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한국어로 철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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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저자는 총 14장에 걸쳐 metaphysics, epistemology, utilitarianism, aesthetics 등의 철학 개념을 검토하고 설명하면서 형이상학, 인식론, 공리주의, 미학 같은 번역어가 왜 문제인지 밝히고 대체 번역어를 제안한다. 공동 저자인 김은정과 이승택은 저자의 번역어 제안을 검토한 후 동의 또는 반박하며, 저자는 이들의 반박에 응답하면서 최종 입장을 내놓는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각 개념어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고, 대체 번역어를 둘러싼 논의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마치는 글에서 저자는 현대 한국어로 철학하는 일과 관련한 몇 가지 일반론적 제안을 한다. ‘한국어로 철학하자’고 하면 한자어와 외래어 없이 고유어만을 쓰자는 제안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저자는 한자어와 외래어가 한국어의 일부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성(成) 같은 한자가 아닌 ‘되다’ ‘됨’ 같은 고유어나 ‘명석판명’이 아닌 ‘명료함과 또렷함’ 같은 일상어도 철학 개념으로 성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말한다.
작가정보
서양 철학을 함께 공부하고, 관련 문헌을 번역 출판하며, 출판물에 대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학문 공동체 〈전기가오리〉(www.philo-electro-ray.org)의 운영자이다. 옮긴 책으로 『헤겔의 영혼론』 등이 있다. 「있는 것에 관하여」(공역)를 포함한 스탠퍼드 철학백과 항목 및 서양 철학 논문 여러 편을 번역했다.
고려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철학을, 동 대학원에서 서양 철학을 전공했다. 현재 본(Bonn) 대학교 철학과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초기 그리스 철학』(공역) 등이 있으며, 「헤겔의 변증법」(공역)을 포함한 스탠퍼드 철학백과 항목 및 서양 철학 논문 여러 편을 번역했다.
서강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현재 UCLA 철학과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언어철학』(공역)이 있으며, 「지칭에 관하여」(공역)를 포함한 스탠퍼드 철학백과 항목 및 서양 철학 논문 여러 편을 번역했다.
목차
- 들어가며
1 논변이 타당하고 건전할 수 있을까?: validity and soundness
2 필요한 것과 필수적인 것의 차이: sufficient and necessary condition
3 ‘명석판명’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clear and distinct
4 ‘객관적’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objective validity
5 형식에 의미가 있다니요?: significant form
6 한 단어를 여러 철학자가 다르게 쓸 때: transcendental
7 현실적인 것의 반대말은?: potentiality/actuality
8 형이상학은 ‘형이상’을 다루지 않는다: metaphysics
9 ‘-이다’가 개념어로 그렇게 이상한가요?: be/ought
10 있는 것과 존재하는 것이 다를까?: be/exist
11 ‘인식하다’는 너무 많은 뜻으로 쓰인다: epistemology
12 ‘공리’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utilitarianism
13 철학에도 함수가 나온답니다: argument
14 추함이 미적 속성이라니: aesthetic
마치며
부록
책 속으로
헤겔의 『정신현상학』 부제가 ‘의식의 경험의 학’입니다. ‘의식의 경험의 학’이라는 표현을 이해할 수 있나요? 저는 해당 한국어 구문 자체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의식의 경험에 관한 학문’이라고 하면 그나마 나을 것입니다. ‘직관의 잡다’라는 표현을 이해할 수 있나요? 이 표현만으로는 ‘직관’과 ‘잡다’의 관계를 알 수 없습니다. 이렇듯 현재 사용하는 번역어들이 현대 한국어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8쪽
‘명석판명’ 같은 낯선 한자어는 철학 개념 같고, ‘명료함과 구별됨’ 같은 일상어는 철학 개념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가 일상 언어로 철학 개념을 다루는 시도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야만 “그냥 차라리 영어 문헌으로 읽어.”라는 말의 빈도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51쪽
형이상학을 이해하기 어려운 첫째 이유는 그 이름에 있습니다. 분과 학문의 이름은 해당 학문의 대상으로 결정됩니다. ‘사회학’은 사회를 다루니까 사회학이고, ‘동물행태학’은 동물의 행동을 다루기에 동물행태학입니다. ‘형이상학’은 ‘형이상’을 다룰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형이상학’의 한자 표기인 ‘形而上學’은 ‘형태 너머의 것을 다루는 학문’이라는 의미를 가질 뿐, ‘형태 너머의 것’이 무엇인지를 규정하지 않기에 분과 학문의 이름으로는 사실상 실패작입니다. -117~118쪽
공리주의가 무엇인지는 ‘공리주의’라는 한글 표기나 ‘功利主義’라는 한자 표기보다 ‘utilitarianism’이라는 영어 표기를 통해 더 쉽게 포착할 수 있습니다. ‘유틸리티’라는 외래어로 그대로 쓰기도 하는 ‘utility’는 보통 ‘유용성’이나 ‘효용’으로 번역되지요. ‘무엇이 옳은 것인가? 좋은 것이 옳은 것이다. 무엇이 좋은 것인가? 우리에게 행복을 준다는 의미에서 유용한 것이야말로 좋은 것이다’라는 것이 공리주의의 핵심 논점입니다. -181~182쪽
‘aesthetic’의 한국어 번역어인 ‘미적’은-한자어가 ‘美的’임을 감안할 때-이 표현 아래에 속하는 다양한 단어를 포괄하지 못합니다. 예컨대 ‘aesthetic property’ 아래에는 아름다움뿐 아니라 추함이나 조잡함도 들어가는데, ‘aesthetic property’를 ‘미적 속성’으로 번역하면 아름다움이 추함의 상의어가 되어버립니다.
