사’들이 있던 시절---오컬트 붐과 오타쿠적 상상력
츠노다 지로와 서브컬처로서의 ‘심령’
1980년대 오컬트 붐 절정기와 ‘나의 지구를 지켜줘’
‘핵전쟁 이후의 미래’를 모티프로 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북두의 권’
초능력 묘사와 종말감을 더한 ‘아키라’
13강 러브코미디와 가공 연대기의 갈림길에서---‘완전 자살 매뉴얼’과 지하철 사린 사건
1980년대 러브코미디의 공기와 ‘변덕쟁이 오렌지 로드’
1980년대 말 미야자키 츠토무 사건과 과거 최대의 오타쿠 때리기
‘완전 자살 메뉴얼’ ‘끝나지 않는 일상을 살아라’로 보는 1980년대의 시대정신
세계 여러 종교와 서브컬처의 도구를 섞은 옴 진리교
옴 진리교의 폭주와 ‘세계가 아니라 자신을 바꾼다’ 사상의 패배
지하철 사린 사건, <신세기 에반게리온>, 윈도우의 1995년
14강 나데시코와 우테나---3차 애니메이션 붐의 풍경
‘기동전함 나데시코’와 ‘소녀 혁명 우테나’---3차 애니메이션 붐의 쌍벽
애니메이션으로 근대문학적인 내면을 그리려 한 ‘소녀 혁명 우테나’
15강 세카이계와 ‘기동전사 V건담’의 속박---전후 애니메이션이 그린 남성성
‘결말에서 아스카에게 차이지 않는 에바’로서의 세카이계 작품군
전후 애니메이션의 자기 파괴로서의 ‘기동전사 V건담’
16강 세카이계에서 일상계로---‘스즈미야 하루히’와 오타쿠적 상상력의 변질
스즈미야 하루히의 본심
프레 ‘스즈미야 하루히’로서의 ‘린다 린다 린다’
‘러키☆스타’, 새로운 타입의 오타쿠의 자화상
이상화된 일상을 그린 ‘케이온!’
17강 지진 재해 후의 상상력과 애니메이션의 미래
오타쿠의 캐주얼화와 ‘전차남’의 히트
‘마크로스’의 광경을 현실로 만들어버린 동일본 대지진
‘현실 = 아이돌’이 ‘허구 = 애니메이션’을 추월했다
‘세계의 마지막’이 끝난 후 애니메이션은 무엇을 그릴 것인가
18강 일본식 아이돌의 성립과 노래 방송의 시대
아이돌은 일본에만 있다고?
1970년대 초창기의 아이돌들---캔디즈, 핑크레이디, 야마구치 모모에
1980년대 아이돌 붐 전성기---마츠다 세이코, 나카모리 아키나, 코이즈미 쿄코
19강 카도카와 세 자매와 오냥코클럽
사이토 유키, 미나미노 요코, 아사카 유이를 세상에 배출한 ‘스케반 형사’
‘TV 아이돌’에 대한 카운터였던 카도카와 영화와 야쿠시마루 히로코, 하라다 토모요
오냥코클럽의 충격과 아이돌 붐의 종언
1990년대, 확장되는 아이돌 업계
20강 ‘미디어 아이돌’에서 ‘라이브 아이돌’로---정보 환경의 변화와 AKB48의 브레이크
가요적 접근을 부활시킨 모닝구무스메
퍼퓸은 지방 아이돌이었다
AKB48은 어떻게 브레이크 할 수 있었나
21강 AKB48은 ‘전후 일본’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브레이크 시기의 AKB를 상징하는 ‘큰 목소리 다이아몬드’ ‘리버’
돔 콘서트와 마에다 아츠코의 졸업으로 맞이한 첫 클라이맥스
‘하극상의 AKB’를 체현한 사시하라 리노와 ‘사랑하는 포춘 쿠키’
‘라이브 아이돌’에서 ‘미디어 아이돌’로 돌아간 AKB
브레이크 이후의 AKB를 가로막는 ‘전후 일본의 연예계’라는 벽
AKB에 의해 활성화 된 2010년대 아이돌 업계
케야키자카46 ‘사일런트 머조리티’에 담긴 대중 비판의 의도
마지막 강 문화의 노스텔지어화와 삼차원화하는 상상력
정보에서 체험, 커뮤니케이션으로
삼국지로 생각하는 현대 J-POP의 세력도
노스텔지어화하는 음악·영상 산업
컴퓨터로 ‘세계를 바꾸는’ 일이 다시 가능해졌다
‘실제로 변형할 수 있는 것’을 만드는 디자이너들
허구의 두 역할
일본의 만화·애니메이션에서 끊어지지 않고 계승되던 미래 지향
마치며
책 속으로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에 걸쳐 일본의 소비사회가 확장되면서 지금 ‘오타쿠’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등장했습니다. 오타쿠들은 좋아하는 것이나 흠뻑 빠져 있는 대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을 때는 공기를 읽지 않고 발언합니다. 예를 들어 요즈음의 부녀자(腐女子)는 눈앞의 사람에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쵸로마츠가 얼마나 카미야 히로시의 새로운 경지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합니다. 상대가 그 애니메이션에 흥미가 있는지 없는지는 관계없습니다.
