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가 실크로드 도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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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전준호
저자 전준호는 1965년 2월 태어난 대구토박이다. 천둥벌거숭이로 방천을 뛰어다니다 대봉초등학교에 입학했고, 6학년 올라갈 때 강제 학군조정으로 동성초등학교로 전학했다. 경북대 사범대 부설중학교와 능인고, 고려대 사학과를 나왔다.
1992년 1월 한국일보에 기자로 입사했다. 진눈깨비가 흩날리던 경북 영주에서 선거 취재에 나선 그해 3월부터 지금까지 대구와 경북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평생 글을 쓰고 있지만 책은 처음이다.
목차
- 제1장 실크로드 도시 경주
1. 교수간첩 깐수를 아십니까
2. 실크로드 무면허 역주행
3. 비단길은 누에고치부터
4. 하늘재 넘어 당성까지
5. 바닷길로 웨이하이를 가다
제2장 중국 땅에서 만난 신라, 신라인
1. 적산법화원과 장보고
2. 최치원의 토황소격문 그리고 양저우
3. 지장보살로 추앙받는 신라왕자
4. 카이펑에서 뤄양으로
5. 강추, 자전거로 장안성 한바퀴
6. 혜초기념비의 명과 암
7. 둔황에서 만난 왕오천축국전
제3장 중국 속의 서역
1. 서역과의 경계 옥문관과 양관
2. 서역북로의 오아시스 도시들
3. 손오공이 파초선을 부친 화염산
4. 중국 3대 불가사의, 카레즈
5. 신장의 민족갈등은 현재진행형
제4장 역사의 사각지대 중앙아시아
1. 혜초의 발자취
2. 고선지와 페이퍼로드
3. 고려인을 생각한다
4. 아프라시압 박물관의 사신도
5. 부하라의 낮과 밤
제5장 페르시아의 영광을 찾아서
1. 이란에 대한 오해와 편견
2. 꾸란과 하페즈시집
3. 페르세폴리스의 어제와 오늘
4. 조로아스터교의 도시 야즈드
5. 이스파한과 경주
6. 쿠쉬나메
제6장 피를 나눈 형제국 터키
1. 할랄버거에는 햄이 없습니다
2. 이슬람 속의 기독교 성지
3. 밸리댄스장에서 왠 강남스타일
4. 이스탄불은 노천박물관
5. 이스탄불과 경주가 만났다
출판사 서평
신문기자의 현장 답사를 통해 경주가 실크로드 도시임을 주장하는 책이 발간됐다.
한국일보 대구본부 전준호(49) 기자는 우리나라와 중국, 우즈베키스탄, 이란, 터키의 대표적 실크로드 도시 취재기를 바탕으로 최근 《경주가 실크로드 도시라고?》(도서출판 마루, 271쪽)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중국 시안이나 터키 이스탄불 등 해외 도시를 기점으로 삼은 기존 서적과 달리 경주를 기점으로 실크로드라는 테마에 접근, 경북도가 추진 중인 ‘경주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이 책은 ▶ 1장 실크로드 도시 경주 ▶ 2장 중국땅에서 만난 신라, 신라인 ▶ 3장 중국 속의 서역 ▶ 4장 역사의 사각지대 중앙아시아 ▶ 5장 페르시아의 영광을 찾아서 ▶ 6장 피를 나눈 형제국 터키 등 6장으로 구성돼 있다.
책내용 소개
제1장 실크로드 도시 경주
1. 교수간첩 깐수를 아십니까
12년형을 선고 받은 그는 대구의 화원교도소에 복역하면서도 재판부에 호소해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 2000년 8월15일 광복절특사로 출소한 그는 2003년 4월30일 특별사면 및 복권됐고, 5월14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그가 지금까지 취득한 국적은 중국, 북한, 레바논, 필리핀에 이어 현재 대한민국 5개로, 이 분야 기네스북감이다.
