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 있었냐고 묻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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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신랄한 물음과 따듯한 위로를 전한다!
손수 찍은 사진과 함께 아침마다 SNS에 올린 시가 3년간 600여 편!
삶의 아픔을 어루만지면서 풍자와 인생의 희로애락을 꿰뚫는 안목을 담고 있다.
시인이 아침마다 전하는 생생한 자연의 말,기쁨과 위안과 용기를 얻다
시인은 2018년 4월, 첫 시집 《흰 아침, 산이 전하는 말》을 냈다. 시인은 이후로도 거의 매일 새벽 뒷산에 오르거나 앞강에 노닐며 ‘바람이 전하는 말’을 적어 손수 찍은 사진과 함께 아침마다 SNS 친구들에게 보냈다. 그렇게 3년간 쌓인 시가 600여 편에 이른다. 그 가운데 애독자들이 선별한 154편을 여기에 실었다. 게다가 200명에 이르는 애독자들이 십시일반 선주문으로 힘을 보탠 덕분에 시집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아침마다 시인이 전하는 생생한 자연의 말과 사진을 보며 수천 명에 이르는 SNS 친구들이 기쁨과 위안과 용기와 깨달음을 얻는다. 시인은 신이 허락하는 날까지 이 일을 삶의 보람으로 삼겠다고 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이수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하고, 한살림협동조합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3년간 잡지기자 생활을 했다. 이후 20여 년간 출판사에서 글을 쓰고 책을 만들었고, 지금은 소속 없이 그 일을 한다. 수년째 거의 매일 새벽, 뒷산이나 앞강에 나가 놀며 시를 써오고 있다. 시집으로 《흰 아침, 산이 전하는 말》(2018)이 있다.
목차
- 01 봄에
네 안의 봄/ 민들레꽃씨/ 비와 어머니/ 봄밤에/ 청산도/ 밥과 시 그리고 똥/ 봄에 사는 법/ 봄날의 가난/ 무슨 일 있었냐고 묻기에/ 언별言別, 말씀의 작별/ 봄비 내리는 고향/ 백련산 아까시/ 속/ 벽보/ 유붕자원방래/ 봄비야/ 봄바람/ 찔레야/ 사랑이라/ 낱낱/ 추락/ 사랑/ 꽃 진들 봄이 지랴/ 봄밤/ 낙화유수/ 지는 봄/ 달아/ 만물일여만세시방/ 이팝꽃 당신/ 밥과 똥/ 꽃창포/ 말言, 그 건너/ 춘향에게/ 모과를 위한 변론/ 오월 꽃밭에서/ 목련에게/ 눈꽃/ 햇살 부신 아침/ 봄비에게/ 생의 의지/ 그날
02 여름에
사는 것/ 인문학/ 호두에게/ 햇살/ 시는 질문이다/ 사랑을 위하여/ 강, 물이 내는 길/ 나다/ 별리別離/ 헤뚜 쁘라띠아야/ 득량만 오봉산/ 어떤 장례식/ 심연, 사랑의 거처/ 역동/ 개망초에게/ 라스 카사스/ 집으로 가는 길/ 농담, 몸무게를 줄이는 법/ 한때/ 비, 강의 사랑/ 바람의 사랑 1/ 바람의 사랑 2/ 사랑하는 법/ 전쟁/ 모르는 사이/ 개별과 집합/ 요술액자/ 칠월에/ 인간/ 하루살이/ 코로나, 길 없는 길/ 고목/ 여름비/ 태풍/ 폭우/ 폭우 뒤끝/ 아침바람/ 몸/ 이상이 이런 시도 썼구나/ 책을 보다가
03 가을에