아마도 오타쿠는 일본 근대사회에 처음 등장한 ‘공기를 읽지 않고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외부에 강렬하게 좋아하는 대상이나 소중한 존재가 있기 때문에 ‘공기를 읽는’ 것에 대한 우선순위가 낮습니다. 저 역시 ‘공기를 읽는’ 일에 그다지 관심이 없고,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이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불쑥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며, 그 이외의 커뮤니케이션 방법도 모릅니다. 오타쿠적인 기질을 가지면 일본 사회의 공기 바깥에 설 수 있습니다. 이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업의 테마이기도 한 ‘오타쿠로 본 현대 일본 사회’, 아니 ‘오타쿠이기에 보이는 현대 일본 사회’라는 것을, 일종의 정신사로서 그려 보고 싶습니다.
_오타쿠를 통해 고찰하는 일본 사회
이 작품을 독해할 때 중요한 포인트는 ‘하루히는 대체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부분입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히로인 하루히는, 1970년대나 1980년대라면 반드시 반에 한둘은 있던 UFO나 초능력을 매우 좋아하는, 이른바 오컬트 팬입니다. 이야기의 무대가 당시였다면, 전생 전사로 각성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루히는, 당시의 오컬트 팬들과 동일하게 이 소비사회의 ‘끝나지 않는 일상’을 따분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 세계에는 물건은 있어도 이야기가 없다. 그래서 이 변함없는 세계의 바깥으로 데려가 줄 UFO나 초능력을 원합니다. 그런데 하루히 본인에게 신과 같은 능력이 있고 무의식적으로 욕망을 실현할 수 있기에, 정말로 우주인·초능력자·미래인이 오게 되고 (하루히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고교생활을 하며 사이좋게 지내게 됩니다.
_스즈미야 하루히의 본심
정치 운동에서 좌절을 겪은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은 1970년대 이후 크게 변합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세계를 바꾼다’에서 ‘자신을 바꾼다’로의 전환입니다. 반전(反戰) 운동으로도 마르크스주의로도 세계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혁명을 믿을 수 없게 된 젊은이들은 세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식을 바꿔서 세계를 보는 법을 바꾼다, 라는 방향으로 전환하게 됩니다.
1960년대부터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반체제적인 카운터 컬처, 그 연장선상에서 등장한 것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히피 컬처입니다. 탈국가적인 커뮤니티를 조직하고, 자연숭배와 약물의 힘으로 세계를 인식하는 법을 바꾸려 했습니다. 이 문화가 바다를 건너 전파되고, 세계 전체가 ‘정치’의 시대에서 ‘문화’의 시대로 접어듭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젊은이 취향의 서브컬처는 존재했고 대학생은 도시 문화의 전담자였지만,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지적으로 첨예한 젊은이들이 형성하는 도시 문화의 중심이 정치 운동에서 서브컬처로 이동했다는 점입니다.
