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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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등단 40년 만에 선보이는 시인 박기영의 첫 우화소설!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의 메시지
“새는 누구나 자신이 공중에서 사라져버리기를 원하지. 공기 속으로 깃털이 증발하고, 뼈와 살이 구름처럼 흩어져 신들의 호흡에 자신이 함께하기를…… 하지만 그렇게 될 수 있는 새는 없어. 모든 새는 죽으면 처음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가거든. 그곳이 어디인지 간에 땅으로 되돌아가야 해. 난다는 것은 그곳으로 돌아가기 위한 하나의 몸짓일 뿐이야.”
작가정보
목차
- 말썽꾸러기 리처드
보트 하우스
이상한 비행
싱글마더 폴라
앵무새 부코
빅버드의 그림자
작가의 말
추천사
-
그는 드물게 몸 전체로 글을 쓰는 사람이다. 자신이 겪은 바를 글로 토해내고 때로는 영상으로 풀어낸다. 시집 『맹산식당 옻순비빔밥』이 그랬고, 현각의 〈만행〉이 그랬다. 이번에는 그가 캐나다에서 온몸으로 쓴 우화를 들고 왔다. 새의 눈과 입을 빌린 이 우화는 우리 인간의 오랜 멍에인 무지, 불합리, 모순, 탐욕, 폭력 등을 예리하게 해부한다. 수백 년 전 하늘에서 사라진 ‘빅버드’는 인간의 탄생을 주관한 신화 속의 새다.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토템폴 맨 위에 빅버드를 올려놓고 모든 생명의 안녕을 기원한다. 이 새로운 ‘조(오)감도’가 우리 안에 잠들어 있는 지혜를 일깨우리라 기대한다. 우리 안의 오래된 지혜가 은혜로 승화될 때, 그리하여 우리가 새와 대화할 수 있게 될 때, 그때 우리가 바라 마지않는 ‘진정한 인류세’가 도래할 것이다.
책 속으로
밴쿠버 까마귀치고 리처드를 모르는 새는 없었다. 그의 이름 앞에는 늘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말썽꾸러기 리처드. 밴쿠버 까마귀들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이었지만 그 의미를 정확히 아는 새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_「말썽꾸러기 리처드」에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래. 말썽꾸러기 리처드는 너희에게 애정을 갖고 있어. 그 영화를 보고 새들에게 공포심을 갖게 된 것 같은데, 그럴 경우 보통 인간은 새들에게 아주 거칠게 행동하지. 인간은 두려움이 커지면 자신이 나약한 존재임을 감추기 위해 공격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 그때 애정이 없으면 무차별적으로 행동하지. 전쟁이나 살인을 그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지. 말썽꾸러기 리처드가 너희를 죽이기보다 쫓아내는 방법을 쓰는 걸 그 점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해.”_「말썽꾸러기 리처드」에서
“이 집은 이민자들 사이에서 보트 하우스라 불린단다. 급하게 지낼 곳을 찾는 사람들이 이 집에 오지. 나름 이유가 있겠지만 폭풍이 불어올 때 보트를 보호하기 위해 땅 위에 따로 보관하는 것처럼 급하게 머물 곳을 찾는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그런 이름이 생기게 되었단다.”_「보트 하우스」에서
그러나 신들은 시끄럽기 그지없는 인간의 소리를 새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허락하지 않았다. 만약 새들이 인간의 소리를 모두 알아듣는다면 하늘을 자유롭게 비행하는 그들마저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싸우기를 마다하지 않을 터였다._「보트 하우스」에서
사람들은 밴쿠버를 모자이크 도시라고 했다.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문화와 풍습이 다른 데서 오는 충돌이 생겼다. 그때마다 밴쿠버 사람들은 절충하기보다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방식으로 문제의 핵심을 피했다. 그러다보니 각기 다른 풍습과 전통이 존재하면서 도시 전체의 문화가 된 것이었다._「이상한 비행」에서
밴쿠버 새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인간이 마음대로 하늘을 날아다니지 못하는 이유를. 그들은 너무나 많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온몸으로 머리를 받치기 위해 꼿꼿이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자세로는 결코 하늘을 날 수 없었다.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머릿속을 텅 비우고 몸 전체를 공기 속에 내맡겨야 한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생각과 고민이 머릿속에 가득차 있다. 그 상태로 공중으로 높이 올랐다가는 어떤 동물이라도 머리부터 곧장 수직으로 떨어져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_「이상한 비행」에서