파란만장한 일대기의 정수일이 중동전문가, 문명교류 분야의 석학, 12개 언어를 구사하는 언어학자인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대학 강단에서 멀어지긴 했지만 그의 열정은 아무도 막을 수가 없었다. 2008년 사단법인 한국문명교류연구소를 설립한 그는 《실크로드 문명기행》, 《초원 실크로드를 가다》,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문명담론과 문명교류》, 《신라 서역 교류사》, 《실크로드 사전》 등 다수의 저서와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이븐 바투타 여행기》 등 역주서를 남기고 있다.
2. 실크로드 무면허 역주행
2013년 3월21일 대한민국 경상북도 실크로드 1차탐험대가 공식 출정했다. 4월6일까지 중국 시안까지 이어지는 17일간의 탐험이 시작된 것이다. 보통 실크로드 탐험이라고 하면 중국 시안에서 서역으로 떠나거나, 터키 이스탄불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그 중간의 중앙아시아 한 지역을 중심으로 일부 구간을 누비게 된다. 하지만 이날 실크로드 탐험대의 출발지는 경주, 목적지는 이스탄불, 중간 기착지는 시안이었다. 기존 실크로드 탐험대의 관점에서 보면 영락없는 무면허 역주행이다.
3. 비단길은 누에고치부터
대학생들이 누에고치에서 실을 직접 뽑아보며 신기한 듯 탄성을 질렀다. 마당 빨랫줄에는 명주가 햇볕에 마르고 있었고, 경상북도 최고 장인으로 선정된 허씨비단직물 대표 허호 씨는 뽕잎차로 탐험대원들을 반겼다.
‘각자 명주길쌈을 하는 집에서 성장해 1984년 결혼, 오늘날까지 아니 언제까지가 될 지 모를 명주길쌈을 하고 있습니다. 명주길쌈 이야기에 곁들여 한 잔의 뽕잎차 드시러 들러주세요’라고 쓰인 허호 민숙희 부부의 초청장 그대로였다.
4. 하늘재 넘어 당성까지
걸어서 문경 하늘재를 넘는다. 문경새재에만 익숙했던 터라 하늘재는 낯설기 그지 없지만 과거 신라 유학생과 구법승들은 이 길로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고 한다. 차만 타고다니던 탐험대원들이 이제야 임자만났다. 이 산길로 충청북도 충주 땅에 도착할 때까지 1시간 가까이 신라인이 되어본다.
5. 바닷길로 웨이하이를 가다
배 안에서 샤워하는 것은 평형대에 올라선 느낌과 비슷하다. 목욕탕 바닥이 이리 기울었다 저리 기울었다하면 샤워기를 쥐고 오른 다리에 힘을 줬다 왼쪽으로 옮겼다, 아예 주저앉기를 여러 번했다. 별난 경험이었다.
제2장 중국 땅에서 만난 신라, 신라인
1. 적산법화원과 장보고
실크로드의 관점에서 본다면 장보고는 당시 해적이 들끓던 동북아 바다를 평정해 무역로를 연 캐러반 우두머리였다. 일본도 장보고에 의존해 당과의 무역길을 열었다. 해적들은 당시 신라인을 붙잡아 산둥반도 연안에서 노비로 팔아치우는 것으로 한 몫 챙겼지만 장보고의 등장으로 자취를 감추게 된다. 신라인 노비매매가 얼마나 성행했으면 신라 흥덕왕이 출신이 미천한 장보고에게 청해진 설치와 1만 명의 군사를 허락했을까. 하여 장보고는 신라와 당, 일본 3국의 해상로를 군사적으로 장악하고, 무역로를 열면서 엄청난 권력과 부를 차지하게 된다.
2. 최치원의 토황소격문 그리고 양저우
양저우는 옛날부터 교역이 활발, 실크로드의 중요 도시로 꼽혔다. 또 장보고의 해상활동 근거지였던 국제 무역항이 있어 자연스럽게 신라방이 형성됐다. 장보고를 주인공으로 한 방송 드라마 ‘해신’도 이곳에서 찍었다. 중국의 전 지도자 장쩌민의 고향인 양저우에는 100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했다.