그 후의 30년간은 서브컬처에 대해 논하는 것이 곧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에 대해 논하는 것이었습니다. 20세기 후반은 ‘젊은이의 시대’였지요.
_서브컬처 시대의 도래
지난 시간까지는 1980년대의 소비사회를 ‘물건은 있어도 이야기가 없는’ 시대로 받아들인 서브컬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벗어나고 싶다는 소망이 판타지의 기능에 주목했고, 당시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그린 냉전기 최종 전쟁에 대한 상상은 그 배출구로서 수용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물건은 있어도 이야기가 없는’ ‘지금, 여기’의 ‘끝나지 않는 일상’을 긍정하는 사상도 서브컬처에 유입됩니다. 그 무대가 된 것은, 이전에 다뤘던 다카하시 루미코의 ‘우루세이 야츠라’로 대표되는 러브코미디의 계보입니다.
_1980년대 러브코미디의 공기와 ‘변덕쟁이 오렌지 로드’
그런 아키모토 야스시가 2005년에 착수했던 것이 AKB48입니다. 다만 처음에는 거의 주목 받지 못했고, ‘아키모토 야스시가 또 뻘짓하고 있네’라고 여겨지고 있었지요. AKB는 아키하바라에 극장을 만들고 활동을 시작했는데, 첫날의 손님은 열 명도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_AKB48은 어떻게 브레이크 할 수 있었나
초대 ‘건담’에서부터 ‘에반게리온’에 이르기까지, 로봇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소년들은 평범한 고민을 품고 있는 ‘내면이 있는’ 캐릭터였습니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다’ ‘그녀를 쟁취하고 싶다’ ‘성인 남자가 되고 싶다’ 같은, 그런 사춘기의 고민과 과잉된 자의식을 안고 있지요. 그런데 그런 고민을 전혀 하지 않는 소년을 그린 로봇 애니메이션이 등장합니다. 바로 ‘에반게리온’과 동일하게 1995년에 방영된 ‘신기동전기 건담W’입니다.
_로봇 애니메이션을 새로 쓴 1995년의 ‘신기동전기 건담W’
그러나 젊은 층의 서브컬처에 대해 말하는 것이 곧 사회를 말하는 것이던 시대가 끝나려 합니다. 1970년대에 미국 서해안에서 발흥한 히피 컬처가 변화의 발단인데, 이 문화가 지금의 세상을 구동하는 사상인 ‘캘리포니안 이데올로기’를 낳습니다.
캘리포니안 이데올로기의 대표격인 존재가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입니다. 그로 상징되는 것처럼, 미 서해안 IT업계 개척자의 뿌리는 1970년대 히피 컬처에 있습니다.
당시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지요. 정치 운동에 의한 혁명은 실패했다. 세계를 바꿀 수 없다. 그렇다면 자신의 자의식 쪽을 바꾸자. 이렇게 해서 약물, 오컬트, 뉴에이지 등의 새로운 문화가 탄생합니다. 그 안에 ‘사이버스페이스’도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러한 움직임이 마지막 프런티어인 미국 서해안에서 발흥했습니다. 미 대륙 개척의 역사는, 대서양을 건너 동해안에 이주한 영국인들이 프런티어를 찾아 서부로 나가면서 시작됩니다. 지금의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는 미국 대륙의 서쪽 끝이며, 그곳에서 더 이상 나아갈 새로운 땅은 없습니다. 여기서 꽃핀 히피 문화는, 막다른 현실 세계가 아니라 가상공간에서 프런티어를 갈구했습니다. 당시 발흥하고 있던 컴퓨터 컬처에 합류해서 사이버스페이스를 개척하는 길을 택했지요.
당시에는 정보기술이 이 정도로 현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사이버스페이스는 어디까지나 가상공간이며, 다른 종류의 판타지 세계였습니다. 그러다 테크놀로지의 급속한 진보에 의해 새로운 사상이 탄생합니다. 사이버스페이스와 글로벌한 자본주의 경제가 결합하면 세계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보면 명확한데, 사이버스페이스에서 비즈니스를 펼치는 기업은 국경선과는 관계없이 활동 영역을 확장해 나갑니다.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초국가적인 영역이 글로벌 자본주의와 결탁하면, 마켓을 통해 세상을, 그것도 로컬인 국가를 넘어 글로벌한 시장에서 세계 전체 규모로 변혁을 일으킬 수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일종의 유토피아 사상이 탄생합니다. 이것이 캘리포니안 이데올로기입니다.
