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실 끝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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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전문기관 추천도서 > 문학나눔 선정도서 > 2022년 선정
끊어 내려 당길 때마다 피가 흘러 딱지로 앉아 두꺼워지는 올가미였다.”
여섯 우주를 잇는, 잔혹하고도 애틋한 홍연(紅緣)의 서사
평행우주를 넘어 시간선을 되돌리며 찾아오는 멸망 앞에서
너와 나는 운명에 맞설 수 있을까
운명으로 이어진 인연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붉은 실로 이어져 있다는 설화를 아는가? 고대 중국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이 이야기가 21세기 한국에서 전삼혜의 SF로 재탄생했다. 《위치스 딜리버리》 《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 등으로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 선 청소년들만의 예민한 감수성과 생동을 낯선 세계 속에 그려낸 전삼혜는 《붉은 실 끝의 아이들》에서 비범한 능력을 지녔지만 그것이 외려 외로움과 상처가 된 아이들이 우주의 비극적 운명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예지몽을 꾸는 초능력을 가진 소녀 유리는 어느 날 자신이 초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같은 반 아이에게 들킨다. 그 아이의 이름은 시아. 시아도 초능력을 갖고 있다고 고백한다. 자신이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편 다른 평행우주에서 다섯 명의 ‘유리’가 건너온다. 이들은 유리에게 시아가 지구의 멸망을 초래할 거라는 사실을 알리고 시아를 죽이려 한다. 다섯 명의 또 다른 자신에 맞서 시아를 지키기 위해 유리는 고군분투하지만, 상황은 점차 악화된다. 잔혹한 운명 앞에서 서로를 지키기 위해 걱정하는 두 사람. 각자의 우주에서 반복된 비극적 운명들. 여섯 우주를 잇는, 붉은 실이 자아낸 인연의 이야기(들)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작가정보
‘직업을 무엇으로 가지든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대학 문예창작과에 진학했다. 대학 재학 중 김보영 작가의 〈0과 1 사이〉를 읽고 본격적으로 SF에 빠지게 되었다.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쓰는 것을 좋아한다. ‘어른이 되다 만’ 혹은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쓴다. 현실과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집단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함과 인간의 보편적인 생각을 함께 담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
2010년 대산대학문학상 소설 부문을 수상하며 데뷔해 첫 장편소설 《날짜변경선》과 《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 경장편 《전지적 마왕 시점》, 연작소설 《위치스 딜리버리》를 출간했으며, 그 외 여러 앤솔로지 작업에도 참여했다. 시각장애인 청소년과 비장애인 청소년의 만남을 다룬 〈고래고래 통신〉으로 2020년 SF 어워드 단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작가의 말
제 책이고 제가 만든 이야기지만, 싱어송라이터 안예은 님의 노래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창귀〉 공식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서 처음 보고 나서, 찾아보고 또 찾아보다 저는 〈난파〉라는 곡까지 흘러갔습니다. 마침 ‘평행우주라 해도 모두 똑같이 존재하진 않겠지. 오히려 같으면 이상하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듣다가 그야말로 ‘속절없이 망해가는’ 세상에 주저앉아 깔깔 웃으며 통곡하는 유리를 만났습니다. 〈홍연〉을 들으니 유리는 시아와 ‘붉은 실’로 이어졌고요. 그리고 여러 우주에서 자신의 시아를 놓아 버리고 후회하는, 그런데 다른 내가 시아와 행복해지는 것조차도 용납 못 하는, 마음이 텅 빈 아이들의 이야기가 만들어졌습니다. 붉은 실이되 가윗날로 끊길 실이 아니라 길고 질기게 서로의 살점을 이어 만든 가죽끈의 이야기가 올 동안, 계속 《섬으로》를 들었습니다. 유튜브에 단편 하나는 뚝딱 쓰겠다고 너스레 댓글을 남긴 뒤, 500매 가까이 되는 이야기가 태어날 줄은 저도 몰랐지만요.
마음을 사로잡은 노래들에 이야기를 붙여, 함부로 책이라는 신전 하나를 세웠습니다. 언젠가 안예은 님에게 이 책이 닿기를 간절히 바라며. 존경의 마음을 바칩니다.
