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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이순일
저자 이순일은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부산공고를 졸업하고 부산 시청에 근무하며 동아대 국문과 야간부를 다니며 교사의 꿈을 키웠다. 쌍책중학교, 법수중학교, 함안중학교에서 근무하였고 1989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되었다. 1994년 복직 후 신반중학교, 화정중학교, 의령중학교를 거쳐 지금은 태봉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경남지부 참교육실천위원장과 녹색대학교 공동대표 등을 역임하였다.
목차
- 1. 새벽길
모내기 | 만남 | 새벽길 | 살고 있구나 | 그대 생각 | 어머니 | 울 아부지 1 | 울 아부지 2 | 당고모님 | 우리 누나 | 고마운 신문 | 소리 | 경주 법주 | 왕고들빼기 | 사월의 잔치 | 엘린 교토 호텔 | 적석산 | 누나 1 | 누나 2 | 경부선 와달비 | 기억 | 1975년 전방부대 | 삶 | 마르코 폴로 산양 | 어느 가을날
2. 간단한 이치
간단한 이치 | 봄을보았는냐 | 남해 야영 | 송산을 지나며 범석이를 생각하다 | 라면 반 사발 | 못머리 마을 | 행복 | 지리산 | 태몽(胎夢) | 우리는 네팔로 간다 | 밥그릇을 씻다가 | 시험 채점 | 한 짝 | 노당 강상필 나의 사부님 | 의령중학교 도서실 | 쌍책중학교 | 못다 한 사랑은 | 봄 이야기 | 아름다운 삶에 대하여 | 비 오는 아침 | 개를 보면 그렇다 | 정리 | 이별
3. 노동의 밥
소진열 영전에 | 하늘님 전상서 | 내가 아는 사람 | 불편한 휴일 | 선거 혁명 | 오월이면 그리울 사람 | 노동의 밥 | 우리는 서울로 간다 | 이른 가늘에 벗을 보내며 | 별이거나 주님의 종이거나 | 자신의 노래를 배반하지 않은 사람 | 지독한 사회 | 대추리 1 | 대추리 2 | 중국 어느 인민에게 감사하다 | 부끄럽고 부끄러워라 | 미군 폭격에 학살된 양민들의 넋을 기리며 | 한 많은 한반도의 여인아 | 목소리 | 별처럼
ㆍ 발문 1 고비마다 함께한 우리의 동지?정해숙 ㆍ 발문 2 의병장 같은 사람?김영만 ㆍ 시인의 말
추천사
-
한 편의 시보다 사람을 절절히 사랑하는 이순일 선생님! 나는 그를 사석에서는 형이라고 부른다. 형은 먼저 피를 나눈 가족을 사랑했다. 나아가 자연을 공유한 이웃과 뜻을 함께한 동지를 사랑했다. 때로는 동지와 이웃 사랑이 앞서 가족이 뒷전이지만 형은 안다. 모든 사랑의 힘줄이 가족에서 비롯됨을.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잘 안다. 형의 시는 사람의 노래요, 사랑의 노래다. 앞서 가는 사람에 대한 헌사요, 동시대를 함께 사는 사람에 대한 연민이다. 형은 순박한 마음으로 한결같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간단한 이치’를 온몸으로 외치며 살았다. 하얀 수염 휘날리며 호탕하게 웃는 키 작은 자유인, 배포 큰 우리들의 두목, 이순일 선생님이 육십 평생의 치열한 삶을 이 한 권의 시집에 담아 마침내 시인이 되셨다.
책 속으로
울 아부지 2
지게도 가꾸리도
흰 고무신도 벗어 놓고
칠 년 전에
노환으로 등창이 나서
우리 아버지 돌아가셨다
그 동네에서는
꿍꿍 일만 하지 않으시고
편히,
잘 썩고 계실까
― 「울 아부지 2」 전문(23p.)