_캘리포니안 이데올로기의 등장
그리고 2년 후인 2012년, 도쿄 돔에서의 콘서트와 그 다음날 AKB48 극장 공연을 끝으로 마에다 아츠코가 졸업합니다. 원래 AKB는 아키하바라의 작은 극장에서 시작할 때, 도쿄 돔에서 콘서트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지요. 아키하바라와 도쿄 돔이 있는 스이도바시는 꽤 가깝습니다. 거리로는 1830미터 정도인데, 이 1830미터의 벽을 넘는 것을 목표로 하던 AKB가 마침내 도쿄 돔에서 콘서트를 하고, 초기의 에이스인 마에다 아츠코가 졸업하면서 첫 클라이맥스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로니컬하게도 AKB가 도쿄 돔에서의 콘서트라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고 나자, ‘AKB = TV에 만날 나오는 아이돌’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게 됩니다. 처음에는 ‘라이브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아이돌상을 내걸었지만, 브레이크 하고 나서는 예전의 ‘미디어 아이돌’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이렇게 당초의 정체성이 희미해진 AKB는 한동안 정체기를 맞게 됩니다.
_돔 콘서트와 마에다 아츠코의 졸업으로 맞이한 첫 클라이맥스
노기자카와 같은 ‘사카미치 시리즈’로 수평 전개했던 케야키자카46(?坂46)도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케야키자카는, 오래간만에 아키모토 야스시의 작업이 아이돌 오타쿠 이외의 사람들에게도 임팩트를 주었습니다. 노기자카의 얌전한 아가씨 느낌에서 돌변, ‘전투적’인 이미지로 변했고, 유니폼도 군대 느낌의 다크 그린을 택했습니다.
_케야키자카46 ‘사일런트 머조리티’에 담긴 대중 비판의 의도
출판사 서평
우노 츠네히로, 드디어 등장
일본 서브컬처 평론계에는 세 명의 걸출한 인물이 있다. 오츠카 에이지, 아즈마 히로키, 우노 츠네히로.
그 중에서 유독 우노 츠네히로의 저서만이 국내에 번역, 소개되지 않아서 한국의 서브컬처 애호가들에게 아쉬움을 샀다. 모 출판사에서 계약을 했다는 소문, 번역을 진행 중이라는 소문만 무성하길 10년, 과연 실물이 존재하긴 하는지 의심스러워서 ‘환상종’이라는 우스개까지 돌던 그 저자의 저서가 드디어 번역 출간되었다.
저자는 아즈마 히로키의 담론에 대립각을 세웠던 저서 ‘제로년대의 상상력’을 20대 시절에 발표하며 데뷔했다. 이후 무라카미 하루키와 일본 특촬물, 그리고 아버지를 엮은 평론 ‘리틀피플의 시대’, 미야자키 하야오, 토미노 요시유키, 오시이 마모루, 안노 히데아키를 통해 일본 사회를 고찰하는 평론 ‘모성의 디스토피아’ 등의 굵직한 평론서를 출간하는 한편, TV의 와이드쇼에서 APA호텔의 역사수정주의를 비판하고, 성공한 AKB 덕후로서 AKB48의 총선거 때 중계석에서 해설을 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대학에서 서브컬처에 관한 강연을 2018년 현재 6년째 진행하고 있는데, 이 책은 그 강연의 내용을 모아서 만들어졌다.
서브컬처는 왜 흥했고, 왜 쇄미하고 있나
저자는 현실과 허구를 두 축으로 놓고 강의를 진행한다.
