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 붓으로 조선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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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작가정보
저자(글) 이석우
저자 이석우는 경희대학교 사학과 교수 및 중앙박물관장을 역임하고 동 대학 명예교수로 있으며, 현재 겸재정선미술관 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사람의 흔적이다. 그 흔적을 따라가는 동안 그는 역사와 미술이 교차하는 지점에 늘 매료되곤 했다. 그에게 “미술은 역사의 표정이며, 그것을 담고 있는 그릇이자, 역사와 만나는 직접적인 통로”이다. 그래서 그는 “역사를 만나러 미술관에 간다”라고 말한다. 또한 역사와 미술은 직관을 통해 그 실체에 접근할 수 있으니, 그가 두 영역과 친구처럼 함께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대학에서 정년하고 겸재정선미술관에서 일하게 된 것을 그는 큰 은총이자 행운이라고 믿고 있다. 한국의 전통회화들은 유사한 보편적 양식을 갖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놀라운 차이와 개성을 드러낸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 속에서 빛나는 현대성을 발견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 창조적 도약의 대표적인 인물이 겸재인데, 그는 겸재의 대담한 구도, 감출 수 없는 기운, 뜨거운 화혼과 자유정신에 매료되었다. 이런 연유로 글을 쓰게 되었고 그 모음이 이 책으로 엮어졌다 하겠다. 그는 국제미술평론가협회(AICA)회원이면서 개인전도 네 번 열었다. 저서로는 《예술혼을 사르다 간 사람들》, 《역사의 들길에서 내가 만난 화가들》(상·하), 《역사의 숨소리, 시간의 흔적》, 《그림, 역사가 쓴 자서전》, 《명화로 만나는 성경》, 《대학의 역사》, 《아우구스티누스》 등이 있다. 그는 “무엇이 되려고 하기보다,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한 걸음씩 걸어왔다”라고 말한다. 돌아보면 ‘읽고 쓰고 그리기’의 삶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가슴에 지적 탐구의 불꽃이 타오르는 한, 그는 이 길을 멈추지 않고 나아갈 것이다.
목차
- 머리말ㆍ04
제1부 조선의 중심, 선비의 붓에 깃들다
1장 경복궁, 폐허에서 그려낸 역사ㆍ14
2장 육상묘,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ㆍ28
3장 의금부, 조선의 산수화를 이끈 겸허한 거인ㆍ54
제2부 선비의 눈과 마음, 자연에 깃들다
4장 수성동, 세상을 바꾼 한 장의 그림ㆍ78
5장 독서여가, 조선시대 선비의 하루ㆍ98
6장 인곡유거, 홀로 있고 싶은 마음ㆍ112
7장 세검정, 역사를 잉태한 곳에서 마음 씻기ㆍ132
제3부 자연의 아름다움, 진경에 깃들다
8장 삼부연, 화가와 시인의 감동이 그치지 않는 곳ㆍ156
9장 구룡폭, 현대회화보다 더 대담한 생략과 자유ㆍ172
10장 우화등선, 분단의 아픔이 새겨진 뱃놀이현장ㆍ194
11장 청하성읍, 청하에서 한가로움으로 담아낸 진경ㆍ210
12장 양화환도, 순간을 포착하는 화가의 한강유람기ㆍ234
13장 양천현아, 삶과 역사의 현장에 대한 증언ㆍ246
제4부 진경의 미학, 상징에 깃들다
14장 선인도해, 겸재가 추구했던 신선의 모습ㆍ272
15장 송림한선, 우리 나무와 곤충에 담긴 우주의 질서ㆍ290
16장 노송대설, 선비의 기풍 지닌 의연한 소나무ㆍ316
정선 연보ㆍ330
참고문헌ㆍ332
책 속으로
최고의 반열에 오른 산수화가는 저절로 품위가 우러나도록 산수화를 그린다. 높다란 산이나 그윽한 들녘, 유유히 흐르는 강이나 기괴한 바위들을 등장시켜 정서를 자극할 만한 멋진 장면을 연출한다. 하지만 이 〈경복궁〉에는 산도 강도 보기 좋은 신선의 도원(桃園)도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겸재는 우거진 소나무 숲, 폐허 속에 남은 주춧돌 몇 개, 불타버린 영루와 허물어진 돌담을 몇 장면 척척 붓질하며 놀이하듯 그렸다. 거기에는 아름다움을 꾸며 장식하려 하거나 어떤 화법을 의도적으로 구사하려는 의도가 보이지 않는다.
