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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숲 황보정순 장편소설

황보정순 지음 | 창연 | 2021년 09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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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91751048(119175104X)
쪽수 245쪽
크기 140 * 211 * 18 mm /417g 판형알림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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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어

경남 고성에서 활동하는 황보정순 소설가가 2018년 소설집 ‘석산’에 이어 다섯 번째 소설집으로 장편소설 ‘장산숲’을 창연출판사에서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내놓았다.

‘장산숲’은 고성군 마암면 장산리에 위치한 숲이다. 고성의 9경(景) 중에 하나이고, 경상남도 기념물 제86호로 지정되어 있다. 지난 2016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KBS2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촬영지로 그 아름다움을 전국에 알렸던 고성마암면 장산숲이 최근 JTBC드라마 ‘꽃파당’방영으로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소설 속의 주인공 기영은 선원으로 일을 하다가 농사를 짓는 중이다. 정신병을 앓는 아내 수연으로 인해 늘 마음은 황량하기만 하다. 그 허전함으로 잠시 한눈을 팔기도 하고 이내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지만, 현실은 변함이 없다. 장산숲을 배경으로 농촌 소시민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장산숲은 동네에서 바다가 보이면 상서롭지 못하다 해서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조선 태조 때 호은 허기 선생이 만든 일종의 인공숲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장산숲 같은 처방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우리 삶도 누구나 행복하고 멋지게 살고 싶지만, 물질적으로나 또는 가족사로 인하여 평온치 못한 현실에 직면한 이들이 많다. ‘장산숲’의 소설 주인공인 기영도 그중 한 사람이다. 기영의 삶을 통해 우리 위치를 소설 속에서 돌아보게 한다.

작가의 말

지난해처럼 화사한 봄을 맞이하였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의자 깊숙이 파묻혀 햇살이 퍼지기를 기다렸다. 햇살은 온종일 좋았으나 붓끝에서 묻어난 일상의 흐름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사방은 바람소리를 내며 차들이 달렸다. 이 또한 외면할 수 없는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밤이면 불빛을 밝히며 벌레처럼 꿈틀거렸다. 나는 저런 형상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볼 때가 많았다. 사건마다 새로운 문제가 시작되었던 곳이긴 하지만 산중은 그야말로 도시형이 되어 버렸다.

욕망과 체념으로 얼룩진 어귀에서는 여전히 시답잖은 소문이 나돌았다. 그들은 혀로 인한 아픔을 갖고 위로가 되는 말을 읊조렸다. 처음처럼 아주 사소한 일은 착각이었을 뿐 몰랐던 일들이 많았다. 결국에는 진정되는 기미가 어렵더니 추스르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가슴 아파하였다. 그럴 필요도 없는 상황이었는데 삽질을 하다가 바다 끝에서 기쁜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다렸다. 바다는 햇살이 반짝이는 날이 많았으며 눈부신 기운은 나의
주변까지 따뜻하였다.

계속해서 시비는 잇달았다. 파르스름한 바닷바람 냄새가 장산숲을 향해 불어 왔다. 바다와 접하여 그다지 멀지 않았다. 바다로 나가면 넉넉할 줄만 알았던 삶의 목표가 따랐다. 의욕이 넘치는 꿈을 바다에 저당하고 돌아오기도 하였다. 삶이 그렇듯 기막힌 세월을 가슴 아파할 때가 많았다. 때로는 허공을 향해 중얼거렸다. 믿고 의지하였던 서로의 가슴을 질리게 하는 날도 반복되었음을 안다. 침묵으로 일관하며 억장이 무너지는 상황도 많았다.

그녀는 숨 막히게 지친 상태로 험한 산길을 다녀오곤 하였다. 다급해진 마음에 노을을 바라보다가 질린 눈은 어느덧 하늘만 보고 중얼거렸다. 행방이 묘연한 채 종횡무진이었다. 그런 상황을 생각하면 땅이 꺼질 듯이 한숨이 잦다. 먼 바다에는 바람이 불긴 했어도 더위는 어쩔 수 없었다. 사방 어디에도 그녀의 소식은 알 수 없었다. 황망하게도 희망의 빛을 놓고 다닌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숲은 연초록 물결이 짙어져 갔지만 소문은 같았다. 너울성 파도가 있을 때 즈음에도 마찬가지였다. 아픔을 감당하면서 밭둑에 앉아 오열하던 모습은 측은지심이었다. 상상하며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많았다. 너무 힘겨워 뿌리 깊은 질경이를 움켜쥐며 통곡하였다. 의문의 실마리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운명을 지니고 다녔다. 저만치 거리를 두고 일렁이는 파도를 바라보기도 하였다. 누구도 듣지 못하는 말을 하였다. 이런 뜻밖의 소문은 너무 혼란스러웠다. 무수한 꽃이 피고 새가 울었어도 생각도 없이 다녔다. 흘깃흘깃 새의 모습을 바라보던 눈길은 순간에 불과했다. 오래전 겨울이었다. 혹독한 한파에 의해 볼은 홍시 같았다. 누가 손짓하는지 바쁘게 다녔다. 몸이 꺼져 내릴 것 같은 날은 눈물을 흘렸다. 얼어붙은 땅을 움켜쥐며 분개하는 몸짓도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침묵하며 새가 날아가는 방향으로 따라가더니 망연자실이다. 그리운 건 나중 문제였다. 노기 띤 얼굴은 맹수를 쫓는 표정으로 막막한 허탈감에 눈만 껌뻑였다. 오래도록 어디서 방황하며 다녔던지 발가락은 돌에 부딪혀 심한 통증을 느낀다. 길이 아닌 길 밖의 길만 유일한 길임을 지목하며 다니더니 분명한 선택은 하지 못하였다.

그날도 한나절에 있었던 일이었으나 소문은 종잡을 수 없었다. 어디선가 새가 울었고 여름 하늘은 곱기만 하였다. 장산숲에서도 새들의 음성은 조화를 이루며 흥을 돋우었다. 그곳은 이미 바닷바람까지 다녀갔던 곳이다. 종종걸음으로 새들보다 먼저 길을 나섰다는 것은 놀라운 사건이었다. 어수선한 풍경 한가운데 간밤에 있었던 말을 남겼다고 한다. 무슨 꿈이었는지 꿈을 꾸었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2021년 9월
황보정순

목차

■작가의 말

장산숲
연민
홀로 아리랑
암담한 나날
해후
풀꽃
분노와 비애
봄을 잃은 설움
유혹
환상의 늪
염원의 소리
색다른 여정
더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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