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초판본)(리커버 고급 벨벳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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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두드리는 한 인간의 절규이자 유서로 남아버린 자화상
다자이 오사무 문학의 결정판, 《인간 실격》을 만나다
《인간 실격》은 다자이 오사무의 정신적 자서전이라 할 수 있는 작품으로, 우리 또한 어쩌면 내면 한편에 품고 있을지도 모를 불안정한 자폐성과 소외된 고독감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해내어 다자이 오사무 문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특히 이 책은 한없이 나약하고 순수한, 그래서 상처받고 슬플 수밖에 없는 주인공을 통해 신과 인간, 삶과 죽음, 죄와 벌,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끝없이 던진다.
서른아홉의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다자이 오사무, 그리고 그가 유서처럼 남겨놓은 《인간 실격》.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 세계 청춘들의 필독서가 되어온 《인간 실격》을 지금 만나보자.
작가정보
아오모리현 기타쓰가루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쓰시마 슈지. 도쿄 제국 대학 불문과에 입학하였으나, 재학 중 비합법 운동에 가담하는 등의 이유로 중퇴했다.
16세부터 작가를 지망했던 그는 〈역행〉이라는 작품으로 1936년 제1회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르면서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해나간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생을 죽는 날까지 부끄러워하며, 데카당스 속으로 끝없이 자신을 밀어 넣었다. 그래서 그에게는 술과 담배, 여자, 약물 중독, 자살이라는 그림자가 늘 따라다녔다. 1948년, 《인간 실격》을 완성하고 마흔 번째 생일을 앞둔 그해 6월 13일, 야마자키 도미에와 강물에 몸을 던져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좋은 책을 옮기고 싶다는 생각으로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봄 여름 가을 겨울》(전자책), 《비, 내리다》(전자책), 《척추관협착증》(출간 예정)이 있다.
목차
- 서문 7
첫 번째 수기 11
두 번째 수기 27
세 번째 수기 73
후기 133
다자이 오사무 연보 139
책 속으로
인간에 대한 공포로 늘 벌벌 떨었고, 또 인간으로서의 내 말과 행동에 손톱만큼도 자신이 없었기에, 혼자만의 고뇌는 가슴속 작은 상자에 감추고, 그 우울과 신경과민을 그저 꼭꼭 숨기며 오로지 천진한 낙천성만 있는 척 가장한 채, 나는 우스꽝스러운 괴짜로 차츰 되어갔습니다.
‘뭐든 상관없으니 웃기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내가 그들의 이른바 ‘생활’ 밖에 있어도 별로 신경 쓰지 않겠지. 아무튼 그들에게 거치적거려서는 안 된다. 나는 무無다. 바람이다. 허공이다’ 같은 생각들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광대처럼 가족을 웃기고 또한 가족보다 더 이해할 수 없고 두려운 머슴과 하녀들에게까지 필사적으로, ‘광대’ 서비스를 했습니다.
-16~17쪽
윤리 교과서에 나오는 정의며 무어라 하는 도덕은 제 관심 밖입니다. 내게는 서로 속이면서도 밝고 맑고 명랑하게 살고 있는, 혹은 살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이 난해합니다. 인간은 끝내 내게, 그 묘책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그것만 알았더라면 인간을 이토록 두려워하지도, 또 필사적인 서비스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됐을 것입니다. 인간의 삶과 대립한 채, 밤마다 이런 지옥 같은 고통을 맛보지 않아도 되었겠지요.
-24쪽
그때 나를 덮친 감정은 분노도 아니고, 혐오도 아니고, 슬픔도 아닌, 무시무시한 공포였습니다. 그것도 묘지 유령 따위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신사의 삼나무 숲에서 흰옷을 입은 신령과 마주쳤을 때나 느낄 법한, 끽소리도 못 낼 만큼 거친 태곳적 공포였습니다. 그날 밤부터 내 머리는 하얗게 세기 시작했고, 모든 것에 자신감마저 상실한 채, 끝내 한없이 사람을 의심하고, 끝끝내 세상살이에 대한 모든 기대, 기쁨, 공감으로부터 영원히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실로 그건 내 생애 결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내 미간은 정통으로 맞았고, 그 후로 어떤 인간을 만나건 그때 생긴 상처가 욱신거렸습니다.
-114쪽
도쿄에 폭설이 내리던 밤이었습니다. 나는 거나하게 취해 긴자 뒷골목을, 여기는 고향 땅에서 몇백 리인가, 여기는 고향 땅에서 몇백 리인가, 작은 소리로 도돌이표처럼 하염없이 흥얼거리며 펑펑 내리는 눈을 신발 끝으로 툭툭 차면서 걷다가 갑자기 토했습니다. 첫 각혈이었습니다. 눈 위에 커다란 일장기가 생겼습니다. 나는 한동안 웅크리고 앉아 더럽혀지지 않은 눈을, 두 손 가득 퍼 올려 얼굴을 씻어 내리면서 울었습니다.
-121쪽
출판사 서평
“신에게 묻습니다. 신뢰는 죄가 됩니까?
신에게 묻습니다. 무저항은 죄인가요?”
나약해서 아름다웠고, 슬프도록 순수했던 한 인간의 처절한 자기 고백
《인간 실격》은 주인공 오바 요조가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수기 형식으로 되어 있다. 주인공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부모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채, 아무도 믿지 못하고 세상과 인간에 대한 두려움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누구보다 순수했던 그는 그 순수함 때문에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다. 특히나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이를 속이면서도 어떤 상처도 받지 않고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그리고 그런 인간의 삶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그는 세상을 외면하지 못한다. 오히려 끊임없이 인간의 삶에 구애하며, 세상에 적응하려고 발버둥 치다가 결국 세상에 배신당하고 인간으로서의 자격조차 박탈당한 채 파멸해가고 만다.
다자이 오사무의 유서이자 정신적 자서전, 《인간 실격》
1909년 아오모리현의 쓰가루라는 벽지에서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난 다자이 오사무의 삶에는 술과 여자 그리고 약물 중독과 자살 시도라는 그림자가 늘 따라다녔고, 결국 마흔을 앞두고 다마강 수원지에 투신해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는 죽기 전 자신의 죽음을 예고라도 하듯, 자신의 삶을 그대로 적어 내려간 듯한 소설 《인간 실격》을 발표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내적 진실에 한없이 충실하고, 자신을 속이지 않으며, 인간을 두려워하면서도 끊임없이 인간과 세상에 구애하는 주인공이 좌절하고 패배하는 과정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위선과 악 그리고 추악함과 비인간성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끊임없이 상처를 받으면서 행복조차 두려워하는 어릿광대인 주인공 요조의 삶을 통해 자신이 지금까지 보였던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증오가 결국에는 인간을 향한 구애이자 절규였음을 고백하고 있다.
21세기, 《인간 실격》을 읽다
《인간 실격》은 출간 직후부터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지금까지도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들을 읽다 보면 작가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은 잊은 채 문학적 감성에 빠져들게 되는데, 이는 다자이 오사무 문학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독자들과의 깊은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신비한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후 혼란기에 있었던 일본 젊은이들에게 청춘의 통과의례와도 같았던 그의 마지막 작품인 《인간 실격》은 여전히 변하지 않은 채 맥을 같이 하는 현대 사회에서 삶과 인간의 존재 이유를 고민하는 21세기의 독자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명작으로 회자되고 있다.
기본정보
ISBN | 9791190669429 |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8월 27일 | ||
쪽수 | 152쪽 | ||
크기 |
136 * 199
* 19
mm
/ 324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人間失格/太宰治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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