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특종: 김달삼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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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의 근대사에는 끝나지 않은 역사. 청산되지 못한 역사가 여럿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제주 4·3이다. 끝나지 않은 역사. 아물지 않은 상처. 상처와 아픔이 아물기 위해서는 반드시 끝내야 하는 역사가 바로 제주 4·3이다. 그리고 올해가 바로 제주 4ㆍ3 항쟁 70주년이 되는 해다.
제주 4·3 항쟁이 무엇인가. 고명철 평론가는 이 책의 해설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 후 미국과 소련의 양극화로 새롭게 재편되기 시작한 냉전 체제는 한반도에서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분단되는 두 개의 정부를 출범시켰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해방 공간의 혼돈 속에서 모스크바 3상 회의가 결렬되고 미국 중심의 UN 주도로 38도선 이남에 제한된 단독 선거를 통해 이승만 정부가 출범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민중 항쟁이 제주에서 일어났다. 1948년 4월 3일 새벽 2시 제주의 오름마다 홧홧 타오른 봉홧불, ‘4·3 항쟁’이 그것이다.”라고.
누가 노란 유채꽃의 제주를 붉은 동백꽃으로 물들였나? 소설을 통해 이 질문의 답을 찾기 바란다.
3 ‘70년 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제주 4·3 유격대사령관 김달삼이 2018년 종로 한복판에 나타났다’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 황당한 사건이 만약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특종이 아닌가. 소설 속 두 주인공, 서나래 기자와 최나한 피디의 ‘김달삼 찾기’ 취재는 그렇게 시작된 것인데, 이들 앞에 놓인 여정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두 남녀 주인공이 종로에서 정선으로, 정선에서 제주로, 제주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평양으로 김달삼의 흔적을 추적해 가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은 무엇일까. 마침내 주인공들이 마주한 제주 4·3의 실체는 어떤 모습일까.
‘김달삼 찾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이 소설은 결국 ‘제주 4·3의 진실 찾기’라 할 수 있겠다.
4 강기희 작가가 밝히기도 했지만, 이번 소설로 김달삼과 제주 4·3에 관한 담론이 수면 위로 많이 올라오길 바란다. 그리하여 마침내 제주 4·3을 제대로 된 역사로 바로 세우는 물꼬가 되고, 제주의 상처가 마침내 아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작가정보
저자 강기희
소설가.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나 강원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1998년 『문학21』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장편소설로 『아담과 아담 이브와 이브』(1999), 『동강에는 쉬리가 있다』(1999), 『은옥이 1, 2』(2001), 『도둑고양이』(2001), 『개 같은 인생들』(2006), 『연산-대왕을 꿈꾼 조선의 왕』(2012), 『원숭이 그림자』(2016) 등을 출간했다. 한국 최초 전자책 전문업체인 바로북닷컴이 주최한 ‘5천만원 고료 제1회 디지털문학대상’을 수상하였고,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예창작기금을 수혜하였다.
민족작가연합 공동대표와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현재 대한민국 최고 오지 마을인 정선 덕산기계곡에서 창작 활동과 함께 '숲속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목차
- 작가의 말
나는 포로다
유격대장 김달삼
특종
쪽방촌에 내리는 눈
여량여인숙
여량
김달삼 모가지 잘린 골
그들이 머문 자리
남대리
녹전
만항
제주 벚꽃
4·3, 그날의 기억들
유채꽃다방
추사의 사람들
폐기된 평화
백비
시립병원
방북 신청
퀸카의 결혼
조중혈맹주
비밀 사업
단동 유람
경계의 땅, 압록
위험한 여행
급보
덕재
아우라지강
해설
풍화하는 해방 공간에 맞선 정치적 상상력/ 고명철
추천사
-
김달삼이 누구인가! 이덕구와 더불어 그야말로 제주 4ㆍ3의 대명사가 아니던가. 제주 4ㆍ3이 70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명예회복은커녕 희생자로 신고조차 안 된 인물. 그 기간 동안 제주도와 남과 북에서 금기시된 인물. 그래서 현실에서뿐만 아니라 역사에서조차 죽은 인물 김달삼.
그가 소설로 되살아났다. 아니 강기희는 그 김달삼이 살아 있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현재의 인물로 만들었다. 김달삼이 살아 있다? 이 반론은, 살아 있어야 한다는 적극적인 답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야 제주 4ㆍ3이 제대로 살아날 수 있다는 진정의 정론이기 때문이다.