- 제1부 1장 “경복궁, 폐허에서 그려낸 역사” 중 17쪽에서
조선 건국의 상징이었던 경복궁은 조선 최대의 국난이라 할 수 있는 임진왜란으로 인해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그 결과 경회루도 기둥만 남고 불에 타버렸으니, 조선이 건국한 지 200년이 지난 1592년의 일이었다. 그로부터 160여 년이 지난 1754년, 겸재는 〈경복궁〉을 그리기 위해 인왕산 자락에 섰다. 조선의 건국과 함께한 뒤 왕실의 위엄을 상징하던 경복궁은 그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한 채 버려져 있었다. 겸재가 이 그림의 제목 〈경복궁〉에 지금 우리가 쓰는 경(景)이 아니고 경(慶)을 쓸 만큼 경복궁은 백성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존재였다.
- 제1부 1장 “경복궁, 폐허에서 그려낸 역사” 22쪽에서
종로 사거리 쪽으로 눈을 돌리면 SC제일은행 본사가 있는데, 그곳이 바로 의금부 자리다. 현재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 2번 출입구로 나와서 왼편에 자리한 곳이다. 겸재는 군량미 환곡을 잘못 했다는 이유로 의금부에서 탄핵된 일이 있는데, 그로부터 2년 후인 1729년 54세가 되던 해에는 종5품 의금부 도사의 중책을 맡았다. 그의 〈의금부〉는 북악을 배경으로 자리한 당시의 의금부 모습을 담백한 필치로 전하고 있거니와, 잡다한 것을 생략한 여백의 여유를 느끼게 한다.
역사는 흘러가 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고여 있다. 찾아가 말을 걸면 되살아난다. 겸재가 화폭에 담은 서울 한복판에서 그의 그림들을 만나다 보면 역사를 눈으로 보는 듯하며, 그가 그려낸 현장과 그의 그림이 겹쳐지면서 즐거움을 더해준다.
- 제1부 3장 “의금부, 조선의 산수화를 이끈 겸허한 거인” 67, 69쪽에서
안견의 〈몽유도원도〉 관람객 열풍이나, 간송미술관 전시를 보려고 몇 시간씩 기다리는 일은 장안의 화제가 된 지 꽤 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 장의 그림이 도시환경을 개벽하듯 바꾸고 그림 속의 경관을 통째로 복원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는데, 겸재 정선의 〈수성동〉 그림 하나가 아파트와 시멘트로 뒤덮인 수성동계곡의 주거지들을 허물고, 거기에 담긴 내용을 되살려내는 기적을 이끌었다.
- 제2부 4장 “수성동, 세상을 바꾼 한 장의 그림” 78, 80쪽에서
겸재의 자화상으로 추정되는 〈독서여가〉는 선비의 격조 있는 여유로운 일상을 보여 주지만, 화가로서 겸재의 역량과 그가 바라는 삶의 이상향을 감지하게 한다. 시절은 여름인데, 사방관을 쓴 선비가 미색 중치막(中致莫, 선비가 착용한 겉옷)을 입고 부채를 든 채 툇마루에 앉아있다. 뒤에 쌓여있는 책으로 보아, 그가 독서삼매에 빠져 있다가 잠시 머리를 쉬면서 툇마루에 앉아 문득 눈에 들어오는 작약과 난초를 응시하고 있는 듯하다. 서재 옆에 서 있는 오래된 향나무는 멀리 그리고 맑게 퍼지는 선비향을 은유한다. 현실을 잠시 잊고 사색의 유영이라도 하는 듯한 시경(詩境)을 느끼게 한다. 책장 옆 그림에는 고사(高士)가 떨어지는 폭포수를 바라보고 있고 부채 그림은 한강변인 듯한데, 이 모두가 학문과 벼슬을 분리해 생각하지 않았던 조선시대 지식인의 풍모를 드러낸다.
