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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어쩌다 어른』은 꿈은 원대하고 마음은 이미 대업을 이루고도 남았으나, ‘본디 사주가 게을러’ 성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일상+대중문화’ 찬양 에세이다. 저자는 주로 심각하지 않은 책이나 만화, 드라마, 영화, 노래 등을 소재로 하여 가벼운 일상 이야기를 녹여낸 칼럼을 신문지면에 연재했는데,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글이 아닌, 뜬금없는 만화나 아이돌 이야기를 언급하며 다분히 편파적이고 주관적인 유머코드를 마구 날리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책은 그 가운데 작가와 독자들이 사랑한 글을 추려내어,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새롭게 덧붙인 것이다.
친한 친구의 일기를 훔쳐보듯, 인생의 몇몇 지점들에서 작가가 마주한 고민들과, 누구나 공감할 만한 1인분의 역사가 담긴 이 책은 ‘할걸’과 ‘하지말걸’ 사이에서 헤매는 서툰 어른들에게 결코 완벽한 인생은 없으니 ‘그냥, 이렇게 지내도 괜찮다’라고 다독인다. 세상과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은 고사하고, 하루치의 일과를 무사히 끝내기도 버거운 ‘어쩌다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에게 작지만 훈훈한 위로가 되어주는 책이다.
작가정보
저자 이영희는 1970~80년대 국정교과서 대표소녀 이름에 큰 불만은 없지만, 이름 때문에 ‘팜므파탈’과 ‘섹시 아이돌’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여중고 시절엔 훤칠한 키에 건장한 체격으로 (여학생들에겐) 나름 인기가 있었으나, 누구의 첫사랑도 되어본 적 없어 서글픈 소녀였다. 중학교 때 친구를 따라 만화방을 드나들기 시작한 이래로, 모든 진리와 통찰을 만화에서 배우며 인생의 교본으로 삼고 있다. 하나에 꽂히면 정신없이 빠져드는 ‘덕후’ 기질을 타고나 좋아하는 오빠(연예인)를 가까이서 보겠다는 일념으로 기자의 꿈을 키우기 시작, 결국 ‘팬심’으로 꿈을 이룬 모범적 사례로 꼽힌다. 또한 일본 아이돌 《스맙》에 꽂혀 6개월 동안 밤낮으로 각종 동영상, 드라마, 콘서트 실황을 보다가 외국어 자연 습득의 기적을 체험하고 일본 유학을 결행, 자타 공인 일본문화 전문가로 거듭났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후, 몇몇 직장을 거쳐, 현재 《중앙일보》 문화스포츠 부문 기자로 일하고 있다.
목차
- 1.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하고 싶은 일 vs 잘할 수 있는 일 008
언젠간 최선을 다해야 하리 016
오늘도 여전히 후회중 024
나의 개명 실패담 031
을로 사는 법 038
포기할 수 있다면 그건 꿈이 아니지 044
만화방 표류기 050
행복이 뭔가요 058
2 예쁜 것들은 좀 닥쳐줄래
이별이란 이렇게 하는 것이다 068
신촌을 못 가 076
그때 그 옷걸이 083
그들을 싫어한 게 아니었어 090
취향은 그렇게 전염된다 096
예쁜 것들은 좀 닥쳐줄래 103
인기 없는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112
아무래도 싫은 그녀들 119
3 사소한 취향과 실없는 농담
응답하라 빠순이 파워 128
나에게는 나만의 레이스가 있다 136
사소한 취향과 실없는 농담이 우리를 구원한다 142
안녕, 절망선생 148
어디에도 없었던 나 156
나를 발견해줘, 셜록 165
같이 나이 들어가는 별이 있다는 것 176
어둠의 빛 182
4 어쩌다 싱글
완전체인 그들 190
누구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까 198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 205
이런 판타지가 있나 214
인생은 홈쇼핑 같은 것 221
걸어도 걸어도 228
어쩌다 어른 235
에필로그: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 241
