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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글은 아직도 까마득한 부지의 미래로 가고 있는 우리를 기다리는 미완이고 진행이다.
수미(首尾)의 소요붕(逍遙鵬)과 혼돈사(渾沌死)는 장자의 양대 난제이자 환한 절망이며 캄캄한 희망이다.
작가정보
낯선 현실과 영토를 자기 신체의 일부로 동화시키면서 내재적 초월과 전이를 지속해가는 고형렬은 15년 동안 삶의 방황소요와 마음의 무위한 업을 찾아 이 책, 장자 에세이 12,000매를 완성했다.
속초에서 태어나 자란 고형렬(高炯烈)은 「장자(莊子)」를 『현대문학』에 발표하고 문학을 시작했으며 창비 편집부장,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첫 시집 『대청봉 수박밭』 을 출간한 뒤 『밤 미시령』,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등의 시집 외에 『등대와 뿔』 같은 에세이를 통하여 갇힌 자아를 치유하고 성찰했다. 장편산문 『은빛 물고기』에서는 자기영토로 향하는 연어의 끊임없는 회귀정신에 글쓰기의 실험을 접목시켰다.
히로시마 원폭투하의 참상을 그린 8천행의 장시 『리틀보이』는 일본에 소개되어 반향을 일으켰으며, 장시 『붕새』를 소량 제작하여 지인에게 나누고 품절하면서 “이 모든 언어를 인간이 아닌 것들에게 바친다”는 선언과 함께 분서를 통한 언어의 미완을 확인하고 자기 갱신을 재촉했다. 『시평』을 창간하고 13년 동안 900여 편의 아시아 시를 소개하며 시의 지궁한 희망을 공유하는 한편, 뉴욕의 아세안기금을 받아 시의 축제를 열면서 『Becoming』(한국)을 주재하고『Sound of Asia』(인니)에 참여하는 등 아시아 시 교류에 앞장섰다.
최근엔 시바타 산키치, 린망 시인 등과 함께 동북아 최초의 국제동인 《몬순》을 결성했으며, 베트남의 마이반펀 시인과의 2인시집 『대양(大洋)의 쌍둥이』를 간행하기도 했다.
목차
- 머리말 4
한 번은 말이고 한 번은 소 8
견오, 너는 새와 생쥐만 못하구나 34
담막광량(淡漠壙)을 잊은 자들 55
명왕(明王)의 정치란 어떤 것인가 73
호자와 열자와 계함의 만남 100
첫 번째날, 습회(灰)를 보이다 117
두 번째날, 처음 보는 천양(天壤)이다 128
세 번째날, 혼돈의 기(氣), 태충막승(太?莫勝) 153
네 번째날, 제미파류(弟靡波流) 170
귀가, 처시(妻豕)의 열자(列子) 187
장자의 사무위(四無爲) 211
남해와 북해의두 제왕의 만남 235
혼돈의 덕을 갚기 위해 모의하다 266
칠규(七竅) 289
하루에, 한 구멍씩, 뚫었다 306
혼돈이 죽었다 318
책 속으로
1.
도대체 호자가 최후에 보여준 그 해괴한 혼돈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 수수께끼이다.
흙과 뱀과 물과 흙과 불과 쥐와 벌레 그리고 돼지와 욕과 새와 소와 말들이 바람이 되어 날뛰며 뒤엉켜 있는 그리고 그 속에서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쏟아지다가 캄캄해지는 공포와 전율의 태초가 아니었을까.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호자의 얼굴이 반은 너덜거리는 흙이지 않았을까. 골과 백골이 밖으로 나와 덜렁거렸을까. 거대한 나무뿌리가 호자의 몸에 처박혀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호자의 몸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을까. 혹시 몸속에 있는 창자를 호자가 두 팔로 껴안고 앉아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즉 분화되지 않은 만물이 호자를 뒤덮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2.
조금 전에 나는 내가 아직 나타나기 전의 뿌리를 보여주었다. 내가 그것과 함께 텅 비어서 내버려두었으니 그 누구인지를 알 수가 없었을 것이다. 따름으로써 쓰러지며 부서짐으로써 흘러간다.(제미파류)
3.
이곳에 흔적 없는 열자의 조탁복박(雕琢復樸)만 남았다. 이 조탁은 새기고 다듬는 것으로 해석하지 않고 대부분은 허사와 인위 등을 버리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남화경직해』에서도 지엽진거(枝葉盡去, 잎을 다 떨구는 것)라고 하였다. 이 조탁은 그러나 이런 것이 아닐까.
본래 인간이 가지고 있던 것에 덧붙여진 수많은 말과 허식과 구조를 쪼아내어 본래의 바탕에 있었던 것(소박, 진면목의 결)이 나타나도록 새겨 내는 일이다.