가장 좋은 날/ 가을 사랑/ 직지/ 사리바다/ 고향 하늘/ 지인, 남을 안다는 것/ 인연이다/ 지렁이/ 봉별/ 반달에게/ 타는 그리움/ 똥/ 징검다리/ 안녕/ 시는 말일세/ 가을이 진들/ 냉정/ 가을 담쟁이/ 기다림/ 밤에 오는 가을/ 김수영을 읽다가/ 때/ 나의 계절/ 우는 가을/ 가을 편지 1/ 가을 편지 2/ 가을 편지 3
04 겨울에
나목裸木/ 대나무/ 나의 성탄절/ 동행/ 어떤 부음/ 붕어빵/ 성경의 부처, 불경의 예수/ 눈 내린다, 여기/ 눈 편지/ 영하 18도/ 시의 마음/ 냇물/ 기다림 건너기/ 파격/ 인간 혹은 존재/ 먼지/ 겨울비/ 편지/ 겨울나무/ 말言글語/ 내 몸은 종들의 무덤/ 얼음의 사랑/ 발밑의 노래/ 그늘/ 적막/ 기다리는 일/ 시의 일/ 막다른 골목/ 세월/ 창/ 반달에게 2/ 게발선인장에게/ 나의 안부/ 밤에/ 생명/ 오리무중/ 성찰, 나를 의심하다/ 잡초/ 어서 와, 지구는 처음이지/ 나 어릴 적/ 고향의 별/ 아침에게
책 속으로
〈봄날의 가난〉
이미 매화 부시고
땅마다 물이 차올라
마음은 그득해서
동이동이 넘치건만
내 언어는 한 줌뿐이어서
동동,
어쩔 줄 모르니
나의 가난이
어찌 이리 너무한가 (22쪽)
〈추락〉
아득히 추락하다가
소스라쳐 잠을 깼다
거듭 추락하다 못해
바닥인 줄 알았는데
더 추락할 높이가 남았다니
생은 바닥도 늘 벼랑이다
겨우 새벽 뜰에 나서니
밤새 추락한 매실 몇 개,
바닥에서 비에 젖었다 (37쪽)
〈봄밤〉
봄꽃에 취해 누운 밤,
너는 꽃 건너 달로 뜨고
슬픔은 어찌 바다인가 (42쪽)
〈비, 강의 사랑〉
갈바람 떨던 강에
마침내 비 내린다
비는 강의 사랑이다
아니 온 듯 조용히
그러나 속으로 뜨겁게
닿는 대로 강이 되어
끝까지 함께 흐른다
그 끝이 어딘지
모르지만 끝끝내
손을 놓지 않는다 (89쪽)
〈코로나, 길 없는 길〉
깊이 흐린 아침, 빗방울 들기더니
북한산 비봉능선 온통 안개에 휩싸이고
발치는 아득한 어둠 모든 길이 잠겼다
내딛는 걸음마다 아찔한 벼랑 끝
가도 가도 길 없는 길
허방에서 허우적이는 전선 없는 전쟁
형체 없는 적은 그림자조차 없어
무찔러지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고
끝내 소멸되지도 않는다
모든 나는 적의 거처, 나는 이미 나의 적
시간을 앞지른 창궐, 도망칠 데도 없어
핵무기는 녹이 슬고 내 안에 키워온
또 다른 나와 벌어진, 총성 없는 3차 대전
여직 가본 적 없는 두렵고도 치명적인
길 없는 길
유일한 생존 전략은 겸손과 사랑의 연대
너를 살려야 내가 사는 전쟁 (101쪽)
〈가을 사랑〉
물드는 거야
상처 난 마음
햇살에
물드는 거야
그리운 마음
달빛에
물드는 거야
꿈속의 당신
바람에
물드는 거야
뜨거운 빛깔로
낙엽의 찬란한 순간을
함께 살려고
가으내 이렇게
물드는 거야 (116쪽)
〈때〉
꼭두새벽 한적을 틈타
오랜만에 때를 밀어내며
또 한 허물을 벗는다
뱀은 허물을 벗으면서
새 살갗을 얻어 입는다지만
독수리는 온몸을 바수는
환골탈태로 부활한다지만
내 몸은 때의 온상이라서
벗겨도 벗겨도 또 허물이다
때도 안고 살면 몸이 될까
겹겹이 허물을 두르고 살까
몸을 버리면 허물도 버려질까
때 미는 아침, 때가 문제다
허물을 영영 벗을 길은 없지만
5그램 가벼워진 아침이다 (138쪽)
〈나목裸木〉
한 닢 없이 다 내어주고
바람조차 그냥 스치는
가난이라 웃지들 마라
눈부신 봄의 신록이며
청량한 여름 녹음이며
불타는 가을 단풍까지
너희가 다 누리고 끝내
남은 것이 내 가난이다
또 봄이 올 줄 알 테니
떨다가 눈물조차 마른
가난이라 웃지들 마라 (149쪽)
〈대나무〉
빈 것들 안에는