이곳에는 당나라 때 건립된 성곽이 웅장했다. 당성유지(唐城遺址)로 불리는 이곳은 그 후로도 수 차례 보수됐지만 이방인의 입을 벌어지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더 뜻밖이었던 것은 바로 이곳에서 최치원 선생을 만난 것이다.
3. 지장보살로 추앙받는 신라왕자
‘모든 중생을 구제해 지옥이 텅 비기 전까지는 결코 성불하지 않겠다’는 서원을 한 김교각은 살아있는 ‘지장보살’이었다. 21세기에도 중국인들은 지장보살 김교각을 추앙하며 구화산에 오르고 있었다.
4. 카이펑에서 뤄양으로
중국 7대 고도 중 하나인 카이펑은 북송과 금의 수도이기도 하다. 우리 유학생과 유학승들도 중국 땅에 와서 결코 이 도시를 빼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포청천이 부패한 관리들을 잡아 족쳤던 포공사는 탐험대 일정에서 제외됐다. 예전에 가본 적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불만이 없었지만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은 들었다. 11세기 송나라 정치가였던 포청천을 빼놓고는 카이펑을 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포공사에 가면 옛날 죄인들을 수감한 감옥체험을 할 수 있는데, 개작두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잠시 들어가 있어봐도 좋겠다.
5. 강추, 자전거로 장안성 한바퀴
최근 탐독한 조정래의 《정글만리》에도 장안성 자전거 대목이 나왔다. 우리 시대의 소설가도 빼놓지 않은 시안의 명물, 장안성 자전거를 ‘강추’하면서 여행책자에 없는 팁을 하나 소개한다. 눈여겨보면 장안성의 사각 모퉁이 형태가 다르다. 남동, 북동, 북남쪽 모퉁이는 직각형으로 되어 있지만 남서쪽은 원형이다. 주원장의 명령이었다고도 하고, 성을 건립할 때 남서쪽에서 발견된 유적 때문이었다고도 하며, 풍수지리상 건물을 대칭되지 않게 지어야 했다는 학설 등 설이 난무한다.
6. 혜초기념비의 명과 암
그럼 혜초기념비는 어떻게 됐을까. 혜초기념비 훼손 관련 기사는 한국일보 12월17일자 2면에 보도됐다. 경상북도와 시안총영사관이 발빠르게 복원사업을 추진한 결과 조계종 측이 6만위안, 경상북도 4만위안, 시안 한인회 2만위안 등 모두 12만위안으로 복원사업을 마무리했다. 이제 고개 좀 들고 다녀도 된다.
7. 둔황에서 만난 왕오천축국전
몇 년 전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1,300여 년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2010년 12월 국립중앙박물관이 개관한 ‘실크로드와 둔황 특별전’에서 선보인 《왕오천축국전》은 길이 358.6㎝의 잔편 두루마리 필사본으로 종이 9장을 이어붙인 형태였다. 남아있는 글자는 227행, 5,893자로 원문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08년 폴 펠리오가 우연히 둔황의 막고굴에서 《왕오천축국전》의 필사본 일부를 찾아낸 것 처럼 어느날 갑자기 원본도 세상 빛을 볼 것으로 기대한다.
제3장 중국 속의 서역
1. 서역과의 경계 옥문관과 양관
어떻게 보니 둔황과 경주가 닮았다. 인구도 둔황이 20만, 경주가 27만명 정도다. 둘 다 역사도시인 것도 비슷하다. 결정적으로는 닮은꼴은 둘 다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둔황은 공업도시로 탈바꿈하고 있고, 경주는 원자력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여행객들은 과거를 찾아 두 도시로 가고 있는데, 정작 도시들은 미래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2. 서역북로의 오아시스 도시들
바람이 불었다. 선입견 탓일까. 명사산에도 바람이 일면서 휘파람같은 소리가 울렸다. 남북으로 20㎞, 동서로 40㎞에 이르는 명사산은 바람이 불면 모래소리가 여자 울음소리처럼 들린다는 모래산이다. 이날은 여명 속에 그냥 스쳐지나갔지만 이듬해 여름에 카메라 하나 달랑들고 명사산 등산을 했을 때는 장난이 아니었다. 발이 푹푹 빠지는 산등성이에는 끊임없이 모래가 날리고, 목은 하염없이 타들어갔다. 모래산 오르는 것이 팔공산 타는 것보다 갑절은 힘들었다. 등산 좋아하는 아내에게 ‘강추’다. 산 아래는 낙타를 탄 캐러반 행렬이 모래에 길을 내면서 산 중턱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일단 산 위로 올라오니 경치 하나는 좋았다. 월아천에다, 둔황 시내까지 발 아래 있었다.