삶은 달래며 사는 것이다
바위의 이끼가 물을 머금고 돋아나지만
겨울이면 바짝 말라서 스러지듯이
살다가 가는 것이다
제 빛깔대로
제 모양대로
삶이란 장애를 딛고 사는 것이다
세상에 상처 없는 육신이며
영혼이 어디 있는가
우리는 상처를, 영혼을
보듬고 핥으며
가는 것이다
― 「삶」 전문(42p.)
나는 확실히 안다
컴퓨터를 쌀 대신 먹을 수 없다는 것을
여러분도 다 안다
자동차로 된장을 담글 수 없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은 너무도 잘 안다
전 세계 칠십억 인구 중에서
밥 먹지 않고 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을
우루과이 협상에서
쌀만은 확실히 지킨다던
김영삼 대통령이나
하다 하다 안 되어서 농약 마시는 농촌이 아니라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겠다고 전 국민에게
간절히 약속했던 김대중 대통령도
아프가니스탄에 폭탄을 퍼부어대는 부시도
‘밥 안 무모 죽는다’는 것을 확실히 안다
손오공의 둔갑술처럼
붕어빵같이 생명을 찍어내는 유전공학자
실은 풀잎 하나 온전히 만들지 못함을 세상은 잘 안다
공산품 수출하여 돈 벌기를 좋아하는 자본가도
비교 우위 농업정책 신봉하는 정부 관리도
수출 전략 짜는 경제학자도
납이 든 갈치를 먹으면 배가 아프고
방부제 완벽한 미국산 밀가루 먹으면 소화 안 되는 것을
잘 안다
우리는 안다
누가 이 세상의 밥을 만드는지
누가 이 세상 인류의 식량 창고인지
왜 밥을 먹어야 하는지
밥이 하늘님이요 하늘님이 밥이요
밥이 농민이요 농민이 하늘님이라는 걸 잘 안다
지난 역사에서나 동물의 왕국에서도
제 밥그릇 제가 챙기지 않으면 산목숨이 아니다
겨레의 운명도 마찬가지
노예가 되어 스러진다는 걸 이제야 깨쳤다
알고 보면 이치는 간단하다
‘農者天下之大本(농자천하지대본) 밥 안 무모 죽는다’
― 「간단한 이치」 전문 (49 ~ 51p)
오늘은 날이 푸근해
손이 곱지도 않았고
시린 발을 굴리지 않았다
언 땅 구덩이 파기 곡괭이질로
막심을 쓰면 이마에 땀이 배는
통신케이블 끌어대느라
추위 잊기 예사지만
다사로운 겨울 볕이
인심 좋은 처남같이 고맙다
쓰린 똥창이 한낮도 되기 전에
식욕을 부른다
사발에 수북한 따순 밥 생각하며
단침 한 번 삼킨다
오전 내내 땅뙈기 한 동료 넷이 둘러앉아
허름한 식탁
배추김치 사발 갈치구이 한 접시
두툼한 우리 입술 모양
피와 살이 될 모양
두부가 한 접시 속 시원한 뭇국에
김이 나는 밥 네 그릇
노동으로 뼈마디가 불거지고
굳은살 진 손바닥 장갑보다 튼튼한
우리들의 손으로 밥 한술을 뜬다
어제도 오늘도 심대로 품을 팔아
자식 학교 보내고 접방살이 전세금도 내었다
팔리고 판 품이지만
우리들의 손으로 철로도 깔았고
전화도 놓고 고속도로도 닦았다
작업 장갑 벗어 놓고 작업 모잔 쓴 채로
형제보다 우애 있게 일밥을 먹는다
아, 우리들의 한때
피와 살이 될
노동자의 힘이 될
노동의 밥을
맛있게 먹는다
― 「노동의 밥」 전문 (95 ~ 96p)
출판사 서평
교사, 교육운동가, 한 사람의 의로운 시민의 눅진한 삶의 기록
《간단한 이치》는 교사 시인 이순일의 시집이다. 이순일은 30여 년의 교직 생활 동안 오로지 시골학교의 교사로서만 살아오고 있다. 그는 남들이 그토록 바라는 대도시의 학군 좋은 큰 학교 교사를 한 번도 바란 적이 없었다. 이순일은 가르치는 보람을 농민의 아들을 기르고 품어주는 데서 찾았던 희귀한 교사다. 교사로서, 교육운동가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의로운 시민으로서 치열하게 살아온 삶에 대해 틈틈이 써내려간 이 감동의 시편들은 “교사는 많아도 스승은 없다”는 이 시대에 진정한 교육자의 모습을 오롯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참으로 값진 기록이다.
