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행정학은 전통적으로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사람을 어떻게 뽑아, 활용할 것인가, 또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제도와 규칙은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그리고 유한할 수밖에 없는 자원을 어떻게 분배하고 관리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체계화된 학문이다. 이 책은 이 중 자원의 분배와 유한한 자원의 관리를 위한 정부활동의 이야기를 담아 낸 재무행정이다.
재무행정은 유한한 자원을 공공의 목적에 부합하게끔 조달하고 사용하여, 국가 전체의 이익이 달성되도록 하는 것으로 그 핵심에는 바로 예산이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예산을 중심으로 재무행정이 무엇인지 다뤄보았다. 어떠한 현상에 대해 접근하고자 할 때, 그 개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접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1장은 재무행정이란 무엇인지 살펴보았고, 2장은 재무행정 관련 법률을 살펴보았다. 예산이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 근거에 의해서 운용될 필요가 있으며, 적용되는 법률이 무엇인지 살펴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3장은 재무행정의 본질적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예산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다. 예산은 공공의 목적 달성을 위해 정부가 내년에는 돈을 얼마나 모아야 되고 얼마를 써야하는지에 대한 정부활동의 계획서임으로 일련의 정부활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기에 4장에서는 예산이론을, 5장에서는 예산원칙을, 6장에서는 예산의 종류를 다루었다. 우리들의 삶에도 주기가 있듯이 예산도 주기가 있다. 이러한 예산의 주기를 예산과정이라 하는데 이는 7장에서 언급하였고, 8장에서 예산편성, 9장에서 예산심의 및 의결, 10장에서 예산집행, 11장에서 결산 및 회계검사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만약 재무행정 관련 강의에서 이에 대한 설명을 학생들이 잘 살펴둘 수 있다면 예산이 가지는 정치ㆍ경제학적인 성격에 대한 이해의 폭을 한층 증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예산이란 공적기능을 달성할 수 있게끔 정부형태에 따라 상호견제나 상호협력의 과정 속에서 책임성과 효율성이 확보되도록 하여야 하며, 그 과정 속에서 쓰임새가 결정이 된다. 그러나 그 쓰임새란 환경에 따라 변하는 것이며, 그 대상인 국민의 생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사회적 요구에 따라서도 변하게 된다. 정부불신도 알고 보면 이 쓰임새와 연관이 있다. 그렇기에 재무행정의 논의에는 예산개혁이 포함되게 된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 12장에서 예산개혁의 개념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예산개혁 노력으로 서술하였다. 물론 예산개혁에 대한 논의는 개혁의 목적에 서부터 그 사례의 정도가 위낙 광범위하다. 따라서 하나의 장으로 예산개혁을 다루기는 어렵지만, 재무행정에서 예산개혁이 가지는 부분이 중요하기에 제도적 차원에서 최근 시대상을 반영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예산개혁의 노력을 함께 다루어 보았다.
한편 예산은 국민의 주머니로부터 나오는 세금으로 구성된다. 가혹한 세금의 징수는 호랑이보다도 더 무섭다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말이 있는데, 이를 통해 예산과 세금의 관계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직관적으로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알고 보면 근대민주주의 확립도 개인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과세권의 확립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13장에서는 정부세입을 다루었다. 국민들은 그들의 다양한 소망이나 불평을 정부가 이루어주거나 들어주기를 바란다. 자신들이 낸 세금에 대해 정부가 책임져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요구는 점점 커지는 반면 정부 내부자원만으로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는 요원하다. 민주적으로 또는 효율적으로 국민들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외부의 인적ㆍ물적 자원을 동원할 필요가 생기는데 이를 정부구매 내지 조달이라 하여 14장에서 다루었다.
이상의 내용을 살펴볼 때 재무행정은 일련의 사회적 환경 하에서 공공의 목적 달성을 위해 정부가 활동하는데 필요한 재원의 관리를 말하는 것으로, 이는 국민과 정부, 정당과 정부, 입법부와 행정부, 시장과 정부 등의 관계 속에서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사람을 뽑아 쓰는데도 재원의 관리가 필요하고, 조직을 유지하거나 발전시키는 데도 재원은 필요하다. 그만큼 행정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있어서 재무행정의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행정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조차 재무행정은 어려운 수업으로 인식되어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으로 재무행정 분야에 보다 접근하기 쉽도록 시도해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로 인식이 된다면 이는 저자들의 탓으로 밖에 볼 수 없을 것이고, 이런 어렵고 미흡한 분야는 다음으로 기약해 보자고 애써 위안을 삼아 본다.
이 책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데에는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선 재무행정 분야를 연구한 국내외 저명한 학자들의 연구실적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학문의 길에 접어 들수 있도록 지도편달을 아끼지 않았던 모든 은사님들과 함께 토론하고 원고 작성에 열성을 다해 준 주영종 박사님, 늘 곁에서 응원하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지막으로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다해 주신 윤성사 정재훈 대표님과 편집진들에게도 이 지면을 빌려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21년 7월
심 재 권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