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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요코미츠 리이치
저자 요코미츠 리이치?光利一의 본명은 요코미츠 토시카즈?光利一. 1898년 3월 17일 후쿠시마현 출생.
1921년부터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 나오키 상 등을 제정한 극작가 키쿠치 칸菊地冠에게 사사하며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와 조우. 이후 두 사람은 생애의 벗이었으며 요코미츠는 가와바타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했다. 처녀작 「옥체御身(1924)」를 이때 썼으나 그해에 발표는 하지 않아 공식적으로 그의 처녀작은 「파리?」가 된다. 1924년 실제 처녀작 「옥체御身」간행. 가와바타와 함께《문예시대》를 창간. 프롤레타리아문학의 전성기에 이 잡지는 신감각파의 거점이 되었고 그는 신감각파의 천재라 불리게 된다.
1923년 《신소설》에 태양을 발표하고, 1930년에 신감각파의 집대성이라 불리는 「기계」와 「상하이(1932)」를 발표한다.
1926년 아내 기미를 폐결핵으로 여의고 그때의 심정을 그린 「봄은 마차를 타고」와 「화원」을 발표.
1934년 「문장紋章」 간행. 1936년에 반년간의 유럽 여행을 통해 베를린 올림픽과 파리의 인민전선정부의 격동을 직접 경험하며 이것을 바탕으로 「주방일기廚房日記」를, 이듬해인 1935년부터 「여수旅愁」를 연재하기 시작하나 패전으로 인해 완성시키지는 못한다.
1943년 3월 31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에 징용되어 라바울 부근에 파견되었던 사실이 사카이 사부로坂井三?의 증언으로 밝혀지게 되고, 이 사건으로 전후 그의 명성이 가와바타 야스나리보다 떨어지게 된 원인이 된다. 이 일을 모티브로 한 그의 유작 중 하나가 「미소微笑」이고, 이 소설은 그가 타계한 후에 가족들에 의해서 발표된다.
1947년 소개 중의 나날을 일기 형식으로 쓴 「밤의 구두夜の靴」를 발표, 어머니 고향집에 있었던 램프를 통하여 청춘시절의 추억을 그린 「양등洋?」을 집필하던 중 12월 30일 49세에 급성복막염으로 짧은 인생을 마감한다.
장례식은 이듬해 1월 3일에 치러지고 이 때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너의 이름 뒤에 으레 내 이름이 불리운 것도 돌이켜보니 어느 덧 이십 오년이 흘렀구나.”라며 항상 요코미츠 다음에 자신의 이름이 지명되던 것을 회상한다. 또한 “너를 보내고 남겨진 나의 외로움은 네가 알아주겠지, 너와의 마지막 날 생사의 갈림길에서 한없이 흔들리던 너의 그 눈빛은 내가 살아서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눈빛이었다.”라며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
1980년대부터 요코미츠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이루어지면서 그는 문학적으로 다시 인정받게 되었고, 1987년에 발견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초기 작품이 요코미츠의 작품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단에 대소동이 벌어진다.
그는 일본에서 신감각파 문학, 신심리주의 문학의 거장이자 ‘소설의 신’으로 불린다. 광기에 가까운 심리적 묘사에서 순문학이면서도 통속소설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에게 생각하게 하는 소설을 창작한 일본근대문학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번역 고담
역자 고담(본명 고지연)은 일문학 및 일본학과를 전공했다. 10여년간 전문번역통역과 일본어강의를 하였으며 2012년 계간 《현대시문학》에 요코미츠 리이치의 단편 「기계」를 응모하여 번역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역자는 일본에서 유학중 요코미츠의 소설을 접한 뒤 그의 문학에 빠져 줄곧 그의 소설을 연구하여 국내에 알리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번역서로는 요코미츠의 단편선집 『봄은 마차를 타고』(2012, 지혜)와 나이토 아사오의『이지매의 구조』(2013, 한얼미디어)가 있다.