책 속으로
“낭중지추(주머니 속의 송곳)라는 사자성어를 어디선가 주워듣고, ‘그래 이 말이야’ 하며 수첩에 적어놓은 기억이 있다. 현재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나는 뾰족한 송곳이니 언젠가는 주머니를 뚫고 나갈 거라고 믿었(다기보다는 믿고 싶었)던 것이겠지. 그런데 이놈의 송곳은 왜 점점 무뎌지기만 하는지, 왜 뚫지를 못해, 왜, 왜! 여전히 주머니 속을 헤매고 있는 나를 목도할 때마다 실망스러웠지만, 인정해야 했다. 30년 넘게 다짐해도 잘 안 되는 걸 보면 이것이 나의 최선이며, 이제는 슬슬 그걸 받아들여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언젠간 최선을 다해야 하리」(18~19쪽)
“지금 나에겐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꿈 같은 게 남아 있긴 한 걸까. 답이 바로 나오질 않는다. 꿈을 잃은 어른이 되어버린 게다. 그래도 아직 좌절할 이유는 없다. 포기할 수 없는 꿈을 찾아내는 걸 나의 꿈으로 하지 뭐. 계속 새로운 꿈을 찾아가는 어른, 그게 나의 장래희망이다.” ―「포기할 수 있다면 그건 꿈이 아니지」(48쪽)
“슬픔은 언젠가 끝이 나지만, 사랑해서 기뻤던 순간은 그보다 오래도록 빛난다. 생각해보면 진짜 그렇다. 슬픔보다 기쁨의 유효기간이 더 길다. 그 사람을 잃고 울던 밤은 이제 희미하지만, 사랑으로 빛나던 그 시간은 내 안에 오래도록 남았구나. 그 기억이 어쩌면 앞으로 쭉 힘겨울지 모르는 시간을 위로해주겠지.” ―「이별이란 이렇게 하는 것이다」 (73쪽)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이 너무 깊게 새겨져 있어 신촌을 가지 못한다는, ‘혹시 너와 마주칠까봐, 널 보면 눈물이 터질까봐, 친구들이 한잔하자고 또 꼬시며 불러대도 난 안 가 아니 죽어도 못 가’ 울부짖는 슬픈 이별 노래 가사를 들으면서, 아 이런 노래 내가 먼저 만들 수 있었는데! 아쉬워했다.” ―「신촌을 못 가」(76쪽)
“이 지구상을 메우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꼭 외모가 아니더라도 어느 부분에선가 뒤처지고, 상처받고, 변두리로 밀려나고, 때론 병풍 노릇을 해야 하니까. 허나, 병풍에게도 사연은 있는 법. 평범하다고 말해지는 얼굴에도 특유의 아름다움이 있고 그 가치를 알아보는 이를 만나 서로의 독특한 안목을 칭찬하며, 덕분에 나 자신을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기쁨은 특별하다.” -「예쁜 것들은 좀 닥쳐줄래」 (108쪽)
“도도함과 애처로움. 그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나는 주로 도도해야 할 때 애처롭고, 애처로워야 할 때 도도했던 것 같다. 어찌 싱글만 그렇겠나마는, 사는 일이란 참 어렵구나 어려워.” -「완전체인 그들」 (196쪽)
“이곳이 아닌 다른 어딘가를 꿈꾸는 건, 어쩌면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불행한 내가 존재하고 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감독은 늘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을 꿈꾸는 사람들의 채워지지 않는 결핍과 환상을 꼬집는다. 간단히 말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너의 황금시대는 바로 지금이야’라는 메시지다.” -「어디에도 없었던 나」 (161쪽)
“사실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른이 되는 것은 과연 어떤 건지,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어쩌다보니 ‘어른’이라 불리는 나이가 되어버렸고, 몸은 조금씩 노화의 징후를 보이는데, 마음은 여전히 말랑해서 작은 스침에도 쉽게 상처가 난다. 아직은 내 앞에 놓여 있는 삶의 짐이 버겁고 두려울 뿐이다.” -「어쩌다 어른」 (239쪽)
