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주는 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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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신화와 전설, 문학 작품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상상의 친구들
“한 애서가가 자신이 잊지 못하는 캐릭터들에게 바치는 말과 그림들”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총 37편의 짧은 에세이로 구성된 이 책은 동화와 코믹북, 신화, 전설, 고전을 망라하는 텍스트들에서 길어 올린 문학 작품 속 캐릭터들의 이야기와, 이들이 주는 메시지를 토대로 사유한 저자의 풍부한 통찰을 담고 있다. 망겔은 「저자 서문」에서 이 가상의 인물들이 피와 살을 지닌 존재들보다도 더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우리 곁에 살아왔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그들에게서 얼마나 많은 조언과 도움을 받았는지 고백한다. 각 장에는 저자가 이들에 대한 애정을 담아 직접 그린 캐릭터 일러스트가 어우러져 한 권의 책으로서 매력을 더하며, 특별히 한국어판에는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는 저자의 메시지와 서명이 함께 실려 있다.
시력을 잃은 말년의 보르헤스에게 책을 읽어준 서점 소년으로도 많은 독서가에게 친숙한 저자, 알베르토 망겔. 이제 그가 노년에 이르러 자신과 함께해준 가상의 친구들을 추억하면서 써 내려간 이 글들은 문학을 재료로 삼아 쓰는 자서전이자, 문학의 가치에 바치는 찬사이며, 인생을 살아가는 데 문학이 우리에게 주는 길라잡이들이 담긴 하나의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작가정보
Alberto Manguel
작가이자, 번역가, 편집자, 비평가, 국제펜클럽 회원이며, 스스로는 “독서가”라고 소개하는 알베르토 망겔은 1948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이스라엘에서 영어와 독일어를 사용하며 자랐고, 일곱 살에 아르헨티나로 돌아와 비로소 모국어인 스페인어에 익숙해졌다. 열여섯 살에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피그말리온 서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던 중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만나게 된 그는, 이때 시력을 잃어가던 보르헤스의 부탁으로 4년 동안 책을 읽어주면서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을 맞는다.
1968년에 망겔은 아르헨티나를 떠나 유럽으로 건너간다. 이후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타히티섬, 스페인 등을 오가면서 활동하다가 1985년 캐나다에서 시민권을 얻는다. 2000년 프랑스 시골 마을에 3만 5천여 권의 장서를 보관하는 자신만의 도서관 집을 꾸리고 2015년에는 뉴욕으로 옮기지만, 그해 말에 보르헤스가 역임했던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직을 제안받아 약 4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간다.
망겔은 지금까지 다섯 편의 소설과 스물두 권의 문학 선집, 스무 권의 논픽션을 출간했고, 문학, 영화, 예술을 아우르는 다양한 비평들을 발표했다. 그중 『독서의 역사』로 프랑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메디치상을, 『낯선 나라에서 온 소식』으로 영국의 문학상 매키터릭상을, 『인간이 상상한 거의 모든 곳에 관한 백과사전』으로 독일의 만하임상을 수상했고, 구겐하임 펠로십과 프랑스 예술문화훈장을 받았다. 그 밖의 주요작으로 『밤의 도서관』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은유가 된 독자』 『독서일기』 『서재를 떠나보내며』 등이 있다. 그의 책들은 30여 개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2018년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직을 내려놓고 현재 뉴욕에서 책을 읽으며 지내고 있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소설가이자 영미문학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단편소설 「반드시 만화가만을 원해라」로 대산청소년문학상을, 단편 「로드킬」로 SF어워드를 수상했다. ‘아밀’이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쓰며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생강빵과 진저브레드』가 있고, 옮긴 책으로는 『캐서린 앤 포터』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를 비롯해 『복수해 기억해』 『흉가』 『레딩 감옥의 노래』 『게스트』 『캐릭터 공작소』 『신더』 『오늘 너무 슬픔』 등이 있다.
