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파브르의 탐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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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한국일보 > 2019년 7월 3주 선정
농사지어 식량을 자급하겠다며 농촌으로 왔지만 농사 말고도 재밌는 것이 천지였다. 별일 없어도 산에 올라 뭐가 있는지 탐험하길 즐기고, 밭일을 하다가도 잎을 갉아먹는 벌레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 채 몇 시간이고 관찰하며 시간을 보낸 저자는 이파브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작은 생명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자세하게 기록했다.
또 할머니들을 비롯한 마을의 언니들을 두루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관심과 도움을 받으며 평소에 생각하던 자급자족에 대한 생각을 다시 돌아보며, 자립은 결국 혼자 버티며 살아남는 결과가 아니라 살가운 친구, 좋은 이웃들과 일상을 통해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임을 깨달았다. 이와 환경에 해가 되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며 더불어 밭농사를 훼방 놓는 무성한 갈대로 직접 빨대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렇게 시골에서 보낸 하루하루와 소중한 사람들을 담아낸 그림과 평화롭고 건강한 삶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작가정보
서른 살이 되던 해 자립을 꿈꾸며 스스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잎새와 바람을 합친 이파람이란 이름에 자연의 흐름 따라 살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먹을 걸 자급하는 농부가 되려고 시골로 이주했지만, 농사 외에도 하고 싶은 일이 많았습니다. 길가에 저절로 난 풀을 뜯어 먹고, 논밭의 작은 생명들을 가만히 관찰하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 만들기를 좋아합니다. 해와 함께 일어나 농사짓고 해가 기울어지면 작업하는, 반농반작의 농부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온전히 살아낸 하루하루와 소중한 사람들을 그림으로 기록하며 살아갑니다.
목차
- 들어가며
겨울
시골집 구하기 / 편의점 위층에서 시작한 시골살이
개와 고양이 / 강원도 겨울을 나는 법
미꾸라지 잡기 / 음식을 온전히 먹는다는 것
겨울 꽃다발 / 겨울의 고요를 선물하다
나무숟가락 깎기 / 아기를 위한 나무숟가락
윷놀이 / 이런 게 인생의 낙
들깨토란국 / 한겨울에 먹는 따뜻한 식량
해남전수 / 웃음이 절로 나는 덩실덩실 굿판
그릇 되살리기 / 오래 두고 쓰는 살림
봄
지구학교 / 지구만큼 커다란 마을
정월대보름 / 영혼을 먹이고 달래는 굿판
뱀밥덮밥 / 잡초로 요리해 볼까?
씨앗 상자 / 씨앗이라는 우주
아기 나무 / 나무를 심는 이유
산나물 / 연두빛 숲 속 산나물을 찾아서
마을 선생님 / 시골 초등학교에서 만난 아이들
머위된장 / 나의 달콤한 리틀 포레스트
진달래 / 진달래 채취 아르바이트
여름
멧돼지와 돼지감자 / 멧돼지와 함께 살 수 있을까?
소리쟁이 / 알고 보면 더 고마운 풀
감자 / 감자를 줍자
꽃차 / 여름이 왔다고 말해 주는 꽃
떡갈나무떡 / 신통방통한 떡갈나무잎
시골 버스 / 낯설고 다정한 시골 버스
장터 / 작고 시시해도 괜찮은 정다운 시장
파치 / 못생겨도 괜찮아
갈대 빨대 / 지구를 위한 가내수공업
가을
할머니 씨앗 조사단 / 할머니가 지켜온 맛과 추억
노린재 / 이파브르 곤충기
시골학교 / 마을을 가로지르는 또 다른 학교
가을색 손톱 / 봉숭아꽃 물들이기
알밤 / 가을이 준 선물
자동차 / 시골에선 자동차가 꼭 필요할까?
