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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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자본이 그 누군가를 통해, 그리고 우리 자신을 통해 일상을 경쟁과 전쟁터로 만들었고, 다른 삶이 가능함을 보여 주어야 할 부모는 이미 이 전쟁에 맞춰진 또 하나의 ‘시스템’이 되어 버렸다고 외친다. 경쟁을 ‘무화’(無化)시키고, 더 ‘나은’ 인생이 아니라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자기 안에 숨 쉬고 있는 선하고 올바른 삶에 대한 의지를 스스로 확인하라고 저자는 호소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하나의 깃발이다.
이 책이 말하는 연대는 소비 지향적이고 소모적인 대화만 오가는 모임이 아니다. 자기 성찰을 바탕으로 자기와의 연대가 먼저 일어난 지점에서 이루어진, 타인과의 정서적인 손잡음이다. 비정한 사회에서 자신을 지키는 길은 오로지 이러한 정서적 연대체, 대비적 공동체를 만드는 길뿐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승욱
저자 이승욱은 인생의 십자가를 진 서른세 살에 뉴질랜드로 떠나 정신분석과 철학을 공부했다. 뉴질랜드 국립 정신병원에서 10년 가까이 일하면서 정신분석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마치고, 말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른, 50여 인종이 넘는 많은 사람들을 분석하고 치유했다.
12년 만에 시작했던 곳(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저자는 서울에서 ‘닛부타의 숲’(회복의 숲) 정신분석클리닉과 팟캐스트 《공공상담소》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팟캐스트는 불특정 다수인 ‘공공’에게 ‘상담’이라는 학문과 임상 활동이 공공재로 이용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어, 지금까지 시즌2를 거치면서 약 100회의 에피소드가 소개되었다.
저서로는 《대한민국 부모》(공저), 《포기하는 용기》, 《상처 떠나보내기》, 《애완의 시대》(공저) 등이 있다.
목차
- 서문 4
1부 우리 앞에 놓인 곤궁함
1장 내몰린 삶들 13
2장 심리학이 대답할 수 없는 질문 22
3장 안전기지 없는 삶 29
4장 서른, 다르지만 같은 고민 38
5장 나른한 삶의 실체 50
6장 열심히 살았다는 것 59
2부 연대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들
1장 ‘부모’라는 하나의 문제 72
2장 점령당한 마음들 88
3장 관계 중독 100
4장 대체물로 유지되는 삶 111
3부 연대를 위한 첫걸음
1장 연대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 127
2장 누가 정치를 두려워하는가? 138
3장 자신과 먼저 연대하라 145
4장 불안과 외로움 162
4부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것들
1장 정신적 균형을 찾는 일부터 시작하자 174
2장 생산력의 복원을 위하여 204
3장 섬세함과 존중 216
4장 다음 세대를 위한 기여의 자세 227
5장 마음의 연대란? ‘고립되었다고 믿는’ 개인들의 연합! 241
에필로그 _ 이 책은 하나의 깃발이다 258
책 속으로
서른이나 마흔이 되기 전에 알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관계의 현실성이다. 관계의 현실성은 관계의 따뜻함과 냉혹함을 모두 경험했을 때만 알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며, 작은 이득 앞에서 표변할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 인간의 기억은 종종 아주 편파적이어서 얻어먹은 밥 한 그릇은 다음 날이면 잊어버리지만 자기가 사준 커피 한 잔은 평생 잊지 않는다는 것. 모두 다 자신에게만 유리한 계산법을 갖고 있어서 항상 자신이 양보했고 언제나 덜 돌려받았다고 항변하는 것. 이것이 인간관계를 받치는 어두운 쪽의 한 특질이며 관계의 현실을 말해 주는 한 측면이다. 하지만 관계라는 것은 그 자체로써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서, 더 튼튼하고 깊은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관계의 목적은 무엇보다 안전함을 확보하는 데 있다. 안전함이라는 말은 다양하게 이해될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두 가지 요건으로 채워질 수 있다고 본다. 그 하나는 ‘신뢰’이고, 또 하나는 ‘진정한 관심’이다.
▶ 19-20페이지
마흔에서 마흔둘,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 나이는 여성들에게 있어 ‘마(魔)의 2년’이다. 젊음에서 늙음으로 향하는 중간지대, 일종의 삶의 연옥과 같은 시간 영역, 여러 가지 변환의 시기이며 불안한 많은 것들이 확정된 상태로 자리 잡기도 하는 시기이다. 삶은 도약을 꿈꾸지만 안주하려는 기운에 부딪쳐 몸부림친다. 그래서 버릴 것은 버리고 포기할 것을 포기하지 못하면, 그리하여 이 시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지 못한 채 지리멸렬하게 보내 버린다면, 탈색된 에너지로 근근이 버티면서 살게 될 것이다. 이 시기에 삶의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면서 그 변화를 현실에서 어느 정도 실현시키지 못한다면 이후의 삶은 여러 부분에서 박제로 남게 될 것이다.
