킵 잇 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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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이 책은 고전 그리스 비극의 영웅, 조연, 비극이라는 구조를 취한다. 저자 하르트무트 에슬링거는 독자의 감상에 따라 영웅일 수도 조연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독자들은 책을 따라 가며, 숨은 영웅 에슬링거를 발견하고 오히려 스티브 잡스를 조연으로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에슬링거는 산업디자이너로 업계에 들어오면서부터 디자인이 단지 제품의 겉치장이 아니라 기업을 대표해 문화적 브랜드로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전략적 도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소니를 대표하는 동양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동양 문화를 접했고 자신의 디자인 철학으로 킵 잇 심플, 단순함이 최고라는 원칙에 이르게 된다. 그는 비록 자신이 속한 언어권에서 단순을 심플로 바꿔 표현했지만, 단순함을 지킨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가 이해한 단순성은 심플, 즉 '단'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순'에 있었고, 그것은 자연스러움을 함의했다. 그러니 단순성의 지향은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그가 젊은 시절부터 강조했던 ‘형태는 감정을 따른다’라는 개념과 부합하는 가장 인간의 감성에 따르는 철학이었다. 아마도 에슬링거의 이 시기는 개론적 철학이 정립되며 그에 따른 각론으로 진화하던 때였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스티브 잡스는 1980년대 초, 신기술로 대표되는 개인용 컴퓨터 산업의 총아로 떠올랐고 애플을 스타트업 회사를 넘어 다음 단계의 기업적 진화를 갈망하고 있었다. 이를 위한 해결책이 디자인 측면의 결핍을 극복하는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일 수 없었다. 아름다움을 보는 눈이 있지만 구현할 방법이 없었다. 당시 잡스의 디자인에 대한 이해는 매킨토시 오리지널 버전의 컴퓨터 내부 쪽 케이스 뒷면에 팀원들의 서명을 새겨 넣을 정도로 기여와 명예는 개인의 것이었다. 훌륭하게 보일지 몰라도 지속적일 수는 없었기에 이후 그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는 않았다.
에슬링거와 잡스는 이런 운명 속에서 서로를 만나, 불꽃이 되었고 그들의 시너지로 잉태된 스노우화이트 디자인 유전자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애플의 초석이 되었다. 에슬링거와 만난 후 스티브 잡스는 1982년부터 1985년까지 처음으로 전략적 디자인을 사업전략의 핵심으로 삼는 선구자가 되었고, 애플을 한 차원 성장시켜 기술 중시 기업에서 혁신적이고 지능적인 제품을 창조해 제공하는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브랜드 기업들 중 하나로 완성했다. 하지만 그들의 성공적인 협업은 잡스가 단기적 이윤 논리로 무장한 이사회에서 퇴출될 때 함께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인간의 역사 속에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구시대적 장애를 극복하지 못해 애초의 무로 돌아가게 되었던 사례가 얼마나 많았던가. 또한 그것이 결국 다시 극복되어 새로운 미래를 열었던 사례 또한 얼마나 많았던가.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다루고 있는 책들은 많다. 분야를 막론한 전문가들이 잡스처럼 되고 싶다거나 자신들의 회사를 애플처럼 성공시키고자, 잡스의 작업에 관한 책 속에서 마법의 공식을 찾으려 한다. 그런 독자들에게 이 책은 생소할지도 모른다. 잡스는 배움에 민감한 인간이었다. 그는 에슬링거라는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전략적 디자이너를 만나, 그의 힘에 이끌려 우선 디자인을 사업모델의 전략적 핵심으로 확립하고 그리하여 애플의 초기개념을 구축하고 변모시켰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또한 깊은 감동을 주는 애플의 제품들과 브랜드의 기원에 관해 호기심을 갖는 수천만의 애플 사용자들, 숭배자들, 팬들, 비평가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애플 내부는 물론 전체 기술 산업 속에서 엄청난 저항을 헤쳐 나가야 했던 매우 놀랍고 창조적인 영웅들의 여정에 관해, 세계를 시야에 품는 전략적 사고를 하게 되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옮긴이 조영
작가정보
저자(글) 하르트무트 에슬링거
Hartmut Esslinger
프로그 디자인(frog design) 설립자,
데타오 대학원(DeTao Masters Academy)
전략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1969년 대학 재학 중 프로그 디자인을 창업한 이래 소니, 루이비통, 애플, 루프트한자 등 현재 세계 최고의 브랜드들의 창세기를 디자인중심의 전략적 디자이너로서 함께했다. 그는 1982년 애플과 스노화이트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디자이너로서의 정점을 맞이한다. 컴퓨터가 고가의 산업용 제품이던 당시, 에슬링거는 스티브 잡스와 함께 디자인중심 전략으로 개인용 컴퓨터의 패러다임을 개척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이 인간의 일상이 되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고, 조그만 벤처 기업이었던 애플은 세계적 컴퓨터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이후 애플은 디자인중심 전략을 고수해 차세대 디자이너와 함께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손 안의 컴퓨터로 또 다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더불어 프로그 디자인은 세계 각지에 지사를 둔 디자인 선도자로 성장했다. 에슬링거는 현재, 프로그 디자인의 경영권을 새로운 최고경영자에게 물려주고 전략적 디자인의 전문가로서 기업 자문, 강의, 저술 활동 등을 활발히 하고 있으며, 국내에 출판된 저서로는 《프로그A Fine Line》, 《디자인 포워드Design Forward》가 있다.
