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에게 아름답고 잔인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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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시간
이 책은 평소 각별한 우정을 나누던 두 시인이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주고받은 편지와 산문을 엮은 것이다. 둘은 편지를 통해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겪는 보편적인 주제와 개인적인 아픔에 관한 내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때때로 편지 내용은 쉽게 답장할 수 없을 만큼 아프지만, 둘은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고통에 관해 말하기를 계속한다. 이는 고통을 들어주고 나눌 이가 있기 때문이다.
편지를 통해, 이영주 시인은 강지혜 시인에게 말한다. “너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고통을 나눠 갖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고. 그리고 강지혜 시인은 이영주 시인에게 말한다. “자신이 겪었던 고통에 대해 글을 써준 다른 사람들 덕분에” 나아갈 수 있었다고. 이 서간 에세이는 두 시인이 겪었던 고통의 기록이자, 우정을 통해 서로의 힘이 되려는 연대의 일지이다.
작가정보
서울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살아가고 있다.
시집으로 『내가 훔친 기적』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공저)를 썼고,
에세이 『오늘의 섬을 시작합니다』를 펴냈다.
목차
- 009 들어가며 - 강지혜
1 상처: 상처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
015 우리가 시를 쓰고 있어서일까 - 이영주
018 끊임없이 버티기만 하면 되는 걸까요 - 강지혜
021 우리가 나눈 것은 - 이영주
025 지진으로부터 - 강지혜
030 오래 알아온 너를 그때 처음 알게 되었지 - 이영주
034 방치한 타래가 몰고 온 것들 - 강지혜
038 나는 상처에 대해 잘 말하지 못해 - 이영주
042 산책 - 이영주
2 관계: 나는 왜 이렇게 관계에 신경 쓰지?
047 나를 전시하는 일 - 이영주
050 초코 받고, 아이스 추가요! - 강지혜
053 친구라는 기쁘고 슬픈 관계 - 이영주
058 늪으로부터의 답장 - 강지혜
062 나는 나에 대해 모른다 - 이영주
065 인간을 좀먹는 감정 - 강지혜
068 깊은 관계란 환상인가 - 이영주
072 새하얗게 불태워진 - 강지혜
074 나를 비난하는 사람은 나 - 이영주
078 한라산의 색을 바꾸는 우울 - 강지혜
080 유리병에 갇힌 것들 - 이영주
088 우리는 서로에게 아름답고 잔인하지 - 이영주
3 가부장: 아버지 또는 남편의 이름으로
093 이야기는 분노로부터 시작된다 - 강지혜
098 상처를 말할 수 있다는 것 - 이영주
100 철저히 혼자였어요 - 강지혜
104 평가와 판단에 가려진 것 - 이영주
109 어른인 척하며 살아온 시간 - 강지혜
114 존재만으로도 소중해 - 이영주
121 엄마라는, 아내라는 이름의 괴물 - 강지혜
125 아버지를 선택한다면 - 이영주
130 성지이자 무덤인, 나의 말 - 강지혜
4 사랑: 세상 모든 사랑의 형태
135 소소한 차이가 모여서 폭발물이 되는 것 - 이영주
139 왜 너는 내가 아니야? - 강지혜
143 마지막 희망일까 - 이영주
148 찰랑찰랑, 사랑의 형태 - 강지혜
152 사랑을 기록한다면 - 이영주
5 폭력: 우리 모두가 같은 일을 겪었지요
157 “너 참 예쁘구나” 다음엔? - 강지혜
164 답장할 수 없는 시간 - 이영주
168 폭력을 정의하는 언어가 더 많이 필요해요 - 강지혜
172 두 개의 중력을 품게 된다면 - 강지혜
6 자기 돌봄: 내가 꼭 나를 사랑해야 하나?
177 가장 화해가 어려운 존재, 내 몸 - 강지혜
182 우리의 코르셋 - 이영주
186 내 몸으로 살고 싶어서 - 강지혜
191 그럼에도 불구하고 - 이영주
193 나만큼은 내 편 하자고 - 강지혜
196 나를 만지는 나의 손길 - 강지혜
7 치유: 내 안의 축축하고 깊은 어둠을 꺼내서
201 평가와 비난이 없는 시간 - 이영주
205 바닥을 치면,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 강지혜
210 치유의 시작점 - 이영주
215 햇빛 소독에 진심인 사람 - 강지혜
218 출렁거리는 마음 안으로 - 이영주
229 나가며 - 이영주
책 속으로
얼마 전 언니와 통화를 하다 이런 말을 했다. “왜 모든 게 이렇게 힘이 들까요?”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부정성이 자꾸 따라 오는 건, 우리가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서 그런 거 아닐까?” 하고 되물었다. 그러고 보니 한 번도 그런 관점에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열심히, 꾸준히, 완전한 상태를 만들고 싶기 때문에 ‘어렵다’는 느낌이 드는 거 아닐까.
-11쪽
네 별명이 깡지라는 걸 알았을 때, 강지혜라는 이름하고도 잘 겹쳐지지만, 네 표정과 귀여움과 호탕함과 걸걸한 목소리와 빛나는 웃음까지 정말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어. 깡다구 센 강아지 같기도 하고, 깡다구 센 지혜 같기도 하니까. 나는 너의 그 깡다구가 제일 멋있다고 생각하거든.
-21쪽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한 건 아이의 영향이 컸습니다. 성장하고 있는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는 저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어요. 아이를 바라보면서 생각했어요. 이 아이의 세계를 지켜야 한다, 그러려면 나는 나를 지켜야 한다. 나를 지키려면 말해야 한다. 나의 아픔을, 고통을, 나의 나약함과 추함을.