3. 손오공이 파초선을 부친 화염산
현장스님이 장안을 떠나 옥문관, 고창국을 거쳤으니 투루판에 서유기의 이야기 한 토막이 없으면 말이 되지 않을 것이다. 화염산이 바로 그곳이다. 버스가 투루판으로 접어들었을 때 천산에 익숙했던 눈동자가 이상반응을 일으킨다. 산에 나무가 없는 것은 둘째치고, 색깔이 황토색도 모자라 붉다. 바위는 잘 보이지 않고 붉은 흙만 있었다. 흡사 불로 구운 것 같다. 일부 구간은 불길이 구불구불 타오른 듯한 형상이 남아있었다.
4. 중국 3대 불가사의, 카레즈
이곳에서 포도농사가 가능했던 것은 바로 카레즈의 힘이다. 2,000년이 넘은 수리시설인 카레즈는 천산의 만년설에서 민가까지 도심 지하에 거미줄처럼 깔려있는 5,000여㎞의 인공 지하수로다. 만리장성, 남북대운하와 함께 중국 3대 불가사의에 속한다.
5. 신장의 민족갈등은 현재진행형
갑작스런 공포감이 밀려왔다. 이곳은 웨이우얼족의 본거지나 다름없는 곳으로, 공안국 습격사건이 발생한 도시라는 사실이 다시 각인됐다. 무장군인이 새벽에 도로에 바리케이트를 칠 정도면 큰 사건이 났겠거니 짐작할 수 밖에 없었다. 가이드도 사색이 됐다.
제4장 역사의 사각지대 중앙아시아
1. 혜초의 발자취
이 나라에 화폐개혁이 필요한 사례가 하나 있다. 우즈벡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띈 차량은 우리나라의 마티즈였다. 마티즈 한 대가 이곳에서 1,200만원 정도에 팔린다. 하루는 이 차량 구매자가 돈뭉치를 다마스 차량 한 대에 가득 싣고 왔고, 여직원 2명이 달라붙어 이틀 꼬박 세었다고 한다. 호텔서도 신용카드가 안 될 정도니, 방법이 없다. 그러고도 경제는 돌아가지만 효율성을 생각해보면 낙제점에 가깝다.
2. 고선지와 페이퍼로드
바로 이곳 사마르칸트는 실크로드의 다른 이름을 떠올리게 하는 역사도시였다. 바로 종이길, ‘페이퍼 로드’다. 그리고 그 길에는 우리 선조인 고선지 장군이 있다.
가이드를 졸라 일정에도 없는 사마르칸트 외곽의 종이공장을 찾았다. 예전에도 몇 번 온 적이 있는 듯 굽어진 골목길을 잘도 찾아갔다. 가내수공업 형태의 종이공장으로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유일하고, 중앙아시아에서도 하나 밖에 없는 곳이기도 했다. 더구나 이 공장은 뽕나무를 종이 재료로 사용하고 있어 실크로드와 궁합도 맞았다.
3. 고려인을 생각한다
이 박물관의 김병화 선생 대형 초상화 옆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 땅에서 나는 새로운 조국을 찾았다.’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조국은 구 소련이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연해주에서 이곳으로 강제이주된 선생에게 옛 조국은 무엇을 해줬던가. 나라를 빼앗겨 백성들을 밖으로 내몬 조국은 고려인들에게 큰 죄를 지었다. 이 글이 자꾸 목의 가시처럼 걸린다.
