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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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적인 페미니즘의 이상과 사회변혁의 비전
절대적이고 영원한 사랑의 역사 속에 혁명적인 여성주의의 이상과 사회변혁의 꿈을 담아낸 이 매혹적이고 밀도 높은 소설은 19세기 당시에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적 인습과 편견에 대항하여 여성 또한 남성과 같은 자유를 누리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고 행동하고 글을 쓴 이상주의자 상드의 면모를 잘 드러낸 작품이다.
세상이 여성을 대함에 있어 가장 성스러운 것을 무시하고 농락하는 것을 지극히 당연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고 있다. 여성들은 사회 제도나 도덕 체계에서 고려 대상이 아닌 것이다. 맹세컨대 내 생애 최초의 용기와 야망의 횃불은 이러하다! 나는 여성을 비참한 처지에서 구해낼 것이며 그것은 나 개인의 노력과 저작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 예속된 여성들은 그들을 구하는 스파르타쿠스를 만날 것이며, 내가 바로 그 역할을 하겠다. _조르주 상드
자유, 평등, 형제애의 기치를 올린 1789년 프랑스대혁명 이후 남성들은 공화국의 시민이자 개인으로 다시 태어났으나, 여성들은 여전히 가부장제의 독재 아래 놓인 채였고, 남성 중심의 공적 영역에 여성들이 진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바로 이런 시대에 본명이 오로르 뒤팽인 작가는 조르주 상드라는 남성의 이름을 필명으로 삼아 성별에 근거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맞서기 위한 글쓰기를 실천하고자 했다.
작가정보
1804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아망틴 오로르 뤼실 뒤팽Amantine Aurore Lucile Dupin.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프랑스 중부의 시골 마을 노앙에서 장자크 루소에게 깊은 영향을 받으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18세 때 뒤드방 남작과 결혼했으나 순탄치 못한 생활로 인해 이혼했다. 두 아이와 함께 파리에서 살면서 『피가로』 등에 기고하며 문필 생활을 시작했다. 남장 차림으로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며 여러 문인, 예술가와 친교를 맺었는데, 특히 여섯 살 연하의 시인 뮈세, 음악가 쇼팽과의 연애는 상당한 스캔들을 일으켰다. 화가 들라크루아, 소설가 플로베르와의 우정 또한 유명하다. 이처럼 상드는 72년의 생애 동안 우정과 사랑을 나눈 사람들이 2천 명이 넘는 ‘신비와 전설의 인물’이었으며 ‘정열의 화신’이자 ‘사랑의 신’이었다.
1832년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습에 항의하며 자유로운 정열의 권리를 주장한 첫 장편소설 『앵디아나』를 발표하여 대성공을 거두었고, 뒤이어 『발랑틴』, 『렐리아』, 『모프라』 등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후 장 레노, 미셸 드 부르주, 라므네, 피에르 르루 등과 교제하며 인도주의적이고 사회주의적인 소설을 썼는데, 이 계열로는 『스피리디옹』, 『콩쉬엘로』, 『뤼돌스타츠 백작부인』, 『테베리노』 등이 있다. 1844년 『잔』을 시작으로 『마의 늪』, 『사생아 프랑수아』, 『소녀 파데트』 등 일련의 전원소설을 발표했다. 노년에는 자서전 『내 생애의 이야기』, 동화 『할머니 이야기』를 썼고, 초기 소설로 돌아가 『부아도레의 미남자들』, 『라캥티니 양』, 『나농』 등을 출간했다. 소설 이외에도 희곡과 시, 평론, 수필, 일기, 비망록, 기행문, 서간문 등 180여 편에 달하는 방대한 저작을 남겼다.