번역 조영
고체 전자구조에 관한 이론 물리학을 전공하며 독일에서 5년을 지냈고, 종종 특허 관련 선행연구 및 감수를 하지만, 무소속 개인 연구자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자연과학적 지식을 배경으로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을 삶의 도장 안에서 찾고 있다고도 말한다. 그런 삶의 연장에서 양서를 찾아 국내에 소개하며 저자와의 소통을 돕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모색하고 있다. 역서로 《디자인 포워드》, 《살구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이 있다.
목차
- 책머리에: 에슬링거에 대하여
1. 위대한 꿈, 혁명적인 제품
2. 스티브와의 만남
3. 스노화이트
4. 아버지의 혁명시대
5. 낙원의 계곡, 실리콘밸리
6. 사과나무
7. 영웅의 여정
8. 화이트 앨범
주석
책 속으로
역사는 미래다
애플 디자인의 시작, 킵 잇 심플: 애플의 전략적 디자인 언어
셰익스피어는 희극 《템페스트》를 통해 “과거는 서막이다.”라고 말한다.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역사는 다가 올 미래에 대한 배경이자 인과성, 그리고 복선과 암시라는 뜻이다. 그렇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글로벌 거대 기업 애플의 역사는 어떠한가. 이 책은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의 유전자를 구상한 전략적 산업 디자이너인 하르트무트 에슬링거가 전하는 영웅들의 여정이자 애플 신화의 창세기를 다루고 있다.
‘이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제멋대로 현실왜곡의 필터를 통해 소개했던 허구적 애플 신화가 아니라, 일개 상표가 세계적 상징이 되기까지 초창기부터 시작된 애플의 믿기 어렵고 험난했던 도전과정의 현실을 이야기할 것이다.’ (본문 12쪽)
1982년 초, 이제 막 스타트업 회사에서 기업으로 성장하던 애플은 디자인보다는 성능과 품질을 중시하는 당시 실리콘밸리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세계적 기준의 디자인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고, 당시 소니의 소비가전 제품의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던 프로그 디자인의 창업자 하르트무트 에슬링거는 대량생산 가능한 최초의 인공지능 장치, 즉 개인용 컴퓨터라는 새로운 산업적 패러다임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애플은 스노화이트 프로젝트라는 경연을 통해 최종적으로 프로그 디자인을 선정했다.
‘나와 스티브는 스노화이트 디자인 언어를 실현시킬 수 있는 견실한 절차에 관해 협상했다. 우리는 합의를 통해, 프로그가 전체 디자인을 책임지며 그에게 직접 보고하고 애플의 디자이너들은 한 그룹으로 통합되어 내가 직접 관리하는 것으로 정했다. 어느 정도 회사 내부의 저항을 예측하면서도, 스티브와 나는 이런 근본적이 변화가 전진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공감하고 있었다. 애플은 우리에게 회사 전체의 디자인 책임을 맡겼다. 비록 법적으로는 계속 자문 역할이긴 했지만, 나는 디자인담당 기업경영자로 임명되었다. 이제 정말로 일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본문 114~115쪽)
에슬링거는 스티브 잡스의 갈증에 대해 한 잔의 물이 아닌 전략적 디자인으로 답했다. 그의 디자인은 ‘킵 잇 심플’, 단순함이 최고라는 자신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 인간의 감정을 따르는 형태는 기교와 복잡성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에슬링거와 스티브 잡스가 창조한 애플의 디자인 유전자는 단순함이 최고라는 원칙에 따른 인간 중심의 디자인으로 귀결된다.
‘우리가 애플에서 맡았던 디자인-중심 사명은 스티브의 인간 욕구에 대한 깊은 통찰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인간은 시대를 막론하고 자신의 삶을 이루는 대상 혹은 기술에 의미를 부여하고 감정적으로 연결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뿌리는 쉽게 죽지 않는 법이다.’ (본문 296쪽)
‘혁신의 정의는 제품의 기술 발전 수준이 아니라 그 제품으로 사람들이 성취할 수 있는 것이 될 것이다.’ (본문 316쪽)
스티브 잡스는 무능하면서 에고만 가득 찬 이사회의 탄핵으로 1985년 6월 애플에서 쫓겨났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에슬링거 역시 스티브라는 강력한 동지를 잃어 좋지 않은 방식으로 애플과의 계약을 해제했다. 스티브가 1997년 애플로 복귀할 때까지, 무능한 관리자들이 차례차례로 스티브의 사과나무에서 열매만 취했다.
‘어떤 기업도 무능한 중간 관리진의 병적인 자부심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이들의 사업적 결정이 옳으냐에 따라 부하 직원들의 생계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상사 때문에 직장을 잃는 것이 불합리한 것처럼, 타협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위해 소비자에게 열심히 번 돈을 소비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본문 208쪽)
영웅들의 여정에는 늘 좌절 뒤에 극복이 함께 온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후 조너선 아이브를 통해 다시금 스티브와 에슬링거가 창조한 애플의 디자인 유전자는 계승되어 살아났다. 지금의 유명한 ‘아이(i)’ 시리즈 모습에서 당시 디자인들이 투영되고 있음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역사는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묻는다. 성공했기에 영웅인지 아니면 영웅이었기에 성공했는지. 에슬링거는 혁명에 동참하라고 당신을 초대한다. 이제 당신이 답할 차례다.
기본정보
ISBN | 9791195603510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4월 07일 |
쪽수 | 336쪽 |
크기 |
172 * 236
* 23
mm
/ 735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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