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農夫餓死 枕厥種子(농부아사 침궐종자)’. 나는 굶어 죽더라도 내년 봄에 뿌릴 종자는 남겨 두어야 한다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었고 농부의 마음이었다. 그래서 종자는 생명이고 사랑이고 희생이고 희망이며 내일이다. 모든 것이 풍요로운 시대에 보릿고개 적 얘기는 너무 먼 얘기일까? 농부는 오늘도 내일의 씨를 뿌린다. 그러나 종자를 베고 죽는 일은 없다.
‘씨앗’은 이제 ‘품종’이다. 우리는 기적의 신품종 ‘통일벼’가 육종되어 70년대에 비로소 보릿고개에서 헤어 나올 수 있었다. ‘육종가’는 품종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다. 정부에서는 식량종자 ‘정부 보급종’을 성능 좋은 ‘우량품종’의 ‘보증종자’로 생산하고 있다.
‘품종’은 이제 ‘재산’이다. 육종가는 신품종을 ‘식물신품종보호’에 지식재산으로 등록한다. UPOV(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가 있어서 품종보호 품종과 종자의 국제교역도 활발하다. 그래서 ‘품종’은 산업이 되었다. 유전자원과 육종, 종자생산과 정선, 가공과 검정, 유통과 수출이 산업으로서 종자의 일생이다.
이제 종자는 베게 속의 종자가 아니다. 세계 속에서 종자기업들의 경쟁은 ‘종자전쟁’을 방불케 한다. 유전자원은 그 ‘지속가능성’과 ‘이익공유’가 인류 공통의 관심사가 되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우리 먹을거리는 우리 품종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넓지 않은 땅에 그 많은 작물과 품종을 심어서 백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일이 농업이고 그 근본은 종자이다. 그래서 선현께서는 ‘農爲治本 食乃民天(농위치본 식내민천)’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