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그램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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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에서 윈스턴 처칠까지, 헤밍웨이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까지
역사 속 위인과 명사들의 가장 가볍지만 가장 즐거운 ‘그들만의 행복 찾기’
‘음악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악성(樂聖) 베토벤은 매일 원두 60알을 손수 갈아서 커피를 내렸다. 그에게 커피는 가장 은밀하고 거룩한 취미이자 향긋하고 쌉싸래한 휴식 시간이었다. 심지어 그는 커피를 ‘벗’이라고 불렀다.
“나는 아침식사에 나의 벗을 한 번도 빠뜨린 적이 없다. 나의 벗인 커피를 빼놓고는 어떤 것도 좋을 수가 없다. 한 잔의 커피를 만드는 원두는 나에게 60가지 영감을 준다.”(베토벤)
〈대지〉의 펄 벅과 함께 양대 여류 소설가로 불리는 버지니아 울프에게도 비밀스런 취미가 있었다. 요즘 말로 일명 ‘방콕’인데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자기만의 방’에 숨어드는 것이었다. 의붓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괴팍한 아버지를 수발들며 마음고생을 했던 그녀는 정신적으로 지친 나머지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집으로 이사한다. 그리고 자기만의 방에 틀어박혀 완전히 혼자가 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만큼은 세상으로부터, 심지어 그녀의 후원자이자 열혈한 지지자였던 남편으로부터 잠시 떨어져 있는 ‘온전히 나만의 것’이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가장 하고 싶었던 일, 책 읽기와 글쓰기에 몰두했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마음 놓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가 천국이라고.”(버지니아 울프)
빌보드가 선정한 위대한 가수 리스트에서 비틀즈 다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섹시 이미지 때문에 종종 음악성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가수, 마돈나다. 마돈나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취미가 있었는데 화가 렘피카의 그림 감상이었다. 대중가수가 숙명적으로 겪게 되는 온갖 억측과 오해 속에서도 그녀가 다시금 예술성을 불태우며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렘피카의 그림이 주는 주술적 힘 때문이었다. 그림을 보는 동안 그녀는 에너지를 재충전하며 그녀를 보러 온 청중의 기대감을 만족시킨다.
“나는 내가 가진 작품에서 힘을 얻는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그림은 강력하다.”(마돈나)
라디오 작가 3인방이 찾아낸 36명의 역사 속 위인과 명사들의 ‘행복 습관’
이 책 〈8그램의 행복〉의 저자들은, 전파와 함께 허공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자신들의 작업물을 액자에 고정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그렇게 시작된 글쓰기 작업이었으나 이들은 곧 흥미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평생 일에만 파묻혀 살았을 것 같은 역사적 거인들에게도 작지만 확실한 행복, 즉 소확행이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소확행들은 우리의 짐작처럼 고상한 것만도 아니고, 얼른 취미라고 보기 힘든 것도 있었다.
예를 들어 세종대왕은 고기를 너무 사랑하여 종종 반찬투정을 부렸으며, 영화 〈일 포스티노〉로 잘 알려진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나이답지 않게 장난감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고, 디즈니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미녀 배우 헤디 라머는 촬영 중간에도 틈만 나면 대기용 트레일러에 들어가서 ‘발명’에 몰두하다가 훗날 와이파이에 응용되는 무선통신체계를 개발했다!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은 평생을 지렁이 사랑에 바쳤고, 윤동주 시인의 시에도 등장하는 시인 프랑시스 잠은 당나귀를 너무 사랑했고, 마음 의지할 데 없던 극작가 유진 오닐은 반려견 블레미가 죽자 가슴 절절한 ‘사견곡’을 쓴다. 마약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요가에서 생의 의지를 되찾은 사람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고, 술이 없었다면 천재 소리를 듣지 못할 뻔한 사람은 〈달마도〉의 화가는 김명국이고, 정원 가꾸는 즐거움에 푹 빠져 지내다가 대작 〈수련〉을 그린 화가는 모네고, 기차 소리를 너무 사랑하여 자작곡 음악에도 차용했던 사람은 〈신세계 교향곡〉으로 유명한 드보르작이다.
