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의 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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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에도 비문이 있다
- 하루속히 민법은 개정되어야 한다
민법의 국어 문장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는 2015년에 법무부가 제19대 국회에 제출한 민법개정안을 보면 여실히 알 수 있다. 이때 법무부는 민법 1,118개 조문 가운데 무려 1,057개 조문을 고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민법의 거의 모든 조문에 손을 댄 것이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음으로써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되고 말았다. 일반 국민이라면 민법에 고칠 조항이 그렇게나 많다는 데 우선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또한 그렇게 고칠 것이 많은 법률을 왜 국회는 처리하지 않았는지 의아할 것이다. ‘민법의 비문’은 이러한 의문에 답해 준다.
법무부가 여러 해에 걸쳐 작업한 끝에 마련한 민법개정안은 현행 민법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거의 일소했다고 할 수 있는 훌륭한 안이었지만 법무부의 민법개정안은 제19대 국회와 제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되었다. 그 결과 지금 우리 민법에는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되는 비문이 곳곳에 남아 있다. ‘민법의 비문’은 민법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 가운데 비문의 존재를 특별히 부각함으로써 하루 빨리 민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는 데에 강력한 논거를 제시한다.
민법은 국어 문장으로 씌었고 국어 문장인 이상 비문이 있어서는 안 된다. 문법도 넓은 의미의 법이다. 사회적 규범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우리나라 민법에 이토록 많은 비문이 있는지 놀랄 것이다. 그리고 1960년대 이후 수많은 법조인들이 배출되어 법조계에서 활동해 왔는데 왜 지금까지도 이런 비문이 고쳐지지 않고 그대로 쓰이고 있는지 또한 놀랄 것이다. 제정될 때 들어가서 자리잡은 비문은 지난 60여 년 동안 한 번도 바로잡을 기회를 갖지 못했다.
비문이 그득한 우리 민법의 실상, 민낱을 샅샅이 파헤친 이 책은 문장이 정문이면 얼마나 문장의 뜻이 명료하게 드러내는지를 잘 보여준다. 왜 문법이 중요하고 문법에 맞게 글을 쓰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한지를 생생하게 드러내 보인다. 민법에 비문이 사라진다면 법조문을 읽고 이해하고 적용해야 하는 법조인들이 우선 큰 혜택을 볼 것이다. 왜냐하면 비문 때문에 법조문의 뜻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적지 않게 느꼈을 터인데 장애물이 제거됨으로써 한결 더 용이하게 법조문의 취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민법을 읽고자 하는 일반인도 민법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민법이 시급히 개정되어야 함을 절실히 보여준다.
작가정보
목차
- 머 리 말
일 러 두 기
1. 문장과 비문
2. 주어 없는 문장은 비문
3. 목적어 없는 비문
4. ‘의’ 남용은 일본어투
5. ‘을’을 쓸 자리에 ‘에’를 쓴 예
6. ‘과’를 쓸 자리에 ‘에’를 쓴 예
7. ‘으로’를 쓸 자리에 ‘에’를 쓴 예
8. ‘을’을 쓸 자리에 ‘으로써’를 쓴 예
9. 주격조사를 쓰지 않은 예
10. 동사에 맞는 보어를 써야
11. 목적어가 필요 없는 말에 목적어를 쓰면 비문
12. ‘또는’을 잘못 쓴 문장
13. 문맥에 맞는 시제어미를 써야
14. ‘-되다’를 써야 하는 경우
15. ‘-하다’를 써야 하는 경우
16. ‘-시키다’를 써야 하는 경우
17. 나열
18. 선택
19. 문법을 지키는 구성이라야
20. 모호한 의미
21. ‘대하여’, ‘위하여’ 남용
22. 국어에 없는 단어
23. ‘보류하다’, ‘사퇴하다’ 오용
24. 띄어쓰기를 바르게 해야
25. 쉼표 누락
26. 오자
[부록] 법무부 민법개정안(2018)에 남은 문제
맺으면서
참고문헌
책 속으로
퇴직 후 우연한 기회에 민법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한 조문 한 조문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는 비문법적인 문장이 여러 곳에 들어 있음을 발견하였다. 민법 제77조제2항이 가장 놀라웠다. “사단법인은 사람이 없게 되거나 총회의 결의로도 해산한다.”는 도대체 말이 되는 문장인가. 무슨 뜻인지, 입법의 취지가 무엇인지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지만 문법적으로는 완벽한 비문이다. 어떻게 이토록 불완전한 문장이 버젓이 남아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제195조에서 ‘받아’를 ‘받어’라고 한 지극히 단순한 오자도 제정될 때 그대로 남아 있다.
