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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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전문기관 추천도서 > 세종도서 우수교양도서 > 2020년 선정
작가정보
작가의 말
종합운동장에서 휠체어 육상경기 선수들을 만났다.
트랙경기에는 100미터, 200미터, 400미터, 800미터, 1500미터, 그리고 10킬로 단축마라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체급 구분이 있는지 물었더니, 장애 정도에 따라 등급이 정해진다고 했다.
미안해서 더는 물어보지 못했다.
불편한 몸으로 훈련에 열중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 문학 행위를 생각했다.
메달만이 중요하랴.
나름대로 자신의 운동에 열중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으리라.
이 책을, 돌아가신 어머니와 살아계신 어머니께 바친다.
목차
- 강구 가는 길
귀뚜라미 소리
어제의 시간
어느 딜레탕트의 비가
알바트로스의 비상
침묵의 소리
월말 산행
외출
해설 _ 어느 딜레탕트가 걸어온 별리別離의 길/김성달
작가의 말
책 속으로
혼자서 너무 멀리, 너무 높이 날지 말라는 노련한 선배 갈매기의 경고를 무시하고 위험한 비상을 하는 조나단, 너무 높이 날지 말라는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주의를 잊고 태양 가까이 날다가 몸에 붙인 날개의 밀초가 녹아 바다에 추락해 죽은 이카로스. 절대로 데모하지 말고 공부만 하라는 아버지의 당부를 저버린 아들.(?강구 가는 길?)
그렇게 한참 동안 망원경을 통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가슴 저 밑바닥에서 울림이 일어났다. 처음 그 울림은 미세했으나 점차 커졌고 드디어 엄청난 위력으로 그의 가슴을 흔들었다. 그것은 전 우주의 울림이었다. 그는 끝없는 공간을 날고 있었다. 거기에는 장엄하고 아름다운 음향이 울려왔다. 그것은 빛나는 별에서 수많은 귀뚜라미가 노래하는 소리였다.(중략)
영석은 마침내 자기 자신의 카피를 써 나갔다.
별, 귀뚜라미, 어머니, 어머니… (?귀뚜라미 소리?)
나는 손수건으로 먼지를 닦고 찬찬히 시계를 살펴보았다. 이것이 영빈이가 전당포에 맡긴 그 시계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사라져 가는 것들로 가득한 이 벼룩시장에서는 어쩌면 그런 기적도 가능할 것 같았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어제의 시간?)
“형, 왜 요즘에는 밤에만 연을 날리는 거야.”
잠시 후에 형이 나직이 말했다.
“밤엔, 밤하늘에 별이 있잖니. 나는 저 별들에게 연을 날리는 거야.”
“별에게?”
나는 되물으며 형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형은 내 말에 아무 대답도 없이 여전히 연날리기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밤하늘을 향해 진지하게 연을 날리고 있는 형의 모습은 꿈을 꾸는 듯 했다. (?알바트로스의 비상?)
고참들이 내뱉는 말에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완전히 침묵 속으로 빠져든 것이었다. 침묵만이 다수의 폭력에서 자신이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최소한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밧줄이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그 밧줄에 매달렸다. 침묵은 말의 다른 한 면이다. 침묵은 결코 수동적인 것이 아니고 단순히 말하지 않음이 아니며, 능동적이고, 독자적인 완전한 세계이다. 장 일병은 스스로 깊은 침묵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었다. 적어도 침묵만은 자신의 자유의지로 가능하리라고 믿었다.(?침묵의 소리?)
우리는 불 꺼진 창 밑에서, 아침이슬을 맞았고, 목마르다고 물 좀 달라했고, 고래를 잡으러 동해바다로 갔으며, 날이 갈수록 바보들의 행진을 했으며, 술에 취해서 불렀던 노래를 또다시 불렀다.(?월말 산행?)
출판사 서평
이 소설은
정성환 작가의 첫 소설집으로, 정착에의 의지와 속물화의 제동에 갈등하면서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분주하게 떠도는 인물들을 그리고 있다. 그 인물들의 모습에서는 과거의 어떤 것을 재현하거나 찾아가려는 움직임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움직임은 이별과 죽음으로 나타나는 또 다른 의미를 창조한다. 이렇게 이별과 죽음이 배태한 그의 창조물은 어떤 문제적 상황의 개연성이나 행위의 필연성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계를 과거의 그리운 어떤 곳으로 종종 귀환시키고 있다.