식탐, 레이싱, 음주, 흡연처럼 단순히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한 취미도 있었지만 대개 소확행은 삶의 윤활유로 작동했고, 놀라운 생산성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런 기적 같은 효과에 비하면 그들이 즐긴 취미는 깃털처럼 가벼웠다. 아니, 그만큼 평범하고 단순해야 언제든 손에 넣을 수 있으며, 그런 일상적 아이템일 때만 확실한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라디오 작가 3인방은 발견한 것이다. 그렇게 모은 거인들의 소확행 이야기는 이제 거꾸로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대의 소확행은 무엇인가요?”
작가정보
저자(글) 김현정
작은 라디오 부스 안에서 세상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으며 20년 가까이 라디오작가로 살았습니다. 그리고 때론 기획자로, 여행 작가로, 드라마구성작가로 수많은 이력을 만들어 왔죠. 그러는 동안 참 많은 원고들을 썼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온에어로 공중에 날려버렸어요. 헛헛한 마음에 남은 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보면 어떨까 하고 고민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다’라며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는 거죠. 그렇게 소소하지만 소중한 책 한 권을 만들어 낸 지금. 스스로 행복을 찾아나서는 첫 걸음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저자(글) 신미경
저자(글) 이윤정
목차
- 훌쩍, 가면 벗고
내가 되는 공간, 버지니아 울프의 서재
마돈나가 사랑한 타마라 데 렘피카
헤세, 당신에게 여행은 무엇이죠?
와이파이를 발명한 백설공주, 헤디 라머
마음속의 아이를 잃지 않았던, 파블로 네루다
찰스 다윈 평생의 소확행, 지렁이
고기 없인 못 살아, 성군 세종의 귀여운 반찬투정
시인의 소울메이트, 프랑시스 잠의 당나귀
간서치 이덕무의 책사랑
조용, 그가 찾아왔어
8그램의 행복, 베토벤
술로 그림을 그리다, 화가 김명국과 술
해를 따라 변하는 마법, 모네의 정원
타자기 소리를 들으면 글 대장장이가 된 기분이라고, 톰 행크스
기차를 닮아간 음악, 작곡가 드보르작의 기쁨
인테리어에 빠진 빅토르 위고
엄격한 성직자 마르틴 루터의 목구멍을 톡 쏘는 취미
과일 한 접시와 바이올린, 그리고 아인슈타인
형태 없는 것들에 형태를, 구름에 홀린 루크 하워드
제발, 숨 막혀
황송하기 그지없는 고양이 집사, 숙종
로큰롤 제왕 엘비스의 소울푸드? 패스트푸드!
매운맛에 빠진 남자, 영조
연애를 홍차로 배우다, 제인 오스틴
꼬마 녀석 제임스 딘의 분신, 550 포르쉐
헤밍웨이 씨, 그렇게 와인이 좋은가요?
지치고 힘들 때 까서 먹어요, 초콜릿 홀릭에 빠진 오드리 헵번
담배는 나의 베프, 정조
유진 오닐의 유일한 사랑, 반려견 블레미
결코, 지지 않기를
달려라! 무라카미 하루키
스티브 잡스의 운명을 바꾼 밥 딜런의 노래
요가 하는 남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수채화 그리는 불도그, 윈스턴 처칠
그 카페의 철학자, 사르트르와 보봐르
문명의 옷이 싫었던 화가, 고갱
하늘을 사랑한 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와인, 보들레르의 우울증 처방약
화려한 장신구로 가린 고통, 프리다 칼로
책 속으로
음악만큼이나 사랑한 커피였기에 베토벤은 커피를 추출할 때도 작곡을 할 때처럼 신중을 기했다. 커피 한 잔에 원두 낱알 60개를 정확히 세어 내린 것. 손님이 왔을 때도 매번 손님 한 사람당 원두 60알씩 또 일일이 세어서 갈았다.