4. 아프라시압 박물관의 사신도
아프라시압 박물관 현관을 거쳐 바로 맞은편 전시실로 들어가 보니 황토와 붉은색 계통의 벽면에 온통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맞은편 서벽에는 7세기 후반 사마르칸트 왕 와르후만에게 시집가는 차가이나 공주의 결혼식 장면이 담겨 있었다. 벽화 속 12명의 외국 사절단 행렬 속에 조우관을 쓰고 환두대도를 찬 우리 선조들이 있었다. 상투머리에 새의 깃을 꽂고 있는 모자 조우관과 둥근 머리에 M자형 장식이 칼집에 있는 환두대도는 고구려인의 대표적 양식이다.
5. 부하라의 낮과 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부하라 공항 출구는 스타게이트였다. 우리는 우즈벡항공이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평생 들어본 적도 없는 도시로 시간여행을 온 순례자들이었다. 완전히 다른 시대, 다른 공간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제5장 페르시아의 영광을 찾아서
1. 이란에 대한 오해와 편견
일주일 정도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낀 이란의 위험은 한참이나 부풀려져 있었다. 이란은 밤거리를 혼자 다녀도 치안 걱정을 할 이유가 없는 지구상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였다.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외국인의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다.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미국의 밤거리는 오히려 위험하다. 만약 그래도 이란이 위험국가라면 같은 이슬람 시아파 국가인 이라크와의 갈등이 치유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국가는 친미, 반미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배후에는 오일을 노리는 미국이 있다. 결국 미국의 이해관계가 가장 큰 위험요소라고 생각한다.
2. 꾸란과 하페즈시집
쉬라즈에는 하페즈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13세기의 서정시인 사디(1207∼1291)의 영묘도 찾았다. 몽골 지배 시기에 활동한 사디도 이슬람 신비주의를 시로 읊었다. 쉬라즈에는 나란제스탄궁과 카림칸성, 바킬모스크 등 눈에 확 띄는 유적들도 많은데 소마이예는 굳이 두 시인의 영묘로 먼저 이방인을 이끈다. 시를 사랑하는 국민답다.
3. 페르세폴리스의 어제와 오늘
제국을 다스린 대왕의 무덤치고는 소박했다. 피라미드와 중국 황제의 무덤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지만 눈밭의 키루스 대왕 무덤은 높이 11m에 불과했다. 6개의 계단을 만들어 사람들이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한 구조다.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세폴리스와 파사르가드를 폐허로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묘가 멀쩡한 것은 그가 남긴 말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나는 한때 세계를 지배했노라. 하지만 언젠가는 다른 왕이 이 땅을 점령할 것을 안다. 점령자여 그대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점령당할 것이다. 그러니 내 무덤을 덮고 있는 약간의 흙먼지를 시샘하지 말게나.’
4. 조로아스터교의 도시 야즈드
이곳의 장례방식은 조장(鳥葬)이다. 시신을 정상 구덩이 안의 제단 위에 올려놓으면 새가 와서 살을 뜯어먹는다. 땅에 묻거나 화장을 하지 않는 것은 그들만의 믿음 때문이다. 조로아스터교에 따르면 영혼은 영원하지만 사람이 죽고 난 육체는 불결하다. 육체를 먹은 새가 영혼을 하늘로 인도하는 것이다. 독수리가 오른쪽 눈알을 먼저 파먹으면 영혼은 천국으로 가고, 왼쪽 눈알이면 지옥행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5. 이스파한과 경주
이날은 과거 페르시아와 신라의 교류 흔적을 발견한 흥분으로 몸을 떨어야 했다. 국립경주박물관에 ‘입수쌍조문’ 석조물이 있다. 사산조페르시아의 대표 문양이다. 국내 학계에서는 이 문양이 페르시아와 신라의 교류를 입증하는 증거라고 보고 있다. 이맘광장에서 바로 이 문양을 발견한 것이다.