표제작인 ?강구 가는 길?은 소설전체를 감싸고 있는 회한의 체험을 읽는 경험이 특별하다. 이종 사촌 형의 유고시집 발간 기념행사에 참석하려고 강구로 가면서 나는 영애와의 추억에 젖어드는데 유고시집, 항구, 다방, 갈매기 같은 주변을 통해 끝없는 별리의 슬픔을 체험하게 만든다. ?귀뚜라미 소리?는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광고회사가 배경이다. 영석은 광고 시안 때문에 당하는 모욕을 견디면서 깨달은 자본의 논리와 힘의 생리를 거부하지 않고 적응하려 무척 애를 쓰며 현실에 맞춰 살려고 노력하지만 그렇게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그래서 사표를 쓴 영석은 귀뚜라미 소리를 듣고 밤하늘의 별을 본다. 세상의 흐름에 역행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꽉 박혔던 머릿속이 맑아진다. 세상이 그를 팽개치더라도 영석은 상관없다. 그것이야말로 시인이 살아가는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의 시간?은 청계천 순례기이면서 과거로의 시간여행이다. 과거의 일들을 소상하게, 디테일 하나까지 기억하는 힘이 뛰어난 작품이다. 추억이라는 외피 속에 잠복해 있다 송곳처럼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친구와의 회상은 화자로 하여금 취재를 멈추게 할 말만큼 생생하다. 하지만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과거를 추억하는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이고, 마음은 미래에 살고 있으니 모든 것은 순간이다, 그리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진다는 비감어린 현장의 언어가 오래도록 가슴속에 머문다. ?어느 딜레탕트의 비가?는 스스로를 딜레탕트로 자부하는 장상훈의 이야기이다. 작가의 윤리 감각의 전말을 흥미롭게 서사화한 작품이면서도 삶의 전성기에 흐르던 순간의 비애와 회한을 여자의 발목에서 포착해 낸 점이 흥미롭다. 작품집에 실린 여러 소설들 가운데 유일하게 화자가 투명하게 구현해내는 활기가 돋보인다. ?알바트로스의 비상?은 운동권 대학생 형의 이야기이다. 알바트로스 인공의 새를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충동, 자기 삶의 어떤 맺혀있는 대목들에 대해 고백하고, 복수하고, 사죄하고, 용서하고 싶은 충동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상당한 흡입력으로 다가온다. 과거와 미래가 하나로 응집되는 현재 시간 속에서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고 혹은 좌절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절망하는 형의 몸부림이 연으로, 행글라이더로, 그리고 알바트로스 새로,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침묵의 소리? 장병식 일병은 중대장의 말 한마디에 억지 정신병자가 되어 의무중대로 보내질 정도로 따돌림을 당하는 관심병이다. 구타 앞에서 속수무책 맨몸으로 서있을 수밖에 없는 장 일병이 선택한 침묵은 곧 그의 질문이다. 즉, 인간을 황폐하게 만들고, 인간의 자유를 구속하고, 인간의 인간적 삶을 방해하는 것은 누구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인 것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스스로에게 방아쇠를 당기는 자기 파괴의 공포는 언제나 우리들 곁에서 맴도는 아픈 현실이고, 이 작품은 그런 현실의 고발이다. ?월말 산행?의 작중화자에게 대학 동문들은 고향이나 군대의 동기들과 느끼는 강도와 같은 그리움과 회한을 지닌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누구와 함께 무엇을 하는가 하는 것이다. 젊은 그들이 함께 무엇을 원하고 그리워했다는 것, 그것도 터질 듯한 충만감으로 간절하게 원하고 그리워했다는 사실이 지니고 있는 정서적 유대감이 가감 없이 발현되고 있다. ?외출?의 화자는 삼 년 동안 젊음을 보냈던 군부대를 17년 만에 찾는다. 군대생활을 같이한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짐승의 시간을 같이 보낸 사람들이다. 그래서 군대의 정서적 유대는 이해관계가 첨예한 시장의 정서적 유대관계와는 다른 것일 수밖에 없다. 작품은 군대에서의 우스꽝스러운 포경수술 에피소드나, 애인, 김 상사 같은 인물을 통해 한때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과거로 환기되는 유대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그로 인해 생겨나는 정감의 깊이는 더욱 깊어져 김 상사의 회갑에 가지 않은 나의 현실이 그 시절을 더욱 그리워하게 만드는 힘으로 다가온다.
소설집 ?강구 가는 길?에서 독자들에게 인상적으로 와 닿는 것은 소설 전체를 감싸고 있는 회한과, 소설 전체를 관류하고 있는 별리의 정서이다. 그 회한과 별리의 정서는 특히 고향과 군대라는 공간 자체가 지니고 있는 그 어떤 원초적인 비애가 소설 인물들의 개성과 만나 비롯된 것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정성환 작가가 가지고 있는 별리의 정서는 대개 작중화자의 시선에 의해 조성되는 주변 풍경의 애잔함이나 쓸쓸함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시간 속에서 퇴색되어 갈 수밖에 없는 것들이나, 도달할 수 없는 어떤 그리운 것에 대한 반응의 모습으로 선명하게 구체화되어 독자들의 뇌리에 각인된다. 인물들의 시선과 기억이 만들어내는 회상과 정서로 조성되는 서정적이면서도 정감어린 분위기가, 별리의 애잔한 외피로 잘 감싸여 있는 세계가 바로 ?강구 가는 길?이다.
[추천의 말]
정성환 작가의 소설집 ?강구 가는 길?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인물들이 뿜어내는 회한과, 소설 전체를 관류하고 있는 별리의 정서이다. 그 회한과 별리의 정서는 특히 고향과 군대라는 공간 자체가 지니고 있는 그 어떤 원초적인 비애가 소설 인물들의 개성과 만나 비롯된 것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정성환 작가가 가지고 있는 별리의 정서는 대개 작중화자의 시선에 의해 조성되는 주변 풍경의 애잔함이나 쓸쓸함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세월 속에 퇴색되어 갈 수밖에 없는 것들이나, 도달할 수 없는 어떤 그리운 것에 대한 반응의 모습으로 선명하게 구체화되어 독자들의 뇌리에 각인된다.
기본정보
ISBN | 9791190526012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12월 09일 |
쪽수 | 314쪽 |
크기 |
134 * 193
* 25
mm
/ 324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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