거친 이야기를 곱게 다듬어 주신 퍼플레인 편집부와 기회를 만들어 주신 그린북 에이전시, 추천사를 써 주신 김보영 작가님 그리고 이 이야기를 읽고, 〈홍연〉과 〈난파〉를 처음 듣거나 문득 떠올리실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목차
- 1 2층과 3층 사이
2 평행우주에서 온 사람들
3 희미한 아이
4 너로 인해 세계 멸망
4.5 륜의 경우
5 멸망을 면하는 방법이
5.5 토토의 경우
6 그 모든 게
6.5 베이의 경우
7 맞설 수 있을까
7.5 진의 경우
8 분필 굴러가는 소리가 아니야
8.5 렌의 경우
9 걱정 없는 밤길에
9.5 같은 존재니까
10 살리는 쪽
10.5 관측자의 시선
11 온 우주가 바라는 죽음
12 멸망은 이미 다가왔는데
13 너를 혼자 두지 않아
추천의 말
작가의 말
추천사
-
전삼혜 작가는 어떻게 이렇게 십 대의 영혼 한가운데에서 이야기를 그려 내는가.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세상 전체를 등에 짊어지고 산다. 상처받고 아프지만 친구를 구하기 위해, 세계를 구하기 위해 쉼 없이 뛰어다닌다. 어른의 눈으로 내려다보며 손가락질하지도 않고 바닥에 드러누워 울며 투정하지도 않는다. 어른이 된 아이의 마음으로 주위의 친구들을 그저 끌어안는다. 왜 이 작가가 청소년에게 그토록 사랑받는지 새삼 또 깨닫는다. 그렇기에 그는 십 대 시절에 위로받지 못한 어른의 마음까지 같이 위로해 준다.
‘나’, 그리고 나와 붉은 실의 인연으로 이어진 시아는, 특별한 힘이 있지만 그렇기에 이해받지 못하고 소외된다. 시아는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쓸데없이 걱정하는 아이 취급을 받지만, 실은 걱정으로 그 일을 일어나지 않게 하며 남들을 돕고 있다. 하지만 세상 전체를 구하려면 그의 희생이 필요하고, 나는 그 일을 감당해야만 한다.
아무도 겪지 않았으면 싶은 잔혹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도, 마치 누구나 어렸을 적에 다 겪었을 아픔처럼 느껴진다. 온갖 환상적인 세계를 넘나들며 초능력 대결을 펼치는데도, 어째서인지 지금 어디선가 아이들이 겪고 있을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전삼혜 작가의 신비로운 힘이다. 하나의 붉고 짙은 인연은 여러 세계에서 다채로운 사랑으로 전개되고, 그 다양한 가능성의 우주는 하나하나가 빛나는 단편이기도 하다.
책을 덮으며, 우리가 지금 만나는 인연들을, 그들과의 여러 다른 세계에서의 색다른 삶을 상상한다.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우리를 돕고 지켜 주고, 구원해 주는, 작은 신과도 같은 강한 사람들을.
책 속으로
시아는 흘끗 유리를 보고 씩 웃었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미소가 다른 사람의 것보다 빠르게 흩어지는 느낌이 유리를 스쳐 갔다. 아, 잘 안 보인다는 게 이런 거구나. 뭔가를 해도, 하지 않아도, 정물처럼 늘 거기 있던 것같이 희미했다. 존재감이 적은 게 아니라, 생명력 자체가 적다는 느낌이 들었다. 흔들흔들, 언제 꺾여도 말라도 이상하지 않을 들풀처럼.
── 25쪽(3 희미한 아이)
문득 ‘에오’가 이야기해 준 붉은 실 생각이 났다. 자신과 자신보다도 강하게 이어진, 자신과 다른 초능력자가 있을 거라는 말. 에오를 만났을 때는 유리가 어렸기에 그것이 운명의 상대, 연인 같은 거라고 막연히 짐작했었다. 하지만 시아와 자신 사이에도 그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다. 비록 노리개처럼 고운 매듭은 아니더라도.
