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기도가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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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매일경제 > 2021년 10월 2주 선정
빛과 영성의 그림 이야기
마침내 빛의 세계로 이끄는 언어의 매혹과 신비!
“그림 앞에 서면 눈이 환해집니다. 침침했던 눈에서 무엇인가 걷히면서 보이지 않던 것이 보입니다. 그림은 제 눈이 어두워 보지 못하고, 제 몸이 무거워 들어가지 못했던 신비의 세계를 열어줍니다. 생명, 자유, 용서, 사랑, 초월적인 것,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는 것, 종교적인 것들을 표현하는 그림들은 가만히 있는 저를 잡아당겨 세웁니다. 우선 화가의 삶이 그 안에 녹아 있고, 더 들어가면 화가 자신마저 넘어 저 먼 어떤 것, 인간의 눈에 희미한 어떤 것 혹은 실재가 우리 앞에 턱 놓이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이것은 어설픈 종교체험보다 훨씬 강렬하게 인간을 초월적 실재 앞에 놓아줍니다. 더욱이 형식적인 예배, 틀에 박힌 기복적 기도로는 가까이 가보지도 못할 세계를 열어줍니다.”
작가정보
목차
- 머리글: 그림, 영원을 향해 열린 창문
1. 상처 입은 치유자
죄를 허락하는 사랑
유다의 배신, 우리는?
겁쟁이들의 부활체험
엉터리없는 계산법
일치의 영
뒤집어 놓는 열정
삶이 잔인할지라도
빛 속을 걷는 이들
우리의 내면에 도사린 폭력성
정직한 절망
죽음 앞에 서면
구해주십시오
녹색 십자가
상처 입은 치유자, 상처 입은 불구자
절망 속의 희망
2. 감돌아 머무는 향기
저 사람을 보라
그 역동성
창조, 그 인간학
저 무심한 눈빛
우리의 마음이 불타오르지 않았던가
맑음, 영혼의 그릇
모두 사람 되어가는 길 위에
싱그런 만남
씨 뿌리는 사람
아름다운 얼굴
만남의 끝자락
피고
태초의 여인
자기도취, 자기 비움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절정 너머에서 시작되는 삶
변두리에서 깊어지는 삶
어둠의 터널 끝에서 만나는 빛
나락에서의 웃음
조소 혹은 미소?
3. 불꽃이어라
그림자가 길어 슬플 때
절망을 숨기지 말자
낡은 구두 한 켤레
이 광란의 시대
불꽃이어라
자신을 비우면
온전한 무방비의 상태
구유, 그 시대 양심의 자리
완전한 승리, 반쪽의 승리
사랑은 공간을 만드는 일
반쯤 죽은 상태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밤의 카페
쉼
작고 푸른 별 지구를 위해
책 속으로
죄를 허용하는 사랑!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랑! 자신을 떠나가는 것마저 허용하는 사랑! 이 비정한 아들은 모든 것을 탕진하고 나서야 마침내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습니다. 죄가 죄로 드러날 때 비로소 보이는 사랑이 있습니다. 하느님 자비의 바다에는 죄도 차지할 자리가 있는 것입니다. 이 세상 어떤 죄인이나 극악무도한 이도 여기서 배제되지 않습니다. 세상 어떤 극악무도함도 이 자비의 바다에 빠지기만 하면 바닷속 한 방울 물보다 작게 됩니다.
_19쪽
유다는 배신의 키스를 하면서도 뚫어져라 예수님의 눈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신 어찌 이럴 수 있습니까?”라고 따지는 듯한 얼굴입니다. 돈으로 팔아먹는 상황이라면 이런 장면이 나올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오히려 유다의 눈이 아니라 먼 곳을 바라보십니다. 그의 항변에 대답할 수도 없지만, 그의 길을 막을 수도 없는 아픔과 그를 향한 끝없는 사랑 그리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눈빛입니다. 어쩌면 유다는 “지금이라도 마음을 돌려요. 우리가 목숨이라도 내놓을 테니 무엇인가 확실하게 해보자고요.” 이렇게 외치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_24쪽
이 아이는 까르르 웃음이라도 터트릴 것 같습니다. 이 맑음! 아침을 고요히 물들일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맑을 때만이겠지요? 이 아이의 삶 역시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만, 눈빛의 단단함이 그 역경들을 헤치고 그 맑음을 더 큰 성숙으로 이어갈 수 있으리라 믿게 해줍니다. ……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 이보다 더 귀한 것이 없음을 깨닫는 날, 맑음의 고귀함도 더 크게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맑음은 나보다 남을 더 담을 수 있는 영혼의 그릇이니까요.
