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전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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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지난 70년은 긴장과 갈등의 연속이었으며, 분단의 암울한 현실을 기억하고 통일시대로 가기 위해 우리 사회 각 분야의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특히 문화예술인들은 전쟁의 비극을 기억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과 창작을 통해 분단현실을 표현해 왔다.
대전 충남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문작가 집단인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에서는 올해 초부터 한국전쟁 70년을 짚어보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 대전문화재단의 협업형예술생태계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진 이번 작업의 주제는 “대전의 기억을 소환하는 한국전쟁 70년”으로 지역의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융복합예술창작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이번 작업은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소속 작가들을 비롯해 대전에서 활동하는 극단의 배우, 영상작업을 하는 지역 프로덕션, 화가 등이 참여했으며, 최종 결과물은 전쟁을 주제로 한 시, 소설, 희곡, 동화, 구술, 문화비평 등의 내용이 담긴 두 권의 책으로 동시에 출간됐다.
1권은 작가들이 직접 창작하고 취재한 내용을 담았으며, 2권은 멀티미디어북의 형식을 갖추어 1권에 실린 작품을 영상과 낭독 등으로 만날 수 있도록 구성했다.
2권 멀티미디어북을 펼치면 시인이 전쟁의 상처가 남아 있는 현장에서 직접 시낭송을 하고, 그 모습을 책자에 실린 QR코드를 통해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희곡 작품은 대전지역 중견 연극배우들이 참여하는 ‘낭독공연’ 형식으로 제작되어 유튜브를 통해 볼 수 있다. 또한 전쟁 당시 유행했던 트로트 가요의 흐름을 다룬 문화세평은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며 당시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두 명의 대학교수가 쓴 르포는 한국전쟁에 직접 참전했던 학도병의 육성과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낸 민간 여성들의 육성을 담았으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과학동화는 그림으로, 대전의 전쟁 공간은 사진과 영상으로 만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은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은 협동조합의 설립이 자유로워진 2013년, 여러 분야에서 글을 써 오던 작가 여섯이 손을 모아 만든 작가 모임이다. 이렇게 모인 작가들은 각자의 일과 더불어 여럿이 함께해야 도모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머리를 모아 기획했고 발을 아끼지 않고 돌아다녔다. 작가들을 위한 수익사업도 일거리 중 하나지만 공익을 위한 일도 큰 몫이다. 지금도 통념과 다른 새로운 만족의 기준을 찾아 각자의 글로 분투 중이다.
그동안 대전의 원도심 기획 취재, 원로예술인 구술녹취,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함께한 기획 글, 스토리텔링 원고 작성, 지역자원 조사, 기관의 정책자료집 및 사례집 발간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작가정보
저자(글)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함순례 / 시인
1993년 《시와사회》로 등단하여 시집 『뜨거운 발』 『혹시나』 『당신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울컥』을 냈다. 사람과 사물 안쪽에 깃든 농담에 웃고 비애에 울며 푸르고 깊은 세계를 두리번거리고 있다.
정재은 / 동화작가
동화를 쓴다. 그중에도 SF동화를 쓴다. 일이 닥치면 늘 딴짓을 시작하며, 그러한 딴짓이 허용될 수 있는 평화를 꿈꾼다. 동화집으로 『내 여자 친구의 다리』가 있다.
백민정 / 구비문학 연구자
구비문학을 전공해 고전문학 박사가 되었다. 지금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 사람과 삶을 담은 이야기를 찾아다니고 듣고 더부는 이야기 연구가이다.
김정숙 / 문학평론가ㆍ충남대 교수
현대문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충남대학교 자유전공학부에서 학생들과 호흡하고 있다. 문학과 글쓰기를 통해 소통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소중하고 행복한 인문학자이다.
김병호 / 시인ㆍ소설가
시를 안 쓰기도 하고 소설을 안 쓰기도 하며 과학에세이 같은 글을 안 써서 남는 많은 시간에 주로 빈둥거린다. 그러다 ‘우리는 왜 생명으로 여기 있는가’ 같은 문제를 잠깐 따지기도 하고, 다시 빈둥거린다.
정덕재 / 시인ㆍ르포작가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시집 몇 권을 펴냈다. 수만 장의 방송 원고는 전파로 날아가
사라졌다. 세상에 누가 되지 않는다면 뭐든 쓰려고 한다. ‘사랑할 시간은 서서히 줄어들거나 급하게 사라지거나’, 쉰 중반을 넘어가면서 이런 생각을 종종 한다.
이숙용 / 방송작가
가진 것도, 백(back)도, 재능도 없어 초기 자본이 들지 않는 글 쓰는 일에 우연히 발을 담근 후 30년 넘게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방송작가 일을 하고 있다. 여러 방송사에서 일하는 동안 클래식, 가요, 팝송, 국악 등 많은 음악을 들었다. 노래는 마음을 격하게 부추기고 때로는 편하게 다스려주는 위안이다. 음악을 가까이 할 수 있다는 건 다행스럽다.
조영여 / 신화 연구자
시에 마음을 두었다가 오랫동안 멀리 떠나 있었다. 그리고 떠난 곳에서 신화가 된 시들을 만났다.
지금은 신화 속에 묻혀 있는 숨은 노래들과 연애하는 중이다. 논문 「신화 원형으로 본 창세기의 두 창조 서사와 토비트」로 그 첫발을 떼었다.