번역 정희경
목차
- 저자 서문 05
모프라 11
옮긴이의 말 / 평등한 부부에서 평등한 사회로: 에드메 드 모프라, 조르주 상드가 된 오로르 뒤팽의 이상 489
책 속으로
그들은 수 세기 동안 프랑스 전역을 뒤덮고 폐해를 끼친 보잘것없는 봉건 독재자들 족속 가운데 우리 도가 보존해온 마지막 잔재였다. _23-24쪽
“머지않아 촌놈들이 귀족들의 오금이나 귀를 자르는 정도가 아니라 모가지와 돈주머니를…” _65쪽
시선과 미소에서는 선함과 명민함이 야릇하게 뒤섞인 인상이 풍겨 나왔다. 하늘이 그녀에게 지성적인 모든 것과 감성적인 모든 것의 두 영혼을 내린 게 아닌가 싶었다. _80쪽
“민중이 귀족보다 훌륭한 건 귀족이 그들을 탄압하고 괴롭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영원히 고통을 견디지는 않을 거요. (…) 가난한 사람들은 충분히 고통을 겪었으니 이제 부자들에게 반기를 들 거요, 성은 무너지고 영지는 조각나겠지요. (…) 시종도, 주인도, 상놈도, 영주도 없을 겁니다. 소리 높여 외치는 귀족들이 있을 테지만 결국 힘에 굴복하고 말 거고요.” _183쪽
그러나 어떤 영혼의 상태에서 그와 반대되는 상태로 이행하려면, 심지어는 악에서 선으로, 고통에서 즐거움으로, 피로에서 휴식으로 이행한다고 할지라도 인간은 고통을 견뎌야 하며, 이런 새로운 운명이 탄생하려면 존재의 모든 용수철이 끊어질 정도까지 당겨져야 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_190-191쪽
“내 삶과 싸워볼게요.” 그녀가 열정적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내 명예가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이 모든 위험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한순간도 삶과 타협하지 않겠어요.” _197쪽
“사랑을 욕망과 구별하도록 해. 욕망은 욕망을 불러일으킨 장애물을 파괴하고자 하고 정복된 미덕의 잔해 위에서 죽어가거든. 사랑은 살고자 해. 살기 위해서 사랑은 힘과 광채가 아름다움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다이아몬드 벽에 의해 오랫동안 금지된 숭배의 대상을 보려고 하지.” _274쪽
“내가 덕이 높고 위대하다고 생각하지 마. 나는 사랑해, 그게 다야. 하지만 난 강하게 절대적으로 끈질기게 사랑하지. (…) 내 눈앞에서 네가 성장할수록 나는 기다릴 수 있다고 느꼈어. 왜냐하면 난 너를 오랫동안 사랑해야 했으니까. 나는 내 정열이 나약한 영혼들의 정열이 그러하듯이 만족하기도 전에 사라지는 걸 보는 게 두렵지 않았거든. 우린 아주 예외적인 두 인물이었어. 우리에겐 영웅적인 사랑이 필요했지. 평범한 일들은 우리 두 사람을 다 불행하게 만들었을 거야.” _481쪽
출판사 서평
“나는 여성을 비참한 처지에서 구해낼 것이며
그것은 나 개인의 노력과 저작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1835년 처음 집필을 시작하던 당시 이 작품은 19세기 초 여성소설에 흔한 소재였던, 귀족 부인의 목숨을 구해준 사춘기 소년과 그 부인의 위험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단편소설로 기획되었다. 비평가 클로드 시카르에 따르면, 초기에는 루소의 『누벨 엘로이즈』와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작가가 이를 장편소설로 발전시키던 중 글쓰기를 멈추었다가 2년 후 다시 재개하면서 최초의 진부한 성격에서 탈피하여 독창적인 표현과 주제로 작품을 구성해나가며 모험소설, 교육소설, 연애소설, 전원소설, 사회소설 등으로 읽을 수 있는 독특한 소설로 탄생시키게 된다.
상드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원만치 않은 결혼 생활 이후 사랑과 결혼에 대한 성찰 끝에 집필하게 된 『모프라』는 구체제 봉건사회가 몰락하고 새로운 민중의 시대가 열리는 과정의 일화들을 씨줄로 하고, 베르나르 모프라와 에드메 모프라의 운명적 만남과 결합의 과정을 날줄로 한 이야기다. 따라서 에드메의 주도 아래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베르나르가 겪는 갈등과 고난, 깨침과 변화는 완벽한 여인에게 맞는 이상적 남편이 되기 위한 성장이라는 개인적 차원과, 1789년 대혁명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사회의 건설을 위한 준비와 기여라는 사회적 차원의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애원할 때 거절한 것을 힘으로 누른다고 굴복하는 것은
노예근성, 비겁한 성격에 속할 뿐이죠”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환경에서 자란 베르나르는 첫눈에 반한 에드메의 생명을 구해주며 미래를 약속받지만, 에드메는 교육받지 못한 야만인과는 결혼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에게 문명인 신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요구한다. 그러나 루소의 교육관에 입각한 주도면밀한 계획 아래 교육을 받았음에도 베르나르가 여전히 에드메를 쟁취의 대상으로 여기면서 둘의 결혼은 계속 유예된다.