목차
- 저자 서문
01. 보바리 씨
02. 빨간 모자
03. 드라큘라
04. 앨리스
05. 파우스트
06. 거트루드
07. 슈퍼맨
08. 돈 후안
09. 릴리트
10. 방랑하는 유대인
11. 잠자는 숲속의 공주
12. 피비
13. 성진
14. 짐
15. 키마이라
16. 로빈슨 크루소
17. 퀴퀘그
18. 폭군 반데라스
19. 시데 아메테 베넹헬리
20. 욥
21. 카지모도
22. 커소번
23. 사탄
24. 히포그리프
25. 네모 선장
26.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27. 사오정
28. 요나
29. 에밀리아 부인
30. 웬디고
31. 하이디의 할아버지
32. 똑똑한 엘시
33. 롱 존 실버
34. 카라괴즈와 하지바트
35. 에밀
36. 신드바드
37. 웨이크필드
출처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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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괴물들』에서 알베르토 망겔은 상상 속 캐릭터들이 우리 삶을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 우리는 바로 이렇게 생겼고, 딱 이런 식으로 서로를 대한다. 문학이 가장 유용한 지점이라면 아마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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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직접 그린 익살스럽고 아기자기한 삽화들이 드문드문 박혀 있는 『끝내주는 괴물들』은 우리가 문학 속에서 만났고 때로는 우리 삶의 여정에 동행하기도 했던 캐릭터들을 떠올려보라고 권한다. 아주 흥미롭고, 때로는 부차적으로 보이는 캐릭터들을. 독자들은 퀴퀘그나 욥 같은 오랜 지인들과 기꺼이 재회할 것이고, 하이디의 할아버지나 롱 존 실버처럼 잘 몰랐던 인물들과도 선뜻 악수를 나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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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이고 필수적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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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애서가가 자신이 잊지 못하는 캐릭터들에게 바치는 말과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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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이자 비평가인 망겔이 좋아하는 문학 속 인물들에게서 배운 교훈들을 사려 깊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풍부한 통찰로 가득 찬 산문집. 그 자체로도 성공적인 모음집인데 망겔의 기발한 삽화들까지 매력적인 음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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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서가라면 알베르토 망겔이 뭔가 새로운 책을 낼 때마다 환호하게 마련이다. 망겔의 최신작 『끝내주는 괴물들』이 나왔으니 또 한 번 축하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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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괴물들』이 이토록 재미있는 책인 까닭은 저자가 이 크고 작은 캐릭터들을 원래의 문맥에서 길어 올려 다른 시간, 다른 작품들과의 연관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독서가들에게 흥미진진한 동반자이자, 깊이 곱씹을 만한 읽을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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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도서관을 사랑하게 만드는 작가가 있다. 그중에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얼마 전 세상을 뜬 움베르토 에코, 그리고 알베르토 망겔이 있다.
책 속으로
19쪽 「저자 서문」
사람이 자서전을 쓰는 데에는 여러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자신이 살았던 곳들, 과거에 꾸었고 지금도 기억나는 꿈들, 잊히지 않는 사람들과의 중요한 만남 등을 바탕으로 쓸 수도 있겠고, 단순히 연대순으로 사건을 나열할 수도 있겠다. 나는 늘 인생을 수많은 책의 책장을 넘기는 행위로 생각했다. 나의 내밀한 경험들은 거의 다 내가 읽은 책들이 만들어준 상상 속 지도로 규정되고, 삶에서 필수적인 것들에 대해 내가 안다고 믿는 지식은 거의 다 특정한 단락이나 문장에 연원을 둔다.
36쪽 「보바리 씨」
그런데 바로 여기에 역설이 있다. 플로베르가 그토록 노골적으로 경멸했던, 그리고 에마에게 크나큰 즐거움을 선사함과 동시에 그녀의 불운에 일조하기도 했던 낭만적이고 진부한 소설들에서 보바리 씨는 에마의 묘비명을 따온다. 에마의 묘비에 새겨진 “amabilem conjugem calcas!”, 즉 “당신은 사랑스러운 아내를 밟고 있나니!”라는 말은 감상적이지도, 우스꽝스럽지도 않고 다만 기괴할 따름이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이 비극적이건 행복하건 그 궁극적인 책임은 운명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무리 뻔한 클리셰라 해도 진실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건 실로 용감한 자만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불변하는 문학적 진실인 것이다.