── 26쪽(3 희미한 아이)
‘우리’가 그랬지. 다른 우주에서도 시아와 나는 엮여 있다고. 붉은 실처럼. 유리는 그게 무슨 말인지 닷새 전만 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같은 학교 같은 학년 같은 반. 그 외 무언가를 같이 해 본 적이 없는 아이와 엮인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런데 50여 시간 남은 지금, 자신은 그 애의 죽음을 막겠다고 한밤중 학교에서 땀 밴 손을 깍지 끼고 있었다.
── 129쪽(8 분필 굴러가는 소리가 아니야)
사랑이라. 유리는 멍한 와중에 생각했다. 사랑인가? 이렇게 앞뒤 없이 위험한 일을 저지르는 게, 사랑인가?
처음엔 그냥 걱정되는 마음뿐이었다. 그다음에는 너네가 뭔데, 운명이 뭔데 얘까지 건드리냐는 짜증이 섞였다. 시아가 자신의 걱정을 가져가려 시도한 다음에는 딱한 마음도 들었다. 그런 게 다 섞이면 사랑이 되나?
── 155쪽(9 걱정 없는 밤길에)
“괜찮아. 내가 걱정되는 길로만 가면 낭떠러지야.”
“낭떠러지를 찾아가는 여행이라니.”
“미안해. 이런 식으로 걱정하는 사람이라.”
── 158쪽(9 걱정 없는 밤길에)
대신 걱정해 주는 능력. 자신이 말하면 시아는 그것을 걱정하고, 그러므로 걱정은 일어나지 않는 일이 될 것이다. 유리는 울음을 참으며 속으로 말도 삼켰다. 목구멍으로 자꾸만 치받고 올라오는 말. 울음 섞인 말.
제발 너를 걱정해.
네가 죽을까 걱정해.
내가 너를 죽일까 걱정해.
제발. 제발. 제발.
── 196쪽(11 온 우주가 바라는 죽음)
“이런 지구 망해도 상관없어.”
토토가 손을 뻗어 창문을 열고 방 안쪽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씩 웃으며 유리의 뺨을 가볍게 때렸다.
“너한테나 상관없겠지. 한꺼번에 확 사라지는 낭만적인 멸망 같은 건 오지 않아. 한 명씩, 가장 취약한 계층부터 비참하게 죽을 거야. 살고 싶어서 안간힘을 쓰다가. 마지막 인간의 존엄성을 내버려 가며. 그런 미래를 방관하긴 싫어.”
─ 201쪽(11 온 우주가 바라는 죽음)
“가자.”
유리는 속으로만 덧붙였다. 우주가 더 이상 출렁이지 않는 곳으로. 우리가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너의 멸망으로.
── 218쪽(13 너를 혼자 두지 않아)
출판사 서평
“아무도 겪지 않았으면 싶은 잔혹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도, 마치 누구나 어렸을 적에 다 겪었을 아픔처럼 느껴진다. 온갖 환상적인 세계를 넘나들며 초능력 대결을 펼치는데도, 어째서인지 지금 어디선가 아이들이 겪고 있을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전삼혜 작가의 신비로운 힘이다.
─ 소설가 김보영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는 세계
그 속에서 분투하는 아이들
《붉은 실 끝의 아이들》에서 전삼혜가 그리는 우주는 붉은 실의 운명이 지배하는, 가능성이 닫힌 세계이다. 일어날 일을 미리 알고 있음에도 바꾸지 못하고, 이미 정해진 운명은 무슨 일이 있어도 실현된다. 붉은 실로 짜인 이 세계에서 아이들은 운명에 맞서 도망치고, 발버둥 치고, 싸운다.
유리는 예지몽을 꾼다. 나쁜 일이 일어난다는 걸 꿈으로 알아도 현실에서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우울증으로 5년째 정신과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유리는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끝내 외면하지 못한다.