고양이 / 냉이와 배추의 집사가 되다
밭 미술관 / 논밭에 펼쳐진 사계절 미술관
김장 / 초보 농사꾼의 생애 첫 김장
나오며
책 속으로
곤히 잠든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이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을 만나니 살을 에는 추위가 좀 누그러지는 듯했다. “겨울은 겨우 산다고 해서 겨울이래.” 얼마 전 친구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따뜻한 말 한마디로 마음의 혹한기를 통과하듯 서로의 체온에 기대어 겨우 살아가는 존재들이 있다. 시린 밤사이 얼지 않도록 서로의 곁을 지켜주는 존재가 필요한 것은 사람만이 아니었다.(23쪽)
_개와 고양이 | 강원도 겨울을 나는 법
내가 좋아하는 한 일본 드라마에서 깨진 물그릇을 이어붙이는 장면을 보았다. 옻칠로 깨진 조각을 단단히 붙이고 금칠이나 은칠로 마무리하는 ‘긴츠키’라는 기법이다. 균열을 숨기기는커녕 화려하게 드러내다니. 깨진 도자기라고 소문내는 격인데, 오히려 그 솔직함과 당당함이 멋져 보였다. 망가진 부분도 물건에 새겨진 역사로 받아들이고 고유의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다. 이 방법으로 깨진 그릇들을 되살릴 수 있다 생각하니 가슴이 설?다.(58쪽)
_그릇 되살리기 | 오래 두고 쓰는 살림
어딘가 모양이 이상하거나, 크기가 작거나, 벌레가 갉아먹어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을 ‘파치’라고 부른다. 그렇다고 맛과 영양이 다른 것은 아니다. 단지 모양이 예쁘지 않아 소비자가 사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통업체에서 아예 받지 않는다.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이다. 집에서 요리해 먹고 이웃에게 나눠주는 데도 한계가 있어, 그냥 땅바닥에 버릴 수밖에 없는 채소들. 덕분에 우리는 농사짓지 않고도 여러 가지 채소를 거저 얻곤 했지만 참 안타까운 일이다.(169쪽)
_파치 | 못생겨도 괜찮아
따뜻한 차와 함께 친구와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서로의 손톱을 가을색으로 물들이던 밤. 내년 이맘때 또 같이하자고 약속한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젯밤을 찬찬히 돌아보았다. 마치 어릴 적 추억처럼 다정한 기억으로 물들어 있었다.(202쪽)
_가을색 손톱 | 봉숭아꽃 물들이기
출판사 서평
플라스틱 NO, 갈대로 빨대를 만들다
에코라이프 도전기
바다거북을 괴롭히고 해양을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빨대의 대체품으로 많은 사람들이 스테인리스와 종이, 실리콘으로 만든 빨대에 주목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제품으로, 그 과정에서 많은 자원이 소모될 수밖에 없다. 자연에 더 가깝고 환경에 해를 덜 끼치는 방법은 없을까?
누군가 SNS에 전통복장을 한 사람들이 기다란 갈대를 통에 꽂아 음료를 마시는 사진을 올렸다. 빨대는 근현대의 발명품이 아니라 이미 고대로부터 내려온 것이었고, 그 재료는 당연히 갈대였다. 저자인 이파람은 사진을 보고 직접 갈대로 빨대를 만들기로 한다. 방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새내기 귀농인에게는 왕성한 호기심과 더불어 밭농사를 훼방 놓는 무성한 갈대가 있었다.
가내수공업 빨대 공장은 이렇게 돌아간다. 먼저 낫으로 갈대를 한아름 베어와 톱으로 쓱싹 빨대 길이만큼 자른다. 굵은 바늘로 마디 속을 뚫고, 사포질로 양 끝을 매끄럽게 다듬은 다음, 펄펄 끓는 소금물에 삶아 살균한다. 그런 다음 쨍쨍한 햇볕에 3일 동안 잘 말려서 갈대 빨대를 완성한다.(174쪽)
갈대 빨대를 만드는 과정이 쉽진 않지만 환경에 해가 되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다가, 짧으면 3개월에서 길면 1년까지 쓸 수 있다. 재미로 시작해 선물용으로만 생각했던 일이 생태적인 생활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작은 장터와 친환경 마켓에서 인기 아이템이 되었다.
