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매일 실패해도 함께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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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글에 대한 답을 그림으로 해줄 수 있니?”
그런 딸을 ‘살게 하려는’ 엄마가 함께 쓴 분투기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우울증이 찾아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어두운 방에서 고개를 무릎에 묻은 채 울고 있는 딸에게, 자꾸만 죽음을 떠올리며 “그냥 살 자신이 없어서 그래”라고 말하는 딸에게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네가 매일 실패해도 함께 갈게》는 청소년기부터 우울증을 겪어온 대학생 딸과 그 우울증을 이해하고 견디는 과정에 동행한 엄마가 함께 쓴 책이다.
딸 서현 씨가 자살을 시도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한 무렵, 엄마인 지숙 씨는 매일 휴대폰에 딸의 이야기를 써서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렇게 혼자만의 기록을 이어오던 지숙 씨는 지인이 보내온 아들의 불안증세에 관한 긴 문자를 보고, 비로소 용기를 내 서현 씨와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기로 한다. 가족이 마음의 병을 앓고 있어서 힘들어하는 사람들과 슬픔을 나누고,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 그리고 우울증에 몸과 마음이 가위눌렸지만 어떤 순간에도 그림 그리는 것만큼은 멈추지 않았던 딸을 깨우기 위해.
퇴원한 후 쉽게 입을 열지 않던 서현이와 산책을 나서던 길이었습니다. 먼저 현관으로 나선 서현이를 뒤쫓던 저는, 너무 놀라 순간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서현이가 베란다 난간 위에서 방충망을 열어놓은 채 10층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호흡이 가빠지고 목소리가 덜덜 떨렸습니다. 그때 즉흥적으로 서현이에게 제안했지요.
“나는 너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 엄마 글에 대한 답을 그림으로 해줄 수 있니?”-p.17
우울증을 이해하고 견뎌야 했던 엄마와 딸이, 고통인지 사랑인지 슬픔인지, 어쩌면 희망인지 알 수 없는 날들을 함께 기록했습니다. 아무쪼록 우리가 용기 내 전하려고 한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기를, 미흡하나마 희망의 속삭임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지금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그런 가족 때문에 혼자 슬퍼하고 있는 이들에게 보냅니다. -p.9
작가정보
저자(글) 최지숙
대학에서 독일문학을 공부했고, 졸업 후 〈비디오 무비〉, 〈스크린〉 등의 잡지에서 영화 전문기자로 일했다. IMF가 시작되던 해, 이 책의 공동저자인 첫딸 서현이를 낳았고, 몇몇 잡지에서 영화 관련 글을 쓰며 몇 년간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했다. 이후 세 아이를 키웠다.
서현이와 함께 우울증을 이해하고 견디는 과정을 기록하고 책으로 펴냈다.
저자(글) 김서현
초등학생 때부터 만화와 아이돌을 좋아한 것을 계기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평범했지만 한편으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며 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모 대학 디자인과에 입학했으나 휴학과 복학을 반복했고, 현재 3학년에 재학 중이다.
몇 년 전부터 자신의 감정과 취향을 이미지로 바꾸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다양한 디자인 상품을 제작 판매하고 있고, 텀블벅 프로젝트를 통해 그림책 『유리의 꿈』을 출간했다.
현재 우울증으로 상담치료를 받고 있으며,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운영하며 꾸준히 그림을 올리고 있다.
목차
- 시작하며: 너의 슬픔을 말해보렴, 나의 슬픔을 말할 테니
1장 그날
너는 왜 죽으려고 했니?
그날
정신과 병동에서 찾은 불안한 평화
엄마가 돕지 않아도 괜찮습니까?
안전선 안에서 만난 사람들
퇴원, 다시 집으로
2장 아주 오래된 미래, 딸의 발자취
불안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아이
두 번의 왕따와 전학
숨기 좋은 방에서 보낸 한철
그럼에도, 그리는 일을 멈춘 적은 없다
저는 일류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요
언제나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처럼
엄마, 나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엄마, 매일매일 실패해서 미안해
3장 따로 또 같이, 동행의 기술
몹쓸 뇌피셜과 빌어먹을 가스라이팅
현재만이 선물입니다
자기혐오를 멈추기 위한 시도
엄마와 딸의 장애물 달리기 여행
예술이 무엇이든, 치료가 먼저
곰팡이투성이 고양이와 서현이의 동거생활
고양이 샴푸와 함께 히키코모리의 세계로
오직 희망을 주는 영화만이 살아남는다
우울증은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보다 실수하는 편이 낫다
시차와 매듭은 각자의 방식으로
4장 우울증 딸로부터 내 삶 지키기
과보호 금지, 무관심 금지
예의는 지키되 원칙과 경계는 단호하게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함께 타지 않기
가족이니까, 거리를 둡시다
SNS로 소통해도 밥은 현실 세계에서
마이 페이보릿 띵스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금요일 오후 다섯 시 반, 대화의 힘
죽음을 돌려세울 용기
나, 엄마의 민낯
마치기 전에: 희망이 아닌 현재를 위한 선택
마치며: 반짝반짝 빛나는 떠돌이별
추천사
-
아이가 아플 때 차라리 내가 아프면 좋겠다는 부모들의 말을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마음으로 이해했다. 어두운 방에서 고개를 무릎에 묻은 채 울고 있는 딸에게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괜찮아, 계속 실패하는 게 인생이야”라고 말해주는 것밖에 없지 않을까.