유리는 그 후에도 몇 가지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 다만 그것이 언제라는 것만이라도 알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아, 예지몽을 꾸는 것 같으면 꿈속에서 미친 듯 달력이나 시계를 찾아 달렸다. (…) 그냥 다 무시해 버리면 편할 것을. 당할 일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편안해질 것을 유리는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었다.
─ 9쪽(1 2층과 3층 사이)
시아는 유리와 달리 자신의 능력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간다. 남의 걱정을 대신하여 그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아가 걱정을 해도 끝내 막지 못하는 일들도 있다.
“어느 순간 내 안에서 걱정이 사라질 때가 종종 있어. 그러면 그 일이 결국 일어나 버린 거지.”
끝내 막지 못할 때 오는 답답함. 유리가 아는 감각이었다. 유리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힘들지, 그거.”
─ 37쪽(3 희미한 아이)
시아와 유리는 남들과 다른 능력을 갖고 있지만, 무언가를 바꾸어내지 못하는 데서 무력함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아와 유리는 남을 돕는 일을 포기하지 못하는, 강한 의지를 가진 아이들이기도 하다. 시아의 능력이 우주의 멸망을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오기에 전 우주에서 사라져야 할 운명을 타고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도, 운명에 맞서 유리는 시아를 포기하지 않으며, 시아 또한 유리와 함께한다.
“(…) 우리가 온 다섯 개의 우주는 멸망하거나 멸망 직전까지 갔지. 그건 다 시아의 능력. 걱정하는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능력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까.”
─ 47쪽(4 너로 인해 세계 멸망)
시아와 유리를 찾아온 다섯 명의 또 다른 ‘유리’ 또한 각자 초능력을 갖고 있지만, 우주의 운명 앞에서 자신의 ‘시아’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들이다. 베이, 륜, 토토, 렌, 진, 이 다섯 ‘유리’의 이야기들은 소설 속에서 또 다른 단편 작품처럼 펼쳐진다.
사회가 정한 통념에서 벗어난 이들은, 그 의외성이 때론 비범하고 뛰어난 능력일지라도, 소외당하고 억압받는 소수자의 위치에 놓이기 쉽다. ‘붉은 실 끝의 아이들’ 또한 그러한 존재이다. 이들은 초능력을 갖고 있지만, 혹은 갖고 있기에 가혹한 운명 앞에 놓인다.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지 못해 소중한 이를 희생한 다섯 ‘유리’들. 가차 없이 닥쳐오는 운명에도 끝내 서로를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시아와 유리. 《붉은 실 끝의 아이들》은 어찌할 수 없는 운명 앞에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대처한 아이들의 이야기다.
평행우주, 초능력, 타임루프……
찬란하게 펼쳐지는 전삼혜 유니버스
《붉은 실 끝의 아이들》에서 전삼혜가 펼쳐 보이는 우주는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롭다. 여섯 개의 각기 다른 평행우주가 등장하고, 각자 다른 초능력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며, 시간선을 끊임없이 되돌리며 타임루프에 빠지기도 한다.
“너와 우리가 태어난 곳도 있고, 태어나지 않은 곳도 있지. 평행우주라고 해도 방향 하나만 삐끗하면 어마어마하게 달라지는걸. 지구가 있다가 멸망한 곳도 있고, 우리가 태어났다가 이미 죽은 곳도 있고.”
─ 44쪽(4 너로 인해 세계 멸망)
여섯 우주에 존재하는 여섯 지구는 생태환경부터 사회구조까지 그 존재의 양태가 천차만별이다. 네발동물과 두발동물이 비교적 평등하게 공존하는 지구가 있는 반면, 지상동물과 수상동물이 공존하지만 수상동물이 차별받는 지구도 있다. 아가미족이 살아가는 지구도 있는데, 이곳에서는 생존에 필요한 자원 분배의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
전삼혜의 우주가 이토록 다채로운 까닭은, 인간 중심적인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존재 방식을 좀 더 자유롭고 당연하게 상상하기 위함이 아닐까. 네발동물과 두발동물, 지상동물과 수상동물, 두족류와 아가미족의 이야기들을 듣고 있노라면, 세상 어딘가에 이러한 존재들이 태연자약하게 존재할 것만 같다.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을 한데 모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엮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다.