▷ ▷ ▷ 출판사 보도자료
‘교사는 있어도 스승은 없는 시대’에 만나는 진짜 선생님
공립대안학교인 경남 태봉고등학교에서는 아침마다 만나는 특별한 풍경이 있다.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흰 수염의 나이 든 교사가 머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다. 지극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모시는’ 선생님, 그 사람은 이순일이다. 『간단한 이치』는 바로 그 교사 시인 이순일의 첫 시집이다.
이순일은 30여 년의 교직 생활 동안 오로지 시골학교의 교사로서 살아오고 있다. 그는 남들이 바라는 대도시의 학군 좋은 큰 학교 교사를 한 번도 바란 적이 없었다. 이순일은 교사의 보람을 오직 농민의 아이들을 기르고 품어주는 데서 찾았던 희귀한 교사다. 모두가 승진을 꿈꿀 때도 그는 ‘평교사’로서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것을 더없이 자랑스러워한다. ‘시골학교 평교사 선생님.’ 이 말은 교사 이순일의 긍지와 결기를 압축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시에는 농민의 자식으로 태어나고 자란 한 민중이 교사가 되어 농민의 아이들을 당당한 인간으로 기르는 기쁨과 자부심이 서려 있다. 그는 누구보다도 민중의 삶을 민감하게 읽어내고 깊이 공감하지만, 그 자신도 민중의 한 구성원임을 한시도 잊지 않는다. 이 일치됨이 교육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이 시집에는 삶과 교육과 문학의 틈과 간격을 조금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한 교사 시인의 의지가 곳곳에 아로새겨져 있다. 시 속에 아픔과 연민이 절절하고 분노와 슬픔이 깊은 이유는 그것만이 삶과 문학을 일치시키는 길이라고 그가 굳게 믿기 때문이다. 이순일에게 그것은 시를 넘어서 차라리 생을 대하는 하나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시는 항상 그에게 ‘근거’가 되어 주었다. 패배하고 절망해도 다시 시작하게 하는 희망의 바탕이 되었고, 상처와 피로와 고단함을 이겨내게 하는 생명수였다.
‘자신의 노래를 배반하지 않은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시 68편
이순일은 문학의 진정성이야말로 작가가 아파한 만큼 도달하는 깊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시인이다. 이 시집에는 여러 편의 추모시와 기념시가 실려 있다. 이 시들은 그가 참여하고 이끈 수많은 집회와 운동현장에서 쓰여지고 낭독되었다. 그러나 어느 한 편도 행사용 시들이 갖고 있기 마련인 상투적 감상을 담고 있는 것은 없다. 행사는 잊히고 사건은 종결되었지만 지금 읽어보아도 여전히 독자의 가슴을 울린다. 왜 그럴까? 그것은 시인 자신의 시처럼 ‘자신의 노래를 배반하지 않는 사람’만이 갖고 있는 어떤 생생한 호소력 때문일 것이다.
시집 《간단한 이치》는 좋은 시를 담은 훌륭한 시집일 뿐만 아니라 교사로서, 교육운동가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의로운 시민으로서 올곧게 살아온 한 사람의 기록으로서도 값진 의미가 있다. 가르치고 사랑하면서 또 그것을 지키기 위해 싸우면서 틈틈이 써내려간 이 감동의 시편들은 “교사는 많아도 스승은 없다”는 이 시대에 이제는 사라져가는 좋은 교육자의 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참으로 뜻 깊다. 교육계의 한 변방에서 이렇게 평생을 치열하고 의롭게 살아온 평교사를 여전히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독자들에게 흔치 않은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95575930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12월 01일 |
쪽수 | 132쪽 |
크기 |
123 * 210
mm
/ 202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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