- 제2부 5장 “독서여가, 조선시대 선비의 하루” 109쪽에서
겸재에게서 늘 놀라게 되는 것은 뛰어난 현장감과 그것을 그림으로 드러내는 실행력이다. 하양현감(1721∼1726)으로 재직할 때도, 그는 성주관아의 객사에 있던 정자를 담은 〈쌍도정〉을 비롯해 〈도산서원〉 등 경상도 지역의 명승들을 그렸다. 하양현아를 그린 작품은 찾을 수 없지만, 그의 성향으로 보아 하양현아도 그리지 않았을까 싶다. 청하에서도 어김없이 〈청하성읍〉을 그렸고, 양천현령으로 재임 시에는 〈양천현아〉, 〈종해청조〉뿐만 아니라 양천팔경에 이어 한강을 본격적으로 그려 《경교명승첩》을 남기지 않았던가.
이렇게 보니 영조는 그 지역의 그림을 그리게 하려고 겸재를 지방관으로 보낸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 제3부 11장 “청하성읍, 청하에서 한가로움으로 담아낸 진경” 221쪽에서
출판사 서평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미술가, 겸재 정선
진경산수화라는 독특한 화풍 덕분에, 그림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의 작품을 대부분 단번에 알아본다. 독창적이라고 해서 모두 다 인정받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겸재의 작품은 그만큼 예술성과 독창성을 함께 담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의 이런 특별한 시선은 어디서 온 것일까?
역사와 미술을 함께 보아온 저자 이석우 교수는, 겸재가 당시 첨단문물을 가장 먼저 접할 수 있었던 관상감의 천문학 겸교수로 있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바로 그 위치에서 겸재가 서양 화법을 일부 수용해 우리 전통 화법에 적용함으로써 진경산수화풍이라는 독특한 세계를 개척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겸재를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미술가’로 규정하며, 성리학이 지배한 조선사회에서 서양화법의 영향을 우리식으로 재창출한 국제적 감각을 지닌 선구적 화가로 보았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융합, 국가 간 기술교류와 학제(學際) 간 소통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우리 시대에, 당대의 문화 흐름을 자기 식으로 수용하여 새로운 화풍을 만들어 낸 겸재의 문화형성력·창조적 대응·개별적 예술혼에 주목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340년 전, 겸재는 진경산수화풍(眞景山水畵風)으로 조선 미술계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며 동아시아 예술의 중심이었던 중국에까지 명성을 떨쳤다. 사대부 출신으로 화원(?員)이 된 그는 숙종 대부터 영조 대까지 관상감의 천문학 겸교수를 시작으로 사헌부 감찰, 의금부 도사를 거쳤고 양천현령으로 있으면서 한강의 수려한 경관을 화폭에 담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국보 제216호 〈인왕제색〉과 국보 제217호 〈금강전도〉를 그린 것만 봐도, 이공계 전문가로서 인문학적 소양을 겸비한 맞춤형 인재로 손색이 없다. 영조가 겸재에게 양천현령과 청하현감을 맡긴 것은 그로 하여금 조선의 비경을 그리게 하려 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화가로서 겸재는 최고의 반열에 든 사람이었다.
하지만 겸재의 작품에는 선비다운 품격과 위엄이 있으며, 올곧음과 여유가 저절로 배어난다. 그의 그림을 단순히 기법이나 준법으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은, 그가 〈독서여가〉나 〈인곡유거〉, 〈경복궁〉 등에서 보여 준 선비다운 삶과 역사인식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겸재 정선이 아끼고 사랑한 주제들과 그의 역동적인 삶을 함께 그려내면서, 자연산수·인물·화훼영모에 이르기까지 수십 장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4부 16장으로 담아냈다.