목차
- 미소
태양
파리
주방일기
밤의 구두
양등
옮긴이의 글
저자 소개
책 속으로
히미코는 격자문을 사이에 두고 쓰러져 있는 카와로의 모습을 응시하고 있었다. 며칠 사이에 첫 번째 남편을 잃고 두 번째 남편마저 떠나보낸 그녀의 슬픔은, 이제는 더 이상 눈물을 자극하진 않았다. 히미코는 건초 위에 쓰러졌다 일어나 다시 눈앞의 카와로의 사체를 바라보길 반복했다. 피로 물든 카와로의 모습은 여전히 격자너머에 쓰러져 있었다. 가슴에 칼을 맞고 죽어가던 오오에의 모습이 마른 풀의 향기 속에서 떠다녔다. 그녀는 반짝거리는 허공으로 점점 녹아드는 안개 낀 세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순간, 지금껏 넘쳐흐르던 슬픔은 분노가 되어 들끓기 시작했다. 그것은 지상의 특권처럼 주어진, 포악한 자들의 완력에 대한 저항이자 원한이었다.
히미코의 눈빛은 격하게 파동 하는 어깨의 기복에 따라 냉기를 띠며 허공의 일점을 집어삼킬 듯 날카롭게 변해갔다.
그때 들판의 풀들이 점점이 그려낸 지평선 위로 한 줄기의 연기가 피어올랐다. 연기는 희미한 안개 속을 뚫고 허공을 향해 솟아올라 활짝 펼친 날개처럼 하늘을 점령해갔다. 히미코는 벌떡 일어나 격자를 부여잡고 높이 오르는 연기를 향해 소리쳤다.
“아아, 신은 우리의 소원을 들어줄 것이다. 우리는 창공으로 날아오를 것이다. 지상의 왕이여, 우리를 보라. 우리는 너희들 위에서 태양처럼 빛날 것이다.”
격자문 틈으로 보이는 히미코의 미소 속에는 이미 오오에도 카와로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을 대신해 그 미소 속에 숨어든 것은 단지 원한을 품은 잔인한 정복욕의 빛이었다.
[「태양」에서]
“그것은 가설이 잘못된 것입니다. 가설에서 가설로 넘어가는 것이 아인슈타인의 원리인데 최초의 가설을 파헤쳐보았더니 다른 것들도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공중부양을 그리는 꿈을 아인슈타인도 꾸었을까? 지금 그것이 이 세이호의 검열에 걸려 초석이 뒤집어지고 있다는 것을, 이 또한 큰 사건이라고 카지는 생각했다.
카지는 더 이상의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세이호를 정신이상자라고 보기에는 아직 그의 대답 중 어느 하나도 그릇됨이 없었다.
“자네의 수학은 너무 독창적이라는 느낌이 드네만, 자네는 0(제로)의 관념을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가? 자네의 수학에서 말일세. 나는 0(제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떠한가?”
“그렇습니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이호는 의욕에 찬 듯 말이 빨라지며 웃었다.
“모든 출발점이 0에서부터입니다. 요전에도 그것 때문에 입씨름을 했습니다. 일본의 군함이나 배는 모두 잘못되어 있습니다. 선체 계산에 오산이 있어서 저는 그것을 바로 잡으려고 했습니다. 제가 말한 대로 하면 6노트 빨라진다고 아무리 말해도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선체의 구부러진 정도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곳의 ‘0’의 위치가 잘못된 것입니다.”
누구도 판단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세이호는 홀로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는 듯했다. 특히 0의 위치를 개혁한다는, 다시 말해 기존의 가설이나 획일성을 말살하려는 무모함에, 새삼스럽게 응할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카지는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그것만으로도 세이호의 발상에는 천재의 자격이 있었다. 스물 한 살의 청년이 0의 위치에 의미를 부여했다는 것은 모든 기성의 관념에 의문을 품었다는 증거였다.