144~145쪽 「키마이라」
오늘날 우리에게 괴물은 누구일까? 우리가 차마 같은 인간이라는 분류에 포함할 수 없는, ‘비인간적인’ 행동으로 반면교사 삼는 사람들이 있겠다. [……] 고대인들은 우리보다 더 현명했다. 그들의 신과 괴물 들은 초자연적 장점과 결함을 갖추긴 했지만 보통 인간의 장점과 결함 또한 갖고 있었다. 폴리페모스는 어수룩했고, 케르베로스는 탐욕스러웠으며, 켄타우로스는 현명했고, 뤼지냥의 용 아가씨는 유혹적이었고, 페가수스는 자신의 속도를, 히드라는 미모를 뽐냈다. 이 괴물들은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로 자부심, 증오, 욕망 그리고 질투와 권태까지도 느낄 수 있고, 그래서 우리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처럼 타인의 친절을 원하고 또 우리처럼 고통에 시달리는,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료 생명체로서 존중받기 때문에 그토록 오래 기억되는 것이다. 장 콕토는 스핑크스가 오이디푸스를 사랑해서 수수께끼의 답을 직접 속삭여줬기 때문에 파국을 맞았으리라는 설을 제시하기도 했다.
186쪽 「시데 아메테 베넹헬리」
우리 모두 알다시피 인간의 천재성이 정의의 편에서 발휘되는 일은 드물다. 위대한 예술이 선과 결부되는 까닭은 단지 우리가 위대한 예술가라면 선하고 고결한 사람이리라고 상상하기 때문이다. 세르반테스가 누구였든, 스페인과 정치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든 궁극적으로는 중요하지 않다. 오늘날 『돈키호테』의 독자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배제된 문화는 결코 쉽사리 침묵하지 않는다는 것, 역사 속에서 부재는 현존만큼이나 견고하다는 것, 그리고 때로 문학이란 세상 그 어떤 지혜로운 문학가보다도 더 지혜롭다는 사실을 시데 아메테의 압도적인 존재감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201쪽 「카지모도」
내면과 외면, 또는 보이는 것과 감춰진 것 사이의 괴리는 문학에서 흔히 다뤄지는데도, 우리는 현실에서 이런 괴리를 맞닥뜨리면 어김없이 속아 넘어간다. 부드러운 눈빛을 지닌 사람인 줄만 알았는데 실은 클라우스 바르비였다거나, 근엄하게 인상을 찌푸리고 심술궂은 입매를 한 사람의 사진이 알고 보면 테레사 수녀의 것이라거나, 똑같이 우스꽝스러운 콧수염을 기르고 바보 같은 표정을 짓는 히틀러와 찰리 채플린의 경우를 보고 겪었으면서도 우리는 도통 깨우치지 못한다. 얼굴이 카지모도처럼 생긴 사람에게는 좋은 구석이 있을 수가 없다고 자꾸만 믿어버린다.
235~237쪽 「네모 선장」
모든 서재에는 자서전과 같은 성질이 있다. 그렇다면 네모 선장의 서재에서는 그 주인의 숨겨진 정체성이 일부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 책은 네모를 지식으로 안내하고 인류 공통 경험의 견본들을 보여주었지만, (독서가들이라면 알다시피) 책이란 한 권이든 1만 2천 권이든 간에 읽는 사람이 선택한 길만을 비춰줄 수 있다. 책은 독서가에게 어떤 의무적인 목표를 정해줄 수도, 심지어 특정한 방향을 강요할 수도 없다.
320쪽 「에밀」
그렇게 에밀은 어른이 된다. 그는 소피를 만나고, 둘이서 새로운 에밀을 낳는다. 그러고 나면 그들의 삶이 달라질까? 딱히 그러진 않을 것이다. 미래의 에밀들도 시민이 아니라 소비자를 생산하고 싶어 하는 시스템에 갇힌 채, 옛날 그들을 지배했던 부패한 남자와 여자 들의 그림자 속에서 근근이 실존을 유지해나갈 것이다.
