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는 것들은, 그리울 틈이 없다(큰글씨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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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좋은’ 카피라이터 윤병룡이 이번엔 『스치는 것들은, 그리울 틈이 없다』라는 잡문집을 들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굳이 잡문집(雜文集)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카피라이터이면서 소설과 에세이를 넘나드는 왕성한 필력을 펼쳐 보이고 있으면서도 아직 미지의 세계에 남겨 두고 있었던 시(詩)의 영역에 이제야 첫발을 디뎠기 때문이다.?
물론 책 전체가 시로 구성된 시집은 아니지만, 그와 마주치거나 스치며 지나간 순간의 기억들을 인화지에 프린트하듯 옮겨 놓은 산문들 역시 오히려 시에 가깝다.
“그 많은 너와의 스침은 반대편의 레일처럼 순식간이었다. 그 순간의 너에게 건네고 싶은 말, 언제 밥이나 한번 먹자.”- 〈저자의 말〉 중에서.
저자는, 스치며 살아가는 우리들 수많은 ‘관계’가 사실은 ‘부재’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인 것을 알면서도 우리가 건네는 말은 언제나 ‘언제 밥이나 한 번 먹자’였다고 말한다.?스쳐 지나가지 않는다면, 적당한 간격이 아니라면 인간의 사랑을 설명할 수 있는 것 또한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고 저자는 만져지지 않는 ‘촉감’을 이야기하며 사랑의 간격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주 가까우면 성가실까/아주 멀면 잊힐까/손끝이 닿는 거리는 어느 만큼일까/살이 닿고 입술이 닿지 않아도/소리가 닿을 수 있다면/기억하기에 충분한 거리/사랑하기에도, 충분한 거리”
- 〈거리의 촉감〉 중에서.
작가정보
작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소리가 좋은 엔진오일 지크’로 서울카피라이터즈클럽이 주는 1997 SCC Award 라디오 부문 수상 외 대한민국 광고대상 부문상 다수, 방송광고 페스티벌 등 수상.
BBDO KOREA, TBWA KOREA, 상암커뮤니케이션즈 등에서 CD를 역임했다. SK주식회사 ‘ZIC’ 캠페인, 태평양 라네즈 ‘일기예보’ 캠페인, SK그룹 기업PR, 대우건설 기업PR, GS홈쇼핑 ‘기분 좋은 발견’ 캠페인 등 제작.
저서로 광고에세이 『퍼플멍키를 아시나요?』, 광고소설 『면도날』, 소설 『에스코트 주식회사』, 컬러링 북 『플랑크톤 수프』 출간. 인터뷰집 『스토리에 중독되다』 참여. 현재 강원대학교 출강 중.
목차
- 지은이의 말 4
떨어진 후에도 아름다워야 하느냐 13
가장 슬픈 날 15
스치는 것들은, 그리울 틈이 없다 16
꽃잎은 나무의 아이들이 아니다 18
이 별의 아침 20
무명하자 22
꽃담을 페이지는 행복한 걸 골라 24
기억의 유통기한 25
풀꽃의 그림자에게 물었다 26
거리의 촉감 28
종이 바람 30
젖은 꽃잎은 바람에 날지 못한다 31
부재중 32
인연의 실패 42
이별하기 좋은 날 44
슬픔을 표현하다 46
텔레파시 47
그늘의 이름 50
바람사용법 52
이별이 오는 쪽 54
붕어적 사랑 55
사람 꽃 56
고흐도 그랬을 거야 57
개 껍질을 쓴 남자 59
그림자를 씻다가, 61
나무는 꽃과 이별하지 않는다 53
나는 당신과 아무렇지도 않다 65
꽃멍 들다 67
내 의자에 앉은 사람 69
나는 책꽂이에 꽂아둔 책처럼 너에게 기생하였다 71
코를 마시는 개 73
사랑은 어렵지 않구나 75
봄 무릎을 베자 77
나는 잔챙이다 78
남남의 사이 79
보관 82
여행의 순간 84
아픔 세포 87
기껏 우산도 아닌 그깟 사랑 89
온더락스 93
해를 기다리다 우울해진 달에게, 96
귀화 99
빈방을 나간 냄새 115
실망은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다 117
책 속으로
떨어진 후에도 아름다워야 하느냐
꽃이라도 숨이 붙은 며칠뿐,
떨어진 후에는 그립지 않았다
찬란하더라, 향기롭더라
떨어진 후에도 그러하더냐
p13에서
?