할머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생태적인 지혜의 보물 창고
산업화와 현대화라는 시대의 흐름에 밀려 갈대 빨대처럼 사라진 지혜들이 얼마나 많을까. 서울 한복판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살던 이파람은 귀농귀촌과 자급자족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꾸고 싶었고, 그 중심에는 친환경적인 생활에 대한 바람이 자리했다. 마침 저자는 마을의 어르신들, 특히 할머니들에게 농사와 살림살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러 다닐 기회가 생겼다.
산나물과 들풀을 이용해 요리를 만드는 방법은 물론이고 토종 씨앗과 그것을 이용한 음식까지, 전통과 지혜를 오롯이 간직한 할머니들을 만났다. 어떤 할머니는 토종 감자를 어떤 할머니는 토종 콩을 어떤 할머니는 토종 옥수수를 오랜 시간 농사와 요리를 통해 지켜오고 있었다. 과거의 경제적인 관점으로 보면 비효율적이었을 이 일을 지속해 온 할머니들을 통해 씨앗의 다양성이 유지될 수 있었고, 오늘의 우리와 다음 세대 들이 그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농사는 지을 줄 알아도 요리할 줄 모른다면, 농사를 반밖에 못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맛있게 요리해 먹을 수 있으면 작물을 보는 관점이 달라져 농사가 더 재미있고 소중해진다. 또 반대로 밥을 먹는 우리 모두가 먹을 것을 손수 길러보는 경험을 해 봤으면 좋겠다. 나의 밥상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안다면 먹거리뿐만 아니라 삶도 더 풍성해질 것이다.(184쪽)
저자는 할머니들을 비롯한 마을의 ‘언니’들을 두루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관심과 도움을 받으며 평소에 생각하던 자급자족에 대한 생각을 다시 돌아본다. 자립은 결국 혼자 버티며 살아남는 결과가 아니라 살가운 친구, 좋은 이웃들과 일상을 통해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공생과 연대는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었다.
노린재를 관찰하고 기록하다
타자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힘
이파람의 홍천 생활을 도운 건 개구리, 공벌레, 도토리, 모래무지, 무당벌레, 소금쟁이, 올빼미 등이었다. 강원도 홍천 고음실 마을에서 개구리, 소금쟁이 가족의 논밭을 교재 삼아 자연농을 배우는 ‘지구학교’를 통해 연결된 인연들이다. 각자가 선택한 다른 생명체의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는 이유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보려는 노력이다.
초보 농사꾼을 힘들게 하는 것도 있었다. 때때로 노린재와 멧돼지, 고라니 같은 동물들이 농작물을 망쳐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들을 원망하기 보다 더 자세히 관찰하고 배우려 했다. 파브르가 작은 생명체에 관심을 기울이고 기록한 것처럼 이파람은 이파브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노린재의 습성을 파악하고자 한다.
음식 취향이 같은 우리는 자꾸만 마주칠 수밖에 없는 운명. 그렇다면 그들을 배척하기보다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191쪽)
이파람은 산에서 자꾸 내려와 밭을 망치는 멧돼지를 막기 위해 그들이 다니는 길목에 돼지감자를 심는다. 이웃의 돼지감자 밭이 멧돼지에 의해 쑥대밭이 되었지만, 강한 생명력으로 다시 회복되는 걸 잘 관찰해둔 덕분이다. 원하는 걸 생산하기 위해 농사를 지으면서도 야생동물들과의 공생을 꿈꾸는 저자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알의 열매에 바람과 햇빛, 물과 손길이 필요하듯이 이파람은 인간과 자연의 다채로운 활동이 어우러지는 삶을 바란다. 그것이 나와 우리 모두를 위한 즐겁고 평화로우며 건강한 삶의 방식이라 믿는다.
기본정보
ISBN | 9791190222112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7월 29일 |
쪽수 | 240쪽 |
크기 |
129 * 174
* 19
mm
/ 289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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