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기 안내서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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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상세정보
ISBN	9791189198404(1189198401)
쪽수	300쪽
크기	132 * 206 * 20 mm /678g 판형알림
이 책의 원서/번역서	A Field Guide To Getting Lost / Solnit, Rebecca

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인문 > 인문학일반 > 인문교양

이 책의 주제어

할머니들, 페르세포네, 정복자와 원주민,
펑크와 블루스, 도시의 폐허, 사막, 단층집, 테라 인코그니타……
리베카 솔닛을 만든 이야기와 장소들!

장소와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고 나를 찾는 법

“어떤 사람은 남들보다 유난히 더 멀리 간다. 어떤 사람은 자신에게 알맞은 자아, 혹은 적어도 의문을 제기받지 않는 자아를 생득권처럼 타고나지만, 또 어떤 사람은 생존을 위해서든 만족을 위해서든 자신을 새로 만들어내려고 하고 그래서 멀리 여행한다. 어떤 사람은 가치와 관습을 상속받은 집처럼 물려받지만, 어떤 사람은 그 집을 불태워야 하고, 자기만의 땅을 찾아야 하고, 맨땅에서부터 새로 지어야 한다.”

책 속으로

세계적 지성 리베카 솔닛을 만든 가장 내밀한 풍경들

‘맨스플레인’이라는 신조어로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작가이자 유튼리더가 꼽은 ‘당신의 세계를 바꿀 25인의 사상가’, 특유의 깊은 사유와 아름다운 글쓰기로 한국에서도 수많은 독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리베카 솔닛의 또 한 편의 본격 에세이 『길 잃기 안내서』가 출간되었다. “내 글은 걷지 않았던 곳으로 걸어가는 노력의 이야기, 가지 못한 길을 탐색하는 이야기다.” 스스로 이렇게 말했듯 솔닛의 에세이, 그중에서도 특히 한 호흡으로 써내려간 밀도 높은 에세이들은 언제나 방랑,...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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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을 위한 헤맴 qu**tz2 | 2019-05-19 | 추천: 0 |

100세 시대라고 했다. 틀에 박힌 삶을 살기에 100년이라는 시간은 한없이 길다. 익숙한 것들에 둘러싸여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들을 겪으며 사는 안정적인 삶을 100년 동안 지속한다고 생각해 보라. 아무리 안정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람이라 하여도 온몸이 뒤틀리려 드는 걸 참기가 힘들 것이다. 폴짝.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 개구리는 움츠린다. 비록 제자리에 머무는 듯하지만 온몸을 움츠린 순간부터 움직임은 시작됐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다. 변화를 위해서는 지금이라는 틀을 ʺ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아무... 더보기

100세 시대라고 했다. 틀에 박힌 삶을 살기에 100년이라는 시간은 한없이 길다. 익숙한 것들에 둘러싸여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들을 겪으며 사는 안정적인 삶을 100년 동안 지속한다고 생각해 보라. 아무리 안정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람이라 하여도 온몸이 뒤틀리려 드는 걸 참기가 힘들 것이다. 폴짝.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 개구리는 움츠린다. 비록 제자리에 머무는 듯하지만 온몸을 움츠린 순간부터 움직임은 시작됐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다. 변화를 위해서는 지금이라는 틀을 ʺ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아무리 치밀히 계획하였을지라도 모든 일이 계획대로 순조로이 전개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저자는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한 추진력으로 ‘길잃기’를 꼽았다. 곰곰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딱 한 차례 정말이지 어딘지 모르는 곳에 도달한 적이 있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5층 가량 규모의 다세대 주택이 줄지어 늘어선 골목길을 따라 걸었다. 고작 5살 가량이었던 아이는 점점 더 주체 불가능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었다. 혼자 떨어져 있던 시간이 10분은 됐을까. 마음으로 느끼기엔 1시간 이상인 것마냥 길었지만 아마도 5분 혹은 그 이하였으리란 게 내 생각이다. 결과적으로 모든 건 옳은 방향으로 흘러갔고, 난 가족을 만나 무사히 귀가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지금, 당시의 헤맴이 없었더라면 세상이 내가 인지하는 영역보다 훨씬 더 넓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길을 잃는다는 게 전적으로 불쾌한 감정만을 수반하지는 않는다는 걸, 30년도 훌쩍 지난 지금에서야 알 것도 같다.