출판사 서평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 일희일비로 점철된 삶 속에서도 유난히 반짝였던 순간, 현실을 잊고 빠져들었던 매혹의 대상들이다. 좋아하는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시간, 나만 아는 기쁨을 점점 늘려가는 삶, 그것만으로도 썩 괜찮아 보인다. 그것들이 분명 어쩌다 어른이 된 나와, 그리고 당신에게, 돌연한 슬픔과 맞서는 두둑한 맷집이 되어주리라 믿으며,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 (249쪽)
『어쩌다 어른』은 꿈은 원대하고 마음은 이미 대업을 이루고도 남았으나, “본디 사주가 게을러” 성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일상+대중문화’ 찬양 에세이다. 저자는 2012년 6월부터 2014년 3월까지 1년 10개월간, 신문 지면에 《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칼럼을 연재했다. 주로 심각하지 않은 책이나 만화, 드라마, 영화, 노래 등을 소재로 하여 가벼운 일상 이야기를 녹여낸 칼럼이었는데, 기자가 갖춰야 할 ‘객관’과 ‘중립’의 미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에 뜬금없는 만화나 뜬금없는 아이돌을 언급하며 기자의 ‘편파적 취향’과 ‘주관적 유머코드’를 마구 투척한 글들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로 독자들은 그녀의 칼럼을 “사랑했다.” 이 책은 그 가운데 작가와,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매우 열렬했던) 독자들이 애정한 글들을 추려내고, 여기에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새롭게 덧붙여 쓴 것이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생활의 찌질함
작가는 인생을 살다보면 갑이든 을이든 남의 병풍 노릇을 해야 할 때도 있음을 알고, 좋아하는 일보단 잘할 수 있는 일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아내 즐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어른이지만, 만화와 드라마 없이 보내는 주말은 상상할 수 없고, 좋아하는 아이돌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서라면 주저 없이 일본행 항공권을 구입하는 철없는 소녀의 마음도 여전하다. 주말에 혼자 김밥천국에서 끼니를 해결하며, 인간은 왜 삼시 세 끼를 챙겨먹어야 하는 존재인가를 고뇌하지만, 건어물녀란 단어가 생기기도 전부터 건어물녀의 삶을 살아온 싱글의 내공으로 외친다. “이렇게 계속 살면 또 어떤가. 누군가의 행복을 방해하거나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잖아.”(204쪽)
또는 귀의 두께가 습자지 수준으로 얇아서 홈쇼핑 채널을 켜고 채 5분이 지나지 않아 결제정보를 전송하는 심약한 마음을 가졌으되, 어차피 인생이 뭐가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는 후쿠부쿠로(복주머니) 같은 거 아니겠냐는 대인배의 정신으로 작가는 말한다. “친구야, 인생에서 하는 어떤 선택이든 홈쇼핑과 비슷하지 않니. 필요한 것 같아서, 나한테 맞는 것 같아서 시작했지만, 맘에 쏙 드는 신나는 일들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잖아. 운명적 만남이라고 확신하며 시작한 연애가 운명의 장난이었음을 깨달으며 막을 내리는 경우도 허다하고 말이야.”(233쪽)
그래서일 것이다. 철지난 영화 대사나 암울하기 그지없는 이별 노래의 한 대목을 인용하는데도 그녀의 글이 우리들 마음에 쏙쏙 와 박히는 이유는. 느껴본 적이 없어서 행복이 뭔지 도무지 모르겠고, 박수칠 때 떠나라는 데 박수받을 일이 없으니 당췌 떠날 때를 알 수 없고, 원한 적도 없는 레이스를 죽자 사자 뛰고 있는 우리의 허전한 마음을 그녀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세상과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은커녕, 하루치의 일과를 무사히 끝내기에도 버거운 우리에게 그녀의 글은 작지만 훈훈한 위로가 되어준다.
