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노타우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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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김주욱은 동양화를 전공하고 에스콰이어에서 신발 디자이너로, 베네통에서 디스플레이 디자이너로 일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면서 뒤늦게 소설 공부를 시작해 2008년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2013년 천강문학상 소설대상, 2015년 문학나무 신인작품상, 2015년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2014년,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한 장편소설 《표절》을 발표하는 등 현실 문제에 등 돌리지 않고 우직하게 자기 걸음을 내딛는 소설가로 평가받고 있다.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기금을 수상했다.
목차
- 방충망 속으로
미노타우로스
김 반장의 트렁크
모기와 왈츠를
안락의자
발광생물
보드게임
작가의 말
책 속으로
윤 감독이 집중한 이미지 중에 시신에 파리가 들끓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김 노인이 생전에 홀로 밥을 떠먹는 장면에 더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김 노인이 밥상을 차리고 대접에 담긴 갱죽을 떠먹으려 할 때 밥상으로 날아드는 파리 한 마리가 클로즈업됐다. 김 노인은 갱죽을 먹다 말고 떨리는 손으로 파리채를 쥐고 허공을 갈랐다. 파리는 김 노인의 손짓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밥상을 맴돌았다. 그러더니 김 노인 몰래 앞발을 반찬 그릇 테두리에 걸치고 고꾸라질 듯 머리를 숙여 멸치볶음의 당분을 빨아먹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파리가 김 노인의 친구 같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 친구가 김 노인의 임종을 지켰다. -p.17 [방충망 속으로] 중에서
요리사는 빠르게 움직였다. 숨을 헐떡이는 요리 재료를 스테인리스 조리대에 단단히 묶었다. 요리사는 활처럼 휜 4인치 길이의 칼로 요리의 재료를 목부터 하복부까지 한 번에 그었다. 맑은 로즈핑크빛 피가 스테인리스 조리대 홈을 타고 흘러내렸다. 피는 조리대 아래 받쳐둔 하얀 플라스틱 쓰레기통으로 떨어졌다. 요리사는 피가 어느 정도 빠지기를 기다렸다. 별장 정원에서 유리잔 부딪치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하얀 플라스틱 쓰레기통에 순식간에 피가 가득 찼다.
바람이 불었다. 벚꽃잎이 어지럽게 날리면서 향긋한 냄새가 퍼졌다. 사내들이 접시에 떨어진 벚꽃잎을 입으로 불어댔다. 유리잔 부딪치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줄곧 이어졌다. -p. 59 [미노타우로스] 중에서
출판사 서평
“가망 없는 세계를 직시하는 믿음직한 문장들”
김주욱의 단편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번쯤 맞닥뜨릴 법한 생의 한 순간을 포착한다. 빚까지 내서 시작한 사업 오픈일을 앞두고 동분서주하던 게임업체 사장이 한순간의 판단 미스로 한강대교 난간에 매달리게 됐을 때(보드게임), 예쁘장한 외모로 무능력한 아버지와 오빠를 부양하던 이십대 여자가 남양주 별장에서 열리는 정체불명의 파티에 초대받게 됐을 때(미노타우로스), 외주업체 재하도급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던 김 반장이 자신과는 별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겼던 노사분규의 한복판에 휘말리게 됐을 때(김 반장의 트렁크), 그런 순간들이 불러오는 삶의 아이러니를 깔끔한 문장으로 노련하게 묘사한다.
불행에는 예고도 없고 어떤 기미조차 없다. 아니 어쩌면, 인생은 열심히 살고자 하면 할수록 우리를 궁지로 몰아넣고, 파국으로 밀어붙이는지도 모른다. 그런 순간들에서조차 김주욱 소설 속 주인공들은 낙관하는 법도, 절망하는 법도 없다. 때로는 무지하게, 대체로는 담담하게 그 상황을 받아들인다. 지나친 자의식 과잉으로 길을 잃지 않고, 관념적인 사유에도 기대지 않은 채 뚜벅뚜벅 자기 길을 간다. 그런 건강한 필체가 매일 매일의 패배를 살아내게 하는 힘이 된다.
출판사 리뷰
경험에서 우러나온 현장성의 힘
김주욱 소설이 가진 힘은 무엇보다 현장성에 있다. 미용기술을 직접 배워가며 첫 중편소설 [허물]을 썼고, 한 문학상 심사 과정에서 겪은 자전적 사건을 모티브로 장편 소설 《표절》을 썼듯이 이 단편집에도 가장 어려웠던 시절, 몸으로 감각한 것들이 생생하게 녹아 있다.
소설에 더 이상 답이 보이지 않을 때 식자재 배달 일을 했던 경험이 [발광생물]에 들어가 있고, 방송국 도급업체 일용직 노동자로 일했던 경험이 [김 반장의 트렁크]에 녹아 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상황을 바탕으로 계급, 여성, 가족, 언론 등 현실 사회의 문제적 요소들을 노련하게 형상화해낸다. 문학이 응당 가져야 할 품위와 주제의식을 놓지 않으면서도, 지나친 사유와 문체주의에 빠지지 않고 현실 감각을 지킬 줄 안다. 무엇보다 읽는 재미가 있어 삶의 아이러니를 음미할 수 있는 문장 속으로 한국 문학 독자들을 불러들일 것으로 기대한다.
건강한 필치가 믿음직한 무언가를 갖추고 있다
김주욱의 [방충망 속으로]를 세상에 내보낸다. 건강한 필치가 믿음직한 무엇인가를 갖추고 있어서 안쓰러운 현실을 견뎌나가리라, 하고 생각한다. 전작인 천강문학상 수상작에서도 눈 여겨 보았거니와 오늘의 문제에 눈 돌리지 않고 앞날을 모색하는 태도 또한 높이 사줄 만했다. ‘방충망’ 속으로 갇혀 들어갔으나 그것을 새로운 의미망으로 해석하려는 몸부림이 그의 것이자 우리의 것임을 보여주는 접근은 매우 새롭지는 않았으나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해보인 작품이었다.
-윤후명ㆍ황충상 문학나무 신인작품상 심사평 중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잊고 있던 의문을 환기시킨다
[미노타우로스]는 가족으로부터 희생을 강요당하고, 본질적인 가치보다 상품으로 포장하여 매매를 통해 가까스로 가치를 인정받고, 그리고 마침내 사람 몸에 소머리를 얹은 저주스런 존재 미노타우로스의 제물로 바쳐지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12번, 이 여인을 통해 ‘아름다움이란 온전히 지켜질 수 있는 것인가?’하는, 잊고 있던 의문을 우리에게 환기시킨다.
-손영목ㆍ유익서 천강문학상 심사평 중에서
우리가 처한 노동현실에 대한 정직한 고백
[발광생물]은 학교 급식을 배송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일상을 세밀하게 파고드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주인공이 노동을 하는 주요 공간으로서 냉동탑차와 냉장고가 오히려 그를 두 번씩이나 위기에 몰아넣는다는 설정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아울러 작가는 주인공의 그런 위기를 혹은 과장하거나 혹은 어설프게 그리는 대신 소설적으로 능숙하고 짜임새 있게 형상화해냈다. 그리하여 소설에서 주인공의 시선을 빌려 ‘음식재료 배달기사가 음식재료가 되는 것은 아닌가’하고 슬쩍 던져보는 ‘엉뚱한 상상’이 우리가 처한 노동현실에 대한 ‘정직한 고백’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윤정모ㆍ김남일 전태일문학상 심사평 중에서
기본정보
ISBN | 9791195382415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03월 05일 |
쪽수 | 212쪽 |
크기 |
140 * 207
* 12
mm
/ 345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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