‘미학aesthetics’ 같은 학문 분과의 이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aesthetics’에서는 아름다움뿐 아니라 다양한 속성을 연구하고, 예술작품을 둘러싼 쟁점을 탐구하며, 감각 및 감성을 논의합니다. -209~210쪽
출판사 서평
미학, 공리주의, 인식론, 형이상학은 적절한 번역어인가?
서양 철학을 함께 공부하고 번역하며, 후원 회원들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학문 공동체 ‘전기가오리’의 운영자인 신우승의 첫 저서. ‘의식의 경험의 학’ ‘직관의 잡다’? 철학 전공자들에게는 익숙한 용어겠지만 일반인은 도통 이해하기 힘든 철학 번역어다. 저자는 이 번역어들이 현대 한국어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을뿐더러 철학의 추상성을 모호함으로 오해하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한다. 철학을 둘러싼 격차 문제 해소에 관심을 기울여온 저자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더라도 철학서를 읽을 수 있고, 영어를 못해도 철학적 논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색하지 않은 한국어 문장으로 철학 개념을 번역하고, 일상 언어로 철학 개념을 다루는 시도가 그래서 더 필요한지 모른다. 이 책은 철학 개념의 한국어 번역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저자는 총 14장에 걸쳐 metaphysics, epistemology, utilitarianism, aesthetics 등의 철학 개념을 검토하고 설명하면서 형이상학, 인식론, 공리주의, 미학 같은 번역어가 왜 문제인지 밝히고 대체 번역어를 제안한다. 공동 저자인 김은정과 이승택은 저자의 번역어 제안을 검토한 후 동의 또는 반박하며, 이들의 반박에 응답하면서 저자가 최종 입장을 내놓는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각 개념어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고, 대체 번역어에 대한 논의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현대 한국어 현실을 반영한 철학 번역은 어떻게 가능할까?
마치는 글에서 저자는 현대 한국어로 철학하는 일과 관련한 몇 가지 일반론적 제안을 한다. ‘한국어로 철학하자’고 하면 한자어와 외래어 없이 고유어만을 쓰자는 제안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이런 제안에 반대하며 한자어와 외래어가 한국어의 일부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에 의해’ ‘-에 다름 아니다’ 같은 영어식, 일본어식 표현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들 표현을 한국어의 일부로 수용해야 한국어 구문이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유어나 일상어도 철학 개념으로 성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본다. 헤겔 철학에서 ‘being, nothing, becoming’은 ‘존재, 무, 생성’ 또는 ‘유, 무, 성’으로 번역된다. 고유어가 철학 개념이 될 수 있다면, becoming은 성(成) 같은 한자가 아닌 ‘되다’ ‘됨’으로 쓸 수 있다. 데카르트가 진리의 기준으로 내세운 조건인 ‘clear and distinct’도 ‘명석판명’이 아닌 ‘명료함과 또렷함’ 같은 일상어로 번역할 수 있다.
칸트 철학의 핵심 개념인 ‘transcendental’은 한국 학계에서 ‘선험적’ ‘초월적’ ‘선가험적’ ‘전험적’ ‘정험적’ 등 다양한 번역어로 제안된 바 있다. 이렇듯 외국어로 된 철학 개념을 번역할 때마다 의미에 대응하는 새로운 번역어를 만들어야 할까? 저자는 ‘transcendental’의 번역어를 ‘초월적’으로 고정한 뒤, ‘초월적’을 철학자 A는 이렇게 쓰고, 철학자 B는 저렇게 쓴다는 식으로 해당 개념의 내포를 추가하자고 제안한다. ‘범주’로 공히 번역되는 ‘category’가 아리스토텔레스 철학, 칸트 철학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듯이 말이다. 그 밖에도 저자는 전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훈련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철학 학술 서적 번역에서 출판사가 가져야 할 책임감 등도 언급한다.
기본정보
ISBN | 9791192099002 |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2월 07일 | ||
쪽수 | 224쪽 | ||
크기 |
124 * 187
* 17
mm
/ 233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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