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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처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가장 보통의 존재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찬사”
삶에는 따뜻하고 밝은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 살다 보면 누구나 힘들고 지치는 순간을 겪는다. 산다는 건 때로 아픈 일이기도 하다. 평범한 삶은 어디에 있을까.
『숨』의 저자인 모자는 삶이란 무엇일까를 탐색하기 위해서 인생에서 만난 숱한 사람들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버스기사, 오피스텔 경비원, 편의점 사장, 노래방 도우미, 폐지 줍는 노인, 아마추어 복서까지...
그들은 우리가 평소에는 주목하지 않고 스치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지나치기 쉬운 사람들에 주목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주인공이 되기엔 평범했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만들며 그들 삶에 공감하게 한다.
새하얀 바탕에 ‘숨’이라는 한 글자만 적힌 표지처럼 저자의 글 역시 감정이 절제됐다. 그러나 행간에 따뜻함이 머문다. 『숨』은 ‘가장 보통의 존재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찬사’가 담긴 책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모자
저자 모자는 보통 사람의 일상이 소설이 되길 바란 작가. 세상을 섬세한 마음으로 관찰한다. 사소하고 평범해 보이는 대상을 특별하게 바라보고, 꾸밈없이 담백하게 쓰는 것이 그의 특기다.
필명 모자의 의미는 작가의 말로 대신한다. ‘모자를 좋아합니다. 모자라서 그런가 봅니다.’ 지은 책으로는 《방구석 라디오》와 《숨》이 있다. 그가 두 번째 책을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는 작가의 말에서 엿볼 수 있다.
“그와 그녀. 책에 그들의 이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명사로만 그들을 부르다 보면 결국 그들은 기억에서 잊힐까요. 저는 다만, 이름을 알지 못하는 이들을 기억하며 살 수 있길 바랍니다. 이름을 모른다는 이유로 흘려보낸 사람들이 주위에 얼마나 많았던가요. 몇몇을 제외하면 책의 인물들은 여전히 이 땅에 숨 쉬며 살아갑니다. 저는 사람들이 그들의 일화를 읽으며 소설 같다 여기면 좋겠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소설이 되길 바랐거든요. 누군가의 삶이 영화처럼, 소설처럼, 보일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가요. 그건 그들의 삶이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만은 않다는 반증이니까요.”
책을 덮고 나면 조연이었던 우리 모두가 자기 인생에서 주연이라는 것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저자가 그와 그녀의 삶을 영화의 주인공처럼, 소설의 주인공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렸으므로. 그의 글에는 평범하게만 느꼈던 일상을 특별하게 느끼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작가의 말
그와 그녀. 책에 그들의 이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명사로만 그들을 부르다 보면 결국 그들은 기억에서 잊힐까요. 저는 다만, 이름을 알지 못하는 이들을 기억하며 살 수 있길 바랍니다. 이름을 모른다는 이유로 흘려보낸 사람들이 주위에 얼마나 많았던가요.
몇몇을 제외하면 책의 인물들은 여전히 이 땅에 숨 쉬며 살아갑니다. 저는 사람들이 그들의 일화를 읽으며 소설 같다 여기면 좋겠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소설이 되길 바랐거든요. 누군가의 삶이 영화처럼, 소설처럼, 보일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가요. 그건 그들의 삶이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만은 않다는 반증이니까요. 제가 그와 그녀의 이야기를 무사히 전달했을지 궁금합니다.
목차
- 아버지의 자격
초콜릿 장식
시간이 흐른 뒤
비눗방울과 꼬마아이
영사실에서
그가 왜 돌아오지 않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기념우표
클러치백 아저씨
겨울 바다, 아이스크림
예전에는 경비원이 아니었을
너에게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여자
그믐밤, 제페토는 없었다
그해 겨울
마을
두 개의 이름
연탄 가게 아저씨
소유하지 못하는 것들
결국 그녀는 네버랜드로 떠났다
일수
영원
창밖을 보며 우는 남자
전하지 못한 편지
은단과 담배
시를 읽어 주던 선생님
모래성
누군가의 우울이 사랑이 될 수 있을까
노트
기화
돈에 담긴 자부심
편지
일상
순수, 순정, 사랑
옥상에서
책 속으로
그는 그를 똑바로 봐주지 않는 시선에서 자유롭고 싶었다. 무생물을 대하듯 스쳐가는 사람들을 마주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들에겐 하루에 한 번이지만 그에겐 수천 수백 번이었다. 경비원이 지켜야 할 것은 어쩌면 집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아닐까. 그는 생각했다. 마음을 지키려고 경비 일을 한다니 말이 안 되지. 상처받는 일을 하면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딱딱해진다는 게 얼마나 웃기는 일이야. 그런데 내가 경비원이 되고 싶었던가. 하긴 예전에 다니던 회사도 그냥 다녀야 하니까 다녔지. 그땐 다들 그랬으니까. 그래도 예전에는 사는 게 그럭저럭 재밌을 때도 많았던 것 같은데.