소리가 살고 있다
소리는 빈 것이라서
허공이 제 집이다
제 안에 허공을 지어
소리를 키우는 대나무는
그 소리를 낳고 싶어
밤마다 바람을 안고 운다 (150쪽)
〈붕어빵〉
어저께 망원역 앞에서
저~ 삼천 원어치요, 하고
붕어빵 굽는 모습을 보는데
고숩고 달큼한 저것 하나가
간식으로 내 삶도 되겠지만
끼니로 저분 삶도 되겠구나
삶은, 빵 하나로도 맺어져
이렇게 면면히 흐르는구나
붕어빵 한 다리만 건너면
이 삶 저 삶 서로 기댔구나
나 혼자만 잘났다, 그러면
내 삶도 별것 아니겠구나
붕어빵 하나를 시퍼보면
내 삶도 그리 시퍼지겠구나 (155쪽)
〈눈 내린다, 여기〉
공중에 오래 매달린 울음이
하얗게 얼어
눈 내린다, 여기
마른 잎으로 내려앉아
땅에서 다시 눈물짓는
눈 내린다, 여기
가난한 입 그리고 더 가난한 사랑
추락할 무게도 없이
눈 내린다, 여기
날들은 바삐 저물어 또 해끝 벼랑에서
사무치는 바람으로
눈 내린다, 여기
벌을 지나 산 넘어
물결에 휘날려 놀다가
눈 내린다, 여기 (157쪽)
〈영하 18도〉
욕 나오는 추위다
그래도 안엣것들은 산다
바깥은 죽음조차 언다
1미리 두께의 창을 두고
안과 밖이 너무 멀다
끝내 이 거리를 외면하면
창이 깨져 안도 밖이 된다
영하 18도,
밖이 안에 대고 절규하는
뼈저린 추위다 (160쪽)
〈냇물〉
냇물이 냇물인 것은 흐르기 때문일 거야
겉보기로는 일없이 거저 흐르는 성싶어도
품은 뭇 생명들에게 제 몸을 반쯤 내어주고
겨우 남은 반만으로 저리 흘러서 아름다워
냇물이 아름다운 것은
끊임없이 흐르기 때문일 거야
냇물이 아름다운 것은
제 몸조차 내어주어서일 거야
빈 나뭇가지에 문득 달이 걸려 아름다운데
나는 오늘, 무엇으로 아름다워질까 몰라 (162쪽)
〈시의 일〉
길은 서리 받아 미끄럽고
골목은 어둠에 잠겼다
새벽은 어디만큼 왔을까
박제된 짐승의 뱃속에 든
세상이 차갑게 반짝인다
한기에 으스스 떨던 나는
그 안에서 어쩌면 홀로
나를 응시하며 뜨거워진다
서러움의 늪에서 빠져나와
짐승의 굳은 아가리를 열고
숨길 트는 것이,
하찮은 밑돌이라도
아무의 길이 되는 것이,
시의 일이다 (179쪽)
〈막다른 골목〉
어둑어둑 땅거미 질 무렵
강에 씻겨온 바람을 따라나서
아련해지는 골목길을 떠돈다
삶은 늘 어둑어둑하다
무서운 어둠을 벗어나려고
골목골목 작정 없이 헤매다가
막다른 골목에 갇히고 만다
담이 높아 넘을 수도 없고
땅이 굳어 꺼질 수도 없고
날개를 잃어 솟구칠 수도 없다
이럴 땐 스스로 골목이 되라지만
갇혀보지 않은 자의 말장난이다
삶은 그다지 그럴듯하지 않다
추상으로 살아지지도 않는다
자주 막다른 골목에서 주저앉아
겁에 질린 울음으로 밤을 샌다
막다른 골목은 말 그대로
막달라서 바람 한 점 없다
나의 그림자조차 무섭지만
그런 남루한 삶이나마 어쩌면
네가 기다리는 아침일 수도 있어
골목을 돌아 나와 밤을 건너
또 새로 하루를 산다 (180쪽)
〈반달에게 2〉
반쪽이 모자란 너라서
내 사랑이 숨을 쉬겠구나
반쪽이 그리운 너라서
문득 내 생각도 나겠구나
네가 온달로 차고나면
그저 망연히 바라볼 뿐
내 얹힐 자리가 없겠구나
그것도 사랑이라면
눈물이라도 보내야겠구나 (184쪽)
출판사 서평
“시는 늘 아픈 물음이다!”
시인은 시는 늘 ‘물음’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그것도 아픈 물음이라고 한다. “시는 질문함으로써만 겨우 시가 된다/ 시도 그렇지만 모든 인문학이/ 자기 내면을 겨냥한 아픈 질문이다”(72쪽, 〈시는 질문이다〉 중에서).