-35쪽
우리가 서로에게 솔직했던 순간…… 그 순간은 정말 놀랍지. 너랑 나랑 세대를 뛰어넘어 온전히 마음을 나누었던 순간.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아무리 세대가 다르고 나이 차가 많아도 여성의 삶에서 오는 공통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
-38쪽
가구를 만드는 사람들이 나무가 되어 있는 풍경. 그들이 공장 앞에 벗어둔 털옷 내부가 텅 비어 있는 풍경. 계단이 무너져 있는 풍경. 텅 빈 털옷이 바람을 입고 숲속으로 혼자 걸어 가는 풍경. 공장은 어둡고. 장갑이 떨어져 있다. 공장 너머의 숲. 숲에서 나지막한 휘파람이 흐른다. 홀로 너무 깊숙이 들어와 돌아나갈 수 없는 사냥꾼처럼, 부드럽게 어린 뼈를 밟고. 마음이 부서진 사냥꾼처럼, 쓸쓸하고 막막한 숲.
-43쪽
그러니 나는 이제 이것을 말한다. 말하기로 결심하니 이것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된다. 말하는 것은 곧 기억하는 것, 기억하는 것은 곧 잊지 않겠다는 것. 잊지 않겠다는 것은 이것을 뛰어넘어 더 나은 것을 향하겠다는 것. 나의 언어를 통해 저 먼 곳으로 간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고될 것이다.
-131쪽
출판사 서평
여성이라서 겪는 환란,
그간 밝힐 수 없었던 상처에 관한 이야기
“언니, 이 이야기를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한 번도 기록하지는 못했던 이야기. 다시 말해, 기록하는 것이 언제나 두려웠던 이야기. 그래서 이제야 용기를 내는 이야기입니다.”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오늘날에도 이 사회는 가부장제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 있으며, 여성이 살림과 육아의 많은 부분을 도맡는다. 임신의 고통, 출산 이후 신체와 정신의 무너짐을 제대로 돌봐줄 손길 또한 드물다. 여성의 직업과 경력은 단절되거나, 단절되지 않아도 쉽게 인정받지 못한다.
여기에 예술가라는 상황마저 더해진다면 어떨까? 큰 돈을 벌고, 비싼 아파트에 살며, 사랑하는 부부가 아이를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애쓰는 것이 ‘정상성’으로 취급되는 사회에서 대부분의 예술가는 정상성 바깥에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여성-예술가의 삶에는 이중의 어려움이 따른다.
이 책은 강지혜 이영주 두 시인이 여성 예술가로서 겪는 여러 고충과 고통 들을 담고 있다. 둘은 자신만의 시 세계를 펼치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인이지만, 시를 벗어난 일상에서는 다른 이들처럼 누군가의 딸, 어머니, 아내로 살아가고 있다. 가부장제가 중심인 사회에서 여성들이 아버지로부터 받는 억압과 고통, 함께 살면서도 서로를 깊이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과의 갈등, 생업과 육아 문제 등을 두 시인 또한 두루 겪는다.
상처, 관계, 가부장, 사랑, 폭력, 자기 돌봄, 치유 등 일곱 가지 주제에 관해 두 시인은 다정한 대화를 이어간다. 여성이라면 모두 공감할 만한 일화가 이어지는 한편, 개인적으로 상처가 너무 커서 지금껏 제대로 밝힌 적이 없었던 내밀한 이야기들 또한 용기 내어 공개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이 겪는 고통을 공유하는 일은 지금 우리뿐 아니라 다음에 올 세대, 모두의 딸을 위한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대를 넘어서는 우정으로 소통하기
“우리는 정말 깡다구는 센 사람들”이라 말하는 강지혜ㆍ이영주 시인. 둘은 시를 통해 처음 만났다. 사제 관계로 시작된 둘의 인연은 시를 가교 삼아 더 깊은 우정으로 나아갔고, 곧 서로의 고통을 나누며 의지하는 사이가 되었다. 강지혜 시인이 결혼 후 제주로 삶의 터전을 옮기며, 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며 둘의 만남은 자연스레 어려워졌다. 그러자 함께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산을 오르며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던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둘은 새삼 깨달았다.
강지혜 시인의 제안으로 둘은 동시에 심리 상담을 받으러 다니며, 서로 편지를 주고받게 된다. 그러면서 내면에 품고만 있던 고통들을 하나둘씩 풀어놓는다. 함께 고통을 나누던 그 “든든했던” 시절들이 활자를 통해 다시 펼쳐지기 시작한다.
두 시인은 10년 넘게 나이 차가 난다. 그럼에도 그토록 진심 어린 이해와 공감이 오갈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왜 서로의 상처가 닮아 있는 것일까? 이영주 시인은 그러한 공감이 가능한 이유가 그 시간이 지나도록 여성의 삶이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비슷한 상처를 나누는 것에서 슬픔을 느낀다.
그러나 또한 세대를 넘어 공유하는 아픔이 없었더라면, 둘의 그토록 깊은 우정을 나누는 일 또한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둘의 우정은 어떻게 여성들이 세대를 넘어서 유대 의식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둘의 내밀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 또한 그러한 유대감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기본정보
ISBN | 9791189467357 |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12월 15일 | ||
쪽수 | 236쪽 | ||
크기 |
130 * 200
* 20
mm
/ 339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시소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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