초절정 자기비하로 완성된 초특급 웃음폭탄
『어쩌다 어른』은 언제나 외면받고 소외당하던 우리들 마음속의 어두운 그늘에 집중조명을 비췄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자학과 자책과 후회의 미덕을 이처럼 긍정적으로 재해석한 경우도 드물지 싶다. 자학의 미학을 완성한 에세이라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절망과 실패와 좌절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시종일관 독자를 웃겨준다는 사실이다. (혹은 독자를 웃겨주려는 작가의 고군분투가 무척 인상적이라고나 할까.)
스스로를 웃음 마니아라 자처하는 작가는 학창 시절엔 웃기는 재능을 타고난 옆 반 반장을 제일 부러워했으며, 유머 감각이 발군인 스모 선수를 좋아한 적도 있고, 단지 유머를 안다는 이유로 미국 대통령 (아들) 부시에게도 호감을 가졌었다. 사람들을 매혹하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매력 중 딱 하나만 고르라면, 단언컨대 ‘웃음’이라고 말하는 그녀. 왜 이렇게 웃음에 집착하는가.
“세상은 자주, 내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하루는 고되고, 희망은 흐릿하다. 이런 일상, 사소한 취향과 실없는 농담이 우리를 구원한다고, 나는 믿는다.”(147쪽)
그렇다. 작가는 아는 것이다. 오랜만에 소개팅에 나갔는데 상대 남자에게 “왜 연애를 하고 싶으세요?”라는 질문을 받은 주말에, 아직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데 어느새 어른이라 불리는 나이가 되어버린 걸 깨닫고 당혹스러운 밤에, 열심히 한다고 해왔는데 아무래도 삶에 지고 말 것 같은 힘겨운 날에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대신 우울과 절망의 수렁에서 맘껏 허우적거리는 게 낫다는 것을. 왜냐하면 “자학이란 세상과 맞붙어 싸우기에는 힘이 모자란 이들의 한발 앞선 포기 선언이자, (자신의) 한계를 직시하며, 그럼에도 더 나은 자신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기로 결심한 ‘진짜 어른’들의 놀이”(151~153쪽)기 때문이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언제나 중심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는 우리에게 작가는 경험에서 우러난 노하우를 공개한다. 마음속 어둠이 언젠가 나만의 빛이 되리라는 긍정적 마인드로, 자뻑보단 자학이 훨씬 더 재밌다는 것을 아는 성숙한 자세로, 지난 일을 후회하는 밤과 후회하는 자신을 증오하는 밤들을 한껏 즐겨보자. 그렇게 슬픔의 밑바닥까지 충실히 파헤치다보면, 어느 순간 그 속에서조차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그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겨난다고. “하여, 나는 앞으로 조금 더 깨알같이, 조금 더 참신하게, 능력이 허락하는 한 부지런히 자학하며 살기로 결심한다. 나를 바닥까지 사정없이 팽개치고 나면, 그런 나 자신을 쳐다보며 웃노라면, 주섬주섬 일어날 힘도 생겨나겠지. 뭐 어쩌겠어. 아님 말고.”(155쪽)
응답하라 빠순이 파워
이 책 전체에서 작가를 한마디로 요약한 문장을 고르라면 이것이다. “고백하련다. 옛 소개팅 남(男)의 말씀을 빌리자면, 나는 남자들의 혐오대상 1순위라는 ‘삼십대 빠순이’였다(과거형을 쓴 것은 이제 사십대 빠순이를 향해 가고 있기 때문)”(177쪽) 그랬다. 저자가 이토록 다양한 가수와 아이돌과 배우와 만화와 드라마와 노래에 관한 글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었던 이유는 경력 20년의 베테랑 ‘덕후’기 때문이다. 중딩 때부터 팬질을 일삼아온 이력을 스스럼없이 밝히는 그녀는 심지어 “기자가 된 건 8할이 팬심”이라고까지 말한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며 암울한 사춘기 시절을 지나온 것까지야 그렇다 쳐도, 어른이라 불리는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무언가에 쉽게 빠져들고 매혹당하는 것은 일종의 능력이 틀림없다. 대체 이런 능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추측컨대, 그녀가 옷걸이 하나로도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공감능력의 소유자이며, 작은 일에도 세상이 끝날 듯 절망했다가 기분 좋은 문자메시지 하나 받으면 금세 우주라도 얻은 양 기분이 둥둥 떠오르는 일희일비의 대가이기 때문 아닐까.