_108쪽
그는 사실 성서를 꿰뚫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귀를 자른 정신병자라는 사실만으로 그를 평가한다면, 그를 잘 모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고흐만큼 삶을 사랑하고, 참된 것을 추구하며, 사람과 친교를 갈망한 사람도 드뭅니다. 그의 그림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투박한 모습과 생명력을 묘사하는 것이 많고 자연을 그리더라도 이 해바라기처럼 단순한 외적 아름다움이 아닌 그 존재가 품고 있는 진짜 생명을 찾아내고 묘사할 줄 알았습니다.
_176쪽
제가 보기에 이 낡은 구두는 고흐에게 하느님, 예수님 자신입니다. 인간이 신고 신어 낡아진 구두, 인간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놓고 헌신한 후 생명마저 내어놓고, 그 몸을 우리에게 양식으로 주신 하느님의 모습을, 또 인간에게 신겨 그것도 처절한 삶을 산 이의 발에 신겨 함께 처절한 시간을 보내고 일그러지고 찌그러진 구두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발견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_184쪽
출판사 서평
그림과 그림 너머를 생생하게 전해주는 수도원에서 온 그림 편지
요세파 수녀는 봉쇄수도원에서 세상과 담을 쌓고 수행과 노동의 삶을 살아간다. 요세파 수녀가 수행하는 시토회는 인간 존재 안의 사막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은거하며 공동생활을 하는 성 베네딕도 규칙을 적용한 수도회로, 엄격한 규칙을 지키며 수행생활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것이 세상일과 무관하게 지내는 것은 아니다. 봉쇄수도원을 정주생활을 원칙으로 하지만 수정만 STX 조선소 건립 반대를 위해 봉쇄를 풀고 수정리 주민들과 항의 데모에 나서기도 했다. 사회정의와 영성은 분리될 수 없는데, 수도회가 봉쇄를 풀고 거리에 나선 것은 모든 것을 다 잃은 할머니 안에서 예수님을 보았기 때문이다.
요세파 수녀는 또한 시인이기도 하다. 늘 하느님을 생각하고, 세상과 자신 안에서 하느님을 찾는 여정을 매일 시로 써 내려간다. 시인의 눈으로 바라본 요세파 수녀의 그림 묵상은 우리를 전혀 다른 차원에 놓인 그림의 세계로 초대한다. 그림 속에 깊게 스며든 작가의 영혼을 들여다보며,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더욱더 풍성하게 해준다.
순간과 영원, 세속을 넘어선 신비의 세계로의 초대
요세파 수녀에게 그림은 신비의 세계를 열어주는 매개다. 어떤 그림은 눈을 밝게 해주며 침침했던 눈에서 무엇인가 걷어내며 신비의 세계로 초대해준다. 그렇게 말을 걸어오는 그림을 언어로 표현하면서, 글과 형상이 이미지로 압축되는 어느 지점, 그 공동의 땅에서 도달한다.
지나치게 아름다움만 강조되는 그림에서는 그러한 신비의 세계를 발견하지 못한다. 예쁘고 곱고 고상하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것만을 계속 찾다 보면 구부러지고 못나고 일그러진 것은 자꾸 배제하게 되며, 장애인, 사회 저변의 불우한 이들, 난민을 배제하면서 외면하게 된다. 요세파 수녀에게 자신을 잡아당겨 세우는 그림은 생명, 자유, 용서, 사랑, 초월적인 것,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는 것, 종교적인 것들을 표현하는 그림들이다. 우선 화가의 삶이 그 안에 녹아 있고, 더 들어가면 화가 자신마저 넘어 저 먼 어떤 것, 인간의 눈에 희미한 어떤 것 혹은 실재가 우리 앞에 턱 놓이는 체험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어설픈 종교체험보다 훨씬 강렬하게 인간을 초월적 실재 앞에 놓아준다. 형식적인 예배, 틀에 박힌 기복적 기도로는 가까이 가보지도 못할 세계를 열어준다.
