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음성같이 옛 애인의 음성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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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동아일보 > 2021년 2월 1주 선정
“분명 인간은 ‘무엇’이다.”
삶의 길을 묻는 그대들에게 바치는 시인 김승희의 52권 문학 속 52가지 인생론!
『어머니의 음성같이 옛 애인의 음성같이』는 메마른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김승희 시인이 내미는 52권의 세계고전과 52가지의 사유를 한데 모은 책이다. 김민정 시인의 말처럼, 이는 ‘어딘가 활자가 내게 남겼을 목소리, 그 음성을 뒤늦게 더욱 소중히 좇게 하는 책’이다. 이 음성은 셰익스피어부터 에리카 종까지, 500년에 가까운 시간을 아우른다. ‘고전’ 하면 떠올릴 헤르만 헤세, 귀스타브 플로베르,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같은 유명 작가는 물론, 윌리엄 사로얀, 비르질 게오르규, 시어도어 드라이저, 에리카 종 등 한국어로 번역된 작품이 상대적으로 적은 작가들이나 20세기 후반에 출간된 ‘젊은 고전’까지도 다루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내야만 하는 모두에게, 그리고 퇴근 시간 무렵의 맥빠진 허무에 발길이 무거워지는 모두에게 김승희 시인이 권하는 작품들이다.
‘무조건적인 생의 찬미자’가 되기를 거부해온 김승희 시인. 그의 세계 인식은 ‘미화보다 냉철함에 가까워 삶을 쉽게 채색하거나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법이 없’다는 평을 받는다. 김승희 시인에게 있어 ‘생은 생 그 자체로 다가온다’(나민애). 때문에 그는 문학작품을 통해 현대사회를 함께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올곧은 시대적 질문들을 던진다. 사회의 시계와 개인의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그 괴리감에 외로워하고 있지는 않은지(『25시』), 소외의 불가시성 속에서 혼자 항거하고 고뇌하고 고발하고 사랑하다가 그만 허무감에 빠져버리지는 않았는지 말이다(『보이지 않는 인간』).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 역시 문학에 있다는 것을, 시인은 이 책 하나로 증명해 보인다.
작가정보
1952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그림 속의 물」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태양 미사』 『왼손을 위한 협주곡』 『달걀 속의 생』 『어떻게 밖으로 나갈까』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 『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 『냄비는 둥둥』 『희망이 외롭다』 『도미는 도마 위에서』 등이 있으며, 산문집 『33세의 팡세』 『어쩌면 찬란한 우울의 팡세』, 소설집 『산타페로 가는 사람』과 연구서 『이상 시 연구』 『현대시 텍스트 읽기』 『코라 기호학과 한국시』 『애도와 우울(증)의 현대시』 등을 펴냈다. 소월시문학상, 올해의 예술상, 한국서정시문학상을 수상했다. 버클리대학교, 어바인대학교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쳤다. 서강대학교 교수 역임. 현재 서강대학교 국문학과 명예교수이다.
목차
- 1부 『어린 왕자』에서부터 『인간희극』까지
1. 불멸하는 생명에의 꿈 _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015
2. 나비가 되기 위한 애벌레들의 혁명 _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 020
3. 야만적 문명을 거부하는 내면으로의 길 _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026
4. 가짜 세계 속 방랑의 성자 _헤르만 헤세의 『크눌프, 삶으로부터의 세 이야기』 030
5. 내 속에 숨은 낯선 사람 _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036
6. 젊은 영혼의 고백서 _칼릴 지브란의 『눈물과 미소』 041
7. 수어에 가까운 슬픈 사랑들 _카슨 매컬러스의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049
8. 타락한 세계 속의 순수한 휴머니스트 _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056
9. 죽음과 쓰레기로 사랑의 마법을 피워낸 모모 _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062