이 책을 읽으며 겸재와 함께 경복궁·서촌·광화문을 거쳐 한강과 금강산을 따라 걷다 보면, 아름다움을 음미하고 감상하는 법, 자연에 유유자적 거하는 즐거움, 선비답게 고요함과 벗하는 법 등에 대해 배우고 느끼며 생각하게 된다.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가 선비의 혼과 자연과의 일체감을 하나로 담아 붓으로 그려낸 조선의 모습이 바로 이 책에 담겨 있다.
조선 최고의 화가, 붓으로 조선을 그리다
84세라는 당시로서는 비교적 오랜 세월을 살다간 조선의 대표 화가 겸재 정선은, 숙종·경종·영조 대의 극심한 당쟁 가운데서 관료의 삶과 예술가의 삶을 동시에 살아냈다. 그가 두 가지를 이뤄낸 비결과 지혜는 ‘겸손할 겸’이 들어간 그의 호 겸재(謙齋)에서 볼 수 있듯이 ‘겸허·겸손의 정신’이었다. 저자는 겸재가 양천현령으로 있으면서 한강을 품에 안았던 바로 그 자리에 서 있는 겸재정선미술관에서 겸재의 평생을 따라가며 시대의 명작들을 기쁘게 소개한다.
겸재 정선의 대표그림을 테마로 삼아 16폭의 그림을 그리듯 담아낸 이 책에는, 조선의 화풍을 전기에서 후기로 이끌어낸 조선 미술계의 거장 ‘겸재 정선’의 삶과 예술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의 생애에 중요한 시기마다 위대한 작품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각각의 걸작에는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과 ‘인간답게 사는 법’에 대한 겸재의 고민이 절절이 담겨 있다.
또한 표암 강세황,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현재 심사정, 공재 윤두서 등 기라성 같은 화가들이 모두 겸재의 가지에서 뻗어 나왔거나 직간접적으로 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석우 저자는 겸재를 비롯해 여러 화가들의 작품들을 비교·분석하면서, 겸재가 산수화뿐만 아니라 인물화와 화훼영모화에 이르기까지 큰 획을 그었음을 밝혀냈다. 또한 겸재 그림의 미술사적 의미와 감상 포인트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은 물론이고, 작품의 무대가 되었던 곳들을 답사하여 겸재의 시선을 직접 느끼며 작품과 현장을 비교·체험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미래가 불투명한 시대에는 전문가들이 인정받고 우대받는다. 사물인터넷과 3D 프린터,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wearable) 기기가 분초를 다투며 발전하는 만큼, 암기 위주의 공부보다는 자신만의 시선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이공계 중심으로 재편된 기업문화에 인문학적 소양을 융합하는 게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면서, 인간답게 사는 길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전 세계가 동시다발적으로 문화와 기술을 공유하며 발전하고 있는 이 시대적 전환기에, 우리는 어떤 자세로 우리의 삶을 준비하며 가꿔나가야 할까? 이석우 저자는 그 답을 선비이자 화가였던 겸재 정선에게서 찾았다. 그와 겸재의 만남이 낳은 이 책을 통해, 우리 삶을 더욱 가치 있게 하고 예술을 더욱 아름답게 향유하는 길을 함께 모색해 보자.
[책속으로 추가]
겸재는 경관 속의 소나무나 그 숲을 무수히 그렸는데, 소나무 한 그루를 중심으로 대담하게 그린 작품으로는 〈노송대설〉과 〈노송영지〉, 〈사직송〉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작품들은 그가 살아온 삶을 상징하는 느낌까지 준다. 그 의연함에 있어서는 〈노송대설〉처럼, 천수를 다 누리는 데는 〈노송영지〉처럼, 그리고 나라의 사직을 걱정하고 번영을 기원하는 면에서는 〈사직송〉 같은 삶을 살았다고 할까. 요즘 쓰는 말로 하면 참살이(Well-Being)의 삶을 산 것이다.
- 제4부 16장 “노송대설,선비의 기풍 지닌 의연한 소나무” 320, 323쪽에서
기본정보
ISBN | 9791195509133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02월 15일 |
쪽수 | 336쪽 |
크기 |
170 * 225
* 17
mm
/ 692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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