고흐의 〈낡은 구두 한 켤레〉는 힘겨운 노동을 감내하며 고달프게 살았을 한 사람을 떠올리며, 누가 구두의 주인일지 생각하게 한다. 요세파 수녀는 구두에서 하느님을 발견한다. 인간이 신고 신어 낡아진 구두, 인간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놓고 헌신한 후 생명마저 내어놓고, 그 몸을 우리에게 양식으로 주신 하느님의 모습을, 또 인간에게 신겨 그것도 처절한 삶을 산 이의 발에 신겨 함께 처절한 시간을 보내고 일그러지고 찌그러진 구두에서 예수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런 파격적 해석은 고흐가 누구보다 종교적인 인물이었음을 고려할 때, 꽤 설득력을 얻는다. 삶을 사랑하고, 참된 것을 추구하며, 사람과 친교를 갈망했으며, 단순한 외적 아름다움이 아닌 그 존재가 품고 있는 진짜 생명을 찾아내고 묘사할 줄 알았던 고흐이기 때문이다.
절망에서 희망을, 죽음에서 삶을 길어내는 치유의 힘
장 프랑수아 밀레의 〈만종〉에서 부부는 곡식이 담긴 바구니 앞에서 기도한다. 하지만 원래 그림에는 바구니 안에 그들의 ‘죽은 아기’가 있었다고 하니, 놀라운 사실이다. 아기의 싸늘한 시신 앞에 선 그들의 자세에는 한없는 고요함이 깃들어 있으나, 고통의 울부짖음으로 무너지고 일그러진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깊은 고통 속에서 기도하는 이 부부 뒤로 해는 이미 넘어가고 붉게 물든 노을로 삶의 잔인함과 처연함이 더 짙게 배어 나오는 풍경이다. 이 풍경 속에서 요세파 수녀는 고통마저 녹이는 불, 깊어가는 저녁, 깊어가는 겨울에도 꺼지지 않는 내면의 불을 발견한다. 고통은 이들에게 이 불을 끄는 찬물이 아니라 불을 더 타오르게 하는 기름이 되고 만다.
아들 예수를 잃은 마리아의 그림에서는 애끓는 어머니의 고통 그리고 그것을 넘어선 평온함의 승화를 엿보게 해준다. 그런 승화는 비단 자신만의 고통뿐만 아니라 세상의 수많은 고통을 끌어안고 보듬어주는 강력한 치유의 힘으로 작용한다. 요세파 수녀가 수많은 그림에서 끊임없이 찾아내고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깊은 절망에서 희망을 길어내고 죽음 안에서 삶을 길어내고자 하는 갈망이다. 어떻게 보면 이는 종교의 핵심이기도 할 텐데, 굳이 종교를 뛰어넘어서도 인간사의 온갖 고통과 한계를 염두에 두었을 때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게 해주는 힘으로 작용한다. 종교적 서사가 함축된 그림 묵상은 사실 ‘지금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깊게 맞닿아 있다.
요세파 수녀의 그림 이야기는 깊고 묵직하며 우리 안의 잠들었던 감각세포를 깨워준다. 단순한 작품 감상이나 고상한 평을 넘어 맑고 평온한 그림의 세계에 빨려들어가게 해준다. 그렇게 하나의 그림을 통해 삶을 더욱더 깊게 들여다보면서, 살아가야 할 이유와 살아가는 힘을 얻게 해주는 치유의 힘을 선사해준다.
기본정보
ISBN | 9791190052764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8월 30일 |
쪽수 | 240쪽 |
크기 |
145 * 200
* 18
mm
/ 350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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