본래 우리 몸과 마음에 새겨져 있었던 음각의 심자(心字, 저자의 조어)는 오랜 세월에 걸쳐 메워진 때와 찌꺼기를 정으로 쪼아서 파내어 그 문자를 되찾는 일이 조탁이다.
열자가 혼자 자신을 쪼아대며 찾았을 그 무늬와 획의 문자를 생각하면 무아는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그 당시에도 잃어버린 자신을 찾기 위해 정으로 자신을 쪼았단 말이었다.
4.
장자의 글을 쉽게 여길 수가 없다. 정말로 이들이 양생의 존재들이며 화두이며 분리된 몸들임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잠시 도를 얻겠다고 나가 있던 열자가 다시 몸을 한 곳으로 합한 것이 귀가였다.
그 귀가(歸家)란 말에는 집으로 돌아가 돼지와 살았다는 뜻이 숨어있는 셈이다. 살림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천하의 통치도 아니고 제의도 아니고 인의도 아니다. 또 아내란 뜻도 남편이란 뜻도 있는 글자가 가(家)이다.
미래의 화두는 이 집으로 귀결될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잃어버린 이 집을 찾고 지키는 일에 전념하게 될 것이다.
모두 열자가 되어야 할지 모른다.
5.
아득한 혼돈의 밤이 된다.
그러나 그 하늘 속에 별들이 떠있다. 어디선가 저녁바람이 집으로 불어온다. 그 별과 돼지의 마음이 둘이 아닌 것 같다.
멀리 하늘에서 서산으로 혼아(昏鴉, 까마귀)가 울며 날아간다.
어둑해지는 것은 자기에게 돌아가는 시간이다. 남에게 있을 시간이 아니다. 그 저녁의 혼과 혼돈이 다를 바가 없다. 오직 그 혼(渾)의 혼(昏) 속에서 영겁의 텅 빔[충(沖)]을 느낄 수 있다.
분명히 있으므로 잡을 수 없고 소통할 수 없는 그것이 있어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무아는 자기 몸 혼자로만 남아있는 어둠속의 돼지와 같다.
무아는 그 어둠속에 있는 생명에게서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알지 못하고 서성일 뿐이다. 어두워지면 돼지도 모르는 바가 있는 것인지 꿀꿀거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어둠들이 더 불안해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우리의 한쪽 구석에 돌아가 마른 풀과 짚에 자신을 무릎 꿇어 엎드리게 하고 자신하고만 있어야 했다. 열자는 아마도 돼지의 마음이 있는 그곳까지 다가갈 수 없음을 알았을 것이다.
기이한 혼돈을 열자는 말하지 않았다. 분이봉재와 일이시종은 열자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대한 삶이 많다고 하지만 이처럼 간결한 삶의 표현이 있을 수가 없다. 세상에서 무슨 공적을 남기고 이름을 남기고 누굴 위해 살았다고 하지만 거짓이며 소용없는 일들이다.
열자를 따라갈 이름이 없는 것 같다.
한 사람의 삶이 37자의 글자[삼년불출(三年不出)부터 일이시종(一以是終)까지)]로 요약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열자만큼 자기 삶을 살아낸 제왕도 없을 것이다. 장자가 쓸데없이 제왕의 치적을 글로 쓸 이유가 어디 있었겠는가.
장자를 생각하면 저 검푸른 밤하늘에 와 있는 하나의 불을 보는 것처럼 슬퍼진다. 장자는 지구에 처해 있는 모든 인생에게 다른 길이 없음을 소요(逍遙)로 선물하였다.
장자는 우리를 이상한 슬픔의 별에 남아있게 한 것 같다. 이처럼 가까이 가 들여다보고 싶게 하는 하늘의 불이 있었을까.
해가 지는 저녁의 지구는 아무 말이 없다.
머나먼 종궁(終窮) 너머에서 태양을 안쪽에 두고 사시사철 돌아갔다 돌아오는 그 지점에 나아가다 장자는 한숨이라도 쉬었을 법하다.
출판사 서평
“〈응제왕(應帝王)〉은 ‘내편(內篇)’에서 가장 짧은 글이지만 난해한 예언적 의표를 담은 장자의 마지막 글이다.”
고형렬의 에세이 장자는 지금까지의 장자 관련한 책들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 특히 『응제왕』 편의 해석은 가장 두드러진다. 전반부에선 설결(齧缺)과 왕예(王倪), 포의자(蒲衣子)가 공유하는 사문이사부지(四問而四不知)의 이야기, 일중시(日中始)가 꿈꾸는 치천하(治天下)의 기덕(欺德)에 대한 광접여(狂接輿)의 신랄한 비판, 양자거(陽子居)와 노담(老聃) 등의 이야기가 100쪽까지 이어지고 100쪽부터 210쪽까지를 계함과 열자와 호자의 이야기로 구성했다. 이 부분을 이렇게 중요하게 다룬 것은 아마도 장자 해설서 중에서 유일하지 싶다. 열자는 호자를 스승으로 모시고 도를 공부하는 자이다. 그런데 이 동네에 계함이란 여자 무당이 나타났다. 열자는 계함을 존경하게 되고 스승 호자에게 이를 고백한다. 그리하여 호자와 계함이 네 번 만난다. 네 번 만남이야 잘 알려져 있지만, 그 만남의 장면을 시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재해석하면서 치밀한 구성력으로 극화하여 보여주는 사람은 고형렬뿐이다.
