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으로 귀신 잡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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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기관 추천도서 > 문학나눔 선정도서 > 2019년 선정
걷는사람 ‘짧아도 괜찮아’ 시리즈 5
박생강 기담집 『치킨으로 귀신 잡는 법』
『치킨으로 귀신 잡는 법』에는 개성 넘치고 유쾌한 16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헤어진 애인을 떠올리며 찾은 동네 치킨집, 그리고 우연히 치킨집 사장으로부터 음력 2월 22일에 나타나는 차가운 귀신을 통해 옛 애인의 기억을 지울 수 있다고 전해들은 주인공은 먹다 남은 치킨으로 귀신을 잡으러 가기도 하며(「치킨과 차가운 귀신」) 인천공항의 비밀 지하 벙커에서 사육 중인 에일리언의 치아를 닦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자의 이야기(「에일리언의 청소부」) 등 기이하고 솔깃한 이야기들을 통해 2019년을 사는 현대의 기담을 풀어내고 있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 듣던 무서운 이야기에는 귀신, 구렁이, 도깨비, 까치 등이 등장했다면 『치킨으로 귀신 잡는 법』에는 귀신과 좀비, 편의점, LG, 에일리언과 같은 현대적인 소재와 공간 들이 등장한다. 우리에겐 가깝고 미래의 2190년에는 멀게 느껴질 소재들이다. 무서운 이야기보다는 우화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한기 작가는 박생강 작가와의 대담을 통해 “「금순, LG, 로자」가 바로 대놓고 브랜드가 등장하는 경우이다. 이 소설 재밌게 읽었는데, 제 친구가 LG에 다녀서 정말 LG에 로자가 있느냐고 물었다가 무슨 헛소리하느냐고 혼났습니다.”라며 박생강 작가의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브랜드나 상품 이름이 그대로 등장하는 것이 신선하고 재미있으며, 작품이 가지는 상상력을 더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박생강 작가는 이번 소설집을 기획하면서 독자들이 소설의 결말 앞뒤에 다른 이야기를 붙이고 놀 수 있는 구조와 틈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그렇게 되면, 작가도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더 풍성한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질 테니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옛이야기들이 다양하게 변주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소설의 결말에 새로운 스토리를 엮거나, 소설 시작 전에 다른 서사가 있을 법한 짧은 소설들인 것이다. 그런 부분들까지 상상하며 읽는다면 독자들은 『치킨으로 귀신 잡는 법』의 재미를 얼마든지 증폭시킬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필자-독자 간의 유쾌한 상호작용이 아닐까.
작가정보
작가의 말
1
어린 시절부터 나는 옛이야기를 좋아했다. 까치와 구렁이가 싸우거나 호랑이가 사람들을 잡아먹는 대신 사람과 의형제를 맺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혹은 처녀귀신이 우물가를 배회하거나 빗자루가 도깨비로 변하는 이야기들이 내 문학적 무의식의 세계일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의 호랑이는 동물원에 있고 까치와 구렁이는 쉽게 보기 힘들다. 빗자루가 사라진 자리에 진공청소기가 들어섰으니 도깨비 역시 설 자리를 상당부분 잃은 셈이다. 옛이야기에서 새벽에 닭이 울면 무서운 요괴들이 사라졌지만, 이제 도시에서 닭 울음소리를 듣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렇다면 앞으로 백 년 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옛이야기는 어떤 것들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그 궁금증 때문에 『치킨으로 귀신 잡는 법』의 짧은 소설들을 쓰기 시작했다. 나름 소설가의 손으로 2190년에 옛이야기로 구전될 법한 2019년의 이야기를 배양해 보려는 프로젝트였다. 우선 그래서 소도구로 닭 대신 치킨을 사용했다.
이렇게 쓰니 뭔가 대단한 스케일의 짧은 소설 같지만, 그냥 지금 이 시대의 기호들을 민담의 방식과 다양한 장르문학의 비트(beat)로 자유롭게 리믹스한 짤막한 이야기들이다.
2
옛이야기란 원래 사람들의 입과 입을 통해 이야기의 살이 붙고, 결말이 달라지거나, 아예 외전을 낳는다. 이 책에 실린 짧은 소설들 역시 그런 식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백을 남겨두었다. 끝은 끝이 아니고, 끝에서 독자의 손길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의 문이 열리기를 나는 바란다. 인터랙티브한 짧은 문학의 방식이랄까? 나와 당신이 언젠가 이 세상의 먼지로 변해도, 소설가의 짧은 소설을 읽고 독자가 상상한 이야기들은 영혼의 인공위성처럼 반짝반짝 빛나며 이 세계를 떠돌지도 모른다.
3
지금 우리의 쓰디쓴 현실이나 우울한 삶, 반짝이던 찰나의 하루가 과연 백 년 후에는 어떤 옛이야기로 사람들 사이에 전해질까?
4
「화성증후군」에 등장하는 ‘야민’이란 낯선 단어는 철학자 발터 벤야민에서 따왔다. 20대 중반 그의 글을 처음 접하고 흠모한 나머지 삼촌처럼 ‘야민이’ 아저씨라고 혼자 부르던 때가 있었다.