▶ 50-51페이지
정신분석가로서 오랜 경험을 통해 선한 삶에 대한 나름의 배움이 있었다면 이런 것이다. 나쁜 짓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것을 뺏거나 구태여 의도하여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은 절반의 선함일 뿐이다. 남의 것을 빼앗지도 말아야 하지만 부족한 이에게 나누는 마음을 실천하는 일, 타인에게 상처가 될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넘어 필요한 정서적 지지와 마음 아픈 이가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진심의 위로와 섬세한 배려를 제공하는 것까지가 나머지 절반의 선함을 완성시키는 일이다.
▶ 57페이지
30대에서 50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한국 남자들이 목이 쉬도록 외쳐 대는 “나 정말 열심히 살았다”는 말을 들으며, 문득 그들에겐 ‘열심(熱心)’만 있고 마음은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는 살았는데, 그러면 그들에게는 어떤 마음이 있는지 궁금했다. 어떤 마음에서 열심히 살았는지 그것이 몹시 궁금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물어봤다. 나는 지금껏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그리고 내 친구 재영이는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왜 구출해 달라는 기도를 하는지, 그 마음은 무엇인지. 혼란스러웠다. 우리에게 마음이 있는가? ‘열심’은 있지만, 그것은 결국 어떤 결핍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모두들 다 열심히는 살았지만 정작 마음은 어디에 두었는지, 한 번도 자기 마음은 제대로 보살피지 않은 것은 아닐까.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솔직히 나는 그들이 꼴 보기 싫어졌다. 고개를 돌리지도 들지도 않고, 그날 밤 혼자 마신 술은 두 병이 넘었다.
▶ 65-66페이지
‘마음의 연대’를 이야기하고 싶지만 사람들의 마음이 도대체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마음은 이미 무언가에 점령당해 있고, 끊임없이 혹사당하고 있다. 우리 자신의 의도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의 의도를 따르기 위해 한 번도 쉬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뭔가에 얽매이고 압사당해, 개인의 고유성이 담긴 마음을 찾거나 헤아리기 어렵다. 마음은 무언가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상태, 준비된 상태, 설레는 상태, 긴장된 상태, 또는 때로는 아주 편안히 쉬는 상태라야 건강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야말로 마음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 71페이지
‘대체되는 삶’은 단지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라 노동 과정과 노동 유형과도 연결되는 문제이다. 숙련 노동자에 대한 의미 부여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일 자체에서도 인간의 위치는 새로운 기계나 기술에 의해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 정년이 보장되는 일자리는 이제 거의 없다. 정규직도 비정규직을 보며 늘 ‘내 일자리도 다른 누군가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사회에서 모든 일과 노동이 이렇게 대체재를 늘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때 출현하는 것이 바로 ‘대체될 수 없는 노동’, ‘의미 있고 창의적인 일’이라는 환상이다. 그런 일을 찾기 위한 스펙 쌓기 경쟁과 자기 계발은 개인이 스스로를 착취하면서 대체될 수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하도록 만드는, 고도의 지배 방식이기도 하다.
▶ 96페이지
정리하면, 우울 역시 어떤 에너지의 심리적 양태다. 그 에너지는 우리의 삶이 외부로만 뻗어 나가 자신에게 민감하지 못했을 때, 그 균형을 잡고자 구심력을 발휘하는 힘이다. 자기 삶의 중심축에 근접할 수 있도록 내적 균열을 치유하라는 강제력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균열의 지점을 더듬고 치유하는 과정에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거나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도 있고, 다시 회복의 전망을 바라게 된다. 우울은 어떤 지점에서 자신이 원하는 만큼 자신의 말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려 주는 반동력이며, 세상으로부터의 일시적 망명을 명령하는 내면의 힘이기도 하다.
▶ 185페이지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라는 자문에 필자는 이렇게 자답하려 한다. 나는 무엇보다 ‘세대 간 공생을 위해 기여하려는 노력’, 그 자체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고 싶다. 그것이 인류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삶의 연속성을 세대 간 협력을 통해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오늘날의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은 다음 세대에 무엇을 물려주고 싶은가?
▶ 257페이지
출판사 서평
▣ 출판사 리뷰
우리는 왜 이토록 곤궁한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서적 연대체다!