“명일(明日)에 열자(列子)가 여지견호자(與之見壺子)한데 출이위열자왈희(出而謂列子曰?)라.
이 문장에서 계함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열자여지(列子與之)는 사실 열자여계함(列子與季咸, 열자가 계함과 함께)이라고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이 지(之) 자는 계함이다.
그리고 이곳의 여(與)는 ‘함께’가 아니라 ‘뒤따라간다’는 뜻이다. 또 견(見) 자도 알현하다, 만나다는 뜻보다는 대면시켰다는 말이 적합할 것 같다.
대부분은 이것을 간단하게 “열자는 계함과 함께 호자를 만났다”, “열자는 무당에게 호자를 알현하게 했다”로 번역하였다. 이것을 “열자는 그(계함)를 뒤따라서 호자를 대면시켰다”로 옮겨보았다.”
여(與) 자 한 자를 다르게 해석함으로써 정황이 달리하고 열자의 속마음을 표면으로 끌어낸다. 이러한 문학적 접근으로 장자에 나타나는 사물과 인물들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그려내기에 고형렬의 장자는 그 누구의 장자와도 비교될 수가 없다.
장자가 열자의 이름은 일일이 밝히면서 계함이란 이름은 처음에 한 번 사용했을 뿐이라는 것을 들어 장자의 의도를 유추하는 부분이나, 열자가 계함과 함께 호자의 방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에 대한 해석은 확실히 색다른 접근이다. “장자는 호자 방에서 계함이 호자의 관상을 보는 현장에 있지 않게 된다. 묘한 처리 방식이다. 그 정황을 자신이 확인하거나 공개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결국 장자는 호자의 입으로 열자에게 말하게 하는 형식을 취하여 진실과 도를 알려준다. 따라서 호자의 도를 두 눈으로 본 사람은 무녀뿐인 셈이다.”
어떤 것은 숨기고 어떤 것은 드러내고 어떤 것은 생략하고 어떤 것은 강조하고, 생각하고 움직이며 글쓰기에 고심하는 작가로서의 장자가 여기 살아 있다. 고전을 이토록 드라마틱하고 흥미진진하게 극화한 사람도 없었다.
“조금 전에 나는 내가 아직 나타나기 전의 뿌리를 보여주었다. 내가 그것과 함께 텅 비어서 내버려두었으니 그 누구인지를 알 수가 없었을 것이다. 따름으로써 쓰러지며 부서짐으로써 흘러간다.”
호자의 이 말을 열자는 집으로 돌아가면서야 떠올렸을 것이라는 게 고형렬의 추측이다. 스승을 떠난 다음에야 귀가 열리게 한 이 장치는 자연스러우면서도 놀랍다.
‘(계함은)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는 호자의 말에 “그 ‘나’는 호자만이 아닐 것이다. 저 자연 속의 수많은 작은 자연들일 것이다”라는 일갈도 서늘하고 오싹하다. 알 수 없는, 알아보지 못하는, 수많은 ‘나’가 도처에 빼곡한 세상. 바로 이것이 수많은 고전학자들이 장자에서 아직 찾지 못했던 거울이 아닐까.
그는 왜 이토록 열자 이야기에 심혈을 기울였을까.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빈손으로 아내에게 가는 열자를 불쌍히 여기면서도 열자의 귀가를 무척이나 통쾌해한다. 열자의 생애가 호자로부터 해방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구도 행위를 부정하고자 하는” 장자의 혁명적 사유의 전환으로 보기 때문이다. 열자가 돼지와 함께 살며 일생을 마쳤다는 것을 고형렬처럼 아름답게 들어 올린 이도 없을 것이다.
숙과 홀과 혼돈이라는 세 존재를 중국 역사에 나타나는 인물로 대입해 보는 기법도 놀랍다. 거기에 숙과 홀이 혼돈에게 일곱 개의 구멍을 뚫어주는 과정의 심리를 유추해가는 방식은 가히 혁명적이다. 어쩌면 장자의 이야기는 7권 『응제왕』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혼돈의 죽음 이후에 반고의 등장은 매우 충격적이다. 이 또한 고형렬만이 창조할 수 있었던 독특한 방식의 세계관이며 오늘의 인류를 환기시키는 무서운 예시(豫示)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89958091 |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7월 03일 | ||
쪽수 | 344쪽 | ||
크기 |
150 * 210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장자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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