목차
- 1. 치킨과 차가운 귀신
2. 멍든 별
3. 손가락에 감긴 머리카락
4. 천국이란 이름의 편의점
5. 소설가가 꾸는 꿈
6. 에일리언의 청소부
7. 금순, LG, 로자
8. 나는 행복합니다
9. 책방의 좀비(1)
10. 치킨과 뜨거운 귀신
11. 책방의 좀비(2)
12. 복원작업
13. 책방의 좀비(3)
14. 홋의 로맨스
15. 간
16. 화성증후군
[대담] 박생강 X 오한기
추천사
-
박생강식 ‘현대판 옛이야기’에는 헤어진 애인을 잊기 위해 남은 치킨과 닭뼈로 귀신을 부르거나(「치킨과 차가운 귀신」)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친구에게 품은 앙심 때문에 천국에서도 편의점 근무를 하게 되는(「천국이란 이름의 편의점」) 쓸쓸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인물들과 함께 웃고 울고 즐기는 동안 우리는 이 옛이야기가 사실 현실과 다를 바 없다는 걸 깨닫고 오싹해진다. 옛이야기들을 통해 당대의 시대 상황을 알 수 있듯이, 박생강이 들려주는 옛이야기에서 우리는 현대인의 ‘백일몽’을 발견할 수 있다. “영혼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손가락에 감긴 머리카락」) 기다리는 시간과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나를 제외하고 뒤로 쓸려”(「화성증후군」)가는 병적 증상 속에서도 박생강의 인물은 언제나 동시대의 정서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옛이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버전으로 변주되고 흩어지는 것처럼 2019년의 ‘현대판 옛이야기’가 2190년에는 어떻게 읽힐지 기대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서사는 Y별의 고고학자들이 지구에 대해 망상하고 기록(「멍든 별」)한 결과물인 것처럼 보인다. 박생강이 들려주는 옛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고자 하는 자세 없이 순수하게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독자에게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생각을 발생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것이 현시대에 필요한 항우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책 속으로
p. 16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식탁에 엎드려 있었다. 일주일 후 나는 친구의 소개로 은행에서 일하는 두 살 연하의 여성을 소개받았다. 그녀에게서 나는 아무 설레는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그제야 나는 멍청해 보이는 차가운 귀신이 내게 무엇을 빼앗아갔는지 알 수 있었다. 언제나 추운 영혼인 그는 인간의 고통스러운 감정의 열기를 땔감 삼아 겨우 버텨가는 악귀에 불과했다. 이제 내게 더는 사랑이 없다.
-「치킨과 차가운 귀신」 중에서
p.19
X는 Y별에 사는 존재로 그의 왼쪽 볼기에는 푸른 반점이 있었다. Y별의 사람들은 그것을 몽고반점이라는 명칭으로 불렀다. 반점이란 단어는 Y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였다. 대개는 불길한 의미를 띠는 경우가 많았다. 존재에게 반점이 생긴다는 것은, 그의 삶에 그늘이 진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혹은 사랑하는 존재에게 반점이 퍼졌다는 뜻은 이미 그 사랑의 말로가 보인다는 뜻이었다. (중략)
“지구는 멍든 별입니다. 그리고 내 아들이 바로 멍든 별에서 태어난 인류요. 지구의 멍을 이 조용한 별로 이주시킨 존재가 과연 나였던가에 대해서는 무어라 말을 못하겠소.”
-「멍든 별」 중에서
p.118
남편은 승낙을 받았으니 좀비에게 책방의 문을 개방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잠시 후 좀비가 버티고 씨의 목덜미를 깨물었을 때, 버티고 씨가 한 생각은 이러했다. 이 감촉은 호러의 감촉일까, 스릴러의 감촉일까? 아니면 판타지일까? 좀비의 이빨은 생각보다 푹신했다. 스펀지로 만든 작은 칼날이 자신의 살 속으로 은은하지만 푹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이 세상에서 느낄 수 없는 저세상의 감촉이긴 했다.
-「책방의 좀비(1)」 중에서
출판사 서평
2005년 장편소설 「수상한 식모들」로 문학동네 장편소설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박생강 소설가는 네 권의 책을 내는 동안은 ‘박진규’로 활동을 해왔다. 이후 2014년 장편소설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를 출간하면서부터 필명 ‘박생강’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특유의 향과 톡 쏘는 맛이 있는 ‘생강’처럼 그의 소설은 세상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박생강 식’으로 자유자재로 버무려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박생강의 소설들은 처음의 맛과 중간에 음미하는 맛,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의 맛이 모두 다른데, 그 점 때문에 우리는 계속 박생강의 소설을 기억하며 다시 읽게 될 것이다.
[‘짧아도 괜찮아’ 시리즈는?]
도서출판 걷는사람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산문집 시리즈입니다.
최근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개성적인
손바닥소설과 에세이를 두루 만날 수 있습니다.
작품의 길이를 초단편으로 구성하여 독자들과의 폭넓은 소통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일상의 짧은 순간순간 휴식처럼, 때로는 사색처럼 책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기본정보
ISBN | 9791189128463 |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7월 17일 | ||
쪽수 | 244쪽 | ||
크기 |
111 * 185
* 19
mm
/ 253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짧아도 괜찮아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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