“삶도 저와 같은 거야. 자신이 가는 길에 항상 더 큰 그림자가 따라다니지. 사람들은 걸어가는 길 자체보다는 그뒤에 따라오는 그림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지. 그게 더 중요한 것이 아닌데…….”_「싱글마더 폴라」에서
“새는 누구나 자신이 공중에서 사라져버리기를 원하지. 공기 속으로 깃털이 증발하고, 뼈와 살이 구름처럼 흩어져 신들의 호흡에 자신이 함께하기를…… 하지만 그렇게 될 수 있는 새는 없어. 모든 새는 죽으면 처음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가거든. 그곳이 어디인지 간에 땅으로 되돌아가야 해. 난다는 것은 그곳으로 돌아가기 위한 하나의 몸짓일 뿐이야.”_「싱글마더 폴라」에서
마약주사센터(Injection drug epidemic)는 이스트헤이스팅스 139번가에 있었다.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그곳은 등록한 환자에게 싼값에 마약을 공급해주는 곳이었다. 마약중독자가 등록을 하면 그는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받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마약이었다. 일회용 마약을 합법적으로 구입하여 투약할 수 있었다. 이는 에이즈가 퍼지면서 생긴 제도로 마약중독자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정부가 관리하기 위해서였다._「싱글마더 폴라」에서
“여러분, 우리 하늘의 자손들은 지난 몇 달 동안 커다란 홍역을 치렀습니다. 스카이트레인에 탄 앵무새 부코의 등장으로 인해 어린 새들의 가치관마저 흔들렸으며, 더불어 부코의 목소리는 밴쿠버 새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그를 동료로 받아들이느냐, 인간의 편에 선 배신자로 여기느냐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를 두고 하늘의 동료들이 서로 분란을 일으키는 건 좋지 않습니다. 저는 제의합니다. 최종 결정을 앞두고 지금껏 관찰만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당사자인 앵무새 부코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_「앵무새 부코」에서
빅버드!
밴쿠버의 모든 새가 가장 우러러보는 새였다. 아니 밴쿠버의 새들뿐 아니라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원주민들까지 그 새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했다. 빅버드는 원주민들의 조상 때부터 전설과 함께 등장한 새였다. 빅버드는 모든 인간을 탄생시킨 존재로 밴쿠버뿐 아니라 저멀리 앨버타까지 알려져 있었다. 그런 전설 때문인지 밴쿠버의 모든 새는 인간을 우습게 여겼다. 전설에 따르면 인간은 빅버드라는 새가 없었다면 땅 위에 존재할 수 없는 생명체였다._「빅버드의 그림자」에서
린다마크는 흰 눈이 산봉우리를 덮고 있는 그라우스산의 바위 능선을 넘으면서 오늘 본 광경을 떠올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독수리가 빅버드의 후예가 아니라고 해서 지금까지 전해져오는 전설이 깨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빅버드의 후예가 그렇게 쉽게 모습을 드러낸다면 밴쿠버의 모든 새의 마음속에 싹터서 자라고 있는 자긍심과 하늘을 나는 이유는 사라질 터였다._「빅버드의 그림자」에서
‘새들에게는 늘 날아다녀야 하는 하늘이 있어야 하고, 그 하늘 위에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거대한 새 한 마리가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어 모든 새의 비행에 합당한 명분을 주어야
해. 그러려면 한 무리의 새가 빅버드의 후예가 되어서는 안 되는 거야. 그 새는 모든 밴쿠버 새의 꿈을 담고 있어야 해.’_「빅버드의 그림자」에서
출판사 서평
새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삶과 죽음
시인 박기영의 첫 소설이다. 캐나다 이민으로 한동안 문학계를 떠나 있었던 박기영은 귀국하여 네 편의 우화소설을 준비했다. 『빅버드』는 그중 하나로, 캐나다에서 몸소 겪었던 실화적 요소와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설화적 요소를 덧붙여 새들의 시선으로 해석한 이야기를 그려냈다.