일 년 중 가장 슬픈 날은
내가 슬픈 날이 아니라
내가 없는 날입니다
나 없이도 멀쩡히 지나가는
그대의 그날들
?
p14에서
? ?
레일처럼 수많은 너와 너를 스쳤는데
우리는 왜 레일처럼 마음 닳지도 않고
기억조차 아득할까
?
너는 스치고도 아무렇지 않게
나는 스치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수많은 날을 건너
이 만큼 살았다
?
p16에서
? ?
꽃잎은 아마도 나무의 아이들이 아니다
그러자면 봄을 밟기란 얼마나 서글프냐
꽃잎은 어느 나뭇가지의 머리카락이다
?
사람나무에서도 봄 꽃잎 같은 머리카락이
시간 속에 떨어져 별똥별이 되잖아
누가 떨어져 내리는 나의 하얀 별똥별에
소원을 빈다면 나는 들어줄 수 있을까
?
p18에서
? ?
부재중의 시대 정치도 윤리도 도덕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모두 부재중인 시대 젊은이들이
부재중인 농촌 어촌 꿈이 부재중인 청춘 모두가
부재중이라도 내 택배는 부재중이면 안된다
절대로 그것만은 안 된다
?
p36 부재중에서
? ?
그늘은 머물던 이가 떠나면 그림자가 된다
그늘의 이름은 사람이 떠날 때 주머니에 넣어 떠나지
다음 그림자를 만나면 다시 꺼내어 놓으려고
?
p50에서
? ?
흔들려야 즐거운 나뭇잎처럼
일생을 매달려 살기는 같은데
왜 우리는 흔들릴 때마다 아프냐
왜 너는 흔들릴 때마다 슬프냐
?
p53에서
? ?
고흐처럼 귀를 잘랐어도
어떤 귀는 머리가 아니라 마음에 달려있어
잘라도 들리는 건 고흐도 그랬을거야
?
p58에서
? ?
나는 너를 먹을 수 없다
이리도 외로운 짐승을 어디부터 먹어
내 몸이라도 뜯어 먹는 것 같잖아
개 껍질 속에 있을 뿐인 너라서
남자 껍질 속에 있을 뿐인 나라서
?
p60에서
? ?
표현하는 사랑이 평온할 방법은 나의 물건들에게
말하는 것이다 허리띠야 바지가 내려가지 않게 해
주어 고맙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신발아 내 발바
닥이 찢어지지 않게 잘해주었구나 나는 너를 사
랑한다 만년필아 악필을 그동안 잘도 받아주어
고맙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
p75에서
? ?
자전거보관함이 자리를 차지하고 오래 닫혀있다.
노후되어서 운영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들여다보니 몇 대의 자전거는 그대로 들어있다.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자전거. 버림받은 셈인데
다른 생각도 든다. 찾아갈 수 없는 건 아닐까
?
p82에서
? ?
첫사랑들은 전부 미술선생이었지. 나는 입을 열어
금붕어처럼 물속 공기에 대고 중얼거린다. 왜 첫사
랑들이야? 첫사랑은 하나라서 첫사랑이잖아. 눈을
가늘게 뜬 바텐더는 내말에 귀를 기울이고 나는
바텐더의 질문에,
?
이루어지지 않은 건 사랑이 아니니 모든 이루어지
지 않은 사랑은 첫사랑이지
?
p94에서
? ?
프룹프룹프루루루루루루
빨간 비행기가 파아란 백두의 하늘에 하얀 연기를
남기며 날아올랐다. 꿈은 잊어선 잃고 만다.
꿈은 잃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잊지 않는
그 순간부터 반드시 다시 잇는 것이다.
?
p114 귀화에서
? ?
실망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
더 실망할 것인가
그만 실망할 것이냐는 결정에서 늘
수천 번을 머뭇거리게 하는 건 사랑
심지어 쌍둥이일지라도 그러한대
낯선 두 사람이 만약 사랑한다면
실망은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이냐
?
p118에서
기본정보
ISBN | 9791191192292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7월 30일 |
쪽수 | 120쪽 |
크기 |
210 * 297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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