10. 사랑이라는 이름의 수선공 _에밀 아자르의 『솔로몬의 고뇌』 067
11. 순결한 것은 슬프다 _윌리엄 사로얀의 『인간희극』 075
2부 『마담 보바리』에서부터 『아들과 연인』까지
12. 이룰 수 없는 사랑의 난파 _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083
13. 스스로 행복을 선택하지 않은 사랑 _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088
14. 불가해한 사랑의 격정적 파멸 _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093
15. 못 이룬 사랑, 그 슬픔의 황홀성 _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 098
16. 사랑으로 단독 평화를 만든다 해도 _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 104
17. 파멸하면서 사랑하기 _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109
18. 전쟁 사이에서 떠도는 생명의 불꽃들 _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개선문』 115
19. 단 한 번의 노래, 단 한 번의 사랑 _콜린 매컬로의 『가시나무새』 120
20. 억압에서 해방으로 _D. H. 로렌스의 『처녀와 집시』 127
21. 어머니로부터의 해방 _D. H. 로렌스의 『아들과 연인』 133
3부 『황무지』에서부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까지
22. 4월은 왜 잔인한가 _T. S. 엘리엇의 『황무지』 139
23. 완전한 자유를 찾아서 _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145
24. 무엇에 대한 일그러진 웃음인가? _솔 벨로의 『오기 마치의 모험』 150
25. 지금 이 순간을 살지 않는다면 _솔 벨로의 『오늘을 잡아라』 155
26. 인생은 꿈꾸기인가, 꿈 깨기인가 _김만중의 『구운몽』 162
27. 앨라배마에서 생긴 일 _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168
28. 토끼는 어디로 달리는가? _존 업다이크의 『달려라, 토끼』 174
29. 어디로 갈까 _아베 고보의 『불타버린 지도』 181
30. 월부로 살다 소모품으로 죽다 _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186
31. 기다림이 있을 때 아직 인간은 아름답다 _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192
32. 과연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_외젠 이오네스코의 『무소』 200
33. 나는 ‘보이는 인간’이 되고 싶다 _랠프 엘리슨의 『보이지 않는 인간』 206
34. 희망의 시계는 지금 몇 시인가 _비르질 게오르규의 『25시』 213
35. 참을 수 없는 것은 무거움인가, 가벼움인가? _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219
4부 『오셀로』에서부터 『양철북』까지
36. 내 마음속에 있는 오셀로 _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오셀로』 227
37. 신과 악마 사이의 비극적 영웅 _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 233
38. 산다는 것은 싸운다는 것 _로망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 241
39. 욕망의 높이를 그린 불길한 초상 _스탕달의 『적과 흑』 246
40. 세기말에 꽃피는 탐미주의의 비극 _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251
41. 죄에서 구원으로 가기 위하여 _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255
42. 인간 넋의 요약 _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61
43. 파멸할 수는 있어도 패배당할 순 없다 _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266
44. 시대에 길들여진 삶 그 탈출을 위한 몸부림 _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271
45. 신을 흔들어놓고 싶은 어느 아웃사이더 이야기 _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276
5부 『댈러웨이 부인』에서부터 『날아다니는 것이 무서워』까지
46. 가을도 겨울도 없는 벼랑 위의 불꽃 _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283