2차 대전 종결 후, 세계는 ‘68혁명’으로 대표되는 학생 운동의 절정기를 맞는다. 반전 운동과 마르크스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가 어우러지며 ‘혁명’을 통해 세상(현실)을 바꾸려 했다. 하지만 실패하고, 좌절을 겪은 젊은이들은 세상이 안 된다면 나를 바꾸자, 나를 바꿔서 세상을 보는 법을 바꾸자는 방향으로 전환하게 된다. 그 흐름 속에서 태동한 것이 카운터 컬처, 히피 컬처였고, 세계는 정치의 시대에서 문화의 시대로 접어든다.
버블로 표상되는 풍요의 시대 동안 일본의 서브컬처는 크게 발전했는데, 구글 애플 등의 캘리포니안 이데올로기가 퍼지면서 ‘나를 바꾸는 것보다는 세계를 바꾸는’ 쪽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세계를 바꾸기 위해서는 상상력과 사고법이 필요하고, 그 힘은 지난 세기에 크게 흥했던 서브컬처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도입부를 지나 2강부터 5강까지는 만화, 그중에서도 소년 만화를 중심에 놓고 논한다. 성숙이라는 테마로 고민하던 만화들이 이후 어떻게 성숙한 '척'만을 하게 되었는지, 그 도구로 사용된 토너먼트 배틀이 식상해지자 그 이후는 어떤 방식들이 나왔는지를 살펴본다.
6강부터 10강까지는 로봇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해부한다.
로봇이란 인공지능을 가진 존재고 인간이 만들어낸 생명체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로봇은 어느 순간부터 마징가Z, 에반게리온처럼 인간의 형상을 한 탑승형 도구가 되어 버렸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그 장르 안에서 창작자들은 무엇을 표현하려 했는가. 로봇물의 대가인 토미노를 통해 그 궤적을 좇는다.
11강부터 13강은 오컬트를 다룬다.
"이 중에 우주인, 미래인, 이세계인, 초능력자가 있다면, 저에게로 오십시오. 이상!"으로 유명한 스즈미야 하루히는 오컬트의 계보에서 탄생한 캐릭터다. '케로로 중사'의 히나타 후유키(강우주), 그리고 '블리치'의 초반 전개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재까지도 강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오컬트. 대중적인 취미였고, 한때는 일본을 휘감았다고도 할 수 있는 오컬트라는 서브컬처가 왜 쇄락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하루히 같은 발언을 하면 현실에서는 어떤 취급을 받게 되는지, 이 파트를 읽고 나면 더 절절하게 느낄 수 있다.
14강부터 16강은 ‘에반게리온’ 이후의 흐름에 대해 다룬다.
세카이계와 일상물, 그리고 안노 감독이 영향을 받았다고 했던 'V건담'의 얼개를 보며 저자의 지적에 같이 빙긋이 웃자.
17강부터는 현실과 아이돌을 다룬다.
'러브 라이브' '아이돌 마스터'가 아이돌물의 장을 열었다고 평가되지만, 원조는 '마크로스'의 린 민메이였고, 민메이는 1980년대 일본의 아이돌 붐을 추종한 기획이었다. 현재 서브컬처의 중심이 만화, 애니메이션 등의 허구에서 아이돌 등의 현실로 중심 이동한 이유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저자는 1980년에 발표된 ‘도라에몽’의 에피소드 '오코노미 박스'를 아이폰과 연결 지으며 강의를 마무리한다. 기술의 발달로 현실이 더 강하게 힘을 발휘하고 있는 지금, 상상력과 허구가 왜 중요한지를 강조하며...
강의실에서 스크린에 띄워 놓고 설명을 진행했던 동영상과 이미지 등을 출판사의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다. 병행해서 읽으면 독서에 도움이 될 것이다.
worklifebook.blogspot.com/2018/11/blog-post_19.html
지난 서브컬처의 세기를 살아온 독자에게는 대강만 알고 있던 흐름을 정리하는 시간, 젊은 독자에게는 과거의 흐름과 이후 현실에 적용할 아이디어 등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이 책이 제공하길 희망한다.
기본정보
ISBN | 9791195739554 |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12월 31일 | ||
쪽수 | 352쪽 | ||
크기 |
150 * 209
* 26
mm
/ 475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若い讀者のためのサブカルチャ-論講義錄/宇野常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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