■ 주요 장별 미리보기
■ 주요 장별 미리보기
보바리 씨 Monsieur Bovary
1856년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에서 등장한 그는 보바리 부부 중에서도 조역이지만, 상상력이 부족했던 그가 존재한 덕분에 보바리 부인은 비로소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의 첫 장을 여는 인물도, 마지막 장을 맺는 인물도 모두 보바리 씨였음을 기억하자!
앨리스 Alice
앨리스의 탄생은 문학사에서 가장 기적적인 사례의 하나로 꼽힌다. 1862년 7월 4일 오후에 찰스 럿위지 도지슨 신부가 템스강에서 뱃놀이를 즐기던 중 친구의 딸들에게 즉흥적으로 지어내 들려주었던 이야기가 3년 뒤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과 함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것이다. 이토록 환상적이고 논리정연한 전개와, 삼단논법과 언어유희와 지혜로운 농담들이 순식간에 만들어질 수 있었던 비밀은 무엇일까?
릴리트 Lilith
중세 유대 전설에 등장하는 릴리트는 신이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들기 이전에 아담의 반려자로 창조한 존재라고 알려진다. 아담과 똑같이 흙으로 빚어진 그녀는 천성이 변화무쌍하여서 변신을 즐겼는데, 특히 뱀의 형상을 입고 뱀과 긴 시간을 어울려 지내다가 급기야 뱀과의 사이에서 아이들까지 낳는다.
피비 Phoebe
1951년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안에서 탄생한 피비는 콜필드가 4남매 중 막내인 붉은 머리칼의 열 살 소녀로, 총명하고, 이타적이며, 이해심과 직관력이 뛰어나고, 오빠 홀든이 서부로 떠나겠다고 하자 자신도 따라나서려고 할 만큼 담대하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피비는 홀든의 존재론적 고뇌의 근본을 정확히 짚어낼 줄 안다. “오빠는 사사건건 다 마음에 안 들어 해.”
로빈슨 크루소 Robinson Crusoe
모든 가상의 ‘섬’은 그레이트브리튼 사람들이 규정한 세 가지의 근본적 범주에 예외 없이 귀속된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레뮤얼 걸리버 선장이 방문한 섬나라들, 그리고 로빈슨 크루소의 섬이다. 1719년 대니얼 디포는 “본인이 직접 쓴 실화”라는 문구를 붙여 책을 출간했는데, 실제로 로빈슨 크루소의 모티프는 무인도에 조난되어 약 5년간 살았던 선원 알렉산더 셀커크였다.
에밀리아 부인 Dona Emilia
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화 속 인물로 그 나라를 정의해볼 수 있는데, 이런 맥락에서 브라질은 ‘에밀리아 부인’이다. 총 23권짜리 환상소설 시리즈 ‘노랑 딱따구리 목장’에서 에밀리아 부인은 자투리 천으로 만들어진 인형이다. 신비로운 알약 덕분에 말을 할 수 있게 된 에밀리아 부인은 그날부터 온갖 비판적 견해와 재치 있는 반어법, 무정부주의적 발상, 독립적 사유를 쏟아낸다.
롱 존 실버 Long John Silver
1883년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 안에서 한쪽 다리는 나무 의족이고 어깨에는 앵무새를 얹고 다니는 모습으로 탄생한 이 해적은 이후 수많은 가상 세계 해적들의 모델이 되었다. 『보물섬』의 탄생 비화만큼 흥미로운 롱 존 실버의 탄생 배경에는 스티븐슨의 친구이자 작가, 편집자였던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가 있었다.