지숙 씨와 서현 씨는 오랜 시간 사랑과 상처를 동시에 주고받아왔다. 서현 씨는 엄마의 마음에 들고 싶어 반듯한 상자 안에 자신을 구겨 넣다 아픈 적이 많았고, 지숙 씨는 그런 딸이 안쓰러워서 모진 말로 상처를 주기도 했다. 두 사람은 다시 안 볼 것처럼 다투기도 했지만 오래도록 냉담하게 굴지는 않았고 멀어졌다가도 이내 되돌아왔다. 서로가 최후의 보루이자 안전한 본루(base)였기 때문이다.
서현 씨는 자신이 매일 실패해서 미안하다. 지숙 씨는 그 실패의 길에 기꺼이 동행한다. 이들의 실패는 뭇사람이 말하듯, 뜻한 대로 되지 않아 일을 그르치는 과정이 아니라, 그르치면서 생기는 접점으로 조금씩 넓어지며 환해지는 여정이 아닐까. 그러니 이 여정은 안타깝지만 애틋하고, 때때로 눈부시다.
출판사 서평
“엄마, 매일 실패해서 미안해.”
“네가 매일 실패해도 함께 갈게.”
서로가 최후의 보루이자 안전한 본루인 엄마와 딸,
상대를 보듬고 자신을 돌아보며 적절한 거리를 찾아가는 여정
지숙 씨는 ‘무엇이 우리를 현실에 발 디뎌 살게 하며, 다른 무엇이 우리를 현실 아닌 세계로 사라지게 하는 걸까’라는 물음을 시작으로, 딸의 우울증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되짚어간다. 그 과정에서 ‘불안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아이’, ‘두 번의 왕따와 전학’, ‘자기혐오를 멈추기 위한 시도’ 같은 딸의 우울증과 관련한 힌트들을 찾아낸다. 또 딸을 항상 ‘옳은 쪽’으로 바꿔놓으려고 했던 자신의 부적절한 행동, ‘뇌피셜’과 ‘가스라이팅’으로 대변되는 무의식적인 통제, 일관성 없는 태도에 관해서도 반성한다.
이에 대해 서현 씨는 함축적인 그림과 진솔한 글로 자신이 오랫동안 겪어온 모순된 감정의 파고와 엄마에 대한 이중적인 심리를 생생하게 표현한다.
이 책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상처를 주었던 엄마와 딸이, 함께 우울증을 이해하고 견디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과정은 엄마와 딸이 두 사람 사이의 적절한 거리를 찾고,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성장해나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누구나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떤 시기에 자신이 겪었던 불안과 우울을, 부모와의 갈등을, 자책과 후회를 떠올리고 공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나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지금 불안과 우울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조금만 더 견뎌보라고, 그저 두 발을 땅에 단단히 딛고만 있어 달라고 말한다. 또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의 병이 찾아와 슬퍼하고 있는 이들에게 서로의 슬픔을 나누고 함께 희망을 이야기하자고 손 내민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먼지처럼 쌓이던 어느 날, 저는 오랫동안 전화도 받지 않고, 카톡도 읽지 않는 딸을 만나기 위해 딸의 자취방을 찾았습니다. 수업 중이어야 할 서현이가 오도카니 방에 앉아 있더군요. 학업을 계속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불안감이 극에 달한 서현이는 휴학 신청 마감일을 이틀 앞둔 그 날, 휴학을 결정했습니다. 혼자 있을 시간을 달라는 서현이를 두고 돌아오는데 카톡이 날아오더군요.
“엄마, 매일매일 실패해서 미안해.”
눈물 때문에 운전이 되지 않아 근처에 차를 세운 뒤, 답을 보냈습니다.
“괜찮아, 계속 실패하는 게 인생이야.” -p.99
서현이가 그린 그림 중에, 넓은 풀밭을 배경으로 하늘로 날아가려는 딸을 엄마가 양손을 뻗어 붙잡는 그림이 있습니다. “땅에 발을 딛지 못하고 떠다니는 자신을 엄마가 붙잡아주는 모습”이라고 서현이는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을 본 어떤 이는 “늪에 빠지려는 엄마를 핑크 머리 아이가 구해주는 그림 같다”라고 하더군요. -p.9
엄마, 지나온 날의 어딘가에서 엄마가 나를 포기했다면 난 어떻게 되었을까? 그랬으면 또 그런대로 살아졌을 거라고 나는 생각해. 그렇지만, 지금의 내가 나일 수 있는 건, 엄마가 내 손을 놓지 않았기 때문일 거야.
돌아보면 엄마를 원망하고 미워했던 날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엄마, 나는 내가 엄마에게 방해만 되는 사람인 것 같아서 ‘차라리 태어나지 말았으면’ 하고 생각했어. 엄마의 관심과 사랑이 내겐 힘이 아니라 짐이었고, 엄마를 마음껏 미워하는 일도, 사랑하는 일도 내겐 벅차기만 했어. 모순된 감정의 파고에서 내가 흔들리는 내내, 엄마는 엄마의 방식대로 나를 잡아줬던 거겠지? -p.234
기본정보
ISBN | 9791189497378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10월 26일 |
쪽수 | 244쪽 |
크기 |
141 * 201
* 19
mm
/ 377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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