불안도 고통도, 모든 것이 셀프(self)인 시대, 최소한의 생존 보장과 심리적 안전감 없이 절벽으로 내몰린 삶, 부모마저 하나의 사회 문제, 또 하나의 시스템이 되어 버린 가족 구조, 관계 중독… 이는 모두 한국 사회의 현주소들이다. 저자는 이처럼 우리를 지옥 같은 삶으로 내몬 것은 못난 자아도, 무능력도 아닌 ‘자본’이라고 말하면서 사실 우리는 자본의 마술에 걸려 영문도 모른 채 경쟁 사회에서 전쟁 같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정신분석가인 저자는 어느 날, 야전병원의 의사와 다를 것 없는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며 본질적인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자신의 직업적 윤리와 정의, 그리고 책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면서 고민 끝에 ‘마음의 연대’라는 새로운 정의를 내놓는다. 그는, 이러한 연대가 거대하고 조직적이고 어떤 구성체의 모습으로 드러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연대의 모습은 삶의 연결고리에 있는 고립된 사람들의 정서적인 지지와 손잡음이라고 말한다.
‘자기 계발’은 자기 착취,
우리의 삶이 꼭 나아져야 할 필요는 없다
지금의 3,40대는 IMF의 핵폭탄과 이후의 신자유주의 질서에 길들여지면서 ‘자기 계발’이라는 단어가 친근해진 첫 세대다. 자기 계발하는 주체는 자유로운 것 같지만 실은 자발적으로 체제에 복종하며 ‘그들’의 기준에 맞춰 스스로를 착취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의 삶은 그야말로 언제 대체될지 모르는 삶으로 전락해 버렸다.
저자는 우리에게, 삶이 나아진다는 기준부터 다시 생각해 보자고 제안한다. 더 잘 살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결점이나 결핍을 없애는 것인지? 그 기준은 대체로 착취에 근거하고 있으며 일상에 큰 무리가 없다면 굳이 결점이나 결핍이라고 규정하는 것 자체부터가 문제라는 일갈한다. 그리고 일하기 위해 쉬는 것이 아니라, 쉬기 위해서 일하는 삶으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청한다. 더 ‘나은’ 삶이 아니라 타인과 ‘다른’ 삶을 살기 위해 경쟁을 무화(無化)시키는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립되었다고 믿는 개인들의 연합!
연대의 첫걸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우리는 카톡,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등 온갖 SNS와 동호회 등 오프라인의 모임과 단체를 통해 다양한 관계를 맺으려고 시도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점점 더 고립되어 가고 불안에 떨고 있다. 저자는 우리의 관계라는 것이 결국 자본의 질서에 잠식당한 개인들이 시스템의 소모품으로 전락해 조직의 이득에 맞춰 그저 연동되는 형태일 뿐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관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그 관계를 만드는 환경과 조건이라고 말한다. 즉, 자신이 살아가는 그 환경까지 함께 가꾸어야 비로소 온전한 삶이 가능하며 관계도 회복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이런 관계 회복의 첫걸음은 자기 안에서 시작된다. 자신에게 충실한 개인이 자기 욕망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자신과 먼저 연대할 때 가능하다. 자기 성찰이 없는 상태에서의 연대는 너무 위험하고 불안하여 언제 깨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비정한 사회에서
이 책은 하나의 깃발이다
정서적 연대체로 인해, 돈이나 권력이 아니어도 힘든 자를 일으켜 세우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해주며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것으로 안도하게 하는 삶이 가능하다. 나아가 길 잃고 혼란스러울 때 나침반이 되어 줄 수 있으며, 힘겨운 일상에 매몰되어 자신을 찾을 수 없을 때 자기 안에 숨 쉬고 있는 선한 의지와 더 올바른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진 자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독자들이 설사 사회적으로 가시적이고 의미 있는 연대체를 만들지 못하더라도 ‘나는 이런 삶을 원했고, 이런 삶은 가능할 수 있었으며, 그런 삶을 살고 싶었다’는 것만 잊지 않는다면 이 책은 하나의 깃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완수했다고 믿는다. 총이나 칼처럼 어떤 물리적 힘을 발휘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선 위치와 나아갈 방향을 알려 주는 깃발과 같이, 이 책은 나아갈 방향과 패러다임을 가리켜 줄 것이다.
▣ 작가의 말
“세월호 희생자들은 세상 곳곳에서 계속해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이런 책을 통해서도, 다시 살아나 우리를 올바르게 살도록 지켜 줄 것입니다. 우리가 서로 돕고 연대하며 살도록 격려할 것입니다. 이 책을 4월 16일 아침의 그 순간에 바칩니다.
인세의 일부는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일에 사용될 것입니다.“
기본정보
ISBN | 9791195332441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04월 16일 |
쪽수 | 260쪽 |
크기 |
128 * 188
* 20
mm
/ 278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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