정부나 국가라는 것이 좀스럽지 않고 크고 넓게 바라본다면 김달삼이든 이덕구든 충분히 품을 수 있을 터이다. 하지만 속 좁고 용렬한 현실은 이승진이든 저덕구든 언제까지나 역사의 뒤안길에 흩어놓고 있을 뿐이다. 70년이 지나도 제주의 진실은 여전히 빙산 아래 얼어붙은 채 있다. 그 역사적 진실을 찾기 위해 그것이 북이든 어디든 강기희는 목숨을 걸고 찾아가고 있다.
책 속으로
20년 전 김달삼이라는 인물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끓어오르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제주와 평양, 양양에서 영덕과 영천, 포항에 이르는 백두대간 마을을 내달리며 바람처럼 불꽃처럼 살다간 파르티잔 김달삼과의 만남이라 더욱 그랬다. 하지만 김달삼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는 내게서 그만큼씩 멀어져갔다. 김달삼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 동시에 증언자를 만나고 그가 머물렀던 현장을 찾아다녔지만, 그에 대한 기본적인 자료조차 각기 달라 어느 것이 맞는 것인지 나 스스로도 헷갈릴 정도였다. 그러던 중 2008년엔 산중 누옥이 전소되는 불운까지 있었다. 애써 구한 자료와 원고를 그렇게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기도 했으니 김달삼과의 인연은 불일치의 연속이었다.
화재로 모든 것이 소멸되었음에도 김달삼을 포기할 순 없었다. 다시 자료를 모으며 현장을 찾아다니기를 또 몇 년.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 숙성이 되었다 싶어 집필에 들어갔지만 이번에는 구성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애초엔 정통 대하소설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을 파기한 것이 벌써 10년 전의 일이었고, 김달삼이 정선에서 사살되었다는 국방부 발표를 믿지 못하면서부터는 소설 구성이나 문체 또한 전면 수정해야만 했다.
소설에서 언급한 것처럼 김달삼에 관한 자료는 적어도 남한 땅에서는 전무했다. 일제 강점기나 해방 공간에서 재판을 받거나 경찰에 검거당한 사실이 없는 탓이기도 했지만 한 시대를 떠들썩하게 만든 인물 치고는 그에 대한 연구는 물론이고 하룻밤 몇 백리 산길을 뛰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없었다. 공식적 문서라고는 국방부의 김달삼 사살 발표나 김달삼이 대정중학교에 낸 이력서가 유일한데, 이 또한 믿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간 김달삼을 취재하기 위해 제주를 몇 번 찾았지만 김달삼에 관한 제주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무모하게 4·3을 일으켜 무고한 양민들까지 희생시켰다며 김달삼의 소영웅주의를 비판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양민 학살에 관한 문제는 학살 당사자인 미국과 이승만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임에도 마치 김달삼에 의해 생긴 일인 양 ‘김달삼 탓’을 했다.
이렇듯 제주 사람들은 당시 미군정이 만든 레드 콤플렉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들은 김달삼과 ‘빨갱이’를 연동시켜 놓았으며, 자신들에게 씌워진 ‘빨갱이’ 혐의 또한 김달삼에게 전가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다. 덕분에 역사는 평론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 또 역사는 당시의 시대를 직시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 4·3를 비롯하여 여순사건과 광주민주화운동이 그러했듯, 음시로 흐르기도 한다는 것도 알았다. 곁눈질로 본 역사는 왜곡된 역사를 만들고, 왜곡된 역사가 결국 진실이 되는 교묘하고도 어두운 대한민국의 흑역사와 마주하는 건 괴로운 일이었다.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나도 북쪽에 가고 싶어 압록강을 어슬렁거리고 두만강 유역을 염탐한 적이 있었다. 어디로 넘고 어디로 건너야 목적지에 무사히 당도할 수 있는가에 골몰하며 밤마다 잠입 지도를 그렸다 지우기도 했었다. 지금이라도 북쪽에 갈 수만 있다면 못다 쓴 김달삼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하지만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나, 남북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고 하나, 민간인의 북한 방문은 여전히 힘들고 지난하다.