평행우주와 타임루프, 초능력이 등장하는 가운데 이 모든 이야기를 잇는 것은 붉은 실, 전 우주에 걸쳐 있는 ‘홍연’이다. 시아와 유리를 잇는 인연은 여섯 우주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붉은 실로 연결된 모든 이가 하나의 지구에 모여 각자의 멸망을 막으려 한다. 유리는 시아의 죽음을 막기 위해, 다섯 명의 또 다른 유리는 지구의 멸망을 막기 위해. 붉은 실로 엮인 이들의 운명은 끊으려 해도 끊을 수 없는 “생살로 만든 가죽끈”이자 점점 “두꺼워지는 올가미”다. 운명이 이어준 단 하나의 연인을 뜻했던 ‘홍연’은 전삼혜의 우주에서 잔혹한 운명의 굴레에 엮인 핏빛 인연으로 바뀐다.
붉은 실의 끝,
그 이후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청소년기를 통과하며 몸으로든 마음으로든 세차고 격한 변화를 겪는다. 이 변화는 때론 상처와 외로움을 안기고, 때로는 씻지 못할 트라우마를 남기기도 한다. 《붉은 실 끝의 아이들》을 청소년과 성인의 경계에 선 아이들의 성장 소설로 본다면, 이는 꽤나 잔혹하고 비정한 성장을 말하는 소설이리라.
성장이란 그 전과 후의 변화가 연속적일 수도 있지만, 때론 단절적으로 일어나기도 한다. 과거의 무엇을 완전히 끊어내야만 새로운 무엇이 찾아올 수 있다. 작중 유리가 겪는 갈등은 바로 이러한 성장의 한 단면을 은유한 것일지도 모른다.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시아를 죽이는 것’이 유리에게는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면, 다섯 우주의 ‘유리’들은 이미 그 통과의례를 거친 이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겪은 일을 이 지구의 유리가 똑같이 겪어야만 한다고 강요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청소년기뿐만 아니라 생애 어떤 때에든 찾아올 수 있는 ‘성장’에서 가장 잔혹하고 비극적인 면을 보여주는 이야기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가자.”
유리는 속으로만 덧붙였다. 우주가 더 이상 출렁이지 않는 곳으로. 우리가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너의 멸망으로.
─ 218쪽(13 너를 혼자 두지 않아)
붉은 실의 인연, 그 너머 유리는 어떤 삶을 살아갈까. 우울증 때문에 다니던 정신과는 더 이상 가지 않을 수 있을까. 예지몽으로 알게 된 나쁜 일을 막기 위해 여전히 애쓸까. 세계의 멸망을 막아낸 베이와 륜, 렌, 진, 토토는 자신의 삶을 되찾았을까. 나아가 유리와 시아가 서로를 끝끝내 지켜낸 또 다른 평행우주를 상상해볼 수도 있을 테다. 작품 이후에 남겨진 이야기는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책을 덮으며, 우리가 지금 만나는 인연들을, 그들과의 여러 다른 세계에서의 색다른 삶을 상상한다.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우리를 돕고 지켜 주고 구원해 주는, 작은 신과도 같은 강한 사람들을.”
─ 김보영(소설가)
기이하고 불온한 이야기의 마력
퍼플레인 PURPLE RAIN
‘퍼플레인’은 SF·호러·미스터리를 중심으로 한 장르문학 브랜드입니다.
기이하고 불가해한 이야기, 전복적이고 도발적인 상상력으로
퍼플레인만의 장르소설을 펴내고자 합니다.
? Line-up
① 《양꼬치의 기쁨》, 남유하 지음
② 《붉은 실 끝의 아이들》, 전삼혜 지음
③ 듀나
④ 이산화
⑤ 이서영
§ Anthology Project_1 우주 쓰레기
한국 장르문학에 새로운 비를 내릴 퍼플레인의 행보는 계속됩니다.
기본정보
ISBN | 9791191842128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1월 24일 |
쪽수 | 224쪽 |
크기 |
128 * 195
* 21
mm
/ 262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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