결국 베르나르는 에드메에게 어울리는 현대의 기사가 되고자 아메리카의 자유와 독립을 위한 투쟁이라는 대의를 위해 식민지 사람들의 편에 서는 길을 택한다. 미국독립전쟁 참전은 베르나르가 아메리카의 독립을 저지하려는 영국에 대항하여 자유와 평등의 수호자 대열에 선다는 의미와 함께 개인적으로는 정치적, 정서적 교육의 완성이라는 의미도 지닌다.
“그러나 성찰에 의해 그리고 거친 전쟁 경험에 의해 성숙한 지금의 나 같은 남자가 한낱 어린애처럼 여인의 변덕에 복종하는 게 조금도 창피한 일이 아니라는 말이지?” 내가 말했다.
“응.” 아서가 대답했다. “조금도 창피한 일이 아니지. (…) 상처받은 정숙함이 자신의 권리와 본래의 독립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지. 자네는 알비온처럼 굴었군. 그러니 에드메가 필라델피아처럼 행동해도 놀라지 말아야지.” _271쪽
그러나 알비온이라는 옛 이름이 상징하는 영국이 식민 지배의 옛 영광에 연연하며 아메리카의 독립을 저지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듯 베르나르 또한 남성 우위의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성을 지배하고자 하며 사랑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인다. 에드메는 이에 맞서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나는 모프라이고 불굴의 자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남자의 독재를 참지 않을 거예요. 연인의 폭력은 물론이고 남편의 모욕도 마찬가지죠. 애원할 때 거절한 것을 힘으로 누른다고 굴복하는 것은 노예근성, 비겁한 성격에 속할 뿐이죠.” _198쪽
따라서 독립선언문이 낭독된 필라델피아라는 도시로 대표되는 미국이 자유와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듯이 에드메도 평등한 관계의 수립을 위해 독립을 말하면서 베르나르와 갈등을 겪고 그의 변화를 요구해야만 했다.
“상상이건 실제건 계층과 교육이 갖는 모든 차별을
근본적으로 없애버리는 상황이 있는 법이다“
우리는 그들을 완벽하게 평등하게 대했다. 그때부터 그들이 우리와 다른 식탁에서 식사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것에 놀라는 몰상식한 사람들도 몇 명 있었다. 우리는 뭐라고 하든 내버려두었다. 상상이건 실제건 계층과 교육이 갖는 모든 차별을 근본적으로 없애버리는 상황이 있는 법이다. _476쪽
소설의 말미에서 계층과 교육으로 인한 모든 차별이 사라진 소공동체가 구축된다. 귀족인 베르나르와 에드메, 평민인 파시앙스와 마르카스, 사제인 오베르 신부가 완벽한 평등의 관계에 놓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구체제의 폐허 위에 평등하고 빛나는 새로운 세계, 서로 간의 사랑에 의해 상호 화합하는 신뢰의 세계를 세우려는 상드의 비전을 볼 수 있다.
상드는 여성들도 교육을 통해 지식을 쌓고 지성을 키움으로써 가부장제의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고 평등을 실현하며 나아가서는 평등사회의 구현에 기여할 수 있다는, 19세기로서는 가히 혁명적인 페미니스트적 비전을 제시한다. 이와 더불어 권력이 몇몇 사람의 수중에만 들어 있지 않고 관계와 선택이 자유로우며 모든 인간이 평등을 구가하는 사회, 사람들의 삶이 우주의 조화를 재현하는 사회의 이상을 제시한다.
“하늘을 보시오. 별들은 평화롭게 살고 아무것도 그 영원한 질서를 방해하지 않아요. 큰 놈들이 작은 놈들을 잡아먹지도 않고 옆에 있는 놈에게 쳐들어가는 일도 없지요. 그러니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런 질서가 지배하는 시절이 올 거요.” _184쪽
상드는 『모프라』에서 구체제가 시효를 다하고 대혁명의 기운이 무르익던 시대를 배경으로, 그가 꿈꾸는 이상적인 결혼과 남녀 관계, 나아가서는 계층을 초월한 평등사회를 그려내고자 했다. 봉건시대의 습속을 유지하려는 무리들과 계몽의 빛을 받아 인권에 눈을 뜬 인물들의 갈등과 변모를 통해 가정에서의 부부 간의 평등이라는 개인적 차원의 이상적 관계, 그리고 귀족과 평민이 격의 없이 평등하게 공존하는 사회라는, 혁명이 약속했으나 실현하지 못한 유토피아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90144087 |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10월 23일 | ||
쪽수 | 500쪽 | ||
크기 |
140 * 210
* 32
mm
/ 607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Mauprat/Sand, George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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