6. 쿠쉬나메
이 《쿠쉬나메》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9년 10월이다. 이란 국립박물관 다르유시 아크바르자데 박사가 고대 페르시아의 구전 서사시 《쿠쉬나메》에 우리나라 고대 국가 신라가 언급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천년 가까운 세월 이전부터 우리나라가 이란과 밀접한 교류를 했다는 이야기였다.
제6장 피를 나눈 형제국 터키
1. 할랄버거에는 햄이 없습니다
각오는 했지만 기내식에서부터 이슬람과 마주할 줄은 몰랐다. 인천에서 터키의 이스탄불까지 10시간이 넘는 비행도 그렇고, 두바이까지 가는 항로에서도 어김없이 그랬다. 2012년 11월 떠난 이스탄불 답사는 이슬람과 첫 대면이어서 충격이 더했다.
장거리 노선에서는 대부분 세끼의 기내식이 제공되기 때문에 스튜어디스들이 메뉴판부터 나눠준다. 끼니마다 제공되는 메뉴가 나와있다. 기내식에 들뜰 정도는 아니지만,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꼼꼼히 메뉴판을 읽다 뒷장에 생소한 단어 하나를 발견했다. ‘할랄’이었다. ‘본 항공기의 음식은 이슬람 율법에 맞춰 준비된 할랄 재료만 사용됩니다’라는 문구였다.
2. 이슬람 속의 기독교 성지
에페소스는 성지다. 그런데 그건 현대인의 관점에서만 그런 것 같다. 상상력을 조금만 가동하면 이곳도 옛날에는 똑같은 사람이 살았던 도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성지라고만 착각했던 일행 앞에 느닷없이 발 형태의 문양이 나타났다. 왼발이었는데 그다지 크지는 않았다. 이곳이 바로 사창가라고 했다. 성지에서 만난 사창가, 그 심볼인 발 문양에 잠시 어리둥절했었다. 발 모양에 대한 억측이 난무하지만 정설은 이렇다. ‘발이 이보다 작은 녀석은 들어오지 마라.’
3. 밸리댄스장에서 왠 강남스타일
배꼽춤도 등장했다. 하지만 허리둘레를 보니 무희들이 맞는 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날씬지상주의 공화국에서 건너온 여행자 눈에는 풍만한 뱃살의 무희가 거북했다. 하지만 밸리댄스는 허리살이 있는 여인의 춤이었다. 우리나라에는 밸리댄스가 최고의 다이어트 비법으로 소개되고 있어 대략 난감이다.
4. 이스탄불은 노천박물관
이스탄불은 1453년 5월29일 오스만왕조의 술탄 메흐메트2세에 의해 함락되면서 다시 세계최대의 도시가 된다. 당시 골든혼 입구에는 길다란 쇠사슬이 진입을 막고 있었고 견고한 성곽은 쉽게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골든혼 방재구역에서 해전이 신통치않자 메흐메트2세는 기상천외한 작전을 선보인다. 바로 배가 산을 넘어 골든혼 안쪽으로 진격하는 전술이었다. 바퀴달린 받침대 위에 배를 싣고 황소와 병사들이 61m 높이의 야산을 넘는 광경을 보고 있던 기독교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5. 이스탄불과 경주가 만났다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를 위해서도 남북한 경제협력과 동북아 평화정착은 필수다. 이 철도의 북한통과를 위해 우리나라와 북한, 중국, 러시아가 모두 협력하는 다자간 철도협력기구는 물론 남북한의 별도협의체가 추진되고 있다. 남북한만 놓고봐도 기찻길이 열리면 사람과 물자의 교류와 내수시장이 엄청 커지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 북한도 철도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개방적이다. 실크로드 익스프레스가 한반도 통일에도 일등공신이 될 것이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오리엔트 특급살인》의 오리엔트 특급은 이스탄불과 파리를 연결하는 국제열차다. 부산과 파리를 오가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에서도 불후의 명작이 탄생하려나.
기본정보
ISBN | 9791195211319 |
---|---|
발행(출시)일자 | 2014년 08월 23일 |
쪽수 | 271쪽 |
크기 |
177 * 225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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