- ‘예전에는 경비원이 아니었을’ 중에서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는데 이유는 별로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 원래 사람은 다른 사람을 기억하면서 살아야 하잖아. (중략) 까만 눈망울을 굴리는 꼬마 아이를 평생 기억할 아빠와 엄마처럼 나도 널 기억할 거야. 너도 그렇겠지만. 안녕. 잘 지내. 어제는 꽃구경을 갔다가 네 생각이 났어. 그리고 오늘은 그냥 네 생각이 났어.
- ‘비눗방울과 꼬마아이’ 중에서
너에게 쓰는 편지는 언제나 두서가 없다
그 두서없음이
너를 향한 내 마음의 전부였다
- ‘편지’ 중에서
아낀다, 라는 단어는 어쩐지
우표를 쓰다듬는 사람의 미소를 닮았다
아무 날도 아닌, 누구도 아닌, 어떤 것도 아닌
나는 그걸 잊을 수 있을까
- ‘기념우표’ 중에서
서로의 궤도가 다름에도, 나는 삶의 곳곳에서 그의 향기를 느낀다. 이를테면 길에서 간간이 마주치는 은단의 향으로. 흔해빠진 은단이 어째서 그의 향기로 기억되는지 알 수 없다. 추측하건대 독특하지만 흔한 향기가 그와 닮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특별했던 사람들처럼, 그 역시 특별하지만 평범하고 싶어 했으니까.
- ‘은단과 담배’ 중에서
다시 노트에 시간이 쌓인다
펜은 밤새 움직이지 않을 예정이다
불쌍한 손가락만 펜을 들고 벌을 선다
- ‘노트’ 중에서
조용히 잠든 밤거리를 보고 있노라면 이따금 그가 떠오른다. 아마 그는 사막같이 쓸쓸한 밤거리를 홀로 걷다가 말하는 여우를 만났을 것이다. 넌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을 져야 하는 거야. 여우는 말했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채색의 얼굴로.
- ‘초콜릿 장식’ 중에서
시련이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찾아온다니까 살아만 있으면 감당할 수 있을 게 뻔했다.
- ‘옥상에서’ 중에서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릴까요?
아니. 조금씩 무뎌질 뿐 시간이 지나고 아팠던 기억은 사라지지 않아. 내성이 생긴다는 말도 거짓말이야. 나이를 많이 먹어도 나쁜 일을 겪게 되면 똑같이 아프고 괴로워. 때로는 흉터가 덧나서 더 아프기도 하고. 그런 건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 거야. 다만 잊어버린 척 하고 사는 거지. (중략)
음… 아마 너는 앞으로도 잊고 싶은 것들을 잊지 못할 거고, 몇 개의 이름을 더 기억하며 살게 될 거야. 가끔은 손바닥 위에 쌓아올린 모래성을 보다가 울게 될 거야. 손 틈으로 새어나가는 모래를 보는 건 우울한 일이거든.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흐르고 나면 너는 지금보다 아주 조금은 나아질 거야.
