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강이 잠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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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한겨레신문 > 2021년 8월 3주 선정
소수민족의 전설과 민담이 잘 표현된 여성 작가의 아주 새로운 매직 리얼리즘 픽션
인도 소수민족이 자기들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지키며 살아내는 동북부의 작은 지역으로 토속신앙과 함께 수백 수천 년 조상들로부터 구전되어온 전설이 현지민들 삶 속에 살아있는 곳입니다.
나가랜드에서 온 가장 뛰어난 이야기꾼으로도 알려진 여성작가, 이스터린 키레. 나가랜드에서 나고 자란 여성 작가 이스터린 키레는 ‘나가랜드’의 전설과 민담을 뛰어난 문학작품으로 승화시켜, 발표하는 작품마다 주목받았고 이 작품 “그 강이 잠들 때”는 2016년 인도 힌두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작품성이 공증된, 아시아적 세계관과 문화가 가득 담긴 이 매직 리얼리즘 픽션 “그 강이 잠들 때”에서 작가는 이런 질문과 메시지를 던집니다.
진정한 힘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힘을 원하고 또 그 힘은 어떤 고난의 과정을 거쳐 획득되는가?
힘을 얻은 이후의 삶은 어떻게 펼쳐질까?
“그 강이 잠들 때”의 주인공 빌리는 ‘잠드는 전설의 강’의 이야기를 한 번 듣고 매료된 후 매일 거듭해 이 강에서 심장석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악몽을 꾸다 그 심장석을 얻기 위해 기어이 ‘여행’을 결심하고 떠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작품 속 주인공은 분명 남성 화자인 ‘빌리’이지만 이 이야기 속에서 가장 생생하게 존재하며 빌리와 함께 서사를 이끄는 것은 여성 캐릭터들입니다. 다정하고 현명한 ‘아테’와 복수와 원한에 사무친 ‘조테’, 그리고 가시 돋친 쐐기풀을 섬유와 옷으로 만들어내는 기술자 ‘아이델’, 언덕 위 사람이 오르기도 힘든 위치에 돌무더기로 이뤄진 마을을 지키는 이장의 부인 ‘수발레’ 그리고 심장석을 지키는 혼령인지 악마인지 알 수 없는 공포스런 존재 ‘미망인들’. 이 여성캐릭터들을 발견하고 그 존재의 의미를 읽어내는 작업은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 될 것입니다.
여성 작가가 표현한 매직 리얼리즘 픽션 속 여성 캐릭터는 서사를 살아 있게 만드는 재미와 의미를 부여하는 메시지 그리고 결코 가볍지 않은 감정적 동요를 독자들에게 선사합니다.
이제까지 만나볼 수 없었던 아시아적 세계관 그리고 여성 작가 특유의 독특한 시선과 표현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인도 페미니즘 출판사 주반북스와 이프북스와의 세 번째 컬래버 작품입니다.
이제껏 남성 작가들의 혹은 서구 아메리카와 유럽 중심의 판타지에 식상함을 느꼈던 판타지 덕후들에게 새로운 재미와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작가정보
E A S T E RI N E K I R E
1959년 인도동북부 나가랜드에서 태어났다.
2003년 첫 영어 소설 『A Naga Village Remembered』 를 쓰고 그 이후 꾸준히 나가랜드에 관한 소재로 소설과 시를 썼다. 2013년 『Bitter Wormwood』가 힌두문학상 후보에 올랐고 『A Terrible Matriarchy』 는 UN의 번역사업에 선정되었다. 2015년도에는 『A Terrible Matriarchy』 『Mari』 『Forest Song』 『Naga Folktales Retold』 『A Naga Village Remembered』 가 독일어로 번역되었고 『When the River Sleeps』는 2016년 힌두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스터린 키레는 인도에서도 오지로 여겨지는 북동부 나가랜드 Nagaland 의 주도 코히마 Kohima 에서 1959년에 태어나 그곳에서 성장기를 보내고 대학까지 나온 나가랜드 토박이 작가. 그녀는 고향인 코히마의 노스이스트힐대학 NEHU 에서 저널리즘으로 학사학위를 받고 영문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어린 시절 조부모와 함께 살면서 매일 밤 그들의 이야 기를 들으며 잠들었던 그녀는 나가랜드의 전통 민담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시인이면서 소설가이기도 한 그녀는 현재, 놀랍게도 노르 웨이에서 살고 있다. 세 자녀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나와 동년배인 60대의 적지 않은 나이. 하지만 재즈밴드와 함께 유럽을 여행하며 재즈음악과 시를 섞어 공연하는 자유분방한 예술가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유튜브를 통해 보면서 나는 나와 동시대를 사는 한 여성의 다채로운 매력에 진심으로 놀라고 감탄했다. 그래서 그런 그녀가 전해줄 인도의 산간 오지 국경 마을 이야기에 더욱 호기심이 일었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목차
- 옮긴이의 말
제1부 잠자는 강을 찾아서
깨어나는 꿈들 |숲 |이웃들
밤의 방문객들 |호랑이인간 |호랑이인간에게 말하기
쐐기풀숲 |뜨개질꾼들 |밤의 동반자
어둠을 타고 |숲은 그의 아내였다 |열병
먹고 죽을 수도 있다 | 되돌아 가는 길 |패거리
인간의 어두운 마음 |정글의 정의 |다시 강을 찾아서
부정한 숲 |숲의 예의 |국경마을
저녁을 위한 물고기 |잠자는 강 |돌과 홍수
강은 영혼입니다 |제나의 날
제2부 심장석의 비밀
귀환 |모함 |화요시장
키룹피미아의 마을 |사랑과 삶 |사랑과 죽음
소리치는 돌 |아테 | 조테 |옛 흉터들에 새 상처들
악이 악을 만날 때 |답이 없을 때도 있다 |다른 길들
새로운 아침 | 정화 | 쐐기풀숲
호랑이귀신|죽음은 불안하다 |남자의 심장