그 60알의 원두를 갈면 약 8그램 정도의 커피가루가 나오는데 이 8그램은 요즘 커피전문가들이 ‘가장 좋은 맛을 낸다’며 선호하는 바로 그 무게다.
(……) 18세기 유럽 전역에 커피가 붐을 일으키면서 카페 앞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도시 어디를 가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시절이 되었지만 베토벤은 항상 집에서 ‘퍼컬레이터percolator’라는 커피 추출기로 직접 커피를 만들어 마셨다.
그 당시 커피는 커피 가루를 물에 넣고 끓인 뒤 천에 거르는 방식을 사용했다.
커피를 다 내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5분. 이 기다림의 시간은, 빽빽한 음표들 사이에서 잠시 고개를 들고 햇볕을 쬐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쌉쌀한 커피 향과 함께 형체 없는 무언가가 그의 마음에 스며든다. 영감이다.
“나는 아침식사에 나의 벗을 한 번도 빠뜨린 적이 없다. 나의 벗인 커피를 빼놓고는 어떤 것도 좋을 수가 없다. 한 잔의 커피를 만드는 원두는 나에게 60가지 영감을 준다.”
- 〈8그램의 행복, 베토벤〉 중에서
마돈나가 그녀의 그림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타마라 데 렘피카를 화가이기 이전에 여성으로서 존경했기 때문이다. 예술을 위해 살고, 해방된 여성으로 어떤 편견도 없이 독창적인 그림을 그렸다는 점에서 특히 그랬다. 마돈나는 뮤직비디오와 월드투어 콘서트때 렘피카의 그림을 종종 활용했다. 마돈나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1987년 ‘당신의 마음’이라는 작품에서 렘피카의 작품이 등장한다. ‘보그’ 뮤직비디오에서는 렘피카의 작품이 여러 번 등장한다.
렘피카의 여러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알려진 마돈나는 늘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가진 작품에서 힘을 얻는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그림은 강력하다.”
몸에 지니고 있으면서, 그것을 가진 자에게 힘을 주는 걸 무엇이라고 할까?
우리는 종종 그것을 부적이라 부르기도 하고, 삼손의 머리카락에 비유하기도 하며, 어떤 경우에는 ‘나 자신’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잃지 않았을 때 가장 강력하다.
- 〈마돈나가 사랑한 타마라 데 렘피카〉 중에서
우리나라 드라마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임금 중 한 명이 세종이다. 그때마다 배우들은 다양한 세종의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중 인상적인 세종이 바로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한석규다. 그는 매사 솔직하고 화가 나면 욕도 하는 아주 인간적인 왕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도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줬는데, 바로 고기사랑 때문에 생긴 반찬투정이었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도 종종 그가 고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드러났는데, 그래서 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세종과 고기에 대한 이야기는 수없이 많다. 그는 고기 반찬이 없으면 숟가락을 들지 않았다고 한다. 어쩌다가 고기 없이 밥을 다 먹고 나면 상을 물린 뒤 힘이 없다며 쓰러지는 연기까지 할 정도였단다. ‘어이, 궁녀들. 내가 이렇게 고기를 원하는데 정녕 안 줄 것인가?’ 이런 시위였겠다. 또 어느 날 연회에서는 자기 접시에 놓인 고기가 신하들 것보다 양이 적다며 심통을 부린 적도 있다고 전해진다. 자기 고기랑 신하들 고기를 곁눈질하며 뾰로통해지는 세종이라니. 낯설다.
- 〈고기 없인 못 살아, 성군 세종의 귀여운 반찬투정〉
기본정보
ISBN | 9791195738540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3월 11일 |
쪽수 | 252쪽 |
크기 |
128 * 189
* 21
mm
/ 298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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