『빅버드』는 총 여섯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지만,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것은 삶과 죽음이다. 특히 작가는 열린사회 속 닫힌사회의 죽음을 강조한다. 하지만 죽음을 고통, 슬픔, 공포 등으로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죽음을 인식하지 않는 삶, 즉 삶의 씨앗을 죽음이라는 것에 자연스럽게 심어놓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서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인정하고 다름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삶에 대한 깊은 깨달음의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는 온몸으로 체득한 그만의 문장으로 인간의 이기심, 생명 경시, 탐욕, 폭력, 문화적 다양성의 몰이해 등 사회문화 현상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풍자한다.
“누구에게나 하늘은 몸을 맡기는 순간부터 처음의 세계야.
어제의 바람이 내 날개를 지나가지는 않아.
매번 새로운 바람이 날개를 부풀리는 법이지.”
실화적 요소에 설화적 요소를 가미한
세상 이야기
작가는 1997년 캐나다로 이주하면서 문학계를 떠나 있었지만 절필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캐나다 정부의 예술인 지원정책에 힘입어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설화와 밴쿠버를 배경으로 실제로 일어난 일을 이야기의 주제로 삼았다. 하지만 발표하지 못하고 귀국하여 오랜 시간 준비한 끝에 이제야 첫 소설로 발표하게 되었다.
『빅버드』에는 작가 스스로 “지독한 유배”라고 했던 5년간의 캐나다 이민자 생활이 오롯이 담겨 있다. 스카이트레인을 타고 바라본 블루베리 농장,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민자들의 고된 삶, 문화적 자유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모자이크 도시에서의 문화적 몰이해에서 비롯된 충돌 등 인간집단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회문화 현상을 해부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설화에서 차용한 빅버드를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인간의 탄생을 주관하고 모든 생명의 안녕을 바라는 빅버드를 상징으로 삼음으로써 치우침 없는 조화로운 세상을 기원한다.
“새들에게는 늘 날아다녀야 하는 하늘이 있어야 하고, 그 하늘 위에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거대한 새 한 마리가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어 모든 새의 비행에 합당한 명분을 주어야 해. 그러려면 한 무리의 새가 빅버드의 후예가 되어서는 안 되는 거야. 그 새는 모든 밴쿠버 새의 꿈을 담고 있어야 해.”
타자화하는
열린사회 속 닫힌사회
밴쿠버에서 작가가 보고 깨달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새들의 시선을 통해 그린 세상에서 그는 무엇을 전하고자 했을까?
작가는 새들의 삶을 통해 우리 인간이 깨달아야 할 세계를 보여준다.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싸우기를 마다하지 않는 인간과 달리 하늘을 나누어 가지며 하늘의 법칙을 공유하고 공존하는 새들의 조화로운 사회는 열린사회를 대변한다. 이에 반해 모자이크 도시라 불리는 밴쿠버, 마약중독자를 수용하는 이스트헤이스팅스의 마약주사센터 등은 표면적으로는 열린사회이지만 한편으로는 닫힌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이방인과 그들의 풍습이나 전통을 받아들이고 나아가 마약중독자도 수용하지만, 자신들과의 부조화를 인정하지 못한 채 그들을 타자화한다.
“사람들은 밴쿠버를 모자이크 도시라고 했다.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문화와 풍습이 다른 데서 오는 충돌이 생겼다. 그때마다 밴쿠버 사람들은 절충하기보다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방식으로 문제의 핵심을 피했다. 그러다보니 각기 다른 풍습과 전통이 존재하면서 도시 전체의 문화가 된 것이었다.”
언젠가 작가는 “문학은 사물을 인식하는 힘이고 신들이 만들어놓은 것을 인간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그들을 남들과 공감시키는 작업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작가가 『빅버드』를 통해 공감시키려고 한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되돌아보게 한다.
“아빠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 도시에서 보고 깨달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일뿐이다.
그곳 하늘을 날던 모든 새에게 감사한다.”_ 작가의 말에서
기본정보
ISBN | 9791191278439 |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6월 07일 | ||
쪽수 | 272쪽 | ||
크기 |
136 * 195
* 28
mm
/ 426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이야기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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