작가가 말하는 ‘팬질’의 최대 장점은 이거다. 누구에게 폐 끼치지 않고 혼자서도 즐거울 수 있다. 맘만 먹으면 언제든 아주 작은 일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휴休덕은 있어도 탈脫덕은 없”으니, 같이 나이 들어가는 별이 있다면 평생의 동지를 얻은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웃음’이 우리를 구원하리란 희망으로, 절망과 자학과 후회의 밑바닥에서 유머를 찾아내는 발군의 감각으로, 패배를 인정하고도 계속 살아가자고 굳게 결심해봐도 도무지 기운이 나지 않을 땐, 그저 좋아하는 것들(연예인이든 만화책이든)에 몰두해보시라고 작가는 권한다. 그런 빠져듦 속에서 어쩌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에너지를 한 움큼쯤 건져올릴 수도 있으니까. “잉여로움의 결정체 같던 그 시간이 거꾸로 살아 있다는 생생한 느낌을 갖게 해준 건 신비로운 일이다. 나는 특별히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았으며, 이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 같은 건 물론 아니지만, 여기에서 두 발을 땅에 번갈아 디디며 씩씩하게 걷고 있다, 어쩔 테냐, 라는 당당한 기분.”(233쪽)
친한 친구의 일기를 훔쳐보듯, 인생의 몇몇 지점들에서 작가가 마주한 고민들과, 누구나 공감할 만한 1인분의 역사가 담긴 『어쩌다 어른』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아마 내일도) ‘할걸’과 ‘하지 말걸’ 사이에서 헤매는 서툰 어른들에게, 결코 완벽한 인생은 없으니 “그냥, 이렇게 지내도 괜찮다”고 다독인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사소한 취향과 실없는 농담이 대부분이지만, 그럼에도 읽다보면 슬며시 웃음이 배어나온다. 그리고 ‘어쩌다 어른’이 되느라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펴지고 세상을 향해 한 발 내디뎌볼 용기가 난다.
▣ 이 책을 추천해주신 분들
“남녀 소개팅도 아닌데, 아는 분이 영희와 나를 소개시켜줬다. 둘이 잘 통할 거 같다며. 그런데 만나서 얘기하며 알아갈수록 서로 취향이 겹치는 게 없다. 『어쩌다 어른』에도 내가 느껴본 적 없는 감정들, 제목조차 처음 듣는 만화들, 전혀 몰랐던 노래들이 잔뜩 나온다. 그런데도 책을 읽으면서 아! 싶었다. 이런 게 통하는 느낌이구나. 나만 느끼는 게 아닐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많은 여자들이 영희와 통할 것이다.” 천계영(만화가)
“이영희 기자의 글을 읽다가 한때 나의 ‘힐링스페이스’였던 아현동의 후미진 만화방이 떠올랐다. 매캐한 책먼지 냄새 가득하고, 컵라면 끓여먹는 대학생, 짜장면 시켜먹는 아저씨의 모습도 왠지 정겨웠던 그 만화방… 이 책에서는 우리가 ‘어쩌다 어른’이 되느라 자신도 모르게 졸업해버렸던 어린 시절의 따뜻한 추억의 향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그녀는 다정한 글쓰기로 일상의 향기를 갈무리하여 ‘나만의 잉여로움’을 푸짐하게 일깨운다.” 정여울(작가, 문학평론가)
기본정보
ISBN | 9791195260959 |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02월 05일 | ||
쪽수 | 252쪽 | ||
크기 |
138 * 198
* 20
mm
/ 388 g
|
||
총권수 | 1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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