47.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지겠는가? _시어도어 드라이저의 『시스터 캐리』 288
48. 어머니에서 혁명가로 변신한 어머니 _막심 고리키의 『어머니』 294
49. 욕망보다 더 뜨거운 삶의 불사신 _테네시 윌리엄스의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298
50. 환상이라는 이름의 도망 _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리 동물원』 304
51. 어느 날 갑자기 그녀는 왼쪽으로 걸어갔네 _페터 한트케의 『왼손잡이 여인』 311
52. 걷기를 거부한 ‘여성-이카루스’의 모험 _에리카 종의 『날아다니는 것이 무서워』 319
추천사
-
‘김승희’라는 매혹의 책. ‘세계문학기행’이라는 절정의 책.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1992년 처음 세상에 나왔는데 대학교 2학년이던 1996년에서야 처음 구내 서점에서 만나게 된 책. 문학을 하겠다고 문예창작학과에 입학은 하였으나 책가방이 커질수록 서가에 꽂힌 책이 늘어날수록 문학을 놓겠다고 문예창작학과에 입학을 하였구나, 지피지기백전백승이 아니라 자포자기백전백승을 매일같이 되뇌던 그때 우연찮게 내 손에 집혀 지금껏 하릴없이 내 손에 들려 있는 책. 휠 줄 모르니까 비뚤어져서는, 빗각을 모르니까 삐딱해져서는, 까짓 고전 하고 덤볐다가 결국 고전 하고 나자빠지게 만든 책. 문학에 대한 내 비뚤음이 고전에 대한 내 삐딱함이 실은 설렘이고 설은 동경이었구나, 뒤집어쓴 바가지 물의 차가움이 아니라 들어앉은 욕조 물의 뜨거움으로 이 책들 알고 싶고 이 책들 갖고 싶어 내 눈과 내 손과 내 발 참 일사불란하게 ‘쓰게’ 해서 그 ‘씀’으로 참 바쁘게도 만든 책. 우리가 아니라 당신이 아니라 네가 아니라 바로 ‘내’가 이렇게 읽었음이 너무도 중요하고 보무도 당당함을 증거로 보여주는 책. 서사라는 단단한 줄거리에 시달리지 않고 다만 사유라는 유연한 이파리에 흔들려도 좋음을 안도하게 하는 책. 그 떨림으로 큼지막한 주제보다 작디작은 단어 하나에 매달려 나만의 어휘 사전을 재편집하게도 만든 책. 전방위로 펼쳐지는 독력 가운데 나는 시인가, 소설인가, 희곡인가, 그게 아니면 또 무엇인가 뒤지게 하고 찾게 하고 겨우내 알게 하여 나만의 편협한 독서의 구덩이를 더 깊이 팔 수 있게끔 독려하는 책. 덕분에 52명의 작가와 52권의 책을 알았는데 52개의 제목으로 52가지 화두마저 갖게 한 책. “인생은 꿈꾸기인가, 꿈 깨기인가” 묻는데 “토끼는 어디로 달리는가” 묻는데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 묻는데 “월부로 살다 소모품으로 죽다” 읊조리는데 “지금 이 순간을 살지 않는다면” 읊조리는데 “나는 보이는 인간이 되고 싶다” 읊조리는데 그러하니 나 자신의 날개를 키울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보이는 즉시 책을 찢어 학이라도 접게 한 책. 그렇게 내게 허들이면서 뜀틀인 책. “어머니의 음성같이, 옛 애인의 음성같이” 기억이 흐릿해질수록 추억은 선명해져 어딘가 활자가 내게 남겼을 목소리, 그 음성을 뒤늦게 더욱 소중히 좇게 하는 책. 아무려나, 꼬박 30년을 홀로 견딘 책.
책 속으로
책 읽기의 새로움은 바로 그런 뗏목의 노마드 정신에서 나옵니다. 하나의 책은 하나의 뗏목. 하나의 노마드. 그런 새로움에 도전하는 뗏목 정신이 없다면 인생이란 단독무늬 흐르는 지루한 방 이외의 무엇이겠습니까? _「개정판 작가의 말」 중에서(7쪽)
봄은 언제나 눈물이고 또는 하나의 전위이다. 인간도 비누 거품보다도 더 작고 미미하지만 그 미미한 비누 거품성性을 배반하고, 노트르담 성당을 짓기도 하고 부다페스트 그 아름다운 강변에 있는 거대한 돔Dome을 짓기도 하지 않았던가. 인간 역시 하나의 눈물이기도 하고 또는 거대한 꿈의 전위이기도 하다. 누가 그것을 포기하겠는가. _「불멸하는 생명에의 꿈(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중에서(15쪽)
가시에 찔리는 고통이 아무리 크다 하여도 누가 가시를 두려워하랴. 모든 탐미는 결국 고행인 것이기에, 그러므로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은 단 한 번의 운명적인 사랑에서 덧없이 비껴나 단 한 번의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덧없이 잊히는 그 소멸이 아니랴. _「단 한 번의 노래, 단 한 번의 사랑(콜린 매컬로의 『가시나무새』)」 중에서(126쪽)
인간은 다시 한번 기다림의 주사위를 잡는다. 시간은 흐르고 그렇게 인생 또한 흐른다. 아무것도 잘못된 것은 없다. 단지 기다림이 항상 미래를 속인다는 것밖에는. 그 기다림이 항상 우리를 속일지라도 우리는 그 기다림 덕분에 평생을 ‘지연된 꿈’ 속에 살 수 있는 것이다. 기다림은 변장한 신의 은총이며 인간의 진정제이다. _「기다림이 있을 때 아직 인간은 아름답다(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중에서(149쪽)
출판사 서평
“책은 그렇게 인생보다 큽니다.”