올해가 제주 4·3 70주년이다. 광풍 같은 살육의 흔적은 아직도 선연하지만, 70년이 흐른 지금까지 제주는 ‘사건’이라거나 ‘항쟁’이라거나 하는 공식적 명도 없다. 그저 4·3이라고 칭해야만 하는 제주의 유채꽃 같은 이야기는 지금도 여전하고 그 사이 제주에는 미군 기지가 들어섰다. 통일이 되면 번듯하니 제 이름을 찾을 수 있겠다지만 스스로 운명을 결정짓지 못하는 대한민국 현실을 보면 그것도 하세월이다. 때문에 이번 소설로 김달삼과 제주 4ㆍ3에 관한 담론이 수면 위로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20년 세월 품고 있던 ‘김달삼’을 이제야 세상에 내놓는다.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김달삼을 추적하는 일은 더 이상 의미도 없다. 지난 세월 나는 최나한이고 서나래였다. 김달삼이 정선 반론산에서 토벌대에 의해 사살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난 이후였으니 긴 세월이었다. 이 소설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다. 소설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 지켜보아 준 이들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고작 70년 전의 이야기를 700년 전의 이야기보다 힘들게 썼다.
더하여 이 자리를 빌려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에게 청한다. 김달삼에 관한 취재를 이어가야 하니 북한 방문을 허해 달라.
2018. 3
덕산기 숲속책방에서
강기희
출판사 서평
◎ 해설 [풍화하는 해방 공간에 맞선 정치적 상상력] 중에서
강기희의 장편 『위험한 특종』은 4·3 항쟁의 초기 무장대를 지휘한 사령관 김달삼의 정체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의 여러 증언에서도 드러나듯이, 김달삼에 관한 가장 기본적 기록, 가령 출생과 죽음 시기가 제 각각이다. 특히 김달삼의 죽음과 연관된 기록들은 어느 것을 신뢰해야 할지 모호할 따름이다. 심지어 김달삼의 죽음 자체에 대한 의문까지 꼬리를 물고 있다. 해방 공간의 혼돈과 한국전쟁을 거치는 동안 분단 체제의 질곡 속에서 김달삼의 정체는 특히 한국 사회에서 심하게 왜곡된 채 역사의 풍화를 겪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4·3의 역사적 진실과 결부된 김달삼에 대한 역사의 평가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김달삼의 정체와 관련한 문제는 결단코 접근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점을 생각해 볼 때 강기희의 『위험한 특종』은 제명에서 뚜렷이 드러나듯,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음습한 금단의 영역으로 남겨둠으로써 역사의 수면 위로 호명되어서는 안 될 사실과 그 사실의 이면에 가려진 진실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내는 서사적 모험을 감행한다. 그리하여 『위험한 특종』을 읽는 동안 김달삼 개인의 정체는 물론, 김달삼과 연루된 해방 공간의 숨 가쁜 역사의 숨결(4·3 항쟁을 비롯한 태백산맥 일대 파르티잔의 활동)을 만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분단 체제의 억압이 우리의 일상 속에서 엄연히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체감하되, 이러한 현실에 속수무책 안주하는 게 아니라 분단 체제를 전복하고 어떠한 억압으로부터도 해방되는 세상을 향한 꿈꾸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 『위험한 특종』의 서사적 매혹에 흠뻑 빠지게 된다. (…중략…) 따라서 『위험한 특종』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서 기자와 최 감독의 시선을 통해 성찰해야 할 해방 공간의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이다. 그들은 애초 김달삼의 생존과 관련한 특종을 취재하기 위한 다큐 제작에 들어갔지만, 김달삼과 관련한 인물들의 증언과 사건에 가깝게 접근하면 할수록 그동안 멀찌감치 피상적으로 스쳤던 해방 공간의 삶과 시대 현실에 대해 래디컬한 인식에 이르게 된다. 그러면서 그들은 더 나아가 “그 시기 김달삼이 이루려고 했던 세상과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이상은 무엇이었을까”라는, 해방 공간의 시대에서 정작 정면으로 마주해야 할 물음에 맞닥뜨린다.
ㅡ 고명철 / 문학평론가, 광운대 국문과 교수
기본정보
ISBN | 9791188710072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03월 26일 |
쪽수 | 280쪽 |
크기 |
150 * 200
* 21
mm
/ 38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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