- ‘모래성’ 중에서
출판사 서평
누군가는 에세이, 누군가는 시처럼 살아간다
『숨』은 에세이라는 장르로 구분됐지만, 에세이면서 소설이면서 동시에 시 같은 글이 한데 어우러진 책이다. 때로 우화 같기도 하다. 저자는 ‘누군가는 에세이처럼, 누군가는 소설처럼, 또 누군가는 시처럼 살아간다.’고 믿는다. 삶을 한 가지로 규정하고 싶지 않았고, 그런 의도를 구성으로도 구현했다. 다양한 삶이 존재하는 만큼 ‘숨’의 의미 또한 다양해야 한다고 믿기에 숨이라는 단어의 의미 또한 열어 두었다. 저자의 열린 태도는 글에서도 잘 드러난다. 버스기사의 이야기를 그린 ‘아버지의 자격’이라는 글을 보자. 작가는 어느 비오는 날 마을버스 종점의 풍경을 그리면서 그곳에 삶을 걸치고 있는 한 평범한 가장의 내면으로 들어간다.
종점에 멈추는 마을버스 노선은 두 개뿐이었고, 차고지는 멀리 떨어진 허름한 공터에 있었다. 비가 오면 낡은 천막 틈으로 빗방울이 모여 떨어졌다. 천막의 올이 몇 가닥쯤 풀려 바람에 흔들렸다.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은 정류장 안에서도 우산을 펼쳤다. 보도블록 사이를 비집고 나온 잡초 때문인지 풀 냄새가 났다. 파이프는 빗물에 녹이 슬어 기댈 수 없었다. 정류장의 모든 것은 외로웠다. 어떤 것도, 어느 누구도, 기댈 곳이 없었다. (본문 ‘아버지의 자격’ 중에서)
시 같기도 하고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마을버스 종점의 풍경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디테일하게 묘사했다. 언뜻 허름한 마을버스 정류장의 풍경을 그린 것 같지만, 기댈 데 없는 한 중년 남자의 내면 풍경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잘 드러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사실은 가장 아름답지 않느냐고 말하는 듯이. 표면적으로는 담담한 문체로 서술된 것처럼 보이지만, 감정 선을 예민하게 건드리는 뉴에이지 음악의 선율처럼 섬세하고 풍부한 감정이 깔려 있다. 작가가 왜 이런 글을 썼는지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다. “저는 사람들이 그들의 일화를 읽으며 소설 같다 여기면 좋겠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소설이 되길 바랐거든요. 누군가의 삶이 영화처럼, 소설처럼, 보일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가요. 그건 그들의 삶이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만은 않다는 반증이니까요.”
영화를 보듯, 소설을 읽듯,
타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건 어떨까
이 책의 이야기들도 삶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 저자가 편의점, 술집, 노래방 등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마주친 인연들과의 일화는 팍팍한 삶의 단면을 툭 잘라서 내보이는 듯하다. 책 속 인물 중에는 불행한 사람들도 있다. 죽음과 가까이 있거나 어둠의 세계에 갇힌 사람들, 가족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사람들도 등장한다. 그렇지만 묘하게 위로가 되는 책이다. 저자가 책 속 인물들의 조금은 우울하고 어두운 삶을 판단 없이 그저 바라봐 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 속 인물들을 판단 없이 바라보기 위해 (또한 독자가 그렇게 바라봐 주길 기대하며) 인물들을 ‘그’ 혹은 ‘그녀’라고 표현했다. 저자 본인 역시 ‘그’라는 대명사로 표현하며 책 속의 그들과 동일 선상에 놓는다. 모두가 똑같이 ‘그’와 ‘그녀’로 지칭되지만 똑같은 삶은 없다. 책에서 일산을 돌던 남자와 아이스크림을 찾으러 간 남자가 동일 인물인지 다른 두 사람인지 독자는 추측하게 된다. 노래방에서 울었던 남자와 맥줏집에서 담배 심부름을 하던 남자가 동일 인물인지도 알 수 없다. 저자는 인물들의 전부를 알려주지 않는다. 자신을 포함해 모든 인물의 정보를 적절하게 차단한다. 독특한 서술 방식이 독자에게 소설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하기도 하고, 숨 쉬는 모든 존재가 특별하다고, 숨 쉬는 모든 것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숨 쉬는 모든 것들은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도 같다. 독자들은 숨 쉬며 살아가는 누구나의 삶이 멀리서 보면 아름답다는 점을 깨닫게 될지도 모르고, 보잘것없다 생각했던 인생을 특별하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기본정보
ISBN | 9791195538287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02월 01일 |
쪽수 | 240쪽 |
크기 |
140 * 196
* 19
mm
/ 347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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