순수함과 사랑, 환멸, 욕망, 그리고 여성에 대하여
인간소외의 황무지가 되어버린 현실을 비판하는 시로 한국문단에서 확고한 자리를 마련한 김승희 시인보다 고전 속 인간 군상을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 이가 또 있을까. 그런 그가 손수 고른 52권의 책 역시 바래지 않는 그 한 단어, ‘인간’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이 읽어주는 책들은 ‘꿈이나 희망을 버리지 않기 위해 현실이나 절망을 응시’하는 그의 시선을 닮아 있다. 그에게 독서란 디스토피아 속에서 유토피아를 찾는, ‘지금 이곳에는 없는 것,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할 수 없는 것을 찾아 떠나는’ 아이러니한 뗏목 여행인 것이다(김미현).
총 다섯 부로 구성된 이 책은 현대문명의 다섯 가지 그림자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군상을 다루고 있다. 1부가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윌리엄 사로얀의 『인간희극』 등 타락한 세상 속에서 순수함을 지켜나가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면, 2부에서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콜린 매컬로의 『가시나무새』 등 파멸하면서 사랑하는, 그리고 사랑하면서 파멸하는 과정을 다룬 강렬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3부는 존 업다이크의 『달려라, 토끼』, 아베 고보의 『불타버린 지도』, 외젠 이오네스코의 『무소』 등을 통해 현대사회에 대한 환멸과 도구화된 인간의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발버둥을 그리고 있으며, 4부에는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등 다양한 욕망의 단편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실었다. 5부는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시스터 캐리』, 에리카 종의 『날아다니는 것이 무서워』 등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묘파하는 슬픈 힘을 가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실었다.
“우리를 완성시키는 인간은 없다. 스스로를 완성시키는 건 자기 자신이다.”
오늘날의 여성서사를 만든 숨겨진 주역들
여성문학을 두고 ‘사회가 부여한 젠더를 해부하고 뒤집고 그것을 전유하여 전복시키기를 꿈꾸는 푸른 힘의 문학’이라고 말한 바 있는 저자는 『어머니의 음성같이 옛 애인의 음성같이』에서 남성중심주의의 문학사가 금기시해온 여성의 모습을 건져올린다. 투명하고 차가운 인식의 힘과 떨리는 삶의 선을 동시에 지닌 『왼손잡이 여인』의 마리안느, 남성우월주의가 가득찬 집안에서 자라나 반항심을 배우고, 혹여 가시에 찔리는 고통이 따른다 해도 사랑의 황홀성을 탐했던 『가시나무새』의 매기, 낡고 일방통행적인 도덕 규범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의 삶을 갈구하며, ‘스스로를 완성시킬 수 있는 힘이 없으면 사랑의 탐색은 자기 파괴의 탐색’이 된다고 말하는 『날아다니는 것이 무서워』의 이사도라. 이 책에 실린 그들의 음성은 앞서 세상을 살아간 여성들의 목소리, ‘어머니’의 목소리이자 누군가의 ‘옛 애인’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1992년 『세계문학기행』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빛을 보았던 이 책을 세상에 다시 내놓으며 표지에 한 여성의 얼굴을 실었다. 여성을 모델로 한 다수의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폴 알베르 베스나르의 작품으로, 그림 속 여인은 그의 아내 샬럿 베스나르이다. 그녀가 베스나르의 아내이기 이전에 조각가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조각가가 아닌 누군가의 아내로 역사에 남을 것을 예감했을 때,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없다고 느꼈을 때 그녀는 무슨 책을 읽었을까. 그림 속에서 읽고 있는 책은 무엇일까. 어쩌면 그녀 역시 책 속에서나마 김승희 시인이 말하는 “인생보다 큰” 독서의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자아의 확장, 새로운 자유의 영토, 새로운 현실 공간을 줌으로써 늘 미지의 새로움을 알게 하지요. 자아의 울타리를 부수고 나보다 더 큰 나, 나보다 더 여럿인 나, 나보다 더 새로운 다채로운 나를 만날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저는 책 읽기가 좋습니다. 책 속의 인물들이 이상하게도 형제자매나 친구들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던 때도 있었습니다. 책은 그렇게 인생보다 큽니다.”
─「개정판 작가의 말」 중에서
기본정보
ISBN | 9791188862856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1월 31일 |
쪽수 | 328쪽 |
크기 |
139 * 206
* 18
mm
/ 39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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