철학이 깊은 물음이라면 시는 아픈 물음이라는 걸까. 과연 시인의 시는 삶의 정곡을 찌르는 물음이라서 아프다. “시는 말일세/ 생각이 엎어진 몸뚱아리고/ 감상을 딛고 일어선 삶이라네/ 시는 황홀한 비상도 찬란한 왕관도 아니라네/ 시는 말일세/ 한없이 고독한 추락이고/ 눈물조차 사치인 남루라네”(129쪽, 〈시는 말일세〉 중에서).
그래서 시인은 자연을 노래하고 자연의 변화를 노래하지만 다 인간 존재와 삶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데까지 미쳐 서정이 서정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해마다 자연의 봄이 간다고 설워하지만 말고 “피지 못한 네 안의 봄”도 챙길 것을 노래한다. “꽃 진 자리에 비 뿌려/ 봄이 간다, 설워 말게// 네 안에 피지 못한 봄/ 살아온 나이만큼 쟁여/ 애달피 울고 있을 테니”(13쪽, 〈네 안의 봄〉). 그래서 시인의 노래는 낱낱의 삶이다. “작가 김훈은 남한산성에서/ ‘지나간 만 끼는 다가올/ 한 끼 앞에서 무효’라 했지만/ 만 끼로 살아낸 삶이 없다면/ 다가올 한 끼 역시 무효야// 산 것들은 세월 따라 금세 지고/ 끼니는 늘 불안하고 허천나서/ 하찮은 낱낱만이 실제 삶이야”(36쪽, 〈낱낱〉 중에서).
시인의 아픈 물음은 풍자로까지 나아간다. “꽃 진 자리엔 열매 맺는데/ 벽보 진 자리엔 뭐가 맺히나”(29쪽, 〈벽보〉 중에서). “밥에 탐욕이 더해질수록 똥들은 밥에서 멀어진다. 오늘도 내가 누는 똥에는 똥파리도 아니 스치운다.”(49쪽, 〈밥과 똥〉 중에서). “오월 꽃밭을 보네/ 죽음보다 깊어진 꽃밭/ 지금은 누구의 나라일까/ 나의 나라는 어디쯤일까/ 오월 꽃밭을 보네/ 돈보다 깊어진 꽃밭”(55쪽, 〈오월 꽃밭에서〉 중에서).
시인은 이 한 권의 시집에 사계절의 아름다움과 변화를 명징하게 담으면서, 동시에 자기 체험을 통해 인간의 자기모순과 부조리 그리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꿰뚫는 안목을 담는다. “그러고 보면 ‘부처가 똥’이듯 밥도 시도 다 마침내는 똥이다. 밥이 밥 같고 시가 시 같아야 똥 눈 소리 향기로울 것 아니냐. 어제 먹은 밥에 오늘 아침 누는 네 똥은 얼마나 향기롭드냐”(20쪽, 〈밥과 시 그리고 똥〉 중에서).
시인은 질문을 넘어 촉촉한 서정으로 삶의 아픔을 어루만지기도 한다. “아련해요, 어머니/ 삶이 속까지 푸석거리던 그때는 비라도 와야/ 좀 젖어서 푸근했지요/ 비가 와요, 어머니/ 말라 바스라지던 삶/ 눈물로 겨우 재워온 기나긴 세월 건너/ 자박자박 비가 와요, 어머니”(16쪽, 〈비와 어머니〉 중에서). “춘향아, 봄 진다 울지 마라/ 봄 진 자리, 여름으로 찬란할 테니/ 춘향아, 세월 진다 설워 마라/ 세월 진 자리, 사랑으로 뜨거울 테니”(52쪽, 〈춘향에게〉 중에서). “죽음이야 굳이 기다리지/ 않아도 절로 오는 것이니/ 사는 것만 기다릴 일이다/ 그 설렘으로 견딜 삶이다”(67쪽, 〈사는 것〉 중에서).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인은 모든 대상을 사랑으로 바라보고 보듬는다. 그래서 시인의 말마다 애틋한 사랑의 노래요, “임이 다녀가신 길은 젖어서도 향기롭다”(35쪽 〈사랑이라〉)고 한다. 마침내 시인은 “사랑은 흘러가는 것”이라는 깨달음에 이른다. “사랑하는 이는 흘러가도/ 그의 사랑은 내 안에 남아/ 나 사랑으로 이 밤을 건너/ 누구라도 흘러가는 거야/ 사랑만 남긴 채 다 가지고/ 사랑을 위해 떠나는 거지”(73쪽, 〈사랑을 위하여〉 중에서).
기본정보
ISBN | 9791190611107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5월 11일 |
쪽수 | 200쪽 |
크기 |
148 * 218
* 21
mm
/ 392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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