출판사 서평
■ 이 책의 내용 및 주요 특징
“모든 문학 속 인물이 모든 독자의 동반자로 선택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인물들만이 오랜 세월 우리와 동행한다.” -「저자 서문」에서
이 책의 각 장은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독자들은 어느 장이든 흥미 있는 것을 먼저 골라 읽을 수 있다. 저자는 장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서도 틀에 얽매이지 않는데, 때로는 어린 시절 일화를 곁들이면서, 때로는 그 캐릭터가 등장하는 텍스트에 얽힌 비화를 들려주거나,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시사적인 메시지를 날카롭게 담아내기도 한다. 일부 장에서는 소설적 상상력을 한껏 발휘하여 원전 텍스트를 새로이 창조하기도 하는데, 그 예로 타락한 도시에 가서 심판을 경고하라는 하느님의 명령을 어겼다가 물고기 배 속에 갇힌 ‘예언자 요나’는 ‘예술가 요나’의 이야기로 교묘하게 탈바꿈되어 예술가들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여기 선정된 37명의 캐릭터들 면면을 보면 다양한 장르의 주인공부터 조역까지 각양각색이다. 그중에는 ‘빨간 모자’ ‘슈퍼맨’ ‘로빈슨 크루소’ 그리고 우리나라 고전 『구운몽』의 ‘성진’(양소유)처럼 친숙한 인물도 많지만, ‘릴리트’나 ‘에밀리아 부인’처럼 다소 낯선 얼굴들도 있다. 특히 『햄릿』의 ‘거트루드’나 『호밀밭의 파수꾼』 속 ‘피비’와 같이 익숙한 문학 작품 속 등장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선뜻 그 존재가 떠오르지 않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선정한 기준에 대해 저자는 한 인터뷰에서 이들은 곧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들이며, 이들 안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한다. 저자의 설명은 이들이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사로 엮인 듯 여겨지게도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문학, 종교, 신화, 대중문화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탐구를 통해 수많은 책과 그 등장인물들 간의 연관성을 포착하여서 인류 보편의 주제를 제시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일례로, ‘드라큘라’는 청소년들의 두려움과 노인들의 갈망이 빚은 상징으로서 지금도 ‘트와일라잇’ 시리즈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로 이어지며 계속되고, ‘신드바드’와 ‘로빈슨 크루소’의 여정은 인류가 익히 유랑의 운명을 동경하며 상상해낸 그리스인 선조 ‘오디세우스’의 이야기와 비교된다.
그런데 망겔은 왜 이 캐릭터들을 ‘괴물’이라고 표현하는 것일까? 책에서 명확한 설명이 나오지는 않지만, 「키마이라」 편에서는 이에 대해 짐작할 수 있는 근거들이 언급된다. 영어의 monster(괴물)라는 단어는 ‘경고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 monere에서 유래한 것으로, 괴물은 천재, 괴짜, 특이한 것, 예기치 못한 것, 거의 또는 전혀 드러나지 않은 무언가를 뜻한다고 한다. 이로 미루어 말한다면, 여기서 소개되는 ‘괴물들’은 우리가 인지하지는 못할지라도 어딘가에 분명 존재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자,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누군가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인류가 축적해온 다양한 삶의 경험을 품고서 긴 세월에 걸쳐 살아남아 우리와 동행하는 ‘끝내주는 괴물들’. 「저자 서문」을 여는 제사題辭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 속 유니콘과 앨리스의 대화처럼, 우리가 상상력을 품고 그들의 존재를 믿는다면 책은 더 놀라운 세계를 우리에게 펼쳐 보여주며, 이들은 텍스트의 세계를 초월하여서 우리 삶을 인도해주리라고 이 책은 전한다.
“저기요, 저는 유니콘이야말로 이야기 속에나 나오는 괴물인 줄 알았단 말이에요.
살아 있는 유니콘을 보는 건 처음이에요!”
“흠, 그런데 우리가 이제 서로를 보게 됐구나. 네가 나를 믿는다면, 나도 널 믿을게.”
-루이스 캐럴,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기본정보
ISBN | 9791190885836 |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6월 23일 | ||
쪽수 | 344쪽 | ||
크기 |
153 * 211
* 33
mm
/ 636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Fabulous Monsters/Alberto Mangu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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