당대 최고의 법률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완벽을 기해 만들었을 헌법에 비문이 들어 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위 헌법 제53조의 문장은 어떤가. '발생하다'는 자동사여서 '효력이 발생하다'로 쓰이지 '효력을 발생하다'로는 쓰일 수 없는데 '효력을 발생한다'고 했다. 따라서 위 문장은 분명히 비문이다.
'실종자의 생존한 사실'이라고 했는데 이는 마치 동요 '고향의 봄'에 나오는 가사 '나의 살던 고향은'을 연상케 한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로 시작되는 이 동요는 한국 사람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익숙한 노래다. 그래서 '나의 살던 고향은'에 대해 너무 익숙한 나머지 의문을 느끼는 사람이 별로 없겠지만 '고향의 봄'이라는 노래를 벗어나면 '나의 살던 고향은'이라는 표현을 쓸 사람은 없다. '내가 살던 고향은'이라고 한다.
'위반하다'는 '사랑하다'처럼 목적어가 있어야 하는 동사다. 그리고 그 목적어에는 조사 '을/를'을 붙여서 쓴다. 그런데 민법 제5조제2항을 보면 '전항의 규정에 위반한 행위는'이라고 되어 있다.
'대리의 목적인 물건이나 권리의 성질을 변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라고 했는데 참으로 의아하다. '변하다'는 위에서 본 '모이다'처럼 목적어가 필요 없는 자동사이다. '변하다'는 '무엇이 다른 것이 되거나 혹은 다른 성질로 달라지다.'라는 뜻으로 '~게 변하다', '~으로 변하다'로는 쓰일지언정 '~을 변하다'로는 쓰이지 않는 말이다. '사람을 모이다'가 말이 안 되는 것만큼이나 '~을 변하다'는 말이 안 된다.
민법에는 '-되다'라고 해야 할 것을 '-하다'라고 한 사례가 대단히 많다. '조건이 성취된 때로부터'라고 해야 할 것을 '조건이 성취한 때로부터'라고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는 마치 '조건이 갖추어진 때로부터'라고 해야 문법적이면서 자연스러운데 '조건이 갖춘 때로부터'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조건이 갖춘 때로부터'는 누가 보더라도 말이 안 되는 비문이다. '조건이 성취한 때로부터'는 '조건이 갖춘 때로부터'와 다를 게 없다.
불완전한 문장, 즉 비문이 오랜 세월 민법에 자리를 지켜왔다. 잘못된 문장이지만 모두들 눈을 감아 왔다. 권위에 눌려서였을까. 문법은 아무래도 된다고 생각해서였을까. 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잘못은 하루 빨리 바로잡아야 마땅하다.
민법에 들어 있는 숱한 오류와 낡은 어투를 깔끔하게 바로잡은 법무부의 민법개정안이 제19대 국회와 제20대 국회에 각각 제출되었으나 국회 임기 내에 통과되지 못하는 바람에 자동 폐기되었다. 제21대 국회가 반듯하고 훌륭한 민법을 탄생시키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우리 민법이 맑고 아름답고 당당한 국어문장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출판사 서평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이다. 대한민국에는 헌법, 민법, 형법, 상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등의 주요 6법 외에 1천 개가 넘는 많은 법률이 있다. 법률 없이는 이 나라와 사회가 지탱할 수 없다. 법에 의해 국가와 사회가 움직인다. 수많은 법률 중에서도 헌법과 민법은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헌법은 국가의 근간을 규정한 법으로 법체계상 최고 상위에 위치한다. 헌법을 제외하면 나머지 모든 법률 중에서 민법이 단연 가장 으뜸가는 법이다. 민법은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국민 생활의 기본법이다. 형법은 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만 적용되지만 민법은 인간이면 누구나 태아 때부터 사후에까지 적용된다.