소개지에서 동경으로 돌아온 카지는 돌연 몸져눕고 말았다. 가끔씩 병문안 오는 다카다에게 세이호의 이야기를 꺼내보기도 했지만 다카다는 죽은 자식의 나이를 세어서 무엇 하냐는 듯, 그저 애매한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그렇지만 자네, 세이호의 그 미소만큼은 눈이 부셨어. 그것을 본 사람은 누구든 당하고 말지. 그것만큼은......”
미소라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죽일 수도 있는 광선이라는 의미도 있음을 카지는 함축해서 말한 것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무엇보다 아름다웠던, 초봄 같은 세이호의 미소였다. 그 미소를 떠올리면 올려다본 하늘에서 그것이 떨어져 내려올 것만 같았다. 그런 기다림이 저절로 생겨나는 게 카지는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지금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진정으로 원하는 희망이었고 명석한 세이호의 판단과 도 닮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소라도 하듯이 세계는 점점 두 갈래로 나뉘어져 서로 밀어내는 배중률의 한 가운데에서 떠돌고 있을 뿐이었다. 카지는 회전하는 선풍기의 날개를 가리키며 환하게 웃던 세이호가 지금도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보세요. 날개에서 시선을 떼는 순간 돌고 있는 걸 알 수 있잖아요. 저도 지금 막 날기 시작했어요. 이렇게요.”
[「미소」에서]
애국심은 누구에게나 있고 적개심은 누구도 품고 있지 않은 이 길고 긴 전쟁. 그리고 자기 자신을 이 두 마음 중 어느 쪽인가에 편입시키지 않으면
출판사 서평
저자 요코미츠 리이치는 일본문학의 ‘소설의 신’이자 ‘신감각파의 거장’이라 불린다.
이번 중단편선집「태양」에는 국내에서 한 번도 소개 된 적 없는 작품 다섯 편(태양/ 주방일기/ 밤의 구두/ 파리/ 양등)과 기번역의 「미소」가 실려 있다. 의식의 흐름을 신심리주의적, 신감각적으로 구사하며 극찬을 받았던 그는 ‘순수문학이면서 통속소설, 이것 외에 문예부흥은 절대 있을 수 없다’라는 《순수소설론》을 주창하기도 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너의 이름 뒤에 으레 내 이름이 불리운 것도 돌이켜보니 어느 덧 이십 오년이 흘렀구나.”라며 일생동안 그를 뛰어 넘을 수 없었던 스스로를 인정하는 말을 남겼는데, 그 위대함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작품 중의 하나가 바로「태양日輪」이다. 무대는 고대 일본의 삼국(야마토국, 우미국, 노국). 실존인물 히미코 공주는 너무도 아름다운 그녀에게 매료된 남자들의 탐욕으로 인해 부모와 나라, 사랑했던 남편을 잃게 된다. 복수에 불타오른 공주 히미코는 자신의 미모로 인해 잃었던 모든 것을 되찾기 위해 다시 스스로의 미모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삼국을 통일시킨 여성군주의 탄생 과정을 그린 이 소설은 너무도 드라마틱한 중편의 시대소설이자 통속소설이다.
「주방일기」와 「밤의 구두」그리고 「미소」는 전시와 전후를 거치며 작가의 이데올로기적 갈등과 패전의 비통함, 그리고 그 속에서 대립하는 현실과 자아의 양상을 수려하게 그려낸 요코미츠 리이치의 대표적 작품들이다. 이 소설들은 ‘일본 근대 소설계에 이렇게 신선한 작품이 존재하고 있었는가’라고 말한 한 비평가의 말처럼 우리 독자들에게 일본문학의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기본정보
ISBN | 9791195312009 | ||
---|---|---|---|
발행(출시)일자 | 2014년 07월 25일 | ||
쪽수 | 347쪽 | ||
크기 |
150 * 217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고담서가 명작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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