목차
- 영상에세이
시낭송
그림으로 읽는 동화 : 미래의 전쟁 비법
대전을 관통한 전쟁의 흔적들
낭독공연
전쟁과 가요
책 속으로
우리는 아직도 둘로 나뉘어 있다. 같은 피를 가진 형제들이, 자매들이 만나지 못한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밥상머리에 앉을 수 없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우리는 서로를 죽이는 전쟁으로 맞섰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납득할 수 없는 이유였다. 아니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모든 전쟁에 합당한 이유가 있을 리 없다. 광견바이러스에 감염된 개처럼 그저 미친 짓일 뿐이다. 그렇게 70년이 흘렀다. 시간은 온전히 한 생의 길이가 되었다. 전쟁에서 죽은 사람만큼이나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남았던 사람도 이제 많이 남지 않았다. 이렇게 상처의 뿌리는 그대로인 상태이지만 전쟁이라는 직접적인 기억은 많이 흐릿해졌다. 그래서 지금은 오늘의 기억을 살펴야 할 때이다.
-「여는 글」 부분
그 사이 뗏장은 푸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어김없이 계절은 바뀌어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
함부로 구겨지고 부서진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위로
향이 스며 흐르고
쇠꼬챙이에 긁힌 검은 표지석
뼛조각을 모아둔 가건물 하나
뒤섞여 떠도는 불안한 눈빛들
가시덤불 무성한 골짜기
(중략)
이건 정말 내가 꿈꾸는 오늘이 아니다
내일은 더더욱 아니지!
지독한 여름이었다
여름인데도 살을 파고드는 한기
총성이 연이어 골짜기를 흔들어댔다
-함순례,「골령골」 부분
6·25 참전했던 사람들 중 십육만 명이 살아 있는데, 국가에서는 이들에게 월 십팔만 원 준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젊어서 청춘을 바쳤는데 십팔만 원을 준다. 당연히 십팔만 원으로는 생활이 되지 않는다. 어떤 노인들은 무료급식, 공짜로 먹는 데만 찾아다니는 사람도 있다. 대전역이나 서울역, 파고다공원 같은 곳의 무료급식하는 곳만 찾아다니는 참전용사들이 많다. 그는 이런 게 억울하고 분하다.
경제 10위권이고 국민소득 3만 불인 국가에서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에 대한 처우가 이렇다. 자치단체에 따라서 조금씩 주는 게 있긴 하다. 대전시는 오만 원, 충남은 십만 원씩 준다. 또 자식들이 도와주기도 하지만, 그것도 눈치가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지금 팔십 고령인데 직업도 없으니, 막막한 신세다. 그 당시 학도병들은 돈을 바라고 전쟁에 갔던 것은 아니었다. 나라가 망하게 생겼고 국민이 다 죽게 생겼으니 간 것이었다.
-백민정, 「그의 목소리」 부분
인민재판은 한국전쟁이 준 또 다른 큰 상처였다. 곡식이 있어도 먹을 수 없었다. 맨날 인민군이 와서 퍼갔다. 그래서 마구간을 다 치우고 그 속에다 여섯 가마니를 묻어 놨다. 이걸 방앗간에 가서 쪄야 먹는데 인민군 패거리들 때문에 방앗간에서 안 쪄 주었다. 그들은 인민군 패거리라기보다 동네 사람들이었다. 촌사람한테 완장 하나씩 차주니까 너무 뛰어노는 거였다. 그 사람들은 잘사는 사람을 가만두지 않았다. 그 사람들은 손바닥을 봐서 손이 고운 사람은 다 잡아갔다. 손에 굳은살이 박인 사람은 고생했다고 안 잡아가고, 손이 고운 사람은 고생을 안 하고 ‘남의 피 빨아 먹었다’고 잡아갔다. 가게를 하던 옆집 아저씨는 네 귀퉁이 나무에 묶여 사지가 찢겨진 채 불에 타서 죽었다.
-김정숙, 「그녀의 목소리」 부분
“아침나절부터 도락꾸가 연신 사람덜을 실어 나르는 겨. 내가 저짝 나무 타고는 몰래 봤다니께. 짐칸에 꼬쟁이맹키로 꽂아서 대가리를 처박고 앉았는디 사람덜이드라니께. 후딱 봐두 사십 명은 족혀, 한 대에. 해질 때까정 도락꾸가 왔다 뺐다 허는디, 그런 공사가 ?어. 쪼매 있으면 콩을 볶는 겨. 총소리여. 도락꾸 들어오고 쪼매 있으면 그랴, 콩 볶는 겨. 그라구 나믄 탕, 탕, 한 발씩 쏘는 총소리가 있어. 혹시 살았는개비 다시 확인으루다가 쏘는 겨. 대개 군인들이 그라고, 갱찰노무 새끼덜두 있었어. 청년방위댄지 뭔지 시퍼렇게 젊은 놈덜두 있었는디, 그놈덜은 삽질을 혔어. 지대루 죽었는지 보덜 않구 걍 묻는 겨. 그날이 초나흘이었을 틴디 열댓 번인가, 도락꾸가 들락거린 것이. 요즘 여그 동네 사람덜, 개를 다 묶어놨다니께. 개덜이 하두 산으로만 올라갈라 혀서 단속이 여간 대간혀.”
-김병호, 「사람의 전쟁」 부분
기본정보
ISBN | 9791189128753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6월 25일 |
쪽수 | 71쪽 |
크기 |
135 * 225
mm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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