물리적인 상실만이 길 잃기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폰을 꺼내들고 얼마든지 지도 검색에 나설 수 있는 지금 과거와 같은 형태에만 길 잃기를 국한시킨다면 우리에게 길 잃기는 결코 발생치 않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오늘날에는 정신적 측면의 길 잃기가 보다 잦아지지 않았나 싶다. 나는 누구인지, 왜 태어나서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우리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저마다 너무도 견고해 보이는 형태의 삶을 살고 있는데, 저들과의 경쟁에서 이기지는 못할 망정 비슷은 하게 결승점에 도달해야만 할 것 같아서 우리는 애써 불안을 억누른다. 모든 감정들을 침묵 아래 숨김으로써 완벽해 보이고자 애쓰는 것이다. 허나 그 순간에도 우리는 숱하게 길을 잃는다. 실상 사는 건 길을 잃었다 발견하는 과정의 연속과도 같다. 길을 전혀 잃지 않는다면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살아 숨쉬기 위해 길을 잃는 역설, 이를 진정 즐길 줄 아는 현자가 과연 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지 싶다.

전 세계가 등장했다. 대부분이 나는 상상조차 해 본 적 없는 머나먼 곳이었다. 아직 그 곳에 도달하기 위한 길 잃기를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온갖 핑계를 대 가면서 나는 지금 이 곳에 머물고 있다. 가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대체 저 상황에서 어떻게 빠져 나왔을지를 먼저 묻게 되는, 어쩌면 나는 삶을 그토록 갈망하면서도 죽음에 두 다리를 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에피소드 중 가장 강렬히 내 안에 남은 건 아직 탐사되지 않은 “미답 지역”에 얽힌 이야기였다. 훗날 ‘데스밸리’라 이름 붙은 지형이 선사한 것은, 글만을 놓고 보았을 땐 죽음의 공포가 분명했다. 목이 너무 말랐으나 물이 없었고, 그 탓에 배고픔마저도 잊을 만치 극한 상황에 빠져들었던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선히 그려졌다. 그들은 분명 헤매고 있었고, 중간에 죽음이라는 늪에 빠질 수도 있었다. 결과가 좋아서? 여정의 끝에 다시 삶을 만날 수 있어서, 용감하게도 그는 몸만 튼튼하다면 얼마든지 예전에 걸었던 그 지긋지긋한 길을 다시 한 번 글을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그건 막연한 추측으로부터 비롯된 오만과는 달랐다. 길을 잃어보았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적지에 도달한 자의 여유였다. 암페타민에 취해 무너지고야 말았던 마린은 결국 죽음이 주는 공포까지도 뛰어넘었다. 살인이었는지, 자살이었는지, 사고였는지, 아니면 동시에 그 모두였는지 잘 모르겠는 죽음. 사람은 모두가 죽는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마린은 남들보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자신의 방식으로 삶을 완성해 나갔을 따름이었다. 죽음이라는 미지를 향해 거침없이 걸어 나갔던, 투박하게 말하자면 분명 그것은 ‘길 잃기’에 해당했다.

나에게 주어진 지도 상에 존재하는 땅덩이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온다. 어슬렁거리다가 길을 잃을 정도로 충분히 넓은지. 혹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이 너무 큰 나머지 어느 한 방향으로 조차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비워야 새로움을 채워 넣을 수 있다는 말을 믿는다면, 숱하게 잃은 끝에야 비로소 옳은 것을 취할 수 있다는 것도 믿을 수 있을 텐데. 아직은 어렵다. 산다는 게, 길을 잃는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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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뉴스]

리베카 솔닛, 2019 윈덤캠벨문학상 논픽션 부문상 수상

2019-03-18 | 조회: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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