뒤숭숭한 고향 |마을 |돌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죽기 시작한다 |죽지 않은 것을 묻기
심장석
추천사
-
나가랜드의 원주민 여성 작가, 키레의 소설에는 가슴을 울리는 삶의 원형적 지혜가 가득 차 있다. 그녀는 숲의 언어를 어떻게 배워서 숲과의 친밀성을 회복하는지, 영혼을 치유할 수 있는 ‘심장석’ 은 어떻게 찾는지, 인간은 어떻게 자기 삶의 영웅이 되어 공동체에 회향할 수 있는지 나가랜드의 민담과 상징들을 풀어내며 우리를 경계 없는 세계로 인도한다. 근대사에서 식민지화를 거쳐 온갖 억압을 받으며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도라는 나라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던 나가랜드. 그들이 자신들의 한 많은 역사를 무사히 살아내고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숲, 영혼, 민담의 힘 덕분이 아니었을까? 기후위기와 신자유주의 세계 제패로 우리 삶이 뿌리째 흔들리는 지금, 인도 북부 원주민의 자연에 대한 감성, 공동체에 대한 정의로운 사랑, 현실과 영혼의 세계를 넘나드는 언어는 ‘오래된 미래’로 우리를 초대한다. 이 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숲속의 정령들을 만났다. 우주의 지혜를 만나 참휴식을 얻고 자신만의 삶을 돌아보고 싶은 모든 이가 이 책을 꼭 만나길 바란다.
책 속으로
빌리가 손을 집어넣었을 때, 강물은 금세라도 얼어붙을 듯 차가웠다. 그리고 완벽하게 고요했다. 그래야만 했다. 강은 잠들어 있었으니까. 모든 게 예언자가 말했던 그대로다.
빌리는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앞으로 미끄러지듯 강바닥으로 들어가 반질반질한 돌을 집어 올렸다. 그러고는 손을 들어 올린 채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그는 발바닥에서부터 무언가 엄청난 것이 깨어나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가 강기슭에 도착하기도 전에 물이 그의 허리 위까지 차오른 것이다.
강이 되살아났다.
- 11p ‘깨어나는 꿈들’ 중에서
“숲은 제 아내입니다.”
빌리는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말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친척들은 지치지도 않고 그에게 계속 결혼 이야기를 했다. 그는 어머니한테만 오직 한 번 말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때 그의 목소리가 너무 단호해서 충격을 받았던 어머니는 다시는 결혼 이야기를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어떤 면으로 그녀는 손주를 보고 싶은 열망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고모들은 어머니가 포기한 이후에도 한참 빌리에게 결혼을 종용했다. 남자가 마을에서 사람들과 섞여 살지 않고 숲에서 혼자 산다는 것은 그들에게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너무나 낯선 무엇이었다. 마을은 그들이 아는 삶의 전부였고 빌리는 왜 자신이 혼자서 자기만의 삶을 사는 것을 더 좋아하는지 설명하기를 포기했다. 그것은 종종 자신에게도 설명하기가 힘들었다.
- 17~18p ‘숲’ 중에서
빌리는 얼굴에 흘러내린 땀방울을 닦았다. 그는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예상하지 않았고 만약 빌리가 허공에 대고 시도한 대화들이 효과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안도한 그는 침대로 돌아가 짚단 위에 다시 누웠다.
거기 누워 있어도 그의 심장은 여전히 쿵쾅거리며 뛰었다.
그는 어둠 속을 응시하면서 호랑이인간 혹은 데쿠미아비Tekhumiavi, 호랑이로 변신하는 민속예술전통 라고 불리는 그 야수가 던진 잔인한 낯섦과 경이로움에 빠져 있었다. 남자들의 영혼이 호랑이로 변신한 것이었다.
- 38~39p ‘호랑이인간에게 말하기’ 중에서
그가 접근하자 개들이 짖었다. 여자들은 하던 일을 재빨리 멈추고 그에게로 다가왔다. 빌리는 여자들의 얼굴을 보았는데 노골적인 적대감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긴 머리의 키가 큰 여인이 손을 엉덩이에 붙이고 이빨이 다 드러난 채로 입을 벌리고 서서 빌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막 공격하려는 개 같았다. 빌리는 잠깐 후퇴를 해야 하나 생각했다. 갑자기 한 젊은 여성이 그 키 큰 여성을 밀고 앞으로 나와 그의 소매를 끌며 말했다.
“당신은 우리 손님이 되셔야 해요. 왜냐하면 오늘 저녁 먹을 고기요리를 했는데 같이 먹을 사람이 없거든요.”
빌리는 그 제안을 재고해볼 시간이 없었다. 키 큰 여성이 고함을 치며 빌리의 가방을 잡아채려고 했다. 그러나 젊은 여성이 그녀보다 더 빨랐다. 그녀는 그들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빌리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키 큰 여성을 보내버렸다.
최소한 젊은 여성은 나이든 여성보다 더 산뜻해 보였고 확실히 더 환영하는 듯 보였다. 그래서 빌리는 그녀가 이끄는 대로 그녀의 집으로 따라갔다.
- 151p ‘키룹피미아의 마을’ 중에서
기본정보
ISBN | 9791190390132 |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7월 08일 | ||
쪽수 | 288쪽 | ||
크기 |
129 * 188
* 20
mm
/ 279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When the River Sleeps/Kire, Easterine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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