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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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밴드 캐비넷 싱얼롱즈의 멤버로 음악을 시작해 지금은 싱어송라이터 김목인으로, 음악극 ‘집시의 테이블’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 잭 케루악의 『다르마 행려』를 옮긴 뒤로 글쓰기와 번역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음반으로 〈음악가 자신의 노래〉, 〈한 다발의 시선〉, 〈콜라보 씨의 일일〉, 쓴 책으로 『직업으로서의 음악가』, 『음악가 김목인의 걸어다니는 수첩』이 있다.
사진 박현성
누군가로부터 주목받지 못하고 잊히는 것들, 그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또 과거가 되어버리기 전에 온전히 발하는 그 형상들을 담아오고 있다. 사진집 『GLORIOUS』를 출간했으며 최근 『서울의 목욕탕』, 『나는 속초의 배 목수입니다』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목차
- 6. 겨울과 여름
130. 봄과 가을
책 속으로
63쪽: 오늘은 몇 정거장 전에 내려 약속 장소까지 공원을 가로질러 가보기로 했다. 공원 안이 그렇게 넓은 줄은 몰랐다. 바로 옆이 도심인데도 차 소리는 아득할 정도로 작게만 들렸다. 짐짓 어떤 음향학적인 원리로 소리가 저 위로 흩어지나 보다,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63쪽: 모든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유독 고요한 시간. 이럴 때면 그는 항상 ‘지구에’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는 감각. 구름이 유난히 빨리 흐르는 날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해질녘 전철이 천천히 고가를 지나고 저 아래 천변을 걷는 사람들을 볼 때면 밀려드는 감정. 그는 멀찍이 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현생을 느끼는 게 조금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들도 느끼시나요? 지구 위에서 어느 여름 운동을 하고 있다는 감각을.
64쪽: 삶이 단출하고 명확해질 때의 기분에 대해. 연녹색으로 우거진 나무들과 아빠와 산책 갔던 호수 옆 동네.
65쪽: 비록 지금은 사라졌지만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장면들에 대하여.
182쪽: ‘숲속작사모임’을 발견한 것은 11월 초의 어느 날 오후였다. 가을부터 집 근처를 산책하는 일에 재미를 붙이고 있었는데, 그날은 이미 가 본 코스들을 피하다 보니 조금 떨어진 옆 동네 공원까지 가보게 되었다.
185쪽: 가려진 노트 표지 위에 제목인 듯 적힌 문장은 읽을 수 있었다. 기억이 맞다면, ‘오후의 한적한 공원과 영원할 것 같았던 시간들’이었다.
186쪽: 문득 진한 슬픔이 밀려왔다. 조금 전 나누었던 대화들이 아주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지며, 나는 미래의 어느 차가운 광장에 앉아 아무도 모르는, 이제는 사라져 버린 옛 일을 회상하듯 숲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딘가 깊숙한 곳에서 새소리와 잔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눈 같은 건 없었고, 낙엽들만 배수로를 따라 멀리까지 쌓여 있었다.
출판사 서평
2018년 처음 도시공원 일몰제에 관한 기사를 접하고 이 책을 기획하게 되었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공원을 찾아가 공원의 풍경과 사람들, 변화의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첫 촬영을 시작한 2019년 10월부터 2021년 2월 마지막 촬영을 하기까지 서울의 공원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공원들은 사라질 위기는 면했지만, 코로나 19가 창궐했고 시민들은 외출을 삼가해 한동안 공원은 한적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격상되자 공원 벤치에 빨간 테이프가 둘러 졌다. 지구의 공장이 멈추면서 예년에 비해 미세먼지는 감소했지만 기후 위기로 인해 2020년 겨울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 그럼에도 많은 시민이 다시 공원을 찾았고, 어김없이 서울의 공원은 모두에게 공평한 계절을 선사하며 꽃을 피우고 흩날렸다.
코로나 19와 도시공원 일몰제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공원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된 때, 『서울의 공원』은 공원에서의 시간과 풍경을 담았다. 박현성의 사진은 삶을 따라, 계절을 따라 나고 지는 자연스러움이 지닌 아름다움을 목격하게 해준다. 멀리 떠나지 않고도 그의 사진을 통해 우리 삶 가까이 아름답게 공존했던 시간을 발견할 수 있다. 김목인의 글은 한적한 오후의 공원을 활자와 함께 산책하게 만든다. 화자가 벤치에 앉아 써 내려간 행간들 사이에 공원에서의 느린 시간이 담겨 있다. 문득 서울이 맞나 싶게 하는 낯선 고요함을 마주하며 공원의 소중함을 기억할 수 있게 한다. 이 평범한 시간은 곧 환희가 되고, 위로가 되며, 때론 용기가 된다.
『서울의 공원』을 마무리하면서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받은 위로는 곧 자연을 향한 예의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기쁨과 존재의 소중함’을 공유하고 싶다. 그리고 공원과 사람, 숲속 생명의 어울림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가까이 있던 존재가 기억 속으로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서울에서 아름다운 곳으로 남아주기를 바란다.
6699프레스 소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6699프레스는 2012년부터 긴 호흡을 가진 글에 귀 기울이는 출판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 사회 변방의 대상화된 소수자에 대한 취재가 아닌, 그들의 진실한 목소리를 독자가 직접 들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다. 탈북 청소년들이 바라본 서울을 엮은 〈우리는 서울에 산다〉를 시작으로 인천 배다리 골목 헌책방 주인의 목소리를 통해 배워보는 헌책 수리 교본 〈느릿느릿 배다리씨와 헌책수리법〉, 여성 그래픽 디자이너의 목소리로 기울어진 디자인계를 다시 생각하는 〈한국, 여성, 그래픽 디자이너 11〉, 〈WOOWHO: Women Talk Graphic Design〉, 청소년 게이의 커밍아웃 이후 일상을 그린 〈너의 뒤에서〉, 사라져가는 서울의 오래된 목욕탕을 기록한 사진책 〈서울의 목욕탕〉 등을 만들었다.
기본정보
ISBN | 9791189608064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4월 12일 |
쪽수 | 256쪽 |
크기 |
175 * 234
* 21
mm
/ 637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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