모든 법률이 그렇듯이 민법도 당연히 한 치의 오류도 있어서는 안 된다. 법의 내용에 오류가 있어서 안 됨은 물론이지만 법의 문장이 문법을 정확하게 지켜야 한다. 맞춤법은 말할 것도 없다. 문법, 맞춤법도 사회적 약속이요 규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민법에는 무수한 비문법적인 문장이 존재한다. 심지어 오자도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민법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45년 광복을 맞이하고 1948년 건국을 했을 때 헌법만 제정되었을 뿐 기타 법률은 없었다. 민법도 일본 법을 그대로 써야 했다. 1948년 법전편찬위원회가 구성돼 민법을 비롯한 주요 법률을 제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는데 1954년에서야 국회에 민법안이 제출되었고 1957년 12월 17일 국회를 통과하고 1958년 2월 22일에야 비로소 공포되었으며 시행은 1960년 1월 1일부터 되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민법은 기본적으로 1950년대 내지 1940년대의 한국어라 할 수 있다. 제정 당시에 일본 민법을 크게 참고하다 보니 일본어의 단어와 조사를 무비판적으로 한국어로 옮긴 흔적이 역력하고 그 결과 국어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 속출했다. 1950년대에 민법을 제정할 당시의 법률가들이 일본어에 익숙한 세대였던 데다 국어의 문법, 맞춤법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문제는 1958년 공포된 후 64년이나 지나는 동안 무려 30번 이상 개정될 기회가 있었지만 제정 당시에 만들어진 비문은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법의 내용을 고치는 것이 아니고 법 문장의 표현을 고치는 일에 모두가 무관심했기 때문일 것이다. 민법 제162조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는 ‘완성하다’가 타동사이므로 목적어 없이 쓰일 수 없는데 목적어 없이 쓰였다. 당연히 ‘소멸시효가 완성된다’라 해야 문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이런 유의 비문이 200개가 넘는데도 민법은 개정되지 않고 지금에 이르렀다. 2015년에 법무부가 민법의 문장을 대대적으로 고쳐 반듯하게 바로잡고 어려운 용어를 쉽게 바꾼 민법개정안을 제19대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2018년에 제20대 국회에서도 다시 제출했지만 역시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
문장이 비문법적이면 뜻을 금방 이해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민법은 심오한 내용이 그득한데 문장마저 비문이면 민법을 들여다보거나 공부하는 사람들이 곤란을 겪을 것은 뻔하다. 민법은 법학도나 법률가들만 보는 게 아니다. 그들도 민법의 곳곳에 널려 있는 비문 때문에 법을 이해하는 데 방해를 받지만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이해하고자 하는 일반인에게는 민법의 비문이 민법에 대한 접근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저자는 언어학자로서 민법을 제1조부터 제1118조까지 샅샅이 읽어 나가면서 비문을 찾아내어 바로잡아 보였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우리나라 민법의 문장이 얼마나 오류투성이인지 생생히 목도하게 될 것이다. 민법의 개정은 더 늦출 수 없다. 민법의 용어를 좀 더 쉽게 고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아예 문법적으로 틀린 문장은 잠시도 방치할 수 없는 일이다. 〈민법의 비문〉을 통해 독자들은 우리나라 법률 분야가 얼마나 국어에 대해 무심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88815166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3월 15일 |
쪽수 | 191쪽 |
크기 |
153 * 226
* 17
mm
/ 339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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